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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석유·가스 쟁탈전
[COVER STORY] ‘열대림 보호’ 빈말 된 유럽의 위선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안드레아 뵘 economyinsight@hani.co.kr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전세계에서 석유와 가스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기후와 환경에 해가 된다.

안드레아 뵘 Andrea Böhm
토마스 피셔만 Thomas Fischermann
페트라 핀츨러 Petra Pinzler
<차이트> 기자

   
▲ 2019년 4월5일 콩고민주공화국의 열대우림에서 밀렵꾼이 죽인 붉은꼬리원숭이가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열대우림은 늘 위기 상황이다. REUTERS

비행기에서 보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온 빽빽한 초록 융단만 보인다. 콩고분지의 열대림 위에서 보면 세상이 커다란 브로콜리 같아서 사람들은 그 아래에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탄(토탄) 습지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곳의 이탄 지대에는 약 300억t의 탄소가 저장돼 묶여 있다. 해마다 인류가 가스, 석탄, 석유 사용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배에 이르는 양이다. 열대우림, 특히 습지대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울 때 막강한 무기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2022년 7월28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대통령인 펠릭스 치세케디는 유전 27곳과 가스 매장지 3곳에 대한 시추 허가증을 경매에 넘겼다. 이 중 많은 곳이 자연보호구역이거나 습지다. 탐사를 위한 개간조차 민감한 생태계를 손상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수 있다. 민주콩고 정부가 습지를 시한폭탄으로 만든 것이다.

   
▲ 콩고민주공화국과 콩고공화국에 걸쳐 있는 콩고 이탄(토탄) 습지대엔 300억t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2022년 7월28일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인 펠릭스 치세케디는 유전 27곳과 가스 매장지 3곳에 대한 시추 허가증을 경매에 넘겼다.

시한폭탄 된 습지 개발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독일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콩고분지의 열대우림을 보호하겠다고 엄숙히 서약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인 중앙아프리카의 콩고분지 열대우림에서 나오는 생태계 재화와 서비스를 인정한다”고 당시 서약은 언급했다. 전세계는 이러한 선언문에 기뻐했고 부유한 국가들은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몇몇 국가는 국외의 가스·석유·석탄 채굴을 자국의 세금으로 지원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에너지정책에 관해 각국 정부에 조언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문제에 오랫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도 인류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새로운 화석연료 매장층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구는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유럽, 특히 독일은 재빠르게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처를 찾고 있다. 녹색당 소속 경제부 장관이자 부총리 로베르트 하베크는 “정치란 손을 더럽히는 것(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이라며 갑자기 독일이 처한 딜레마를 설명했다.
서구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기자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들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가스나 석유 매장지에 손댈 계획을 세웠다. 전쟁 시작 6개월이 지나고 유럽이 러시아와 관계를 끊으면서 화석연료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 건설 중이거나 추가로 계획 중이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만 20개 이상에 이른다. 가스 매장지를 새로 개발하고, 탄광에서는 더 많이 석탄을 채굴하며, 오래된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석유·가스·석탄 공급 계약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연방 총리와 하베크 부총리는 2022년 8월 말 캐나다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 중 하나는 캐나다 가스를 향한 독일의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숄츠 총리는 5월에 세네갈을 방문해 해안 지역의 새로운 가스 매장지 개발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열대우림을 보호하겠다는 글래스고 서약을 했음에도 말이다. 4월 초에 이미 그는 이반 두케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해 더 많은 석탄을 수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천 광산인 콜롬비아 북부의 엘세레혼은 이전보다 더 많은 석탄을 캐내고 있다. 이 노천 광산의 전체 규모는 독일 뮌헨 면적의 2배다.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원주민의 권리를 잔인하게 침해해 오랫동안 비판받았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을 만나 에너지 협정을 맺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도 논란이 많은 모잠비크 해안의 가스 채굴을 계속하기를 원한다.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는 사임 직전 알제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알제리는 2022년 이탈리아에 가스 공급을 40억㎥ 더 늘릴 예정이다. 이탈리아 에너지그룹 에니(Eni) 외에 프랑스 토탈과 미국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이 알제리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노르웨이 회사 에퀴노르(Equinor)와 네덜란드-영국 합작사인 셸그룹은 (2022년 7월) 탄자니아와 30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새로운 LNG 수출터미널 건설에 합의했다. 캐나다 회사인 레콘아프리카(ReconAfrica)는 생물다양성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의 오카방고삼각주에서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고 있다.
이 밖에 비슷한 일은 수도 없이 벌어진다. 추정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만 국제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계획하는 석유·가스 관련 프로젝트 규모는 1천억달러(약 139조원)에 이른다. 가스 공급처로 러시아를 잃은 이후 줄어든 양보다 훨씬 더 많은 가스가 채굴되리라는 점에 유럽은 책임져야 한다. 미국 비정부기구(NGO)인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는 전세계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모든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완수될 경우 EU는 현재보다 25% 정도 더 많은 가스를 확보할 것이다.
독일 쾰른에 있는 비영리기구 새기후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의 니클라스 회네는 “국민이 차가운 방에서 겨울을 날 것을 염려한 나머지, 유럽 정부들은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전세계에서 너무 많은 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메워야 하는 몇 년간을 위해서라면, 새로 짓기보다 부유형 LNG 터미널을 임대해 쓰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새로 건설하면 터미널을 오래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르게 일해야 한다. EU 정부는 서로 적대하지 않고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 다른 국가가 쓸 것이 있는지 없는지 개의치 않고 경쟁적으로 마스크와 의료용품을 사던 코로나19 사태 때와는 다르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2022년 가을, 벨기에의 EU 집행위원회는 서로의 입장을 조정한 대체 방안을 위해 새로운 제안을 하려 한다.

   
▲ 2021년 11월13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에서 각국 대표단이 사진을 찍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하자 유럽 국가들은 글래스고 협약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REUTERS

언제는 개발 말라더니
가스업계는 EU 집행위보다 더 재빠르게 대응했다.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기업들은 파이프라인과 터미널을 건설하려고 과거에 만들었던 계획안을 업데이트해서 꺼내놓았다. 이 계획안들은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방지 목표에 따라 이미 폐기됐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에너지 부족 사태에 당황하며 약간은 공포감까지 가졌던 정부에 이를 제출했다. 정부들은 이 계획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연례 기자회견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는 미드캣파이프라인(Midcat-Pipeline)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중부유럽으로 향한다. 독일 니더작센주 빌헬름스하펜의 새로운 LNG 터미널은 이번 겨울 가동을 시작할 것이다. 풍력발전 건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북반구의 에너지 갈증은 남반구의 준비된 엘리트들과 잘 맞아떨어졌다. 아프리카 정부들은 화석연료 사업이 큰 판이 되리라는 점을 감지했다. 민주콩고 치세케디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업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콩고에서는 ‘원자재의 저주’가 두드러진다. 외국 기업들이 천연자원 접근을 허가받으면 이는 지역의 소수 엘리트들 배를 불릴 뿐이다. 기업들은 채굴 허가를 위해 큰돈을 선불로 지급하는데, 이 돈은 많은 경우 불법 계좌로 사라진다.
시민단체 이니셔티브네트워크는 원자재산업의 부패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가 아프리카 정부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후보호와 관련해 산업화한 국가들의 위선적인 행동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럽은 화석연료 덕에 번영했다. 최근에는 기후회의를 통해 석탄, 석유, 가스를 채굴하지 말라고 가난한 나라들을 압박했다. 심지어 인구 대부분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나라를 향해서도 그랬다. 그런데 에너지 공급처가 필요해지자, 유럽은 기후목표 따위는 갑자기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EU는 최근에야 독일 정부의 촉구에 따라 가스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분류했다. 그리고 2022년 6월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숄츠 총리는 위기시 공공가스 보조금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최종 문서를 제시했다. 이 내용이 다른 나라에 알려지고, 사람들은 이에 반응했다.
아프리카 에너지 장관들이 모인 한 그룹은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다음 기후회의를 준비하면서, 향후 확대하는 자체 전력 시스템에 주로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사용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들은 재생에너지가 부차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연합(AU)에 모인 정상들이 이 문서를 승인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고속도로 BR319를 짓기 위해서 불도저가 열대림을 밀고 있다. 이 고속도로는 아마조나스주 남쪽부터 889㎞에 걸쳐 주도 마나우스까지 이어질 것이다.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이 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호 단체와 원주민 단체는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한다. 도로 건설은 대부분 삼림 벌채, 산불, 토착민 이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에는 다른 도로로 연결되는 BR319가 중요하다. (BR319와 연결되는) AM366 도로는 아마조나스주에 있는 가스 매장지로 곧장 연결된다. 정부는 BR319를 빨리 개발하기를 원하지만, 이 때문에 아마조나스주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열대림이 위협받고 있다. 마나우스에서 남서쪽으로 700㎞ 떨어진 일부 가스 생산 지역은 러시아 기업 로스네프트(Rosneft) 소유다. 이 회사 사장인 이고리 세친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매장지는 리우데자네이루에 본사를 둔 에너지 회사 에네바(Eneva)가 보유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는 최근 이 아마존 지역 내 석유·가스 생산 허가지를 확장했다. 14개의 추가 생산 지역을 경매에 내놓았고, 그중 6개는 구매자를 찾았다. 건설 현장, 도로, 파이프라인, 현장 노동자들의 거주는 원주민과 자연보호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자연훼손에 대한 국외의 비판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아마존은 우리 것이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선거 캠페인 구호다. 그는 10월에 있을 선거에서 집권 연장을 원한다. 민주콩고의 에너지부 장관인 디디에 부딤부도 석유나 가스 허가권 경매에 대한 비판에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우리는 채굴하고 개발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팔아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 2019년 8월22일 브라질 아마존 레알리다데의 BR-319 고속도로 공사 현장.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자른 통나무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REUTERS

아프리카는 유럽 주유소 아냐
이러한 개발에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화석연료 인프라의 확장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원유와 LNG의 높은 가격 덕분에 에너지 회사들이 쓸어담고 있는 막대한 수익을 비판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세계 곳곳에서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유 수출에 자국 경제를 의존하는 남미의 에콰도르에서는 원주민 단체가 잔인하게 자연을 착취하는 일에 반대해 시위하고 있다. 이 운동의 지도자인 마를론 바르가스는 “수년 동안 우리는 석유와 광물을 채굴하는 것이 삶을 개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점점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케냐의 기후 전문가 모하메드 아도에 따르면, 가스 시추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배신하는 정말 부끄러운 짓”이다. 그는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아프리카는 기후위기로 가장 타격을 입고 있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아도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에너지정책을 분석하는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Power Shift Africa) 창립자로, 숄츠 총리의 세네갈 가스 계획에 비판적이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주유소가 아니다. 많은 돈을 들여 화석연료 채굴 인프라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가 악화하면 또 몇 년 안에 이런 인프라는 쓸모없어질 것이다.”
그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태양광전지판과 풍력터빈, 수소에너지와 지열에너지가 그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도 풍력과 태양광에너지 시설을 빨리 확충하도록 권장한다. 연간 250억달러 투자를 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쪽으로 돌리면, 2030년까지 아프리카 전체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현재는 인구의 절반만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천연가스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 시장을 위해 필요하다. 250억달러는 현재 화석연료 수출 기반시설 확장으로 흘러가는 금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부유한 국가에 가스를 판매하는 것만큼 풍력터빈으로 많은 돈을 벌 수는 없다.
민주콩고 열대우림에서는 석유·가스 허가증 경매가 진행 중이다. 그린피스아프리카의 압력에 따라 대형 국제에너지 회사들은 당분간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탐사시추 계약은 작은 회사들과 하게 될 것이다. 첫 시추 시행사가 2023년 봄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 이곳 이탄 습지에도 말이다.

ⓒ Die Zeit 2022년 제35호
Hier könnte bald eine Pipeline liegen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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