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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단번도약’할까
[북한 경제]
[11호] 2011년 03월 01일 (화) 김보근 economyinsight@hani.co.kr

김보근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장·경제학 박사
 
진정한 발전 모델일까, 아니면 단지 하나의 선전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에 대해 이렇게 방향이 다른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정말 휴대전화 사업을 자신들의 경제에 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2012년으로 예상되는 권력승계를 위한 선전 차원에서 시도하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북한 휴대전화 사업의 현황을 알아보자. 각종 보도를 보면,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 증가 속도는 놀랍다. 북한의 이동통신사에 해당하는 고려링크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말 30만1199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9년 가입자 수 6만9천 명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고려링크는 이집트 오라스콤텔레콤이 2008년 12월 75%의 지분 투자로 설립된 회사다.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전원이 3G(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월19일 “영국 이동통신 분석회사 텔레지오그라피가 ‘전세계 171개국을 대상으로 3G 기술 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수치상으로는 북한이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30만 명에 불과하지만, 모두 3G 휴대전화를 쓰고 있어 3G 보급률에서는 일본(95%)이나 한국(72%)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텔레지오그라피는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3G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모양새다. 하지만 가입자 전원을 3G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등 첨단 서비스를 채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과연 이런 첨단화 노력은 북한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남한의 휴대전화 사업을 북한의 경제 성장과 바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남한의 경우 휴대전화 사업에서 첨단기술을 채택하려는 노력이 이후 남한 경제에 큰 성장동력이 됐다.
남한은 19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기반으로 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CDMA 방식은 이론적으로 그 이전까지의 지배적 기술이던 시분할다중접속방식(TDMA)에 비해 높은 통화 품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나라든 당시 전세계 어느 나라도 상용화하지 않고 있던 새 기술을 과감하게 국가 통신망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인 일이었다. 남한은 이 모험을 택했고, 결과는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후 휴대전화 사업은 남한 경제를 끌어가는 주요한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북한에서도 휴대전화 사업이 이런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북한이 이를 단순히 선전용으로 쓰려는 것인지, 진짜 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휴대전화 사업이 정치적 선전 측면이 강하다는 견해의 밑바탕에는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돌이 되는 내년에 북한이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김정은의 업적이 쌓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성욱 소장은 지난 2월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인 내년 4월15일을 후계 완성을 위한 디데이로 잡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후계 체제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맡고 있는 총비서직을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승계하는 것으로 완성되리라고 내다봤다.
   
2004년 평양의 영광거리에서 한 북한여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 총비서직을 승계한다고 할 때, 김정은 부위원장의 업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항일투쟁에 참여했던 김일성 주석이나, 노동당 비서로 출발해 선전활동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자신의 체제를 굳건히 했던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부위원장은 아직 제대로 내세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김정은에 대해 컴퓨터수치제어(CNC) 기술 등 첨단기술 도입 문제를 연관시키며 ‘앞서간다’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가령 <노동신문> 1월7일치는 ‘온 세계에 앞서나가리’라는 제목의 정론을 싣고 김정은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지난해 12월21일 시찰한 자강도 희천연하기계종합공장을 CNC 실현의 세계적 본보기로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최첨단으로 젊어지고 강해지는 내 조국의 걸음을 크게 떠미는 시대적인 걸작품”이라며 젊은 김정은과 ‘북한의 최첨단 시설’을 연결하고 있다. 컴퓨터로 공정을 제어하는 CNC 시설 도입을 통해 “김정은 체제가 선진적이다”는 이미지를 얻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CNC 하나만으로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을 사업차 여러 차례 방문했던 한 사업가는 “북한의 컴퓨터제어 기술이란 매우 초보적이며, 북한 주민들도 이에 따라 나름대로 그 수준을 평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3G 휴대전화 보급 같은 최첨단 이벤트를 통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를 느꼈을지 모른다.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업을 통해 실제로 자신들의 추격발전이론인 ‘단번도약론’을 실현하려는 것으로 파악할 여지도 있다. 단번도약론은 2000년대 들어 북한이 내세운 발전 전략으로 “선진국이 오랜 시간 이루었던 발전 내용을 단시간 안에 도약적으로 발전해 추격해간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라스콤 투자로 이집트 사태 연동
북한은 단번도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영역으로 정보기술(IT) 분야를 꼽아왔다. 이 분야야말로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북한이 거대한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도 쉽게 세계 수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휴대전화 사업을 단번도약론의 실행 모델로 운영하면서 그 기술력이나 운영 노하우 등을 빠르게 익혀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지난 1월24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날 고려링크의 최대 주주인 이집트 오라스콤 전기통신회사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접견했다고 보도한 것은, 북한이 이 사업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김정일 위원장이 외국 기업인과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북한이 휴대전화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상정하는 경우 두 가지 긴장된 요소를 떠안아야 한다. 하나는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많은 외부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의 국제전화 기능을 없앤 상태지만, 정보라는 무형의 물체는 순식간에 퍼져나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투자의 지속성 문제다. 특히 오라스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투자할지가 관건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등으로 이집트가 정정 불안을 겪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과 같이 유엔의 제재가 이어지는 나라의 경우, 외부 기업이 ‘개성공단’과 같은 국가 간 담보 없이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이런 점에서 오라스콤의 투자는 북한으로서는 매우 특이하고 귀중한 존재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2월7일 “이집트와 북한이 꾸준히 무기와 관련 기술을 거래하는 관계였다”며 오라스콤텔레콤이 휴대전화 사업을 투자하는 대신 북한이 미사일과 관련 기술을 제공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오라스콤의 투자는 이집트 권력의 성격과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찌됐든, 북한이 현재 휴대전화 사업을 선전 차원에서 진행하더라도, 그 운용 과정에서 발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이 이를 통해 ‘단번도약’에 성공한다면, 이후 남북한의 경제 교류나 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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