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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식민지 건설 못해도 과학기술은 지구에 남는다
[FUTURE] ‘제2의 지구’ 만들기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미하엘 브레허 economyinsight@hani.co.kr

일론 머스크와 주위의 기업인들은 지구의 이웃 행성인 화성에 자급자족하는 식민지를 건설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화성 연구는 무엇보다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가치 있음을 보여준다.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슈피겔> 기자

   
▲ 하와이 마우나로아화산에 있는 하와이우주탐사모의실험(HI-SEAS, Hawaii Space Exploration Analog and Simulation) 기지. 하와이대학 마노아캠퍼스 누리집

이제 화성까지는 몇㎞만 가면 된다. 헹크 로허르스는 그의 백색 허머(오프로드 자동차)를 몰아 검붉은 바위를 피해 구불구불한 길을 달린다. 왼쪽으로 급커브, 오른쪽으로 긴 커브, 다시 왼쪽으로 급커브. 그러자 검은 재의 땅 위에 세운, 눈이 부시게 하얀 반구형 물체가 나타난다. 회색 머리를 짧게 묶은 68살, 강한 힘줄이 보이는 로허르스는 자신의 자동차를 반구형의 천막 옆에 세우고 운전석에서 뛰어내린다. 몇 걸음 더 걸어 우주정거장에 도착한다.
이곳 하와이의 마우나로아화산처럼 화성과 흡사한 곳은 드물다. 이 지역은 화성 표면과 비슷하고 인류 문명과는 아주 멀리 떨어졌다. 그 붉은 행성(화성)에서의 삶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완벽한 곳이다. 2013년부터 로허르스는 이곳에 하이시스(HI-SEAS), 즉 하와이우주탐사모의실험(Hawaii Space Exploration Analog and Simulation)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 헹크 로허르스(68)는 화성 연구를 위해 사재를 털어 하이시스(HI-SEAS) 기지를 만들었다. 위키피디아

스티븐 호킹의 우주 개척 권고
이 네덜란드 기업가 로허르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함께 인류가 우주에 사는 거대한 계획을 추진하는 일군의 부자에 속한다. 정말로 야심 찬 이 기업가들은 달과 화성에 수천 명이 사는 자급자족의 도시, 천연자원을 추출하고 자신들의 먹거리를 재배해 지구의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도시 건설을 꿈꾼다.
하이시스는 인간이 우주공간에 적응해 살게 하려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인간이 우주비행을 해서 화성에 도착하는 것은 오랫동안 과학소설 속 이야기로 여겨졌다. 오늘날 화성은 지구를 제외하면 가장 철저하게 연구된 행성이다. 이제는 인간이 그곳에 갈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언제 그곳에 발 디딜지가 문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30년대 후반에 인간이 탑승한 화성행 우주선을 출발시키려 한다. 머스크는 자신의 로켓 회사 스페이스엑스(SpaceX)를 통해 이보다 더 빨리 실현하려 한다. 그는 화성에 사람들을 이주시켜 독자적인 식민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은 얼마나 현실적인 것일까? 화성 연구는 아직 지구를 대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행성 B’, 즉 대체 행성을 동경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 “우리 행성은 점점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2018년 작고한 뛰어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경고했다.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 감염병 등이 지구에 사는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다. 호킹은 다른 행성을 식민화할 수 있는 시간이 인류에게 10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인류가 앞으로 100만 년을 더 살고자 한다면, 인류는 용감하게 이전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곳으로 가야 할 것이다.”
로허르스는 더 낙관적이다. 인류가 지구를 발견하고 지구에서 살기 시작했듯이, 이제 인류의 임무는 지구 생명체를 다른 행성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억만장자에게 하이시스는 과학소설 속 모험을 하려는 상업적인, 여가를 즐기는 공원이 아니다. 그의 임무는 지구 생명체의 ‘백업’(사본)을 다른 행성에 가져가는 것이다.
마우나로아에서 첫 번째 화성 프로젝트는 2013년에 시작했다. 하와이대학의 한 여교수가 나사로부터 우주공간에서의 식품 섭취에 대한 연구비를 받았다. 그러나 실험 참가자들이 살아야 할 반구체를 짓는 비용을 그 돈으로 충당할 수 없었다. 교수는 로허르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테트리스라는 컴퓨터게임의 저작권을 팔아 재산을 모았고 지금도 테트리스 회사에 관여하는 기업가 로허르스는 이 실험실을 3주 만에 지었다. 지금까지 그는 약 50만달러를 이 시설에 투자했다.
그 뒤 하이시스는 수십 개의 과제를 수행했다. 어떤 과제는 몇 주 걸렸고, 가장 오래 걸린 과제는 12개월 걸렸다. 몇 년 전까지 나사는 그 반구체 실험실을 정기적으로 빌렸고, 유럽우주국(ESA) 역시 그곳에서 과제를 수행했다. 대부분의 과제에 전세계에서 지원하는 아마추어들이 참여한다. 2천달러(약 280만원) 정도만 내면 엔지니어, 의사, 예술가, 사회복지사들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삶을 훈련할 수 있다. 모든 참가자가 실험거리를 가져온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 광합성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토양을 연구해 그 지역의 지도를 만든다. 무엇보다 이 선구자들은 아주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견디는 훈련을 한다.

   
▲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립자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우주선 1천 대에 실어 화성에 보내려 한다. REUTERS

머스크 상상처럼 되진 않을 것
로허르스는 2층으로 된 반구체 내부에 들어간다. 작은 복층 아파트 정도의 크기다. 1층에는 컴퓨터 모니터를 설치한 책상, 훈련용 자전거, 러닝머신이 있다. 작은 부엌의 둥글고 조그마한 창문으로 빛이 조금 들어온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간이침대 6개가 있고, 퇴비를 만드는 화장실이 있다.
누가 여기서 몇 주씩 살려 하는가? 무엇보다도 왜? 독일인 지몬 베르너는 2022년 1월, 그 비슷한 곳에서 살았다. 그는 ‘모의 우주비행사’로 2주 동안 미국 유타주 사막에 있는 훈련센터 ‘화성 사막 연구기지’에서 238번째 탐사훈련대에 참여했다.
베르너는 공상가가 아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엔지니어다. 그는 옛 동독에서 성장했다. “거기서는 내가 사는 곳에서 별로 벗어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베르너는 과학소설을 읽었다. 즐겨 읽은 책 중 하나는, 여러 광년 동안 우주를 여행해 안디몬(Andymon)이라는 황량한 행성에 도착하고 그곳을 두 번째 지구로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베르너는 독일 튀빙겐에 있는 연구소에서 일한다. 스페인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인간을 언젠가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일에 아주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스마트폰에서 화성협회(Mars Society)의 공고를 보았다. 이 단체는 과학자, 엔지니어, 아폴로 우주선을 탔던 우주비행사 등 화성의 연구와 이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이 비정부기구는 화성 탐사를 모의실험할 지원자를 찾았다. 여기에 베르너가 지원했고, 2년 뒤 후보자 5명과 함께 유타로 떠났다.
탐사대원들은 보기차(사륜차)를 타고 사막을 달렸다. 토양을 채취했고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연습했다. 만약 소행성이 이 연구소에 부딪혀서 구멍이 났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친 동료 대원은 어떻게 구하는가?
이 임무의 목적은 자급자족을 연습하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의 접촉은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 허락된다. 실험연구소의 전기는 태양광 패널로 조달한다. 샐러드용을 비롯한 채소는 대원들이 자신의 온실에서 재배한다. 화성 화장실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은 박테리아가 분해한다. 이것도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퇴비로 사용될 것이다.
대원에는 여성 예술가 한 명과 여성 심리치료사 한 명이 포함돼 있다. 심리치료사는 우주비행사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캐모마일차의 장점을 연구한다. 베르너는 “우리가 정말 화성에서 살고자 한다면 과학기술을 아는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이 붉은 행성에 발을 디딜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주비행사 선발 과정이 엄격해 그가 선발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당연히 언젠가 진짜 화성의 모래밭 위에 서고 싶다.”
베를린의 행성연구소에서 울리히 쾰러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화성 유인 탐사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복도 곳곳에 ‘화성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유럽 탐사팀 사진이 걸렸다. 쾰러는 한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눈에 보이는 건 모래와 먼지뿐이라는 걸 알겠죠.”
화성의 대기는 호흡하기에 (산소가) 너무 희박하고 이산화탄소로 가득하다. 평균기온이 영하 60℃로, 양극 지역에선 영하 133℃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밤엔 엄청 춥다”고 쾰러가 말했다. 그 희박한 대기에서 폭풍이 일어 탐사 자동차의 태양전지를 모래 속에 묻어버린다. “화성은 절대 소망할 만한 주거지가 아니다. 머스크 등이 상상하듯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에 대해 어마어마한 규모로 생각한다. 2050년까지 그는 1천 대의 우주선으로 이뤄진 함대를 이끌고 100만 명을 화성에 보내려 한다. 머스크는 2016년 어느 회의에서 “화성으로의 이주 비용이 미국에서 평균적인 집 한 채를 사는 비용, 즉 20만달러(약 2억5천만달러) 정도라면, 우리가 그곳에 자체의 힘으로 살아가는 문명을 건설할 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공언했다.

   
▲ 물이 흘렀던 흔적이 보이는 화성 제제로(Jezero) 분화구의 모습. NASA/JPL-Caltech/REUTERS

화성엔 사업 기회가 없다
쾰러는 그런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첫 화성 이주자들은 지구의 지원을 바탕으로 정착지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남극에 가기 위해 식량과 연료 비축시설을 준비하는 극지 탐험가처럼, 초기 장비를 실은 화물우주선을 화성에 보내야 한다. 그 뒤 거주민들은 수개월, 아니 수년을 외부의 도움 없이 견뎌야 한다. “(부속품을 교체해야 할 상황이 생기겠지만) 모든 것의 대체 부품을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쾰러는 말했다. 그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3차원(3D) 인쇄기뿐일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회의적이다. 그 붉은 행성이 이주정착지로서 번영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수억 명이 살아야 한다고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주장한다. 그러지 못하면 마이크로칩부터 시작해 비행기까지 모든 것을 수입해야 하는 작은 국가의 운명에 처할 위험이 있다. 이는 운반비용이 너무 많이 듦에 따라, 화성 식민지는 필요 물품 대부분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화성에는 유기생명체가 없고 금이나 희토류, 석유·석탄 같은 지하자원이 없다고 쾰러는 말한다. “말하자면 화성에는 사업 기회가 없다.” 화성 정착지에서 수출로 이윤을 내기란 불가능하다고 항공우주공학자이자 출판가인 로버트 주브린이 지적했다. 그는 어쩌면 아이디어의 힘을 빌려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 정착지는 혁신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자유’는 있다. “19세기 미국의 상황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발명이 터져 나오는 압력솥이라는 점에서.”
최근까지 로허르스의 하이시스 소장이었던 미하엘라 무실로바도 그렇게 생각한다. 화성과 비슷한 곳에서의 모의실험이 지구에 도움이 된다. “기후변화로 많은 곳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토양은 건조해지고 물은 부족하다”고 이 우주생물학자는 말한다. 일찍이 달 탐사 프로젝트가 테플론이나 태양전지 같은 발명품의 출현을 촉진했듯이, 미래의 화성 이주자들은 살기 어려워진 지구 기후 속에서의 삶을 연구할 수도 있다. 인류가 화성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연구하는 과학기술은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도 이롭다”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36호
Mars Vivendi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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