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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정부보조로 연명, 코로나 끝나자 파산 위험
[ANALYSIS] 경제의 공포소설, 좀비기업 급증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오랫동안 저금리 덕택에 살아남았던 전세계 수많은 기업이 이제 파산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차이트> 기자

   
▲ 미국 아메리칸항공(AA)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저금리로 버텨온 대표적인 좀비기업이다. REUTERS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항공(AA), 백화점 체인 메이시, 카니발 크루즈,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 등 상이한 이들 기업에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들 모두 미국인에게 잘 알려진 유명 기업이다. 그러나 투자가들 사이에서 이 전통 기업들은 오히려 악명이 높다. 금융정보 서비스 회사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은 ‘좀비기업’이다.
좀비는 공포영화나 악몽 속에서 출현한다. 그런데 좀비를 경제 분야에서도 볼 수 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채 매일 사업을 끌어가는 기업을 좀비기업이라고 한다. 사업비용과 급여를 지급할 정도의 수익은 올리지만, 몇 년째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 좀비들이 계속 인육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좀비기업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본을 찾아 헤맨다.

저금리와 팬데믹 지원으로 연명
좀비기업에는 스타트업도 있다. 예를 들면, 팬데믹 동안 실내 운동용 자전거로 히트를 쳤던 펠로톤(Peloton)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많은 주식 애널리스트가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커니(Kearney)가 6만7천 개 기업의 회계를 조사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의 약 5%가 좀비기업이다. 2010년 이래 세계적으로 좀비기업 수는 3배로 늘었다.
‘경제적 좀비’가 여기저기 출현한 이유는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자금조달 비용이 적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여러 동반 위기를 거치는 동안 되도록 많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경제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이제 저금리는 끝났다. 중앙은행들은 반대 방향으로 선회해 자금조달 비용을 다시 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근접하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네 번째로 금리를 올렸다. 그 직전에는 놀랍게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단번에 금리를 0.5% 인상했다. 이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금리인상으로 이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고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미 수년간 좀비로 살아온 기업 대다수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덤 속에 들어갈 것이다. 동시에 이들 기업은 공포영화 시나리오에서처럼 많은 새로운 좀비들을 깨울 것이다. 지금까지 양호한 상태로 경영해오던 수천 개의 기업도 계속 사업비용을 낼 수는 있겠지만 높아진 이자비용을 더는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좀비의 새로운 세대가 형성된다.
코로나19 위기로 일시적 수입 감소를 겪는 기업과 좀비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제결제은행(BIS)의 2020년 연구를 보면, 좀비기업은 비교적 장기간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창출하는 일자리가 적고, 건강한 경쟁자에 견줘 투자도 적다. 기업이 한번 이런 상태에 빠지면 헤어나기 몹시 어렵다. 1980년대 이래 이런 상태의 기업은 수적으로만 지속해서 늘어난 것이 아니라, 회복했더라도 다시 그 상태로 떨어질 가능성이 3배 증가했다.
이는 기업 재무 상태의 변화와 관련 있다. 기업의 재무에서 외부 자본, 즉 부채가 갖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기업은 더 빚을 늘리고, 투자가들은 더 많이 기업의 채권에 투자한다. 채권시장이 팽창한 데서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2008년 미국 회사채는 약 3조4천억달러였으나, 2021년 말 7조4천억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강세를 보인 것은 신용등급이 ‘BBB’인 채권이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누리집을 보면 이 등급의 투자는 별로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경제가 약간만 나빠져도 투자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크다는 뜻인데, 이를 보상하기 위해 BBB 채권 발행 기업은 더 높은 이자율로 지급하므로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최근 몇 년간 자본시장에서 별로 수익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 채권들은 큰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블랙스톤, 아폴로, 칼라일그룹 등 투자회사(사모펀드)가 연기금, 국부펀드 및 재단에서 몇조달러를 모아 회사들을 사들이는 또 다른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자금의 홍수를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떨어뜨렸다. 이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그들의 경영 방식이 이미 상당 기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음에도 싼값에 자본을 구할 수 있었다. 다른 말로 좀비가 된 것이다.
팬데믹 국면에서 코로나19 위기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으로 이 문제는 더 심화했다. 특히 좀비들이 두려워하는 파산법이 일시적으로 변경됐다. 평상시라면 만기가 된 지급요구를 해결할 수 없는 기업은 바로 파산 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되는 파산 지체가 된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 이 규정은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팬데믹이 지나가면 다시 기업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에 파산의 물결이 휩쓰는 것을 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독일 신용평가회사 크레디트리폼(Creditreform)에서 경제연구를 이끄는 파트리크루트비히 한치는 말했다. “막대한 국가보조는 오히려 위험에 처한 기업의 수를 증가시켰다.”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마찬가지로, 공적 지원이 없으면 사라졌을 기업을 생존시킨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 미국 뉴욕 메이시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조형물. 메이시백화점도 대표적인 좀비기업이다. REUTERS

생산성 저해하는 좀비기업
팬데믹은 구조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면 디지털화가 빨라졌다. 대체로 이런 전환기에는 신생기업이 빨리 자리잡지만, 몇몇 오래된 기업은 자리를 내주고 시장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가 지원은 최근 몇 년간 이런 도태 현상을 저해했다. 2020~2021년 경제가 타격을 입었음에도 파산율은 감소했다. 2021년 공식적으로 지급불능을 선언한 기업 수는 1만4300개로, 새로운 파산법이 도입된 1999년 이래 가장 낮았다.
독일에서 좀비가 무엇을 하면서 돌아다니는지 말하기는 어렵다. 커니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좀비기업 수는 2010년대 10년 동안 7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연구자는 어떤 기업이 정확하게 이에 해당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수는 연구자가 조사한 독일 국내 기업의 약 3%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 좀비는 약 5%로 독일보다 다소 높지만, 이 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커니 연구보고서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닐스 쿨바인은 “독일에선 상승 추세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전체 그림의 작은 부분을 보여줄 뿐이다. 여기서는 상장사들을 다루지만 독일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고 기업활동 수치도 세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대출도 주로 동네 은행에서 받는다. 이러한 중간 규모 기업에 많은 좀비가 숨어 있다고 크레디트리폼의 한치는 말한다.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기업이 자사가 보유한 여유자본을 소진함으로써 이자율 충격에 더욱 민감하게 됐다.
이제 금리가 오를뿐더러, 코로나19 지원 조처도 끝나가고 있다. 2021년 5월 이래 파산법은 다시 정상화됐다. 예상했던 파산의 물결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한치는 최근 경향을 볼 때 추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급이 지연되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는 사전 경고 조짐이다.” 팬데믹 동안 대부분 기업은 정부 지원 덕에 위기 전보다 더 정확하게 지급 날짜를 지켰다. 크레디트리폼에 따르면, 최근 청구서 지급 지체 현상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침체한 기업들로 가득한 경제가 얼마나 해로운지는 일본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좀비기업’ 개념이 일본에서는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일본 은행은 이미 파산 상태인 기업에 계속 대출해줬다. 한때 미국에 경쟁자로 도전했던 산업국 일본은 이후 저성장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혁신이 결여된 특징을 보였다.
“좀비는 자본, 노동력, 전문성 같은 중요한 자원의 이동을 묶어놓는다”고 자본과 인력 전문가인 컨설턴트 쿨바인은 말했다. 크레디트리폼의 한치에 따르면, 좀비기업 때문에 독일에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침체 기업의 직원들은 혁신적이고 성장하는 회사로 옮기는 대신 그 기업에 머무른다. 개인적 관점에선 이해할 만하나, 국가 경제적으로 보면 큰 문제다.”
좀비기업은 영업이익이 적기 때문에 세금 역시 거의 내지 않는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과 공장 설비에 투자할 자금도 없다. BIS 연구보고서 저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런 기업이 너무 많이 살아남을 때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상실로 이어진다. 좀비 전염병은 경제의 공포소설이다.

ⓒ Die Zeit 2022년 제31호
Die Angst der Zombies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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