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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지자체 사회적 연대, 순환경제 상징물 되살려
[ENVIRONMENT] 폐쇄 위기 넘긴 프랑스 최대 재활용지 공장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쥐스탱 들레핀 쥐스탱 들레핀

프랑스에서 순환경제를 이끌다 2020년 폐쇄된 루앙의 재활용지 공장이 다시 문을 연다. 사회적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루앙시 외곽 그랑쿠론 지역에 있는 ‘샤펠 다르블레’ 재활용지 공장 전경. 면적 30ha가 넘는 이 공장은 한때 프랑스 폐지 3분의 1을 재활용했다. 루앙시 누리집

이렇게 특별한 협력은 본 적이 없다. 100% 재활용지를 생산하던 샤펠 다르블레(Chapelle Darblay) 공장이 닫힌 문을 열 수 있도록 노동자 대표단, 루앙 시장, 노동총연맹(CGT) 임원진이 한 테이블에 모였다. 샤펠 다르블레 공장은 프랑스 순환경제의 상징이다.
2년 넘게 지속된 투쟁은 승리로 끝났다. 프랑스 환경기업 베올리아와 캐나다 종이 제조업체 피브르 엑셀랑스가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원래 주인인 핀란드 업체 유피엠(UPM)이 공장을 팔겠다고 발표한 2019년 말부터 노동자 대표단은 한 가지 생각만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장의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
루앙시 외곽 그랑쿠론 지역에 있는 샤펠 다르블레 공장은 면적이 30ha(약 30만㎡)가 넘는 ‘거대 공장’이다. 2020년 노동자 수가 217명이었다. 기계 한 대가 가동을 멈추기 전인 2015년에는 350명을 넘었다. 거대 공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무엇보다 주변 환경을 압도하는 재활용 규모 때문이었다.
센강 연안에 있는 샤펠 다르블레 공장으로 매년 폐지 35만t이 배로 실려 왔다. 프랑스 국민 2400만 명이 분리수거한 신문, 잡지, 각종 광고지다. 전국에서 버려진 종이의 3분의 1이 이 공장에서 재활용됐다. 가까운 수도권의 폐지가 특히 많았다. 공장은 폐지로 100% 재생 신문용지 24만t을 만들었다. 프랑스에서 100% 재생용지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은 이곳이 유일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 공장에서는 바이오매스 보일러로 기계를 작동한다. 연료의 3분의 1은 탈묵(종이에서 잉크를 지우는) 과정 뒤 남은 찌꺼기에서 얻는다. 나머지 3분의 2는 노후 팰릿, 폐가구 등 폐목재다. 게다가 보일러는 열병합 기능이 있어 바이오매스를 태우면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그렇게 생산된 전력은 프랑스전력회사(EDF)에 판다.

노조의 보루
샤펠 다르블레 공장은 2020년 여름 폐쇄됐다. 폐지는 다른 프랑스 지역, 벨기에, 독일까지 가서 재생된다. 공장이 문을 닫자 공장 해체, 즉 기계가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한 노동자 투쟁을 시작했다. 대표단은 관할 도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산업위원회를 소집해 공장 폐쇄와 관련된 모든 주체를 한자리에 모았다. 업계 차원에서 공장 해체를 막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고용보호계획(PSE)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용보호계획은 구조조정을 뜻하는 행정용어다.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유피엠은 1년 유예기간을 줬다. 그 안에 재생용지 생산을 이을 공장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노동총연맹 대표위원 시릴 브리포는 말했다. “유피엠은 1년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상태로 둬야 했다. 공장 가동이 한시적으로 멈췄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력과 통풍 장치를 그대로 둬 언제든 기계를 재가동할 수 있다.” 구조조정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공장을 떠났지만 노동자 대표 3명은 공장에 남았다. 노동부에서 공익 수호를 위한 해고금지 명령을 내려 인수자를 찾는 시간을 벌어줬다. 선출 관리자인 아르노 독세르를 포함해 쥘리앵 세네칼, 시릴 브리포가 현장에서 공장 관리소를 지켰다.
공장 안에는 거대한 재생종이 기계들이 잠자고 있다. 세 사람은 공장 인수에 관심 있을 만한 업체에 빠짐없이 연락했다. 아르노 독세르는 “우리는 누구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지금까지 50곳 넘는 기업에 공장을 보여줬다. 그동안 유피엠도 인수자를 물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와 유피엠은 목적이 달랐다. 유피엠은 다른 업종의 회사에 공장을 팔아도 상관없었다. 공장이 동종업계 회사에 넘어가면 새 인수자는 경쟁업체가 될 게 뻔했다. 유피엠은 세계 5위의 유럽 최대 종이 제조업체다.

   
▲ 유럽 최대 종이 제조업체 유피엠(UPM) 공장의 폐지 집하장. 유피엠이 매각한 샤펠 다르블레 공장은 루앙광역단체를 거쳐 베올리아와 피브르 엑셀랑스에 넘어갔다. 유피엠 누리집

손에 손잡고
2021년 6월 말 1년 유예기간의 끝이 다가왔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벨기에 종이 제조업체 VPK그룹의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유피엠은 다른 후보자를 찾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재생용지 제조업체 파프렉(Paprec)과 친환경 수소 전문 신생기업 ‘H2V 노르망디’의 연합체였다.
이 인수 계획은 노조가 반대했다. 아르노 독세르는 “계획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프랑스와 유럽에서 자금을 조달받으면’이라는 단서가 있었다. 당시 해당 자금을 받은 것도, 자금조달 승인이 난 것도 아니었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더 큰 걸림돌은 친환경 수소를 위해 재생용지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루앙 시장이자 루앙광역단체(루앙메트로폴) 단체장인 니콜라 마이에르 로시뇰은 말했다. “수소산업이 발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제조업 부활과 에너지전환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샤펠 다르블레 공장 같은 순환경제의 핵심 주체가 희생될 수 없다. 정부는 유피엠이 찾은 인수자에 만족하는 듯했다. 수소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공장이 누구에게든 인수되면 된다는 식이었다.”
다른 후보자도 있었다. 노동총연맹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말했다. “현장에 있는 노동자 대표단과 일을 분담했다. 노조는 종이 제조업체, 우리는 재생업체를 물색했다. 베올리아 최대경영자인 앙투안 프레로에게 연락해 공장 인수에 관심 있는지 물었다.” 공장을 살리는 투쟁에 처음부터 참여한 그가 베올리아를 설득하는 동안 캐나다 종이 제조업체 피브르 엑셀랑스의 이름이 베올리아의 협력업체 후보로 올라왔다. 그러나 두 업체 공동인수 계획은 수소사업만큼 빠르게 진전되지 않았다. 게다가 공장의 주인인 유피엠이 그 계획에 반대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는 “베올리아, 피브르 엑셀랑스, 노조 대표단, 루앙광역단체로 구성된 소규모 위원회에서 공동인수 계획을 몇 달간 논의했다”고 말했다. 몽트뢰유에 있는 노동총연맹 본부에서도 위원회가 여러 번 소집됐다. “두 업체의 공동인수 제안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조용히 일했다.”
루앙광역단체의 참여는 필수였다. 지자체는 관할 지역 자산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니콜라 마이에르 로시뇰 단체장은 “이 지렛대를 쓰기 전 베올리아와 피브르 엑셀랑스의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 확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지자체가 공장을 떠안는다. 종이 제작은 지자체 일과 거리가 멀다.”
유피엠이 두 업체의 제안을 거부했지만, 루앙광역단체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초 500만유로(약 69억원)에 공장을 인수했다. 기계를 비롯한 각종 집기는 300만유로를 주고 샀다. 2022년 5월 지자체가 공장 열쇠를 넘겨받은 다음 날, 공장은 베올리아 피브르 엑셀랑스에 모두 800만유로에 다시 팔렸다. 이 모든 과정에서 루앙광역단체가 쓴 돈은 서류 처리와 공증인 비용으로 나간 10만유로가 전부다.

종이산업의 고충
노조와 공공의 투쟁 정신이 빛을 발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지금부터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유피엠이 공장을 팔기로 한 건 종이산업이 지각변동을 겪기 때문이다. 종이 사용이 예전과 달라졌다. 고작 15년 만에 산업 균형이 무너졌다. 2006년 인쇄용(신문·출판)과 포장용 종이는 프랑스산 종이의 각각 43%, 45%를 차지했다. 2021년 그 비중이 17%와 66%로 바뀌었다. 인쇄용 종이 제조업체는 이제 종이상자와 포장지 제조업체가 돼야 한다.
프랑스 재경부에 따르면 신문지와 인쇄용지 수요는 아주 빠르게 떨어지지만 생산설비는 그렇게 빨리 바꾸지 못한다. 기계 한 대 가격이 수천만유로에 이른다. 종이산업은 기계 구입 비용 등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산업이다. 샤펠 다르블레 공장 인수 문제를 맡은 기업재편 공동대표부 소속 위원은 “프랑스가 종이상자와 포장지 생산 규모 확대 측면에서 독일이나 영국보다 한참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종이산업 투자가 적은 건 대형 프랑스 업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에 있는 공장은 모두 미국 아니면 핀란드, 영국, 노르웨이 회사가 운영한다. 이들 회사는 자국에 있는 공장에 먼저 투자한다.
베올리아와 피브르 엑셀랑스는 샤펠 다르블레 공장의 종이상자·포장지 생산 역량을 연간 4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두 1억6천만유로가 투자된다. 그중 3천만유로는 정부가 직접적인 현금 지원 또는 지분 참여 형태로 보탠다. 지금 당장 공장 재가동은 어렵다. 재정·기술적 문제 해결이 먼저다. 공장의 바이오매스 보일러는 2022년 말 다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수십 개가 생긴다. 그러나 재활용지 제작은 이르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루앙광역단체장에게 샤를 다르블레 공장의 승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경제의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도구를 갖출 필요성을 보여주는 계기”였다.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환상 때문에 프랑스 순환경제의 상징이 파괴될 뻔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9월호(제426호)
Comment l’usine de la Chapelle Darblay a été sauvé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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