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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계는 에너지 위기에서 안전한가
[Editor's Letter]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세계 최대 제철소인 독일 아르셀로미탈 제철소의 용광로에 불이 꺼지고 쇳물이 흐르지 않는다. 고로를 달구는 데 사용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초보다 무려 10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암모니아·요소수 제조업체 SKW피스테리츠는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독일 내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호는 에너지 쇼크 폭탄을 맞아 공포감에 휩싸인 독일 등 유럽의 산업계 현장을 전한다.
유럽의 에너지 위협은 각 가정의 난방 온도 낮추기, 에펠탑 조명 끄기 등 허리띠 졸라매기로 감내할 수준을 넘어 산업계를 흔든다. 특히 에너지집약적 중화학공업이 위태롭다. 중화학공업은 공정 구조상 에너지 전환에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에너지 대란은 중화학공업의 약한 고리를 가장 먼저 치고 들어왔다.
가스와 전력 부족은 독일에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독일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위한 터미널이 없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6.6%(2021년 기준)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10월11일치 온라인 기사에서 “고통은 (독일을 넘어) 더욱 퍼질 것”이라며 “산업계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 감축을 선택해야 할 수 있고, 이런 조처는 공급망을 타고 다른 부문과 국가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유럽의 산업 심장부인 독일의 경기침체는 중부·동부 유럽에 있는 공급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통이 이번 겨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경제사학자)는 최근 <포린폴리시> 팟캐스트에 출연해 “올겨울에도 에너지가 상당히 부족할 수 있지만 내년은 완전 백지 상태다. 어디에서 가스를 가져와 채워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23년이 더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유럽만큼 에너지 쇼크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의 액화천연가스 가격도 2021년 초보다 25%가량 올랐으나 10배 오른 유럽에 견줘 상승률이 낮다. 물량 확보도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아시아가 안전지대는 결코 아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처럼 가스 수급이 빡빡하고 예민한 상황에서는 △겨울철 이상 한파 △러시아의 가스공급 완전 차단 △중동·북아프리카 가스 생산국의 정정 불안 △주요 가스관 사고 등에 따른 파장이 빠르게 전세계 다른 지역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스 위기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공기관 에너지 10% 절감’ ‘범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 정부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 조처로 내놓은 대책은 긴장감이 떨어져 보인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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