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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불지핀 ‘원전의 귀환’
[COVER STORY] 기로에 선 탈원전 정책- ① 달라진 여론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멜라니 아만 economyinsight@hani.co.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가격 급등을 불러온 데 이어, 에너지 전환과 기후보호를 위한 세계인의 노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유럽은 화석연료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열대우림 파괴 프로젝트를 우후죽순처럼 진행하고 있다. 열대림을 보호하겠다는 불과 1년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의 기후협약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독일에선 완전히 폐기하기로 합의했던 원자력발전을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원전 신설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프랑스전력공사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추위라는 공포에 질린 유럽이 반환경과 국가이기주의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_편집자

멜라니 아만 Melanie Amann 등 <슈피겔> 기자 18명

   
▲ 2022년 8월6일 독일 엠슬란트 원자력발전소 냉각탑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 발전소는 2022년 말 폐쇄 예정이었으나 에너지 위기 이후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REUTERS

겨울이 다가온다. 클라우스 칠리안(54)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독일 홀슈타인의 작은 도시 노이슈타트에 위치한 단독주택에서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14년 전 부부가 사들인 주택은 방 7개가 있는 160㎡ 크기로, 샴페인색 스투코(회반죽) 외장재로 마감했다. 전기는 지역에너지 공기업에서 공급받고, 난방은 도시가스로 한다.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발트해 해안에 도달한다. 전형적인 상위 중산층 가정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스가 없어 갑자기 난방을 못하면 어쩐단 말인가? 금융컨설팅 회사 대표인 칠리안은 “우리가 담요 속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칠리안은 오래 간직했던 신념을 포기했다. 그는 항상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지만 러시아 위기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부족한 가스를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는 원자력 복귀에 찬성한다. “위기가 지속하는 동안 기존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
한 가족의 가장인 칠리안은 원자력 거부를 목욕가운처럼 쉽게 벗어버렸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지나 다가오는 겨울, 임박한 가스 부족을 두려워하는 나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아직 가동 중인 몇 기의 원전, 그리고 폐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전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앞으로 닥칠 수도 있는 비상 상황에서 이 시설들은 도움이 될까? 어쨌든 많은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악의 전형’이던 냉각탑과 증기 구름에서 희망의 상징을 보는 듯하다.

   
▲ 올라프 숄츠 독일연방 총리가 2022년 9월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고용주의 날’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숄츠 총리는 2022년 8월 뮐하임안데어루르에서 열린 가스프롬(러시아 원유·천연가스 회사)의 행사에 참석해 “원전 수명연장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REUTERS

내 집에 전기 들어오는 게 먼저
<슈피겔>이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 시베이(Civey)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2년 말에 계획대로 아직 가동 중인 세 원자로 이자르(Isar) 2호기, 네카르베스트하임(Neckarwestheim) 2호기, 엠슬란트(Emsland)를 폐쇄하는 것에 찬성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8%가 현재 운영하는 3기의 독일 원자로를 2023년 여름까지 계속 운영하는 사안에 찬성했다. 정치권에서 수명연장을 논의하는 원자로를 새 연료봉 구매 없이 몇 달간 더 운영하는 방법이다. 심지어 녹색당 지지자들도 근소한 차이로 과반수가 이에 찬성한다.
그저 위기에 대한 두려움일 뿐인가? 몇 달만 더 사용하는 것이니 탈원전 계획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나온 실용주의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대답은 원자력을 향한 독일 국민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응답자의 67%는 향후 5년간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안에도 찬성한다. 이에 반대한 응답자는 27%뿐이었다. 각 정당의 지지자 가운데 오직 녹색당 지지자만이 향후 5년간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방안에 다수가 반대했다.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련), 기독교사회연합(CSU·기사련), 자유민주당(FDP·자민당), 독일을위한대안(AfD) 지지자는 80% 이상이 원전의 장기간 운영을 지지했다.
결국 ‘독일이 에너지 위기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그렇다’고 했다. 그들은 독일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에 찬성한 것이다.
모든 면에서 놀라운 결과다. 특히 이전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33년 전, 한 여론조사기관이 <슈피겔> 의뢰를 받아 해당 질문을 조사했을 때는 응답자의 불과 3%만이 독일에 새로운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이 새로운 설문조사 결과는 오히려 사람들이 ‘에너지 귀환’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탈원전에 대한 동의가 서서히 무너지는 낌새가 보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이 과정을 가속했고 많은 오래된 확신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미 전복했다. 신념에 찬 평화주의자였던 이들이 무기 제공을 지지한다. 녹색당 출신인 경제부 장관(로베르트 하베크)은 천연가스를 사기 위해 카타르로 ‘쇼핑 여행’을 간다. 독일에서 수십 년 동안 보장됐던 에너지 안보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와 가격 인상으로 타격받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독일의 오래된 도그마(신념)인 ‘원자력 반대’가 흔들리고 있다. 원전에 대한 우려는 현재 뒷전으로 밀리거나 증발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안전 위험? 심각한 방사능 유출 사고? 다 헛소리야.’ 이런 문제는 히터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다시 걱정하면 된다는 식이다. 우선 내 전기 소켓에 전기가 들어오게 하는 것이 먼저다. 윤리적 가치는 그다음이다.

원전이 이산화탄소 절감?
원자력이 도덕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울리케 폰 바이츠(53) 같은 여성도 있다. 자영업자인 바이츠는 몇 년 전 잎이 없는 나무를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바이츠는 바이에른 지역의 시골마을 칼암마인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 독일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던 2018년, 그는 한여름 가뭄에 나무들이 잎을 잃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 기후 재앙이 진정한 위협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오랫동안 기사련 당원이었던 바이츠는 자신을 행동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낙천적이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기술에도 개방적이다. 불공정한 일이나 불의를 보면 행동에 나선다.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트워치에서 인권운동을 한다. 최근에는 남편과 함께 우크라이나 어린이 20명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
자신의 주변 환경에서 기후변화의 징후를 감지했다고 믿으면서 바이츠는 친원전 활동가가 됐다. 그는 많은 글을 읽었다. 그리고 원전이 기후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옳다고 확신했다. “여러 위험에도 원자력은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바이츠는 ‘원자력을 지지하는 엄마들’(Mothers For Nuclear)이라는 협회에 속해 있다. 그에겐 자녀 5명이 있는데, 후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다른 여성 7명과 함께 원자력을 지지하는 시위를 조직한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지만 상승세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친원전 엄마들’은 자신들의 확신에 기초해 원전 기술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지 널리 알리려 한다. “우리의 작고 온전한 세계가 앞으로도 오래 지속하기를 바란다.”

   
▲ 독일연방 경제기후부 장관 겸 부총리 로베르트 하베크(오른쪽)와 연방 재무부 장관이자 자유민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가 2022년 9월7일 독일 베를린 연방하원에서 열린 미하일 고르바초프(옛소련의 마지막 대통령) 추모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REUTERS

연정 파트너, 원전 연장 공식 요구
정치인들은 오래전에 역사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로 들어갔던 주제가 부활하는 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들은 이념적으로 유연한 척한다. 에너지 불안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를 두려워하며 점점 더 많은 의사결정권자가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올라프 숄츠 총리도 8월 뮐하임안데어루르에서 열린 가스프롬(러시아 원유·천연가스 회사)의 다소 기이한 가스터빈 언론 홍보 행사를 방문했을 때 “원전 수명연장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유일한 녹색당 소속 주지사이자 한때 옷깃에 ‘원전, 고맙지만 사양합니다’라는 배지를 달고 시위에 참여했던 빈프리트 크레치만도 “시간상으로 일시적 (원전의 수명)연장”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이미 예전에 원자력의 배에 올라탔다. 기민련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기사련 대표 마르쿠스 죄더는 자신들이 2024년까지 계속 가동할 것을 요구하는 이자르 2호기 원자로를 방문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베를린 정계에서 원전 논쟁은 음모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부 장관과 녹색당은 원전 문제에 상당히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이 논쟁이 저절로 사그라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녹색당도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바뀐 사회 분위기 탓에 일부 녹색당원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들은 녹색당원마저 생각을 바꿀까봐 두려워한다. 녹색당 지지자 그룹에서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과반수가 (원전의) 제한적 수명연장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민당이 원전 수명연장에 앞장서고 있다. 자민당 대표이자 독일 재무장관인 크리스티안 린트너와 자민당 사무총장 비잔 지르사라이는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을 은근히 비꼬는 듯한 언행을 보인다. 최근에 린트너는 남아 있는 3기의 독일 원전을 “필요한 경우” 2024년까지 계속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전략가 린트너의 이 발언은 당연히 독일 국민에게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그의 정당 자민당의 안정적인 지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자민당은 연정 내부의 이성적인 목소리가 돼야 한다”고 지르사라이는 말했다. 그에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이성이 곧 원자력인 모양이다. 어쨌든 린트너와 자민당도 전면적인 원전의 르네상스, 탈원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하게 연정의 끝을 의미함을 그들은 알고 있다.

머리 복잡한 녹색당
원전 수명연장은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언제까지 연장할 수 있을까? 더는 연장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많은 녹색당 지지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인 몇 개월? 아니면 린트너가 요구한 대로 아예 2년? 새 연료봉을 사용하는 원전 수명연장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요 녹색당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최후의) 레드라인이다. 하지만 자민당 사무총장 지르사라이는 “원전 수명연장은 단 한 가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것은 눈속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32호
Ausstieg? Nein dank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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