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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신설 걸림돌 제거 속셈
[COVER STORY] 프랑스전력공사(EDF) 국유화 논란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진짜 목적은 원자력발전소를 늘리는 것이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6월 프랑스 북서부 플라망빌에 새로 짓고 있는 3세대 가압수형 원자력발전소(EPR) 건설 현장의 외부(왼쪽)와 내부 모습. 가압수형 원자로 6기를 1차로 건설하는 데 적어도 500억유로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REUTERS

“정부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정부 지분을 100%로 늘릴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2022년 7월6일 시정연설에서 한 이 발언에 많은 프랑스 국민이 기뻐했다. 프랑스 국민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유럽 시장에서 왜 전기를 비싸게 주고 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프랑스 국내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는 가격이 안정적인데 말이다. 요새는 값도 싸다. 보른 총리는 프랑스전력공사의 정부 지분을 현재 84%에서 100%로 늘리면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이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업계획은 원자로 건설을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 사업이 추진력을 얻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재정 노란불
현실은 이렇다. 우선 프랑스전력공사는 사업계획을 실행할 능력이 없고 현재 놓인 상황도 불안정하다. 전력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회사는 2022년 손실액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한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2022년 상반기 적자액만 27억유로(약 3조7500억원)에 이른다.
가장 큰 원인은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87%를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이 위축된 데 있다. 2022년 프랑스 원전의 총발전량은 많아야 300테라와트시(TWh, 1TWh는 1조Wh)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0~2015년 총발전량은 평균 410TWh를 넘었다. 노후 원자로의 가동을 멈춘 시간이 늘자 발전량이 급격히 줄었다.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이유는 정기점검 때문만이 아니었다. 수명이 다 된 원자로를 계속 운전하려면 해당 규정에 맞게 원자로를 손봐야 한다. 오늘날 원자로의 평균수명은 40년이다. 거기다 원자로 12기의 비상냉각시스템에서 균열이 발견돼 원자로가 예상치 않게 작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력시장 구조 때문에 생긴 재정손실 문제도 있다. 2022년 전력 도매가격이 급등하면서 문제가 급격히 악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판매가(전기요금) 인상률을 4%로 제한하면서 거기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랑스전력공사에 부담을 줬다. 프랑스전력공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전력공급업체가 프랑스전력공사로부터 살 수 있는 원자력 전기의 상한량(ARENH, 프랑스 내 전력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EDF의 원자력 발전량 중 일정 부분을 규제 가격으로 다른 판매사업자에게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 -편집자)을 올린 것이다. 정부의 이 결정으로 프랑스전력공사는 80억~100억유로 손해 봤을 것으로 추산한다.
2022년 전력공급업체의 원자력 전기 구매 한도가 늘어나고 프랑스전력공사의 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생긴 프랑스전력공사의 손실은 240억유로에 이른다. 이 회사의 순부채는 2021년 말 440억유로에서 2022년 말 650억유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전력공사는 미국과 영국에 있는 원전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압수형 원자로(EPR) 6기를 1차로 건설하려면 회사는 최소한 500억유로를 투자해야 한다. 더욱이 원자로가 완성되기까지 15년 동안 투자수익이 없다. 가동한 지 4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750억유로다.

   
▲ 2022년 8월31일 프랑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주례 내각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보른 총리는 7월6일 시정연설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 완전 국영화 방침을 밝혔다. REUTERS

정부 지원 필수
돈 잃고 부채까지 늘어난 프랑스전력공사는 ‘투자의 벽’을 넘을 능력이 없다. 콜럼버스컨설팅의 에너지환경 수석매니저 니콜라 골드버그는 “앞으로 다른 조처 없이 국유화로만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유화 이후 계획이 무엇인지, 정부지원금을 투입할 것인지, 전력공급 활동을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 회사 지위를 바꿀 것인지와 같은 물음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런 상태로 정부가 회사의 민간지분 16%를 사들이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프랑스전력공사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 없이는 향후 투자가 어렵고 생산비용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에 전기를 팔기 어렵다. 게다가 원전 발전량이 떨어지면서 생산단가가 오르는 추세다. 문제는 엄격한 유럽 규정이다. 정부가 특정 회사를 도와 자유경쟁 원칙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돼 있다. 골드버그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프랑스전력공사 국유화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전기요금 단가를 지정하거나 정부 지원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계획은 유럽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라클레스의 귀환
프랑스전력공사가 조직을 재편하려는 목적이 정확히 그랬다. 회사 경영진은 2018년부터 이른바 ‘헤라클레스’라고 하는 조직 재편 사업을 추진했다. 영업활동에서 원자력발전만 국유화할(전력시장에서 빼낼) 계획이었다. 회사의 나머지 활동(재생에너지 발전·유통·최종소비자에게 전력 공급)은 민간자본에 열려 있는 자회사에 맡긴다.
이런 구조에선 프랑스전력공사의 원자력 전기가 모든 전력공급업체에 공평하게 판매된다. 즉, ‘EDF 전력공급업체’ 역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전력공급업체(토탈, 엔지, 에니, 바텐팔)와 동일한 조건으로 ‘EDF 원자력발전업체’ 전기를 사야 한다. 노조와 여론은 이 계획에 반대했다. 프랑스전력공사가 회사를 해체해 수익성 있는 활동을 서서히 민영화하고 원자력발전의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재경부가 사업을 검토하던 2021년 7월 헤라클레스 사업이 좌초되고 문제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그 뒤 국유화라는 처방전이 떨어졌다. 앞으로 헤라클레스 사업이 부활하거나 그와 비슷한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이를테면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 제재를 받지 않고 프랑스전력공사나 원전 설립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사업 말이다.
프랑스 남부지역 발전장치 설치업체인 쉬드에너지의 대변인 안 드브레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에게 문제의 본질은 프랑스전력공사의 재정난이다. 다만 국유화라는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두 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공적자금을 무이자로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시장에 손을 벌리는 것이다. 이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물론 정부가 시장이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정부의 돈을 빌렸을 때 내는 이자만큼 낮추지는 못한다. 문제는 대출이자가 발전비용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프랑스전력공사가 시장에서 빠져나와 국가 소유 회사가 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면 유럽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환경 컨설턴트 엘렌 카생에게 프랑스전력공사 국유화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일부 좌파와 소비자, 노조원은 프랑스전력공사 말고 다른 전력공급업체, 다른 발전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를 인정하면 “생산전력을 공급업체에 팔 땐 정부(가 판매가격과 한도를 규정하는) 지원을 받는 동시에 전력을 최종소비자에게 공급할 땐 시장에서 다른 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활동을 철저히 분리하지 않고서 말이다. 프랑스 감사원이 전력시장 구조에 관한 보고서에 권고한 것처럼, 원자력발전과 전력공급을 회계상으로라도 분리하고 두 활동 사이에 이전을 금지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지분 16%를 사들여도 한계에 이른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국유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물론 정부가 프랑스전력공사 지분을 100% 소유하면 재량권이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소액주주들이 권익 침해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을 막지 못할 것이다.

   
 

투명성 부족
프랑스전력공사에서 일했던 주주(전체 지분의 1%)와 현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단체인 ‘행동하는 에너지’는 2022년 7월17일 소송제기 의사를 밝혔다. 얼마 되지 않던 프랑스전력공사 주가는 보른 총리의 연설 이후 폭등했다. 정부가 주식과 전환사채 매입에 지출해야 하는 돈은 100억유로 가까이 된다. 소액주주들 반발이 프랑스전력공사 재편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이는 헤라클레스 사업 반대운동에서 확인됐다), 프랑스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일만 남았다. 게다가 국민에게 회사 운영에 대한 재량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을 향한 정부의 태도다. 마크롱 정부는 첫 번째 임기 때처럼 계획을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은밀하게 계획을 추진한다. 프랑스전력공사 국유화를 해법으로 소개하며 대중영합주의 노선을 탄다. 국유화로 프랑스전력공사의 전면적 재편을 이끌겠다고 하면서 그 의도는 밝히지 않는다.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거센 반발이 일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프랑스전력공사 재편의 주요 목적이 천문학적 돈이 드는 가압수형 원자로 신설이라는 것이다. 마크롱 정부는 경쟁력 있는 탈탄소 대안이 있음에도 원전 모험을 다음 세기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중대하고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기 전, 정부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력공급시장 자유화와 전기요금

유럽에서 1990년대 말 시작한 전력공급시장 자유화는 프랑스에서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소가 전력의 대부분을 공급해 경쟁업체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전력시장 재편에 관한 법률(NOME법)을 제정했다. 프랑스전력공사의 경쟁업체인 ‘대안 전력공급업체’에 원자력 전기를 살 수 있는 권리(ARENH)를 부여해 가격경쟁을 하도록 한 것이 법률의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전력공급업체는 2025년까지 프랑스전력공사로부터 100TWh 한도 안에서 생산원가로 전기를 살 수 있게 됐다. 전력 도매가격이 끝없이 오르자 프랑스전력공사의 전기를 구매하는 공급업체가 2017년부터 급속히 늘었다. 2019년부터 이들 업체의 수요가 100TWh를 넘었고 2022년 120TWh를 기록했다.
이런 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프랑스전력공사였다. 2022년 이 회사는 시장가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에 발전량의 3분의 1 이상을 팔아야 했다. 정부는 ARENH제도의 상한을 올려 정부지정단가(TRV) 인상을 제한하려 했다. 프랑스 전력공급업체는 모두 정부지정단가로 가계나 중소기업에 전기를 팔아야 한다. 이 제도는 전력공급시장 자유화 물결에서 살아남았지만(프랑스 가계의 3분의 2가 정부지정단가를 쓴다), 단가 산정 방식이 바뀌었다.
자유화 이전에는 프랑스전력공사 발전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지금은 프랑스전력공사에 대한 경쟁업체의 이의제기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 업체가 전력을 공급받는 환경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 이런 변화 이후 전기요금은 전력 도매시장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인다. 전력 도매가격이 폭등한 2022년 프랑스 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인 프랑스전력공사 원자력 전기의 구매권을 늘려 전기요금 인상률을 낮추려 했다. 가계 구매력을 지키기 위한 정부 대책이 프랑스전력공사의 심각한 재정 상태를 악화한 꼴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9월호(제426호)
Les dessous de la renationalisation d’EDF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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