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안자리 Benjamin Ansari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 2022년 6월2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연금 수령자들이 인플레이션에 항의하며 연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장클라우데 모옌은 휴식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65살인 그는 5년 전에 퇴직했다. 하지만 그는 옛 직장에서 가끔 ‘시니어 전문가’로 일한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ZF다. 회사는 그의 전문지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모옌은 43년간 ZF에 근무하면서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 있는 본사, 그리고 중국 베이징과 ‘중국의 실리콘밸리’ 항저우에 있는 지역사무소에서 고객서비스와 영업을 맡았다. 그가 은퇴하자 생긴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회사가 장기 근무 직원들에게 은퇴 뒤에도 계속 제한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 ZF는 2016년 이후 300명 이상의 시니어 전문가가 등록돼 있다. 2021년에 이들은 1700일 이상 근무했다. ZF의 최고령 전임 직원은 76살이다.
2016년 ZF에서 모옌을 직무에서 완전히 해방했을 때 모옌은 60살이었다. 그는 자유 시간을 즐겼다. 샬마이(구식 오보에)를 연주하고, 캠핑카로 오스트레일리아를 일주했다. 동시에 그는 회사생활, 그리고 동료들과의 교류를 그리워했다. “나는 항상 워커홀릭이었다. 아내는 내가 은퇴하고 싶어 하는 것 자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일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옌은 회사생활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움을 해소하려 학생그룹과 신입사원들을 이끌고 회사를 안내하는 일을 했다.

정년 연장은 건강한 노인에게만 해당
4년이 지나 고용주에게 연락이 왔다. 바이에른주 아우어바흐에 있는 이(e)-모빌리티 개발 부서의 업무 절차를 조정하기 위해 경험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독일 산업계는 전기 모빌리티 트렌드를 완전히 놓쳤다”고 모옌은 말했다.
그는 승낙했다. 45년간 법정 연금 기금에 납입했고 현재 평균 이상의 노령연금과 기업연금을 받는데도 말이다. “내 노후 보장은 잘돼 있다. 하지만 임무 자체가 맛있는 도넛이다. 그 맛이 정말 대단하다. 돈은 그 위에 뿌려진 크림일 뿐이다.”
시니어 전문가로서 모옌은 ZF에서 1년에 70일 이상 일할 수 없지만, 근무일을 6개월 이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일당은 예전 임금을 기준으로 받는다. 3월 초부터 모옌은 다시 ZF에서 시니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 번째 임무다. 원래 그는 더 오래 캠핑카로 여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은퇴했어도 그에게는 일이 우선이다.
고용자들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보다 더 오래 일하면 연금기금에도 이익이다. 오늘날 노동인구 100명당 약 35명의 퇴직자가 있다. 2035년에는 48명이 될 것이다. 숄츠 정부가 약속한 것처럼 보장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그 비용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단이 많지 않다. 납부율을 올리면, 특히 평균소득자에게 타격이 온다. 세수 보조금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수년 동안 요구한 법정 정년 연장을 실행하는 것이 비교적 공정해 보인다.
숄츠 정부는 이 길을 사실상 막았다. 신호등(적황녹,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 연정 협정에는 “법정 정년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돼 있다. 이전 정부의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기독교민주연합, 기독교사회연합도 논쟁이 예상되는 이 문제를 외면했다. 이 점에서는 사회민주당도, 기민·기사 연합도 차이가 없었다.
뮌헨 막스플랑크 사회법 및 사회정책연구소의 악셀 뵈르슈주판 연구소장은 수십 년간 새로운 ‘자동조정’ 개념을 주장했다.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늘고 대다수 노인이 점점 더 건강해진다면, 노동연령도 따라서 (자동으로)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기대수명이 3년 늘어날 때마다 노동연령을 2년 연장하라고 권고한다.
경제학자인 뵈르슈주판은 ‘냉혹한 금융수학자’라고 욕먹는 일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그는 생각의 전환으로 사회 전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기업은 고연령 노동자들의 경험으로 이득을 얻고, 고연령 노동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낀다. “정년은 ‘너는 더 이상 쓸모없다’고 암시한다”고 뵈르슈주판은 말했다.
그의 제안이 가진 함정은 기대수명 증가가 고르지 않게 분포됐다는 사실이다. 교육수준과 소득이 높을수록 수명 증가율이 높다. 2021년 독일경제연구소는 ‘사회협회 VdK’(전쟁·병역 희생자, 장애인 및 국민연금수혜자 연합회) 의뢰로 실시한 연구조사에서 공무원이 노동자보다 평균 4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법정 정년이 되기 전에 은퇴하는 사람들은 연금이 상당히 깎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은퇴 연령이 상향된다면 요양원 침대에서 허리가 다칠 때까지 일하거나, 택배의 스트레스를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가장 손해를 본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장애가 있는) 카린 슐츠처럼 더 많은 근로불가연금을 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제도의 재정 문제에 대한 모든 포괄적 해결책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뵈르슈주판도 이에 동의한다. 정년 연장은 “건강한 일반 시민”을 위한 해결책일 뿐이다.

▲ 2019년 5월1일 독일서비스노동조합(Ver.di) 창립자인 프랑크 프시르슈케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메이데이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금 독일연방의회에서 가장 나이 많은 초선 의원(녹색당)이다. 그는 여전히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REUTERS

한 해 더 일할 때마다 연금 더 주기
노동자와 간호사의 아들인 프랑크 프시르슈케는 볼프스부르크의 소시민 가정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노동조합 사무총장과 서비스노동조합(Ver.di)의 창립회장을 했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노동조합에서 18년을 보내고 노조위원장 자리에서 67살에 은퇴했을 때, 그는 긴 직업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했다.
2년 뒤, 69살의 프시르슈케는 직업적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독일연방의회에서 가장 나이 많은 초선 의원(녹색당)이 됐다. 프시르슈케는 “물론 물에 잠기기 전에 섬을 몇 군데 더 방문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직접 몸으로 느끼는 첫 번째 세대이자 다가오는 재난을 막기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말했다. 프시르슈케는 일종의 “정치적 동물”이다. 그는 그만둘 수 없고, 그만두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연금 수급 연령을 67살로 올리는 것에 반대해 그가 벌였던 격렬한 투쟁과 연금 수급 연령을 추가로 상향하겠다는 당의 정책을 어떻게 일치시켜야 할까? 노조위원장으로서 이보다 더 그가 정력을 쏟은 주제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내 나이대의 많은 사람에게는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일은 프시르슈케에게 스트레스라기보다 동기부여였다.
프시르슈케는 퇴직 연령 이후에도 일할 수 있고 일하기 원하는 사람을 막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 공공서비스 부문에선 노동자와 고용주가 모두 원할 경우 오래전부터 정년 연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67살까지 버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래에 ‘모든 사람에게 고정된 정년’이 있을 필요가 없고,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은퇴’로의 유연한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초의 도구가 이미 마련돼 있다. 2017년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일명 ‘플렉시(Flexi) 연금’을 도입했다. 조기퇴직자가 조금 더 쉽게 돈을 추가로 벌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일반퇴직자는 한 해 더 일할 때마다 노후연금을 6%씩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1차 평가에 따르면 이 모델은 아직 그다지 인기가 없다.
그래서 특히 자유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스칸디나비아 모델’을 기반으로 한 모델의 확장을 토론하고 있다. 자유민주당의 사회문제 전문가인 요하네스 포겔은 “그것은 60살 이상의 모든 사람이 언제 일을 그만둘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정년 연장을 하면 독일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 저소득자나 건강 문제로 정년퇴직 연령까지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세금으로 지원하는 최소 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법만으로는 사회가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없다. 젊은이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노화 연구 분야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심리학자이자 작가 안드레아스 크루제는 노인의 창조적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피아노 연주를 하곤 한다. 주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의 헌정>(Musikalischen Opfer) 중 한 대목을 고른다. 뜻을 가지고 고른 작품이다. 바흐는 이 작품을 자신이 사망하기 3년 전에 작곡했다. 거의 실명한 상태였지만 바흐의 창작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크루제는 기대수명 증가와 함께 법정 퇴직 연령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니어도 법적 정년 연장은 세대 간 정의를 위해 좋은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제에 많은 노인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상관없이 연령 제한 자체는 필요하다고 크루제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삶의 계획을 세우는 데 기준이 되는 표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23호
“Bis ich tot umfalle”
번역 황수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