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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전기, 밭에서 함께 수확
[COVER STORY] 대안으로 떠오른 영농형 태양광발전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정부는 들판과 농경지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잠재력은 엄청나다. 농경지의 4%만 이용하면 독일 전체 전력 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고 일부 작물은 오히려 더 잘 자란다.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 영농형 태양광발전은 전기와 농작물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아그로솔라유럽(AgroSolar Europe) 누리집 갈무리

독일 니더작센주 뤼쇼에 있는 슈타이니케(Steinicke)사의 쪽파는 곧 전기 아래에서 재배될 것이다. 6m 높이의 기둥 위에 설치된 빛나는 태양광 모듈 아래에 채소 재배지가 곧 들어설 예정이다. 위에서는 전기를 수확하고, 아래는 그늘이다.
구근식물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 로베르트 레텐비흘러 슈타이니케 대표는 “파는 반음지 식물”이라며 “태양광 모듈 아래에서 더 잘 자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텐비흘러는 이 원리를 ‘이중 활용’이라고 칭했다.
2022년 3월, 1300만유로(약 176억원)짜리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뤼쇼에 설치됐다. 여기서 연간 약 70만킬로와트시(㎾h)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레텐비흘러는 현지에서 에너지를 사용해 세계시장에 판매할 말린 채소와 허브를 생산하기를 원한다. 그는 “우리에게는 윈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높은 발전소는 현재까지 독일에서 가장 큰 이른바 ‘영농형 태양광발전’ 설비다. 영농형 태양광 기술은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했다.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ISE·Fraunhofer-Instituts für Solare Energiesysteme)의 ​​계산에 따르면, 독일에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완비하면 약 1700기가와트(GW)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70여 개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양과 같은 규모다.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영농형 태양광 전기의 생산 비용을 ㎾h당 4~11센트로 계산한다.

1% 땅으로 세계 전력 수요 감당
불분명한 법적 요구가 지금까지 이 기술의 확산을 방해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초에 재생에너지법(EEG) 개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해 마침내 영농형 태양광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됐다.
아그로솔라유럽(AgroSolar Europe)의 마르쿠스 하스테르트 사장은 “농경지의 4%에만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도 독일 전체의 전력 요구량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재생에너지법(EEG)으로 이제 많은 영농형 태양광이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농업 지역에 드디어 영농형 태양광 기술을 적용하게 됐다. 하스테르트는 “우리는 안전한 식품뿐만 아니라 안전한 에너지도 필요하다”며 “게다가 영농형 태양광은 많은 작물의 수확량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일은 기후중립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상황을 악화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풍력발전 설비 외에 태양광발전 설비도 현재 60GW에서 2030년까지 215GW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그런데 어디에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가? 농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풍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 운영업체가 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작지는 일부 지역에서 헥타르(㏊, 3025평)당 10만유로(약 1억3천만원) 이상의 최고 가격에 도달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둘(농업과 전력)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할까? 땅을 이중으로 활용하는 것은 많은 농부의 꿈이다. 미래에는 농업과 전력 생산의 조합이 풍력발전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해질 것이다.
미국 연구자들은 2019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 경작지의 1%도 안 되는 면적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전세계의 전력 요구량을 충당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토지 경쟁을 줄여 에너지 공급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은 일사량이 많고 바람이 약하고 온도가 적당한 지역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 이 조건은 동시에 많은 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이상적이다.
이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 중국, 프랑스, 미국 그리고 한국은 수년 전부터 농경지 전력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에서 이 시스템의 설치 용량은 2012년 약 5메가와트(MW)에서 현재 14GW로 증가했다.
독일에서는 이 기술이 지금까지 틈새시장에 머물렀다.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은 빈 땅 위에 건설하는 태양광 설비보다 비싸다. 구조가 더 복잡하고, 농업을 위한 공간을 남기기 위해 ㏊당 설치되는 모듈 수가 적기 때문이다.

   
▲ 마르쿠스 하스테르트 아그로솔라유럽(AgroSolar Europe) 사장(오른쪽)은 “농경지의 4%에만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도 독일 전체의 전력 요구량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그로솔라유럽 페이스북 갈무리

농지 대부분 보존
새 재생에너지법이 이제 농경지 태양광발전의 경제성을 좀더 개선할 것이다. ㎾h당 1.2센트의 추가 비용으로 독일 정부는 2.1m 이상의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촉진하려 한다. 이렇게 큰 비용이 드는 이유는 “예를 들어 콤바인(종합수확기) 같은 농기계가 그 아래로 통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프라운호퍼 ISE 연구원 막스 트롬스도르프는 설명했다.
옥수수 같은 식물은 자체적으로 많은 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하지 않지만, 다른 작물에는 이로울 수 있다. 특히 원예작물과 와인 포도밭이 그렇다. 트롬스도르프 연구원은 이 콘셉트를 ‘솔라 셰어링’(Solar Sharing)이라고 불렀다. 식물의 광합성과 태양광발전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너무 많은 햇볕과 건조는 많은 식물에 피해를 준다.” 이 문제는 기후변화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기술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스페인의 모든 토마토밭이 전기를 생산한다고 생각해보라”고 트롬스도르프는 말했다. 스페인의 태양광발전량은 쉽게 3배가 될 수 있다.
마르쿠스 하스테르트는 “우리는 농업 측면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스테르트와 그의 파트너는 영농형 태양광발전 기술 분야의 선구자다. 2016년 당시 그의 회사는 프라운호퍼 ISE 연구원들과 함께 보덴호수에 첫 번째 시설을 건설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뤼쇼 발전소 같은 대형 발전소뿐만 아니라 소형 발전소, 특히 과일, 와인 포도, 베리류 재배지를 위한 소형 태양광발전소도 설계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농업 보호 시스템을 점점 더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스테르트는 말했다. 사과는 우박이나 국지성 폭우를 맞으면 떨어지고, 포도는 햇볕이 너무 강하면 타버린다. 딸기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이 제일 유리하다. “이러한 농업 보호 방식은 적절하게 맞춤 설계된 태양광 모듈로 모두 대체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선구자들에게 물도 중요한 주제다. 영농형 태양광을 사용하면 일부 작물 재배에 드는 물 소비량을 20% 줄일 수 있다. “설비 아래에 새로운 미기후(Microclimate·특정 좁은 지역의 기후)가 형성되고, 수분 증발을 막는다”고 하스테르트는 설명했다.
새로운 태양광 설비 중 일부는 야외에서 방풍림 구실도 한다. 자를란트주 딜링겐안데어자르에 위치한 회사 넥스트투선(Next2Sun)은 이 기술에 특화돼 있다. 이 회사의 태양광 모듈은 마치 울타리처럼 수직으로 세워져 남북 방향으로 길게 설치된다. 패널은 양쪽에서 빛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형식의 태양광 설비는 정오에 가장 적게 전기를 생산하고, 아침과 저녁 시간 그리고 태양이 낮게 떠 있을 때 더 많이 생산한다.
넥스트투선의 대표 자샤 크라우제튄커는 “우리 시스템은 지붕 시스템이나 기존의 빈 땅에 설치된 시스템의 능률이 가장 낮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 “반대되는 주기의 전력 생산”으로 수직형 영농형 태양광은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추가 효과가 있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잠재력이 있다. 게다가 울타리 방식의 태양광발전은 공간도 적게 차지한다. “농지의 90%가 유지될 것”이라고 크라우제튄커는 강조했다.
지금까지 고속도로나 전력선 지역을 따라, 또는 오래된 매립지 같은 이른바 전환지(轉換地)에만 설치할 수 있었던 기존 태양광 시스템과 달리, 농지 태양광 모듈은 곧 대부분의 장소에 허용될 것이다. 농부는 수확물과 전력이라는 이중 이익을 얻는다. 경작지의 15% 이상이 태양광 모듈을 위해 손실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 농업보조금에서 직불금의 85%를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번쩍이는 전자 패널이 곧 야외 풍경 속에 섞일 것이다.
풍력발전소를 건설할 때처럼 새로운 저항운동이 나타날 위험이 있는가? 자연보호단체는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독일자연보호연맹의 에너지 전문가 티나 미어리츠는 “영농형 태양광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삼중 사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영농형 태양광을 잘 계획하면 자연에서 추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미어리츠는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 지지대 사이 가느다란 빈 공간에도 꽃을 추가로 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지 일부에 다시 수분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초식동물을 위한 목초지로 바꿔 농민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다만 미어리츠는 주차장이나 고속도로처럼 아스팔트 등으로 덮인 땅에 먼저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을 권장한다. 현재 바이오연료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 작물이 자라는 땅도 태양광발전에 적합하다. “태양광발전 설비는 같은 면적에서 경작하는 에너지용 옥수수보다 65배 많은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고 미어리츠는 말했다. 그렇게 하면 농민도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그렇다면 태양광 시스템은 동식물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가? 미어리츠는 이 부분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을 물의 표면으로 혼동할 수 있는 곤충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종달새처럼 땅에 둥지를 트는 새가 반짝이는 모듈 사이로 날아오르고 싶어 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예민한 들새나 쉬어가는 두루미의 번식지와 휴식지가 손실될 수도 있다.

   
▲ 방풍림 구실을 하도록 수직으로 세운 태양광 설비. 넥스트투선(Next2Sun) 누리집

환경보호단체도 긍정적
환경관련 비정부기구(NGO) 독일환경도움(Deutsche Umwelthilfe)의 사무총장 자샤 뮐러크랜너는 “물론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은 자연보호구역이나 생물권보호구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역시 원칙적으로 이 기술을 긍정적으로 본다. “태양광발전의 대규모 확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 잘 계획하면 지속가능한 농업, 전력생산과 자연보호를 결합하는 솔루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통합적인 경관 계획’의 하나로 태양광 모듈 아래 새로운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 통로’를 기대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뮐러크랜너는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은 풍경에 대한 또 다른 개입”이라고 말했다. 다만 풍력발전 터빈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이 임계밀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뮐러크랜너는 말했다. 그는 “풍력발전 사례에서 처음부터 사람을 무시하는 무모한 허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배웠다”며 “태양광발전을 확장할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30호
Die Strombauer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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