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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뛰어난 동남아 진출기지
[집중기획] 중국 의약품 위탁생산(CXO) ③ 싱가포르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양민 economyinsight@hani.co.kr

양민 楊敏 원쓰민 文思敏 <차이신주간> 기자

   
▲ 싱가포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 전문 치료센터 온코케어메디컬의 모바일 앱 홍보 화면. 중국 푸싱의약의 자회사는 온코케어를 인수해 의료건강서비스를 동남아로 확장할 계획이다. 온코케어 누리집

2022년 여름 중국 의약품 위탁생산(CXO) 선두 기업인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싱가포르에 생산기지를 설립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각각 20억싱가포르달러(약 1조9천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위챗(중국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은 관련 이야기로 채워졌다.
100억위안 규모의 중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대한 조용히 움직였다. 우시앱텍은 화학합성 의약품,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고분자 의약품 분야의 선두 CXO 기업이다. 리거 우시앱텍 회장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과 공동주최한 투자협정식에 참석했지만, 우시앱텍은 언론을 초대하자는 싱가포르 EDB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2022년 2월에는 진스크립트바이오테크(GenScript, 金斯瑞生物)의 싱가포르 생산기지가 가동했다. 6월에는 푸싱의약(FOSUN, 復星醫藥)의 자회사가 싱가포르의 대형 암 전문 치료센터를 인수했다. 시노백바이오테크(Sinovac, 科興生物)도 싱가포르에 연구시설과 해외사업본부를 설립하기 위해 100억위안 넘게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회복 견인차
금융과 해운, 무역으로 유명한 싱가포르가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지역 중심지가 됐다. 코로나19로 동남아 각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싱가포르 경제는 바이오의약품을 대표로 하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바이오의약품은 싱가포르의 경제성장에 주요 동력이 됐다. 2021년 12월 바이오의약품 제조업 생산액이 전년 동기 대비 87.7% 증가했다. 덕분에 같은 기간 싱가포르의 제조업 생산액이 15.6% 늘었다. 2021년 전체 제조업 생산액은 13.2% 늘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업 생산액은 11.1% 늘어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했다.
지난 20년 동안 싱가포르의 바이오의약품 제조업 생산액이 2배로 늘었다. 노바티스, 화이자, 로슈, 사노피 등 대형 다국적 제약사가 이곳에 지역 본부를 설립했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연구개발의 중심지가 되고 많은 생명공학 기업이 정착하도록 했을까?
“지금 국제 정세에서 시장 규모와 경쟁력, 중국 기업에 대한 우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싱가포르와 그 배후에 있는 동남아시아가 중국 제약사에 최적의 선택지다.”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를 오가는 바이오의약품 분야 투자자 앤 셰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싱가포르는 중국 제약사가 동남아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됐다.
시노팜(SINOPHARM, 中國醫藥集團)의 자회사 CNBG(中國生物技術集團)는 2021년 11월 싱가포르 이노바의약그룹(Innova)과 업무협력에 합의했다. 1억달러를 투자해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늦어도 2022년 말까지 싱가포르에 공장을 세워 코로나19 백신 충전과 포장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시노팜이 동남아에서 처음 세우는 코로나19 백신 무균 충전·포장 시설이다. 완공 뒤 해마다 최대 3억 회 분량의 백신을 세계 30여 나라에 판매할 예정이다.
2022년 6월 푸싱의약 자회사는 싱가포르에서 전공의가 가장 많고 규모가 큰 암 전문 치료센터 온코케어메디컬(OncoCare Medical)을 인수해 의료건강서비스를 동남아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억1800만싱가포르달러를 투자했다. 진스크립트도 2022년 2월부터 싱가포르에 있는 생산기지를 가동했다. 2800㎡가 넘는 생산기지는 고도로 자동화된 단백질 생산과 유전자 합성을 위한 설비를 갖췄다. 시노백은 우시앱텍보다 앞선 2022년 6월 싱가포르에 100억위안을 투자해 연구시설과 국제사업본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광 시노백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언론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연구시설이 이르면 몇 개월 안에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뉴저지주 케닐워스에 있는 제약사 MSD 본사. MSD와 노바티스, 화이자 등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은 싱가포르에 제조공장과 연구센터를 지었다. REUTERS

저온 보관과 운송
산업 가치사슬에 따라 바이오의약산업은 △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 유통 △병원 등 의료기관 △CXO를 비롯한 위탁서비스 업체로 구성된다. 최근 싱가포르에 진출한 기업을 보면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 진스크립트 같은 CXO 기업 외에 화이자, 시노백, 시노팜 등 백신 업체가 많았다. 의약품 개발 기업의 진출 속도는 느렸다.
이런 현상은 산업 특성과 관련 있다. 바이오 약제와 백신은 안정성이 떨어진다.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저온유통시스템을 적용하거나 안정제를 첨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도, 습도, 빛, 수소이온 농도, 압력 등의 영향을 받아 약효가 사라질 수 있다. 장거리 운송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의 위험이 크다. 냉동고 제조사 서모킹(Thermo King) 통계를 보면 의약품 폐기물의 30% 정도가 물류 관리 잘못으로 발생하고, 보건용품 20%는 저온 유통 문제로 손상된다.
싱가포르는 저온 유통 분야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12개 기업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의약품 항공운송 품질 인증’(CEIV Pharma)을 통과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증받은 업체 수가 가장 많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창이공항은 온도에 민감한 화물이 공항에서 완전한 저온 상태를 유지하도록 보장했다. 2020년 12월 처음으로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성공적으로 운송했다.
제약사가 동남아의 경제중심지인 싱가포르에 연구·생산 기지를 설립하면 동남아 시장 진출 책임을 맡는다. 바이오의약품 분야 투자자는 “시노백이 싱가포르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여러 동남아 나라에 보급됐다. 특히 1억2500만 회분의 백신을 수입한 인도네시아는 국외에서 시노백 백신을 가장 많이 구매한 나라다. 시노백은 싱가포르 생산기지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약물은 물론 동남아시장을 겨냥한 다른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할 계획이다.

   
▲ 2005년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가포르 공장에서 과학자들이 신약 연구개발을 하는 모습. 이 회사는 1970년대에 싱가포르에 진출했고 2015년 아태지역 본부를 이곳으로 이전했다. REUTERS

생산 다원화
CXO 업계에서 외국 시장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국외 진출의 주요 이유다. 최신 실적보고서를 보면 2022년 상반기 우시앱텍은 각국에 모두 32개 사업장과 지사를 뒀다. 직원 4만 명의 세계적 규모 바이오의약품 개발사다. 미국 고객사가 기여한 매출액이 119억9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었고, 전체 매출액의 67%를 차지했다. 중국 고객사 매출액은 31억7500만위안(27% 증가)이고, 비중은 18%에 그쳤다.
천즈성 우시바이오로직스 회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업무 구조 다원화와 생산능력 분산의 의미가 더욱 컸고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가 중국, 유럽, 미국에 있는 생산기지 가운데 두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고객사가 선택한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 산업 가치사슬, 공급망, 기술 이전의 리스크를 줄였다.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도 CXO 기업이 외국 진출 때 고려하는 부분이다. 외국 제약사가 더욱 중립적인 개발기지와 생산기지를 원한다면 중국 CXO 기업이 외국에서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8일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우시·상하이 지사가 미 상무부 ‘미검증명단’(UVL)에 포함돼 추가 허가를 받아야 미국 기업의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당일 콘퍼런스콜에서 상하이와 우시에 있는 공장 설비가 모두 갖춰져 미국에서 기기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명단 지정이 회사 사업에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가가 폭락해 누적 하락폭이 31.76%에 이르렀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계하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신약개발 기업은 대부분 임상시험센터 설립 형태로 동남아에 진출한다. 그런데 최근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Innovent, 信達生物)가 개발한 베바시주맙(Bevacizumab) 성분 항암제 ‘다유퉁’(達攸同)이 인도네시아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의 인구가 6억6천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할 만큼 동남아 시장은 규모가 크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인구와 신약 수요가 많다. 아시아개발은행은 2030년이면 아세안 인구의 70%가 중산층이 되고 거대한 신흥 중산층이 각종 소비재 판매사와 공급사에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싱가포르 생명공학기업 에스코라이프사이언스(Esco Lifesciences)의 린샹첸 회장은 “바이오의약품산업 가치사슬 상단에 있는 기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신약개발 기업의 외국 진출이 가장 시급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 속도가 빨라 외국으로 나가지 않고 국내시장에만 의존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바이오의약품 분야 투자자 앤 셰는 “중국 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미국에 팔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남아와 일대일로 관련국으로 판매할 수 있다. 동남아 시장 진출의 첫 번째 관문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에도 중요한 호재다.”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신흥세력으로 떠오르는 동안 여러 다국적 제약사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적도상 붉은 점’인 싱가포르가 세계 의약산업의 투자처가 됐다. 이미 20년 전 싱가포르에 자리잡은 화이자는 2021년 9월 6만㎡ 면적의 저분자 원료의약품(API) 제조공장을 2024년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등 세계적인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제조사도 잇달아 싱가포르에 투자했다. 바이오엔테크는 2021년 5월 싱가포르에 동남아지역본부와 공장을 설립하고 mRNA 백신과 감염병·암 치료제 공급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2022년 2월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만들어 아시아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에도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6억3800만싱가포르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역 최초의 백신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런 투자 열기는 20여 년 전에도 연출됐다. 영어가 주요 언어인 동남아 나라 싱가포르는 그때도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본부 설립 후보지였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1970년대에 싱가포르에 진출했고 2015년 아태지역 본부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미국 제약사 MSD와 노바티스, 화이자, 로슈, 사노피도 싱가포르에 제조공장과 연구센터를 지었다.
“싱가포르는 정책이 명확하고 투명하다. 신뢰할 수 있고 모든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한다. 이런 점이 서구 기업에 중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지키면 된다.” 싱가포르의 다국적 제약사에서 20년 남짓 제조를 책임진 쑹윈은 “싱가포르의 성숙하고 안정된 공급망도 다국적 제약사를 유인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2022년 3월 미국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바이오의약품은 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분야다. REUTERS

앞서간 정부
싱가포르는 10년 연속 세계은행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 물류 허브다. 국토 면적이 좁은 도시국가지만 싱가포르는 세계 600여 개 항구와 연결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환적항을 보유하고 있다. 1989년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국가단일창구’를 구축하고 무역 허가·심사 과정을 전자화·간소화해 의약품 유통과 무역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해운물류의 강점 하나로는 기초연구가 부족한 싱가포르에서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사전 계획과 지속적인 지원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싱가포르 경제의 아버지’로 존경받던 우칭루이 전 부총리는 바이오의학의 성장 잠재력을 인식했다. 그는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분자세포생물학연구원(IMCB)을 설립했다. 1990년대에는 국가과학기술국(NSTB)을 만들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했다. 백지 상태였던 싱가포르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시드니 브레너 박사의 도움으로 바이오의약품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의약품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브레너 박사는 싱가포르과학기술원을 설립했고 ‘싱가포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아버지’로 불렸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2022년 8월21일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싱가포르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국민을 위해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30년 전부터 우수한 인재를 찾고 바이오의약품 연구체계를 구축해 국내 인력을 육성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 싱가포르 정부는 15년 기한의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BMS)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임상연구 능력을 강화한 뒤 경제·보건 분야의 영향력을 확대해 제약과 의료기술 제조기지를 구축했다. 연구와 혁신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2020년 ‘연구와 혁신, 기업 2025 계획’(RIE2025)을 수립해 2021~2025년 250억싱가포르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같은 기간보다 투자 예산을 30% 이상 늘렸다. 예산의 4분의 1은 의약건강을 포함한 4개 중점 연구 분야에 투자한다. 나머지는 기초과학 연구에 지원하고 우수한 외국 인재를 더 많이 영입하기로 했다.
이제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싱가포르의 경제성장에 주요 동력이 됐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이 발표한 2021년 통계를 보면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들어간 고정자산 투자가 17억6900만싱가포르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3%포인트 늘었다. 전자산업에 이어 2대 투자 산업이 됐다. 2021년 싱가포르의 바이오의약품 분야 생산액은 11.1% 늘었다. 2022년에는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약 200억위안을 투자하기로 해 더욱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차이쭝룬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대중화권 부사장은 2022년 6월 열린 세미나에서 “BMS 이니셔티브에 따라 현재 60개 이상의 의약품 생산기지와 30여 개 연구센터, 80여 개 지역본부가 싱가포르에 설립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은 10개 이상의 중국 제약사가 공장 설립을 위한 협의를 한다고 전했다.

ⓒ 財新週刊 2022년 제37호
藥企出海東南亞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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