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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부르는 에너지 카오스
[Editor's Letter]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이용인 yyi@hani.co.kr

이용인 편집장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의 야간 조명이 2022년 9월1일부터 꺼졌다.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던 이 건축물은 통일과 함께 베를린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독일의 랜드마크도 에너지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독일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공공기관과 건물 난방을 최소화하고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 조명을 끄도록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도 9월23일부터 야간 조명 시간을 1시간15분 정도 단축했다. 곧 닥칠 겨울을 앞두고 유럽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초까지 천연가스와 석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한꺼번에 폭등했다. ‘1차 에너지 파동’이라 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대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앞다퉈 실시하면서 촉발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진 ‘2차 에너지 파동’은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유럽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겨울이 일찍 찾아오거나 강추위가 덮치면, 난방과 전력을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에 어둡고 추운 혹독한 겨울이 될 수 있다. 하늘의 자비에 기대야 하는 이번 위기는 1973~1979년 중동 오일쇼크 이래 가장 심각한 에너지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공급 부족은 일상생활의 불편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비료업체인 노르웨이의 ‘야라 인터내셔널’은 암모니아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암모니아 생산을 65%가량 줄였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원료이고, 비료가 부족하면 식량 생산도 줄어든다.
이번호는 에너지 공포가 유럽을 휩쓸면서 수십 년 동안 지켜왔던 명분과 신념이 무너지는 혼돈의 모습을 전한다. ‘탈원전’의 기수였던 독일에선 깃발을 내리라고 아우성이다. 원전 재가동이란 여론에 밀려 정치인들도 어정쩡한 모습이다. 또한 유럽 각국은 1년 전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콩고분지의 열대우림을 보호하겠다고 엄숙히 서약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프리카의 밀림을 밀어내고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에 열을 올린다. 자구책이나 실용주의로 포장하기엔 기후변화 위기에 치명적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화석연료로의 귀환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일시적 혼돈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재앙이 될 수 있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소나 유전·가스전의 수명은 30~40년이어서, 지금부터 투자를 시작하면 관련 산업이 앞으로 화석연료 추방에 더욱 저항할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와중에도, 화석연료 산업과 대결이라는 근본 문제와 씨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뿐 아니라 한국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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