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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으로 경쟁력 제고
[COVER STORY] 중국 반도체 거품 걷어내기- ② 전망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자이사오후이 economyinsight@hani.co.kr

자이사오후이 翟少煇 친민 覃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11월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콘퍼런스(WIC) 행사장에 마련된 ZTE 홍보관. 2018년 미국의 ZTE 제재가 중국 반도체 국산화의 불을 지폈다. REUTERS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국산화 사업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맹목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반도체 수입 총액을 보면 국산 제품 비중이 여전히 낮고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파이’가 명확한 분야는 선두기업이 생겨 창업의 기회가 적다고 투자자들은 판단했다. 멍웨이 징신투자 파트너는 “국산화가 대세였지만 각 분야 선두 기업만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고 2·3위 기업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남 지역 반도체 투자자는 “국산화로 기술 병목 해소를 강조한 사업계획서를 많이 받았다”며 “창업자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과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류
자오잔샹 윈시우캐피털(雲岫資本) 파트너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이 중국 통신기기 업체 ZTE(중싱통신)를 제재하기 전까지 중국 반도체기업은 시장 차별화에 주력해 외국 대기업이 장악하지 않은 소비전자 분야를 공략했다. ZTE 제재 이후 국산화 노력을 본격화해 중국 기업이 핵심 고사양 반도체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22년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혁신 분야 투자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루샤오바오 중커촹싱 이사총경리는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여러 기업이 동일 제품을 만드는 상황이 나타났다”며 “국산화가 아니라 ‘국산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경쟁 논리가 변했고 제품 차별화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수익성이 강한 기업은 제품과 기술혁신 능력에 의존한다. 앞으로 파괴적 혁신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0에서 1을 만드는’ 혁신 분야로 자금이 흘러갈 것이다.”
반도체 투자 분야도 분화하기 시작했다. 베인앤드컴퍼니 중국 지역 지속가능발전·에너지사업 책임자 쩌우쥐안에 따르면 중국에서 성장하는 통신용과 일부 메모리, 인공지능(AI), 상대적으로 성숙한 수준의 그래픽, 전력반도체 분야는 단말시장 수요가 크다. 기술 제한이 적은 편이고 외부 생태계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아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장거리 달리기에 해당한다. 앞선 제조공정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국제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크게 떨어진다. 현재 2~3개 기업이 소규모 상업화를 실현하고 7나노 공정을 채택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엔비디아(Nvidia)에 의존한다.
자동차 분야는 계속 공급이 부족해 투자 열기가 식지 않았다. ‘2022 중국 남사군도 국제집적회로산업포럼’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회의장은 빈자리가 없었고 뒷줄에 서서 발표를 들은 사람도 많았다. 위안펑 GAC캐피털(廣汽資本) 총경리는 “소비전자 제품 반도체보다 차량용 반도체는 검증 주기가 길고 다양한 제품을 소량 생산하므로 투자기관이 집중하지 않던 분야”라고 말했다. 지금은 신에너지와 스마트커넥티드 자동차가 발전하고 미래형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 확실한 투자 분야가 됐다.

   
▲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미디어텍의 강화된 얼굴인식 엔진을 갖춘 스마트폰이 전시돼 있다. 미디어텍의 연구개발 인력은 중국 반도체설계 선두 기업 UNISOC 전체 직원 수의 3배에 이른다. REUTERS

초기 단계 주목
창업투자사가 참여하지 않았던 웨이퍼 제조 분야도 최근 다양한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022년 6월30일 화남 지역 웨이퍼제조사 웨신(粵芯)반도체가 45억위안(약 8700억원)을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광둥성반도체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과 GAC캐피털이 리드투자자였고 란푸창업투자(蘭璞創投)와 월든(Walden)인터내셔널 등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기술 병목 현상이 주로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데 제조공정 개발은 어렵다. 하지만 반도체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 분야에서는 기계제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20억위안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 책임자는 “주로 패키징과 장비 분야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멍웨이 파트너도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응용과 설계 분야가 성장했고 점차 소재와 장비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특히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둥촨 궈터우촹허펀드(國投創合) 최고투자책임자에 따르면 최근 중웨이반도체와 화하이칭커 등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상장하면서 장비 분야 투자가 늘었다. 2022년 6월8일 촹예반에 상장한 화하이칭커는 25억위안을 초과 모집했다. 주가가 거래 첫날 64% 오른 뒤 발행가의 2배가 됐다. 장비 제조사가 발행시장에서 주목받았지만 자금조달 기간이 길어졌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장비 제조사의 기업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반도체 소재와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특수가스 등 보조재료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 기업 시놉시스(Synopsys)의 주융 중국 지역 부총경리는 “단련을 거친 뒤 금액이 크고, 주기가 길며, 세분화했고, 전문성이 강한 잉커지 분야 투자의 특성을 자본시장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각 분야의 ‘눈앞의 과실’은 대체로 수확이 끝나 투자기관들은 갈수록 초기 단계에 투자하고 있다. 자오잔샹 파트너는 “최근 초기 단계 투자에 적극적인 투자기관이 많다”며 “대부분 5~6년 뒤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단기적인 시장 분위기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중후기 단계 투자에 집중하던 펀드들도 초기 단계 투자를 주목하고 있다.
둥촨 최고투자책임자는 “반도체 투자 경험이 없는 기관이 시장 분위기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면 가장 먼저 매출과 이익이 생기는 후기 단계 기업 투자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화남 지역 반도체 투자자는 “시장의 자금이 초기 단계 투자에 주목하지 않는 것은 유한책임투자자(LP)의 속성 때문”이라며 “은행 고객과 기업의 유휴자금을 끌어온다면 투자 기한이 길어야 5~6년”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재무적 투자자보다 산업자본과 국유자본이 반도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위안펑 총경리는 “GAC캐피털이 자동차산업의 국산화와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 또는 장기 협력이 가능한 대상에 투자한다”며 “이런 기업의 가치평가는 대부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명 투자기관에 제시한 기업가치보다 ‘할인’해 우리에게 투자를 권유한 반도체기업도 있다.” 산업투자기관 책임자는 “산업투자기관은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압박이 없고 주식시장 분위기가 저조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산업투자자들은 “최근 비교적 좋은 가격에 협상할 기회가 늘었다”고 말했다.

분열 또 분열
반도체기업은 지금 ‘자본시장의 혹한’을 어떻게 견딜지 고민하고 있다. 과거 높은 기업가치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은 지출을 줄여 버틸 수 있지만 실제 조달 자금이 많지 않은 기업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신생기업은 기업가치를 낮춰 자금조달을 진행할 생각이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상하이의 산업투자자는 “현금흐름만으로 버티기 힘든 기업이 하반기에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상장사 창업자는 “많은 신생기업의 실제 가치가 높지 않다”며 “기업이나 소비자가 아닌 벤처캐피털을 겨냥한 기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업은 시장의 규율을 존중하지 않고 가격을 낮춘다. ‘넌 고기를 먹어라, 난 뼈만 있으면 된다. 넌 국을 먹어라, 난 물만 마시고도 무슨 일이든 한다’는 식이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도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 끊임없이 창업자가 나오고 기업을 설립한다. 이런 기업이 시장을 교란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루샤오바오 이사총경리는 “초기에 자금조달을 자주 하고 기업가치가 너무 높으면 창업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창업자는 본인 회사가 대기업이고 본인이 성공했다고 착각해 제품과 고객, 사업이 아닌 다른 일에 관심을 쏟는다. 많은 창업자가 실패하는 원인이 마음가짐에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연구기관인 아이시와이즈(ICWise)의 구원쥔 수석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설계 창업회사의 분열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18~2019년 AMD와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외국 기업에서 나온 창업팀들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책임진 경험이 있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2019~2020년에는 화웨이에서 독립한 창업팀들이 맨손으로 하이실리콘(Hisilicon)의 어떤 제품을 개발했고 조만간 제2의 하이실리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2022년에는 UNISOC(紫光展銳)는 물론 다른 중국 설계기업에서 근무했고 함께할 동료가 있으며 반도체를 개발한 경험이 있으면 창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생겼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이런 소기업이 다시 무수히 많은 작은 팀으로 갈라졌다.”
반도체설계 분야에만 3천 개에 가까운 기업이 생겼다. 웨이샤오쥔 중국반도체산업협회 부이사장은 2021년 중국 반도체설계회사 수가 2810개로 2020년 대비 26.7% 늘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534개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분산됐다. 웨이샤오쥔 부이사장은 “직원 수 1천 명 이상인 반도체설계기업은 32개에 불과하고, 100명 이하가 83.7%(2351개)”라며 “수만 명이 근무하는 해외 대기업에 견줘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미디어텍(MediaTek)은 2022년 2월 현재 직원 수가 2만 명이 넘는다. 연구개발인력만 1만7600명으로 중국 반도체설계기업 선두주자 UNISOC 전체 직원 수의 3배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열풍 때문에 투자를 받으면 안 되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했다”며 “사방에서 인력을 데려가 중국 반도체업계는 전반적으로 인력 부족 상태”라고 말했다.
자오잔샹 파트너는 “지난 4년 동안 세부 분야마다 5~20개 기업이 생겼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강자가 계속 살아남는’ 분야다. 한 분야에서 대기업이 자리잡으면 다른 기업이 성장하거나 생존하기 어렵다. 이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합병이다. 한 산업투자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쏟아져 나온 창업기업 가운데 1%만 생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 전시된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쿤펑 920 칩셋. 중국 반도체 창업팀은 너무 분열하는 바람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REUTERS

인수·합병 걸림돌
인텔과 엔비디아, AMD 등 대기업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초대형 제품 가치사슬’을 만들어 ‘보호벽’을 강화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통계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2020년에 세계 반도체기업이 발표한 인수·합병 총액이 1천억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자본이 넘치고 기업가치가 떨어질 줄 모르는 중국에서는 선두 기업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류단 웨아오반도체산업기금 파트너는 85개 중국 반도체 상장사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미국 반도체 상장사의 실적을 대조했다. 중국 기업의 매출은 미국의 13%, 순이익은 4%에 불과했다. 시가총액을 조정한 뒤에도 중국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이 미국의 40%, 주가수익비율은 2배였다.
최근 중국 반도체기업의 상장 속도가 완만해지고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인수·합병의 어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 반도체 투자자들은 2022년 투자 열기가 사그라진 상황이 ‘함께 모여 온기를 나누려는 현상’을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한 기업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지분투자보다 기업 인수를 고려할 것이다” 등의 얘기가 들린다.
중국 반도체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둥촨 최고투자책임자는 “외국의 경험에 비춰 특정 분야에서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한정됐으므로 통합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 국제시장에서는 인수·합병과 통합을 대기업이 주도했다. 중국에서는 업계 선두 기업이 규모, 기업가치, 매출액 등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더 성장해야 그런 능력이 생길 것이다.”
주융 부총경리는 “중국 반도체기업은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기술과 인력관리 능력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인수·합병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자원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기술과 인력을 포용하고 통합할 수 있을지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27호
半導體擠泡沫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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