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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이트론 한 대에 중국산 부품만 149개
[FOCUS] 중국 의존 벗어나기- ① 부품 글로벌화 실태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십 년 동안 글로벌화의 첨병 노릇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동차 제조사들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제 자동차 제조사들은 주요 단계의 생산을 자체적으로 하는 데 주력한다. 아우디 이트론(e-Tron) 모델을 살펴본 결과, 복잡다단한 자동차 세계에서 자급자족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자동차부품의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다. 아우디의 베스트셀러 전기자동차 이트론에 들어가는 부품 6천여 개 가운데 중국산만 149개다. 다른 수많은 부품에도 중국산 원자재가 들어 있다. REUTERS

검은색 아우디 이트론이 공장의 번쩍거리는 조명을 받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공장 2층의 최종 조립라인5에 이트론이 들어왔다. 공장 직원이 이트론 전체를 샅샅이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주요 기능을 점검하고 문과 틀 사이의 벌어진 길이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중량 2.6t에 최고 출력 408마력의 하이테크가 총집결된 아우디 이트론이 검사를 통과한다. 검사를 통과한 이트론은 계약한 고객에게 배송된다.
검사 통과 전 12시간 동안 스포츠실용차(SUV) 이트론은 1500m에 이르는 생산라인을 거쳤다. 아우디의 베스트셀러 전기자동차 이트론에는 섀시, 전기시스템, 배터리 및 전기모터가 부착된 동력전달장치 등에 부품 6천여 개가 들어 있다. 부품은 조립라인3에서 차체에 연결된다.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관문인 물류센터는 교량으로 공장과 연결됐다. 전세계 37개국 550개 생산기지의 납품업체 300곳에서 기차와 화물트럭으로 공수해온 부품은 물류센터에 집결한다. 부품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혹은 미국에서 수입한다. 아우디는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만 149개를 사용한다. 다른 수많은 부품에도 중국산 원자재가 들어 있다. 아우디 조달 및 정보기술(IT) 총괄 디르크 그로세로아이데(57)는 “우리는 전체 자동차산업처럼 공급망도 상당 부분 글로벌화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되돌리기
그로세로아이데와 그의 팀은 2년6개월 전부터 비상 모드로 일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민감한 글로벌 물류시스템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았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다. 코로나19로 금이 가기 시작한 공급망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망가졌다. 에너지와 광물 가격이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광물 수입국들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에 얼마나 종속적 위치에 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날 선 대립으로 자동차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자동차산업에선 어느 업종보다 탈글로벌화와 자급자족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고, 그 결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독일에서 자동차업계 종사자는 관련 업종까지 포함해 170만 명에 이르고,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한다.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부문 혁신의 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블록으로 쪼개지는 세계에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지속 생산 여부가 독일 경제의 운명을 결정한다.
기업들은 최대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고의 전환을 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탄소배출 규정과 공급망 법 규정이 강화되면서 이에 맞춰 생산 네트워크를 조정하고 있다. 전기구동장치가 내연자동차 엔진을 대체할 게 확실해진 이후 자동차업계는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의 원자재와 광물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이제 전기차에서 핵심부품은 내연차의 핵심부품이 아니라 배터리, 전기모터, 개수가 점점 늘어나는 반도체 부품이다. 테슬라와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갑작스레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됐다. 반면 경쟁에서 추월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독일 자동차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탈글로벌화와 지역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생산을 포함해 주요 생산과정을 독일 자국에 되가져오려 노력한다.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했다. 하지만 전세계 원자재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이 과연 현실적일까? 극단적으로 노동분화된 자동차 생산에서 과연 가능할까?
부품 6천여 개가 들어간 아우디 이트론은 글로벌 산업계의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글로벌 산업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아우디 이트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유럽의 핵심산업인 자동차산업에서 자급자족까지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디서 한계에 부딪히는지도 알 수 있다.
브뤼셀의 이트론 공장 방문객 대기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 자동차 제조사 스튜드베이커(Studebaker) 모델이 생산된 생산기지 사진들이 걸려 있다. 스튜드베이커는 글로벌화와 대량생산의 거센 흐름 속에 포드,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에 자리를 빼앗기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제 협력망 해체의 어려움
폴크스바겐은 1970년 브뤼셀 공장을 매입했고 여기서 비틀, 파사트 그리고 골프 모델을 생산했다. 폴크스바겐 자회사 아우디는 2007년 폴크스바겐의 바통을 이어받아 브뤼셀 공장에서 아우디 A1 모델을 생산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2차 대전 이후 수십 년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과 저렴한 생산기지를 발굴해왔음을 지난 역사에서 잘 알 수 있다. 동시에 자동차 생산이 점점 지역화해온 것은 언뜻 모순으로 보인다.
그로세로아이데는 “우리는 과거에 고객이 있는 곳이면 생산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유럽연합, 북미 그리고 자동차 수백만 대가 팔리는 중국에 적용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국외 생산기지를 통해 운송비를 상당 부분 절감했고 환율변동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크고 무거운 부품은 지역 납품업체들에서 공급받았다. 이와 동시에 효율성 위주의 글로벌 구매망이 구축됐다.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Roland Berger)의 파트너이자 자동차 전문가 펠릭스 모게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의 최소 50%는 ‘가격이 제일 낮은 국가들’(Best-Cost-Countries), 즉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곳에서 조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비용을 결정하는 요인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아우디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2015년 제1호 전기차 모델 생산기지를 둘러싸고 한창 논의가 벌어졌다. 이때 유럽 중심부의 브뤼셀 생산기지를 선택한 것도 “기존 공급망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었다고 그로세로아이데는 말했다. 아우디는 A1 모델 부품 공급 생산기지에서 아우디 이트론의 핵심부품도 공급받으려 했다.
아우디는 30여 년 전부터 헝가리 북서부의 인구 13만 도시 죄르에서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독일 통일 뒤 아우디는 죄르에서 저렴하면서도 숙련된 노동력을 찾아냈다. 죄르에서 서유럽 자동차공장까지는 거리도 크게 멀지 않다. 죄르 공장은 확장을 거쳐, 2018년 이후 아우디 이트론 모델용 전기모터, 변속기 및 전기시스템으로 구성된 전기구동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매주 2회 아우디 부품을 실은 기차가 헝가리 죄르와 브뤼셀을 오간다. 이 외에 매일 화물차량들이 죄르와 브뤼셀을 오간다.
아우디는 헝가리 산업도시 죄르에서 전기모터를 직접 생산하지만 다른 공급업체들로부터 원자재와 광물, 하우징(덮개)과 로터(회전체) 등 전통적인 부품, 자석 등의 부품을 납품받고 있다. 이트론 모델에 들어갈 희토류 광물도 필요하다.
아우디는 희토류를 직접 조달하지 않는다. 공급망 아래쪽에 있는 납품업체들이 아우디를 대신해 희토류를 조달한다. 아우디 납품업체들이 희토류를 조달하면서 꼭 거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서 전세계 시장점유율 3분의 2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인 중국 북부 내몽골 광산지역 바이윈어보에서만 연간 6만t의 광물이 채굴된다.
이제 미국 등은 탈중국을 위해 희토류를 직접 채굴한다. 유럽에도 주요 광물이 매장됐다. 유럽연합은 언젠가는 유럽에 매장된 광물을 채굴할 계획이다. 그런데 광물이 하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다. 유럽이 직접 광물을 채굴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아우디와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희토류가 필요 없는 전기차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전기차에도 코일에 구리가, 하우징에 알루미늄이 필요하다. 구리와 알루미늄은 유럽에서 채굴하기에는 채산성이 떨어져서 남미와 캐나다,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컨설팅기업 매킨지의 자동차 전문가 마르틴 린드너는 유럽 시장용 전기차 생산과정이 전반적으로 유럽으로 옮겨온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용 원자재를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비용 외에 탄소발자국과 공급망 복원에 신경 쓰고 있다. 그렇기에 아우디는 향후 헝가리 죄르 공장에서 로터와 모터 관련 부품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자급자족 10년 걸린다
그러나 국제 협력망 해체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반도체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브뤼셀 이트론 공장에서 반도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다. “아우디 이트론에 칩 6천 개 이상이 들어 있다”고 조달을 총괄하는그로세로아이데가 말했다.
이트론에는 전자구동장치에서 와이퍼에 이르기까지 제어장치 175개가 들었다. 전력반도체는 전압을 제어하고 전력을 변환하며, 마이크로컨트롤러(MCU)는 최대 주행거리와 급속 충전을 맡는다. 칩이 없다면 자동차의 스티어링(앞바퀴 회전축 조절 장치), 냉방, 인포테인먼트(정보시스템)는 당장 작동을 멈춘다. 독일 뮌헨에 있는 반도체 대기업 인피니온(Infineon)은 이런 칩의 대다수를 공급한다.
단순 부품인 와이퍼만 봐도 공급망이 전세계를 아우른다. 이트론 같은 최신 모델에는 서로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모터 2개를 장착한다. 모터는 전력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결합한 칩으로 구동된다. 인피니온은 웨이퍼라는 실리콘판을 유럽과 아시아의 웨이퍼 전문업체들에서 공급받는다. 실리콘 대다수가 중국산으로, 540만t에 이르는 실리콘과 규소철을 채굴하는 중국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인피니온은 레겐스부르크와 드레스덴 공장에서 300㎜ 박막 웨이퍼를 생산한다. 박막 웨이퍼는 필리핀으로 운송돼, 초소형 칩으로 분리되고 케이스에 씌워진다. 그리고 테스트를 위해 싱가포르로 운송된다. 인피니온은 완성된 칩을 유럽의 공급업체에 보내고, 공급업체는 와이퍼를 위한 제어장치에 칩을 조립한 뒤 브뤼셀의 아우디 공장에 납품한다.
인피니온의 자동차 비즈니스 총괄 페터 쉬퍼는 “칩이라고 모두 같은 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피니온은 전력반도체에 특화한 생산 노하우를 보유했다. 그래서 인피니온이 자체 생산하는 것은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는다. 인피니온은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개발하고, 대만의 TSMC 같은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에 생산을 의뢰한다.
과거에는 이런 기나긴 운송 과정이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이 대만을 합병해 유럽 산업에 중요한 칩 공급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로세로아이데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 조달 총괄 담당자들은 반도체가 얼마나 복잡한 경로로 유럽에 오는지 지금까지는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아우디를 비롯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반도체 자체 조달에 총력을 쏟는다. 그로세로아이데는 “우리는 유럽에서 칩 생산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우디 모회사 폴크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와 함께 전기차에 중요한 반도체 디자인에 뛰어들 계획이다. 그래도 아우디 이트론은 대량생산의 경우 오랫동안 TSMC 등 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체에 의지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ZF의 볼프헤닝 샤이더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로칩 등의 국외 의존도는 2년 만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자급자족까지 일러도 10년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32호
Alle Wege führen nach China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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