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비즈니스
     
배터리 얕보다 지각 출발…전고체가 반전카드 될까
[BUSINESS] 유럽도 배터리 투자 속도전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은 오랫동안 아시아의 전기자동차 독주를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는 폴크스바겐, 오펠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하는 등 속도를 낸다. 하지만 전기차 공장 신설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운데)는 2022년 7월7일 잘츠기터에서 열린 폴크스바겐의 첫 배터리셀 생산공장 기공식에서 “이제 우리도 배터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에만 의존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가 됐다”고 말했다. REUTERS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오래된 오펠 공장은 마치 산업 유물처럼 보인다. 한때 최대 6천 명이 일했던 오펠 공장은 지금 개미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다. 회색 작업복 차림의 젊은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디젤엔진 등을 조립했다. 텅 빈 공장에는 여전히 윤활유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몇 달 뒤면 옛 오펠 공장은 전기자동차 공장으로 완전히 변신한다. 굴착기와 불도저가 기존 오펠 공장의 약 3분의 2를 철거할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엔진 대신 앞으로는 광물과 화학제품으로 가득 찬 복잡다단한 은색 배터리팩, 즉 전기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오펠, 배터리 공장으로 변신 중
오펠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메르세데스벤츠 및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털(Total)과 공동으로 축구장 48개 크기의 부지에 완전히 새로운 기가팩토리를 세울 계획이다. 2025년부터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하는데, 최종 확장 단계인 2030년부터 연간 전기차 최소 5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해당 프로젝트에 5억유로(약 6900억원) 정도 지원한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생산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셀은 글로벌 생산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내 생산량은 무려 66%에 이른다. 리튬이온 배터리셀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셀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풍력단지와 태양광발전에도 필요하다.
이미 상당한 국고보조금이 리튬이온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마련돼 있다.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배터리 공장 30여 곳이 지어질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나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제조업체와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 등 배터리 전문업체, 그리고 독일 튀링겐주에 기반이 있는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 중국의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寧德時代)이 배터리 공장을 지어 운영한다. 이렇게 유럽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베엠베(BMW) 등 자동차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은 공세적인 배터리 공장 신설로 ‘탈중국’을 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터리는 단순 하청으로 조달하면 되는 부품으로 치부했다. 정치권과 재계는 배터리 사업을 일본 파나소닉이나 한국 삼성전자 등에 하청을 주면 되는 부품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올라프 숄츠(사회민주당) 독일 총리는 폴크스바겐의 잘츠기터 (2022년 7월 초)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이제 우리도 배터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글로벌 공급망에만 의존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8월22일 캐나다를 방문해 향후 북미에서 배터리 원자재 수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조기에 인지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에서 최근 물러난 헤르베르트 디스는 2010년대 초반 당시 BMW 임원으로 중국을 방문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찾았다. 전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은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에게만 알려진 스타트업으로 매출액이 수억유로에 불과했다. 이제는 CATL의 시가총액이 폴크스바겐의 2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제조업체로 우뚝 섰다.
이런 상황에서 보슈와 콘티넨탈 등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들은 필사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은 내지 못했다. 이에 헤르베르트 디스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협력업체들과 200억유로를 공동투자해 유럽에 배터리셀 공장 6곳을 짓고 매출 200억유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터 빈터하이머(53)는 25년 이상 오펠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오펠맨’이다. 오펠 공장장 출신의 빈터하이머는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 ‘오토모티브 셀스 컴퍼니’(ACC·Automotive Cells Company) 신임 부사장으로,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오펠 엔진 공장을 기가팩토리로 바꾸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일단 2천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빈터하이머는 “우리는 유럽 기업으로 글로벌 배터리 기술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 ACC는 2020년대 후반에 전고체 배터리를 제조할 계획이다. 새로운 셀 기술로 제작한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화재·폭발 위험을 낮추고, 충전 용량을 늘려 전기차 주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시아에 뒤처진 경쟁력을 마침내 따라잡을 기회로 인식된다.
기업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 따르면, ACC와 폴크스바겐 및 다른 경쟁업체들의 야심만만한 계획대로 배터리가 생산되면 유럽 수요는 충당할 수 있다. 2030년 차량 배터리 공급용량은 980기가와트시(GWh)를 웃돌며, 유럽의 경차 및 대형차의 배터리 수요는 860GWh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도 독일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탈중국의 과정에 있다. 독일 전기·전자·정보기술협회에 따르면, 2021년 처음으로 독일의 유럽산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은 중국산을 추월했다.
그러나 독일의 완전한 탈중국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다. 지금까지는 유럽에서 배터리가 조립되는 것에 불과하며, 배터리셀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배터리셀 생산공장 다수는 현재 설계 단계에 있을 뿐이다. BCG 조사를 보면, 배터리 용량 420GWh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공장 설계가 이뤄지는데, 이는 실제 수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오펠 자동차의 독일 공장은 최근 배터리 공장으로 변신하려 준비 중이다. 2009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오펠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 오른쪽에 “내 직업을 건드리지 말라”고 적힌 포스터가 보인다. REUTERS

원자재 수입에 의존
이렇듯 유럽 내 생산만으로는 아직 배터리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특히 유럽은 수입 광물에 의존하고 있다. 코발트는 콩고에서, 리튬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칠레,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금속 가공은 중국을 배제하고는 불가능하다. 세계 리튬 생산의 58%, 코발트 생산의 거의 3분의 2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독일-캐나다 스타트업인 록테크리튬(Rock Tech Lithium)의 디르크 하베케 대표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업계는 ‘배터리셀 자급자족’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아직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베케 대표는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공장뿐만 아니라, 원료 상태의 리튬을 자동차 배터리에 사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리튬으로 가공하는 이른바 ‘컨버터’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럽에 ‘배터리 클러스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하베케 대표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하베케 대표는 폴란드 국경 인근에 있는 브란덴부르크주 구벤에 리튬 가공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캐나다에 자체 보유한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을 구벤 공장에서 가공해 배터리 제조업체에 판매할 계획이다. 유럽 내 배터리 클러스터에 관한 첫 구상인 셈이다. 구벤에서 차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그륀하이데에서 테슬라는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륀하이데 테슬라 공장에서 배터리도 제조할 계획이다. 화학 대기업 바스프(BASF)도 브란덴부르크주 슈바르츠하이데에서 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짓고 있다. 하베케 대표는 “배터리셀 생산은 하룻밤 사이에 로컬화(자체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배터리셀 공장 설립 과정에서 배터리 자급이 얼마나 지난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 기계설비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전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 헤르베르트 디스는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설비와 부품은 “현재 전적으로 아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마르쿠스 셰퍼 메르세데스벤츠 개발담당 이사는 “배터리 공장 설비의 대대적 확충을 목표로 독일의 기계설비업체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과감한 변화에 도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는 배터리셀을 와이퍼 블레이드나 전기 파워 윈도 등의 ‘부품’ 정도로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5년 작센주 카멘츠에서 자체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계획을 포기한 적도 있다. 그랬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아예 사고를 바꾸었다. 셰퍼 이사는 “메르세데스벤츠는 향후 유럽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셀 수요를 유럽 내에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리튬 확보 등과 관련해 하청업체와 직접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또한 유럽과 북미의 광물 수급처 모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셰퍼 이사는 말했다. 그리고 광산업체 록테크리튬과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은
8월23일 캐나다 정부와 ‘전기차용 배터리 광물 공급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캐나다는 독일의 배터리 광물 수급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캐나다 광산 운영에 뛰어들 계획이다.
자동차업체들의 배터리 광물 자급 노력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미국 정부는 우호국가들로부터 수입한 광물을 전기차에 중점적으로 사용하라고 자동차업체들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3년부터) 배터리 소재의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것을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이 국가에 속하지 않는다. 2020년대 말까지 해당 비율은 80%까지 늘어난다.
EU도 중국을 벗어나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원자재법(Raw Materials Ac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의 합동연구센터(European Commission Joint Research Centre)에 따르면, 유럽에 매장된 광물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포르투갈, 스칸디나비아 및 발칸 국가들만 배터리핵심 소재인 광물의 자체 채굴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광물 채굴은 관료주의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발이라는 벽에 부딪혀 지연되기 일쑤다.

   
 

완전 탈중국화는 중국에 유리
전문가들은 유럽이 머지않아 잠재적인 원자재 생산기지가 되리라고 믿지 않는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자동차연구센터(Center Automotive Research)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소장은 관련 광산업 구축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고 법정 싸움이 필히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편, 중국에서는 광물의 대량 채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비용 측면에서 중국에 엄청난 경쟁력 우위를 제공한다.
학계와 연구자들은 배터리 및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핵심 광물을 최대한 여러 국가에서 수급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완전한 탈중국화’는 잘못된 목표라고 입을 모은다. 유럽이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혹은 캐나다 등의 안전한 국가에서만 광물을 수급한다면, 유럽과 북미는 비싼 배터리셀을, 아시아에서는 저렴한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시장 분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의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은 훨씬 싼 전기차로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

ⓒ Der Spiegel 2022년 제35호
Die Emanzipation der Autobosse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