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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서비스, 대재앙 온다
[집중기획] 독일 휩쓰는 구인난 ① 인구 감소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플로리안 디크만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이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항, 레스토랑, 수영장과 요양원 등이 구인난으로 기본 운영조차 어려울 정도다. 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의 격변으로 노동가능인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암울하게도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모두가 외면했던 진실이 복수의 발톱을 세우고 있다. _편집자

플로리안 디크만 Florian Diekmann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알렉산더 프레커 Alexander Preker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요하나 바그너 Johanna Wagner 프리랜서 기자

   
 

독일의 노동력 현황이 궁금하다면 학술적으로 접근해 기나긴 목록을 학습하면 된다. 연방노동청이 작성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직업군 목록 말이다. 연방노동청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직업군 148개를 지정했다. 그 밖의 122개 직업군은 인력난 관찰 대상이다. 각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방노동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양원 돌봄 인력 채용에 평균 8개월, 시공업체에서 에너지 기술자 채용에 대략 7개월이 걸린다. 지하 공사 노동자 채용에는 6개월 이상, 우주항공 여성 기술자 채용에는 5개월 이상 소요된다. 학술적이 아닌 실용적인 접근을 선호한다면, 2022년 여름 일반 주택에 최신식 보일러 설치를 신청하고 자녀가 입소 가능한 유치원을 알아보거나 공항에서 수하물을 위탁해보면 된다.

2035년까지 노동인력 700만 명 줄어
효율성으로 극찬받는 나라 독일에서 이런 기본적인 서비스가 최근에 아예 중단되는 일이 적지 않다. 수개월에 이르는 대기나 사업장 폐쇄 등 독일이 곳곳에서 멈춰 서 있다.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요즘 역대 최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는 174만 개에 이른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 독일에 부족한 것은 전문인력이나 정보기술(IT) 개발자, 엔지니어만이 아니다. 공사장 인부와 도장공, 페인트공, 제빵사, 공항 수하물 처리 직원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다. 몇 년 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퇴직하고 연금생활자가 크게 늘어날 터인데, 생업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는 점점 줄어 독일은 전무후무한 대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2035년까지 생업 종사자가 700만 명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지난 수년간 전문가들의 구인난 경고는 배부른 투정쯤으로 치부됐다. 일상에서 전문가 구인난은 전혀 체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독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수많은 독일인이 핵심 서비스 인력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적잖이 당황해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 공항에서 위탁 수하물을 처리했거나 레스토랑에서 서빙했던 사람들은 지금 과연 어디에서 돈을 버는 것일까?
요즘 공항 수하물 수취대에서 자신의 여행용 가방을 초조하게 기다리거나 수리공이 전화조차 받지 않아 욕하는 사람들도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나면 이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리라 믿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인력난의 원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위기의 원인은 훨씬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금 독일은 근원적인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독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면 가치 창출과 성장, 그리고 부가 부족해질 것이다. 가난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일이 가난해질 수도 있다는 상상은 누구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로 그만큼 비현실적 일로 간주했다.
독일 쾰른경제연구소(IW) 자료를 보면, 항공업계에 전문인력이 7200명 정도 부족하다. 수년 전부터 노동조건이 계속 나빠지는 우주항공 업계를 견뎌낼 사람을 구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함부르크공항 제1터미널. 체크인 카운터의 항공편 출발 알림판엔 ‘항공편 취소’라는 단어에 이상하리만치 자주 불이 들어온다. 수많은 여행객에게 요즘은 무척이나 힘든 시기다. 공항 보안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에 말 없는 분노가 느껴진다. 겨드랑이가 땀으로 흠뻑 젖은 한 사내가 홀로 일하는 한 서비스 여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그가 내뱉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빌어먹을”이라는 욕이 출국장에 울려퍼졌다. 방금 휴가지로 떠날 예정이던 그의 항공편이 취소된 것이다.

   
▲ 유례없는 인력 부족으로 공항마다 북새통이 벌어지고 있다. REUTERS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시화
여기서 한 층 아래에 승객들이 위탁한 여행용 가방과 유모차 등 수하물이 수취대로 옮겨지기 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람이 뚫고 지나가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승객들은 이미 몇 시간 전에 공항에 착륙했는데, 이들의 위탁 수하물은 인제야 다른 항공편을 통해 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받기까지 며칠, 심지어 몇 주까지 걸릴 수 있다.
요즘 항공 여행객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셔츠 겨드랑이가 땀으로 흠뻑 젖은 남자나 소셜미디어, 그리고 황색언론 모두 최근 공항의 대혼란 상황을 한목소리로 격렬하게 성토하고 있다. 독일 일간 <빌트 차이퉁>은 최근 “너희는 우리 휴가를 망치고 있다!”며 독일의 전국 공항을 비판했다.
이번 여름에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컨디션이 모두 좋아야 한다. 공항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고 즉흥적인 항공편 취소도 견뎌내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
항공사마다 승무원과 지상직 모두 상당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인력난으로 수천 편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공항마다 보안검색대 앞에 장사진을 친 승객들은 최악의 경우 비행기를 놓칠 각오까지 해야 한다.
독일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마요르카, 마데이라, 몰디브 등 여러 휴양지 섬과 국가에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는 것에 익숙했다. 과거에는 조기 예약만 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단기 휴가쯤은 베를린에서 바이에른주까지의 기차비 정도로 다녀올 수 있었다. 그렇게 독일인에게 여행이란 저렴하면서도 힘들지 않은 일이었다. 비행기만 탄다면 말이다.
사실,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항공편 이용의 대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던 사람들이 치렀다. 항공기 화물칸에서 수하물 분류 작업을 하는 노동자, 항공기 입구로 승객용 계단차를 이동하는 노동자, 그리고 활주로를 가로질러 기내식을 이동하는 노동자는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지만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였다. 파울 라즐로프(57)도 그중 한 명이었다.
라즐로프는 과거 요리사 직업훈련을 받았다. 잠시 쉬었던 때를 제외하고 거의 40년 동안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일했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항공업계의 상황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직업이 부끄럽다고 이제는 말할 용기를 낸 것은 노사평의회 소속으로 부당 해고를 당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라즐로프는 1982년 당시 루프트한자 케이터링(항공 서비스 제공) 자회사 LSG에 입사했다. LSG는 최근 게이트그룹(Gate Group)에 인수됐다. LSG 직원들은 공항이라는 먹이사슬에서 항상 가장 아래 단계에 있었다. LSG 직원들이 ‘롤 그리저’(Roll Greasers·1950~1960년대 미국에서 머리에 기름을 발라 뒤로 넘기고 가죽점퍼와 로큰롤을 즐기던 남성 하층계급)로 불렸던 것이 단적인 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의 루프트한자항공 지상근무 노동자들이 2022년 7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REUTERS

연방경찰도 아웃소싱
라즐로프는 과거에 적어도 월급만큼은 괜찮았다고 말한다. 그는 월급으로 독일 타우누스에 정원이 딸린 주택을 장만했다. 당시만 해도 하청계약이나 임시직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항도 분 단위로 분주히 움직일 정도로 수익에 함몰되지 않았다. 이제 공항 운영업체는 오로지 인건비 절감 용도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심지어 연방경찰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저렴한 민간 보안업체에 보안검색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형편이다.
항공사로서는 돈을 벌려면 항공기를 최대한 쉼 없이 운행해야 한다. 항공기가 지상에 있는 단 1분 1초의 시간도 손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 항공사는 항공기 착륙 25분 만에 다른 승객들을 태우고 다시 이륙하도록 항공 일정을 짜기도 한다. 항공사들이 항공기마다 지상에 대기하는 시간을 여유롭게 배정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독일 공항의 최대 서비스업체 AHS(Aviation Handling Services)의 아멜리 카리시우스 대표는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말한다.
라즐로프와 동료들이 화물차로 기내식을 루프트한자 기내로 운반하는 일은 분초를 다투는 작업이다.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운전기사의 휴대전화 시작 시그널에 불이 들어온다. “화물 운전사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기내식을 모두 비행기에 싣기 위해 활주로를 미친 듯이 달린다.”
활주로는 시간당 30㎞로 속도가 제한돼 있다. 과속이 적발되면 운전사는 수당이 삭감된다.
과거 공항이 향수의 장소였다면, 지금은 노동계의 땀과 기름이 묻은 지옥의 변방이다. 라즐로프는 최근 중국 농민공 영화를 보면서 마치 자기 모습을 보는 듯했다. “많은 동료가 노예가 된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현재 독일의 풀타임 노동자 월평균 수입은 4100유로(약 549만원)다. 라즐로프 회사의 노사평의회에 따르면, 게이트그룹의 임시계약직은 매주 40시간 노동에 수당 없이 한 달 1788유로를 받는다. 이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리프트트럭 운전사의 한 달 수입은 세전 2390유로다.
라즐로프의 급여는 이보다 많은데, 그가 회사와 법적으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임금체계에서 임금이 35%나 삭감된 라즐로프는 회사에 맞섬에 따라 이른바 규칙 위반자로 간주된다. 하지만 회사에는 계속 출근하고 있다. 게이트그룹은 <슈피겔> 취재진에 LSG의 유럽 사업 인수 뒤 상향이든 하향이든 급여 조정이 필요해졌다고 말할 뿐, 급여와 관련한 말을 피했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장기 근속자 혜택이 아쉬워 아직 회사에 남아 있다. 과거 LSG 직원을 루프트한자 정규직으로 만들어줬던 유명한 ‘노란색 직원증’과 항공권 할인이 대표적 혜택이다. 라즐로프는 항공권 할인 혜택 덕분에 과거에는 매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서 레코드를 샀다. 하지만 항공권 할인 혜택도 조만간 없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게이트그룹에서 퇴사율이 높은 층은 비교적 젊은 운전기사들이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지역에서 게이트그룹보다 급여 수준이 더 높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일자리를 충분히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라즐로프는 최근 지역신문에서 구인광고를 봤는데, 다른 기업들은 지게차 운전기사에게 월급으로 3565유로를 지급했다. 그래서 게이트그룹을 그만두는 동료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직원들의 퇴직 행렬을 한층 가속했다. 프랑크푸르트공항은 팬데믹 기간에 직원 4천여 명을 감원했다. 그리고 교대근무 수당이 사라졌거나 급여가 낮은 단기 일자리만 대거 남았다. 생계를 꾸리기에 빠듯한 직원들은 투잡을 뛸 수밖에 없었다. 이직한 라즐로프의 동료들은 슈퍼마켓에 취직하거나 화물차를 몰거나 택배기사로 일했다. 적잖은 동료가 게이트그룹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값싼 항공권 뒤에 열악한 노동
라즐로프가 몸담은 항공업계만이 팬데믹 기간에 감원으로 수익 최적화를 꾀한 유일한 업종은 아니다. 돌봄, 보안, 운송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독일에서 노동시장 전문가들이 ‘대량 퇴사’(Great Resignation)라고 부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직원들은 더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퇴사하고, 남은 직원들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인력난을 해결해달라는 항공업계의 거센 요구에 떠밀리다시피 해, 임시로 튀르키예에서 최대 2천 명의 인력을 모셔온다는 결정을 내렸다. 신규 노동력은 기본 임금협약에 따라 급여를 받는데, 그나마 진일보한 결정이다.
친기업 성향의 독일경제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공항의 만성적인 인력난은 노동조건 개선 없이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라이언에어의 최고경영자(CEO)로 저비용항공의 선구자로 일컫는 마이클 올리어리조차 최근 자신의 사업모델에 의심을 갖게 됐다. 항공요금이 “너무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29호
“Jetzt brennt die Hütt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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