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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살 이상 8%가 유급노동
[SPECIAL REPORT] 늘어나는 실버노동- ① 현황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베냐민 안자리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에서는 약 150만 명의 노인이 공식 은퇴 연령이 지나도 계속 일한다. 일하는 노인은 수년간 꾸준히 늘었다. 삶의 보람을 느끼려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한다. 어느 나라나 연금은 늘 적게 느껴진다. 더구나 젊은 시절 충분한 급여를 받는 직장을 갖지 못했거나, 뜻하지 않은 장애로 조기퇴직을 하면 노후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정년연장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_편집자

베냐민 안자리 Benjamin Ansari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 78살의 하넬로레 부츠도르프브루너는 록·메탈클럽 ‘블러디 헬 오브 메탈’(Bloody Hell of Metal)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교류하는 낙으로 산다. 하넬로레 부츠도르프브루너 페이스북 갈무리

하넬로레 부츠도르프브루너는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능력자’로 통한다. 주점의 단골은 록·메탈 클럽 ‘블러디 헬 오브 메탈’(Bloody Hell of Metal)의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가죽조끼를 입은 남녀들이다. 주점 여주인의 키는 상당수 고객의 가슴 높이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금요일 저녁에는 (전투복 스타일의) 배틀재킷을 입은 손님 45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뿔잔으로 벌꿀주를 마시는 그들은 분명히 술을 더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점 안에서도 손님들이 ‘보급’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이 친근하게 ‘한네’라고 부르는 여주인은 쟁반과 감자칩 한 그릇을 들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안으로, 밖으로, 이리저리, 나는 저녁 시간 내내 미친 듯이 주점을 뛰어다닌다.” 한네는 이렇게 소리쳤지만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럴 때 정말 활짝 피어난다.”
밤 9시. 한네는 이제 저녁밥을 먹었다. 이 시간에 한네 나이 또래 사람들은 대부분 소파에 앉아 담요를 무릎에 덮고 텔레비전을 본다. 한네는 올해 78살이지만 주점 일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그의 이름을 따서 상호를 지은 ‘한네의 카오스’(Hanne’s Chaos)는 독일 바이에른주 슈트라우빙에 있고 한네 혼자 운영한다. 주점 문 열기, 음식 나르기, 음악 틀기, 새벽 4시 폐점까지 평일에는 한네가 다 하고 주말에만 파트타임 직원을 쓴다. 한네는 이 주점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던 꿈을 이뤘다. 개업하기 전까지 그는 카운터의 반대편에서 손님이 되는 것 말고는 요식업에 아무런 경험도 없었다. “항상 작은 록바(Rock Bar)를 가지고 싶었지만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돈이 없었고 나중에는 용기가 없었다.”

일을 즐기는 78살의 술집 주인
다른 사람들이 조기퇴직을 생각할 나이에 돌연 한네에게 용기가 찾아왔다. 55살이 되던 해, 긴 노동시간을 마치고 한네는 자신이 몰던 택시를 회사 앞에 세웠을 때 문득 “이것이 내 마지막 운전”이라고 생각했다. 일곱 자녀가 모두 자라 집을 떠났기에 술집을 여는 일이 더욱 쉬웠다.
한네는 주점을 5년만 하고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다 벌써 23년이 지났다. 가죽조끼를 입은 남자들을 가리키며 한네는 그 ‘젊은이들’이 떠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왜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한네는 “자유로운 영혼과 괴짜들을 위한 장소”를 쉽게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한네를 돌봐주기 때문에 주점에는 경비원이 필요 없다. 일곱 자녀 중 누구도 주점을 물려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네는 주점 운영을 좀더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맥주를 서빙하고, 죽어 쓰러질 때까지” 말이다.
독일 사회정책에서 큰 미스터리 중 하나가 이것이다. 연금 수급 연령대의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일이 수년 동안 계속 늘고 있다. 독일연방노동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65살 이상 노인 약 150만 명이 단순히 은퇴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 연령대의 8%에 해당하는 수다. 심지어 70~74살도 8% 이상 유급노동을 하고 있다.

   
▲ 벨기에 브뤼셀의 요양시설에서 노인들이 태블릿을 보며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다. REUTERS

연금 수급 연령 상향에 반발
무엇이 이 노인들을 노동시장으로 몰아넣는가? 흔히 은퇴 뒤에는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그렇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 이유를 두고 학계는 물론 각 정당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의 노인에게 지급되는 국민연금이 너무 적다고 지적한다. 연금이 노동소득을 대체하지 못해 노후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일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이 시대의 실버세대가 건강해서 노동연령을 제한해도 일을 그만두고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누가 옳은가?
독일인들은 나이에 민감하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독일의 연금 수급 개시 나이는 65살, 그리고 1956년에 태어난 피보험자의 경우 정확히 65살 10개월이다. 2031년 초부터는 연금 수급 연령을 67살로 확정했다. 그 뒤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은 아직 8년이나 남은 지금부터 격렬한 항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2년 5월 일간 <빌트>(Bild)에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금 수급 연령을 70살로 올려야 한다는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을 실은 기사가 발표되자 큰 반발이 있었다. 사회민주당(SPD) 사무총장 케빈 퀴네르트는 “인정머리 없는 탈선”이라고, 노동사회부 장관 후베르투스 하일은 “(실체 없는) 유령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민주당, 녹색당 그리고 자유민주당은 연정 협약에서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즉, 현상 유지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실은 정치 지침 없이도 길을 찾는다. 한네가 78살의 나이에 여전히 수·금·토요일에 주점을 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돈은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나는 지난 2년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한네의 주점을 방문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화로 물었다. 많은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한네의 주점은 안정적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팬데믹 이전보다 자주 주점을 찾아오고, 더 많이 소비한다.”
인플레이션도 지금까지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손님이 계산할 때 거스름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한네는 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20년간 그는 메뉴판의 가격을 단 세 번 바꾸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손님들도 그것을 안다.” 한네는 자신이 준 대로 돌려받은 셈이다.
코로나19 록다운(봉쇄) 시기에 한네는 일시적으로 주점 문을 닫아야 했는데, 이때 비자발적인 은퇴가 어떠한지 몸으로 느꼈다. “나는 정신적으로 구멍에 빠졌다.” 한동안 그는 소파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주점의 수입은 줄었음에도 대부분의 비용 지출은 그대로였다. 한네는 다시 가게를 열지 못할까 두려웠다.
어느 날 과자와 초코웨이퍼롤처럼 말린 100유로짜리 지폐가 가득 든 상자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손님들이 모은 돈이었다. “한네는 우리에게 어머니와 같다.” 이렇게 말하는 ‘블러디 헬 오브 메탈’ 회장인 안디의 가죽조끼에는 악마가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며 ‘사탄의 경례’를 하는 모습이 새겨 있다. 얼마 전 한네가 클럽 명예회원이 됐을 때 안디는 한네의 로커 조끼를 직접 수놓았다. “이제 진짜 ‘메탈 할미’가 됐다”고 한네는 말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존중받는 느낌은 직업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네가 전형적인 예다. 진정한 가족을 일터에서 찾은, 나이를 잊은 팀플레이어도 있다. ‘없으면 안 될 인물’이라는 찬사를 계속 받고 싶은 상사, 항상 마지막까지 남아 대형 사무실의 불을 끄는 부하들도 마찬가지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일하는 노년층’ 현상을 설명하려면 인구통계학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간단한 사실이 있다. 일하는 노인이 점점 더 많이 통계에 잡히는 이유는 이 연령대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이미 1830만 명이 65살 생일을 넘겼다. 20년 전에는 겨우 1200만 명이었다.
노령인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지낸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1880~1890년대에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을 때 갓 태어난 남아의 평균수명은 35.6살, 여아는 38.4살이었다. 이후 세계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다. 좋은 음식, 덜 힘든 노동, 현대의학이 등장했다. 오늘날 독일 남성의 평균수명은 82살, 여성은 86살에 이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스스로 놀랄 정도로 건강하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은퇴를 뒤늦은 은혜이자, 혹독한 노동세계에서 간절히 바라는 구원, 스스로 만족하는 평온한 상태로 여겼지만 이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정상적인 연령 제한을 넘어 성공과 영향력도 쟁취할 수 있다. 어쨌든 특권층에 속했고, 일생을 청소부나 택배기사로 보낼 필요가 없었던 사람이라면 그렇다는 소리다.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69살의 나이에 기민·기사연합의 총리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은 77살에 미국 대통령이 됐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커크 선장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배우 윌리엄 섀트너는 90살에 블루오리진(미국의 우주개발업체)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갔다. 직업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데 나이가 꼭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 퇴직 후 자원봉사로 무료함을 달래는 노인들도 있다. REUTERS

72살의 스타트업 사장
독일 함부르크 샨첸피르텔의 한 로프트(Loft) 사무실은 제대로 된 스타트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탕비실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윙윙거리고, 높은 격자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옆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은 펑크 레코드 음반을 틀어놓았다. 다른 것은 딱 하나, 창업자다. 방금 자신의 발명품을 힘차게 탁자 위에 올려놓은 여성 창업자의 나이는 72살이다.
“디자이너로서 내 심장이 뛰는 곳이다.” 엘케 옌센은 부드러운 주황색 소가죽 가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골프 캐디 가방처럼 생긴 이 물건은 어디 기댈 때 더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보행보조기다. 일종의 성인용 보행기이지만 이 제품을 절대로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옌센은 자신의 작은 회사에 ‘시티캐디’(CityCaddy)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행기라고 불렀다면 이 상품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옌센은 기존 보행보조기를 기껏해야 꽃에 물을 주기 위해 정원으로 밀고 갈 때만 사용하는 노인들을 알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만 보행기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옌센은 나이 들었다고 허약해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허약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보행보조기를 쇼핑 액세서리로 탈바꿈했다.
2021년 9월, 옌센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시티캐디를 고객에게 전달했다. 지금까지 약 100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가격 책정이 점점 어려워지지만 사업은 계속하고 있다.
옌센에게 이 스타트업은 진정한 새로운 시작이다. 함부르크 패션디자인아카데미에서 디자인학과 교수 및 강사로 15년간 일한 것으로 그의 직장생활은 끝났다. 어쩌면 끝이 너무 빨리 다가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65살의 은퇴할 나이가 됐을 뿐이다. 옌센은 일을 그만두고 은퇴할 생각이 없었다. ‘은퇴’란 일선에서 물러나 한가히 지낸다는 뜻이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옌센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옌센의 머릿속에서 오래전부터 이런 아이디어가 맴돌았다. 나이가 들어도 이동성을 유지하고 우아하게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옌센은 걸을 수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린 시절에 경험했다. 당시 그는 류머티즘성관절염으로 4년간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있었다. 이후 움직인다는 것은 그에게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독립성의 일부였다.
“창업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옌센은 지속해서 제품을 개선하고 있다. “이것은 긴 이야기의 시작이다.” 상품을 개발하고, 유연성을 유지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목적이지 돈 때문에 회사를 세운 것이 아니다.
노인들이 매달 받는 평균연금은 2021년 말 기준 1158유로(약 155만원)였다. 남성은 평균 1457유로로 더 높고, 여성은 930유로로 더 낮다. 여기에는 원칙이 적용된다. 근로연수가 많고 임금이 높을수록 나중에 연금이 더 많아진다.

실버노동과 ‘쥐꼬리 연금’ 논쟁
소득이 노인의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학계에서도 논쟁 중이다. 2021년 9월 친자본 성향의 독일경제연구소는 ‘연금이 너무 적어 노인들이 일한다’는 주장은 단순하고 편협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우수한 자격을 보유하고 충분한 연금을 받는 노인도 많다. “빈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가난한 연금수령자의 이미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연구 저자 홀거 셰퍼는 말했다.
독일노동조합연맹의 견해는 완전히 다르다. “계좌에 들어오는 연금이 너무 적기 때문에 추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노인이 꿈의 직장이 아니라 청소 인력, 창고 관리, 배달원 등으로 일한다. 이런 일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법적 연금 제도가 실제 얼마나 적절한지는 분명하지 않다. 통계적 평균값은 일부분만 보여줄 뿐이다. 독일의 많은 은퇴자는 커플로서 두 사람의 연금으로 함께 산다. 또는 국민연금 외에 생명보험, 임대수익, 기업연금 등 추가 소득이 있다. 독일 서부의 시니어 커플은 동부의 시니어 커플보다 명백하게 수입이 더 많다. 그리고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연금을 적게 받는다.
독일 정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부에서 발표한 최근 연금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평균 이하의 급여”를 받는 부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고위 관리직을 더 적게 맡으며, “가정상의 이유로” 더 자주 퇴사하고,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일이 더 많다. 은퇴라는 인생의 전환점이 특히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23호
“Bis ich tot umfall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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