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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의 도금 시대
[경제와 책]
[11호] 2011년 03월 01일 (화) 조계완 economyinsight@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자본주의는 말라리아 원충처럼 다른 생물의 화학작용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며, 다른 땅에서 힘을 빨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의 욕망에서 추동력을 얻으며 기생하면서 살아남는다. 현실의 경제사는 거대 논리 수준에서 묘사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저분하고 야만적이다.”(티머시 미첼, ‘꿈도 꾸지 못한 미래를 계약하세요, 이집트 드림랜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한 나라의 통화 및 재정 대차대조표를 평가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의 상태와 집합적인 안녕을 판단했다. 인플레이션, 예산 적자, 경제성장률, 투자율, 통화가치 등 상징적인 통계 수치는 신문과 방송, 정부 간행물 등을 통해 수없이 되풀이되며, 20세기 말 이집트는 ‘거시경제의 흥망성쇠에서 두드러진 전환점’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공식 수치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집트 경제가 총량 집계를 통해 지도를 그리고 측량하는 건 환상의 경제에 불과하다. 경제는 인위적인 실체였다. 경제 담론은 경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배제’를 구성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293쪽)
유디트 보드나르는 ‘사회주의 이후 부르주아 되기, 부다페스트’에서 “도시가 두 지역으로 갈라지고 있다. 상층 사회집단이 거주하는 도시 지역은 점점 더 서유럽의 비슷한 지역과 닮아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탈공산주의 이행의 패배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제3세계 도시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부유층이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한다. 부유층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부유층의 폐쇄형 주택 단지의 대중적 이미지는 더럽고 비참한 도시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풍요의 섬이다. 이 유토피아는 언제나 불완전한 낙원으로서 하층 계급 배제에 바탕을 둔 욕망이다. 보드나르는 “더욱 동질적인 부르주아 동네의 형성과 계급 간 공간적 분리”를 도시 체제 재구조화의 양상으로 규정한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본의 낙원이라는 두바이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영국인과 유럽인, 레바논인, 이란인, 인도인 경영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매년 여름 두 달간 해외 휴가를 즐긴다. 해변을 하나 갖고 있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섬을 하나 갖고 있는 가수 로드 스튜어트는 두바이 주식회사의 낙원을 홍보하고 있다. 이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한 것은 필리핀·스리랑카·인도 출신의 엄청난 수의 가정부 덕분이고, 건설 호황을 지탱하는 것은 파키스탄과 인도 출신의 저임금 노동자들 덕분이다. 착취당하는 두바이의 노동자들은 도시 변두리에 자리한, 에어컨이나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는 황량한 노동자 숙소에서 살며 보통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마이크 데이비스, ‘노동자들은 배제된 낙원, 두바이’).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마이크 데이비스·대니얼 버트런드 멍크 외 지음 | 유강은 옮김 | 아카이브 | 2011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에서 지리 공간의 좌파 정치경제학으로 전세계적 이름을 얻고 있는 마이크 데이비스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애리조나에서 요하네스버그, 베이징, 부다페스트,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이르기까지 승자독식이 판치고, 부자들의 내밀한 욕망이 악몽처럼 펼쳐진 정원들을 불평등의 디스토피아로 묘사한다. “포드주의적 대량소비 경제 대신 플루토노미(Plutonomy), 즉 부자 경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 경제에서는 부자들이 수요를 움직이는 지배적인 세력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사치스러운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이런 잔치판을 구경할 뿐이다. 현대의 호화스러운 부와 소비는 어느 때보다 더 담장으로 둘러쳐지고 사회에서 섬처럼 고립된다. 신자유주의 공간 논리는 극단적인 주거 차별과 소비 구역 분리 패턴을 부활시킨다. 어느 곳에서나 부자들은 대저택과 휴양 도시, 상상 속의 캘리포니아 교외를 고스란히 복제한 폐쇄형 주택 단지로 몰려들고 있다. 환각에 빠진 자본주의 도시의 신비를 파헤치는 이 책 속 글은 지구 행성에서 펼쳐지고 있는 무한 욕망의 세계를 야만적이고 기괴한 낙원이라고 고발한다.
이런 부의 풍경 속에 제3세계에서 약탈한 막대한 액수의 자금이 맨해튼의 고급 빌라나 런던의 광장, 아일랜드의 시골 별장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기업가-부자들은 경제적으로 지구를 장악하고 있으며,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벼락부자들이 대두하던 시기, 즉 ‘강도귀족’(Robber Baron)의 시대와 유사한 수준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 ‘유토피아적 사치의 빛나는 군도(群島)’를 이루는 이 새로운 도금 시대(Gilded Age)는 사회적 시민권에 대한 전세계적 반혁명의 결과물이다. 이제 역사는 끝났고, (개인적) 자유의 왕국이 시작된 것일까?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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