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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은행들 CBDC ‘열공’
[알기 쉬운 금융 이야기] 중앙은행디지털화폐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김용 goldheader@hanmail.net

김용 금융전문가 

   
▲ 2022년 8월8일 영국 런던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2009년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트코인(Bitcoin)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코인을 통칭하는 ‘Cryptocurrency’(암호화라는 뜻의 crypto와 화폐를 뜻하는 currency의 합성어)라는 용어가 생겼다. 국내 언론에서는 가상화폐, 디지털통화, 가상통화, 암호화폐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렀다. 2017년 말 비트코인 하나의 가격이 2만달러에 육박하자 많은 사람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20~30% 비싸게 거래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도 생겼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해 글로벌 통화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가상자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활기를 띠었고,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Non Fungible Token) 등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장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또 변동성이 높은 기존 가상자산을 보완하기 위해 안정적인 가치가 유지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등장하면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이 생겼고, 비트코인 가격이 2021년 11월 6만9천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2022년 9월 초 2만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고점 대비 70% 이상 떨어졌다.

영국중앙은행, CBDC 첫 언급
시간이 흐르면서 주요 국가들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 코인들의 명칭을 ‘화폐’에서 ‘자산’으로 바꾸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4년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는 표현을 썼다가 2018년에는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변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증권감독위원회(IOSCO)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가상자산, 암호자산,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3월 시행한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여러 나라가 블록체인 기술 기반 코인을 ‘자산’으로 평가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 등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6월 ‘책임 있는 금융혁신법’(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을 발의해 가상자산 관련 담당 기관을 증권거래위원회(SEC)로 규정하는 한편, 가상자산 정보공시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7개 회원국이 ‘암호자산시장법률안’(MiCA·Market in Crypto-Assets Regulation)에 합의해 가상자산 관련 포괄적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발행 허용, 불공정거래 금지 등을 고려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방안이 논의 중이다.
중앙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며, 금융시장 교란 요인을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금융 안정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유지해야 한다. 가상자산과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확대, 현금 이용 감소세 등으로 디지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5년 영국중앙은행(Bank of England)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했고, 이후 주요국들은 CBDC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보관
CBDC라는 용어에 생소한 느낌이 있지만, 화폐를 지갑에 보관하듯 디지털화폐는 스마트폰 등 전자지갑 등에 보관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CBDC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려면 기존 화폐를 디지털화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 간 혹은 은행 간 이체 오류나 기술적 애로사항, 국가 간 지급결제의 용이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여건 변화와 CBDC 발행 필요성에 대비해 전담조직을 마련하고 은행 간 자금이체, 증권대금 결제 등의 시험을 거쳤으며, 9월부터 16개 시중은행과 시험하는 등 법적·기술적 이슈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CBDC 연구와 도입 준비 작업은 상당 수준 진척됐으나, 구체적인 발행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1월 캐나다, 영국, 일본, EU, 스웨덴, 스위스 중앙은행과 함께 CBDC 관련 ‘정보공유포럼’을 창설해 각국의 디지털화폐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CBDC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2021년 7월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ECB는 향후 2년간 디지털 유로의 설계 및 유통과 관련한 핵심 이슈를 검토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이 생겼지만 전통 화폐가 가치 저장, 교환 매개, 회계 단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민간 주도의 가상자산이 공식적인 화폐로 사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요국들은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은 물론 통화정책, 금융 안정 책무 수행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CBDC 발행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이슈를 검토하리라고 예상한다.

* 20년 가까이 한국은행에 근무하며 금융시장의 국내외적 변화를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자산,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금융경제 이슈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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