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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무관심한 기후운동단체
[COVER STORY] 기로에 선 탈원전 정책- ② 녹색운동의 분열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멜라니 아만 economyinsight@hani.co.kr

멜라니 아만 Melanie Amann 등 <슈피겔> 기자 18명

   
▲ ‘독일 미래를위한금요일’이 2022년 9월13일 베를린에서 시위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기후운동단체들은 탈원전에 관심이 없다. REUTERS

플로리안 루크아이젠(41)이 남쪽에서 그레벤브로이히 방향으로 운전할 때는 노이라스 갈탄 화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나오는 증기 기둥을 보게 된다. 서쪽에서 올 때는 가르츠바일러 노천 광산을 지나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그의 고향 그레벤브로이히는 예전에 자랑스럽게 ‘에너지의 도시’로 불려지곤 했다. 루크아이젠은 말 그대로 독일 화석연료 발전의 중심부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갈탄 화력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엔지니어인 루크아이젠은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이고,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나이 든 68세대 반핵운동가도 아니고, 젊은 기후활동가 세대도 아니다. 그는 그 중간 어디쯤, 신념에서 자유로운 영역에 있다.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당시 5살이던 루크아이젠은 그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는 오랫동안 원자력에너지에 뚜렷한 이유 없이 반대했지만, 열정도 그리 많지 않기에 지금 더 쉽게 생각을 바꾼 거대한 중도 성향 유동층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민감해도 원전 찬성
루크아이젠은 그의 의견이 오랫동안 느낌, 즉 독일의 대세에 따른 분위기에 근거했다고 말한다. 2011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원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역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루크아이젠은 3년 전부터 원전의 장단점을 조사했다. “나는 원전 반대 입장을 위한 논거를 찾으려 했지만, 조사할수록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2011년 단계적 원전 폐지 결정 이후, 옥토버페스트(독일 뮌헨에서 매년 9월 말~10월 초에 열리는 맥주 축제)나 쓰레기 분리수거만큼 독일 정체성의 일부인 반원전 운동은 잠잠해졌다. 원전 폐쇄라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백 명이 시위대를 철로에서 끌어내야만 핵폐기물 수송 차량이 통과할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고를레벤(핵폐기물 저장 예정 지역이었던 곳)의 반핵 트랙터 시위에 주목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오늘날 거리로 나와 다른 세상을 위해 시민불복종으로 싸우는 이는 기후활동가들이다. 핵폐기물 열차 대신, 이들은 되도록 빨리 극복하기를 원하는 화석연료 시대의 상징인 고속도로와 갈탄 굴착기를 가로막는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도 이들의 활동이다.
반핵 투쟁은 미래를위한금요일(Fridays for Future), 마지막세대(Letzte Generation),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그리고 기후운동단체의 명칭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의 핵심 주제가 아니다. 독일 미래를위한금요일의 활동가인 헬레나 마르샬은 “반원전 운동가들은 탈원전 문제에 매우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그것은 나를 비롯해 다른 많은 기후활동가와 상관없다”고 말한다. 이미 “끝난 일”이라는 것이다. ‘원전 폐쇄는 결정됐고, 스위치는 전환됐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 원전 논쟁에 많은 사람이 짜증이 나 있다. 모든 게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실제 문제에서 담론이 이탈해 있다는 것이다. 마르샬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기후위기 속에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 미래를위한금요일의 주요 관심사는 독일 해안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동시에 건설할 예정인 새로운 화석연료 인프라 시설에 대한 저항, 세네갈 같은 국가에서 독일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새로운 가스전이 개발되는 것, 그리고 독일이 향후 몇 년 동안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리라는 전망 등이다. 반면에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한발 비켜나 바라보는 듯하다.
원전과 핵폐기물 저장소에 오랫동안 반대해온 이들은 자국민의 핵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
당연히 그들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니더작센주 렘고프에 사는 78살 여성 마리카 할봄이 있다. 그의 집에는 한 지붕 아래 3대에 걸친 반핵 저항 세대가 살고 있다. 할봄 가족은 닭 500마리, 염소 2마리, 닥스훈트 품종의 개 2마리, 그리고 곧 수확할 감자밭과 곡물밭을 가지고 있다. 그의 농장은 수십 년간 반핵운동의 중심지였던 옛동독 국경의 벤트란트 지역에 있다. 이유는 고를레벤이었다.
고를레벤의 한 암염돔(Salzstock·돔처럼 위쪽으로 튀어나온 암염층)에 독일의 방사성폐기물 최종 저장시설이 건설될 계획이었다. 지금도 이곳에는 지상의 임시 저장시설에 대형 방사성폐기물 용기인 캐스터 113개가 보관돼 있다. 핵폐기물 수송 반대 시위는 할봄의 가족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할봄은 “우리는 트랙터를 타고 고를레벤, 하노버 그리고 베를린의 시위에 참여했다. 아이들도 당연히 같이 갔다”고 말했다. 40여 년 전에 그는 첫 번째 시위를 경험했다. 사위 외르크 부트노프는 1980년대부터 함께했다. “그들은 나를 때리고 감옥에 넣었다.”
“나는 탈원전을 흔드는 것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할봄은 말했다. 그의 딸 마를리트와 손녀 카를로타도 같은 의견이다. 그럼에도 할봄은 도시 사람들이 겨울에 추위에 떨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 가족은 화목보일러와 지붕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3대가 같이 사는 가족의 식탁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세계관이 뒤흔들리는 시기에 놓인 나라의 전형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원전 수명연장) 관련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사위가 “나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에른의 이자르 2호기 원자로에 남아 있는 연료로 정말 150일 동안 전기를 더 생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일리가 있는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는 원전을 1~2년간 계속 가동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라고 아내 마를리트가 물었다. “진심이야. 심지어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싸워온 모든 것이 정말 옳은 일이었는지 스스로 묻곤 해.”
둘째 손녀 린다(34)가 대화에 합류해 마찬가지로 원전의 수명연장에 찬성하지만 기한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에는 다시 2년간 연장될 것이고, 그 뒤에는 매번 계속될 것”이라고 할머니 할봄이 씁쓸하게 말했다.

   
▲ 거대한 핵쓰레기장이 건설될 예정이던 독일 북부 벤트란트 고를레벤은 반핵운동의 상징 같은 지역이었다. 2013년 5월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고를레벤 핵폐기물 저장소 반대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REUTERS

2023년부터 원전 운영은 불법
그러나 매번 원전 수명연장을 하는 게 가능할까? 수명연장이건, 연장운영이건, 재가동이건, 이 시나리오의 이름이 무엇이건 간에 기술적으로 도대체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 탈원전을 멈출 수 있는가?
우선 현행법상 원전의 연장운영은 명백하게 불법이다. 2023년 1월1일 이후 독일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사람은 기소될 수 있다. 이 시점에 독일에 마지막으로 남은 원자로 3기의 ‘발전 면허’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네카르베스트하임 2호기, 엠슬란트, 이자르 2호기는 전력망에서 분리돼야 한다. 이 3기의 원전이 비상 상황에 각각 연간 최대 110억㎾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베 스톨은 원전에서 35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설비및원자로안전협회 회장이다. 그는 독일에 아직 원자력에너지의 종말이 오지 않았다며 2023년 1월1일에 가동 중인 독일 원전 수가 “0보다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톨은 독일 연방정부가 원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원자력법을 개정하리라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세 원전 모두 장기간 안전하게 계속 운용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스톨에게 가장 좋은 복귀 후보는 란츠후트 근처의 이자르 2호기다. 풍력도 없고 북쪽에서 오는 전력선도 없는 바이에른주의 처참한 에너지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운영업체 프로이센엘렉트라(PreussenElektra)의 계산에 따르면 이자르 2호기는 마지막 날까지 최대 출력으로 작동한 뒤 연료가 거의 고갈된다.
하지만 발전소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연료로도 전기를 좀더 생산할 수 있다. 그러면 성능이 하루에 최대 0.5%까지 떨어지지만 “80일, 90일, 아마도 100일 동안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스톨은 말했다.
독일 정부가 실제로 원전을 전력망에 계속 연결해두기로 결정한다면, 녹색당이 특히 강하게 타격받을 두 번째 질문이 생긴다.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2021년에 폐쇄된 원전 3기를 다시 가동하는 것에 반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브로크도르프(Brokdorf), 그론데(Grohnde), 군트레밍겐(Gundre
mmingen) C 원전은 그동안 많은 파이프라인이 절단됐을 수 있지만 실제 해체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는 열과 방사능을 충분히 줄이기 위해 최소 5년 동안 발전소 부지 내 습식저장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폐로된 원전이라도 냉각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스톨은 폐쇄된 3기의 원전 모두 6개월 안에 다시 가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 2022년 8월1일 독일 이자르 2호기 원자력발전소 냉각탑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와 구름이 섞이고 있다. 이 원전은 2022년 말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수명연장 여론이 커지고 있다. REUTERS

EU 회원국도 원전 재가동 압력
독일 원전을 계속 가동하거나 재가동하라는 압력은 독일 국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독일이 함께 에너지 위기와 우크라이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EU 회원국은 독일 정부가 그들의 강한 반대에도 러시아에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독일이 지금 모든 EU 회원국에 연대를 요구하면서도 여전히 원전에 대해 타협할 의사가 없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동유럽 국가만이 아니다.
이전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독일이 파트너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은 다른 EU 국가보다 더 많은 가스를 소비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러시아에서 온다. 슬로바키아 경제부 장관 리하르트 술리크는 7월27일 화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독일이 가스를 절약하려면 “우선 3기의 자국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수명연장은 EU에 대한 독일의 연대 상징이 됐다. 이것만으로도 독일 정부는 2022년 말에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는 힘들 것이다.
71살의 펠릭스 루베는 네덜란드 국경 근처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소도시 아하우스의 정원에 앉아 있다. 은퇴자인 루베는 45년 전에 설립돼 1998년과 2005년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시민단체 ‘아하우스에 핵폐기물 반대’의 부대표를 맡고 있다.
루베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기술 전문가답게 말했다. 그는 구형 핵연료, 감속재 그리고 MTR2와 MTR3 캐스터(특수용기)의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루베는 아하우스에 무엇이 저장됐는지(농축우라늄), 그곳에 캐스터가 몇 개 있는지(329개), 임시저장시설이 승인된 기간이 언제까지인지(2036년) 잘 알고 있다. 미래세대에 수천 년 동안 부담을 줄 수 있는 핵폐기물에 대한 저항은 그의 일생의 주제다.
‘오늘날 누가 여전히 시민단체에 참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루베는 “우리는 이제 모두 늙었다. 그렇게 말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투쟁을 이어나갈 젊은 후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와 함께 (원전에 대한) 저항이 죽을 것”이라고 그의 아내 크리스텔은 말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32호
Ausstieg? Nein dank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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