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Analysis
     
엎친 데 덮친 유로화, 독일 임금인상이 출구
[ANALYSIS] 유로화 위기 다시 오나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리자 닌하우스 economyinsight@hani.co.kr

리자 닌하우스 Lisa Nienhaus <차이트> 기자

   
▲ 급격한 인플레이션 속에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로화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REUTERS

1999년 유로화가 시민들의 계좌에 장부상 화폐로 기록되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당시 유로화 현금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공동화폐는 달러화에 대해 상당히 그리고 꾸준히 평가절하됐다. 최초 환율은 1유로당 1.18달러였다. 그러나 2000년에는 유로화가 달러화보다 가치가 떨어졌다. 최저 환율을 기록할 당시 1유로의 가치는 0.82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당시 많은 전문가를 놀라게 했다. 독일 크레펠트에서 태어나, 1970년대에 미국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스타 경제학자가 된 루디거 돈부시 같은 전문가들 말이다. 통화 전문가인 그는 2000년 5월 한 인터뷰에서 “나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에피소드는 지금 사람들이 걱정하는 바로 그것이다. “올해 85살이고 건강하신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초인플레이션 시대를 잘 기억하신다. 어머니는 나에게 물어보신다. ‘그들이 내 돈을 망치고 있니?’”
22년이 지난 지금, 루디거 돈부시의 어머니가 던졌던 질문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더 시급해졌다.

   
▲ 2022년 7월22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기후환경 장관회의에 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마라도나 가면을 쓰고 시위하고 있다. REUTERS

“그들이 내 돈을 망치고 있니?”
2002년부터 실물화폐로 통용된 유로화는 불안했던 초창기 이후 마침내 회복해 달러 대비 가치를 유지했다. 2010년부터 개별 유로존 국가의 높은 부채로 유럽 통화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유로화 가치는 38℃ 기온의 그늘에서 한 덩이의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녹아버리듯 사라지는 것 같다. 2022년 7월12일 일시적으로 1유로의 가치가 또다시 1달러 미만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주변 여건은 유로화 초창기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6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8.6%로 통화동맹이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달러화에 대한 약세는, 예를 들어 미국산 수입품을 더 비싸게 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이는 하필 이미 잔뜩 비싼 에너지에 적용된다. 원유는 대부분 달러로 가격이 책정돼 거래된다. 요즘 휘발유나 난방유를 사는 사람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유가에 더해 환율 프리미엄까지 치러야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하락은 통화 세계에서 경고신호다. 왜냐하면 이는 전형적인 연화(軟貨·Soft Currency, 금 또는 외국 통화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없는 통화)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준비금으로 보관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돈을 이렇게 부른다. 유로의 상황은 아직 그렇게 나쁘지 않다. 어쨌든 유로는 여전히 달러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준비통화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음에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돈부시 어머니의 질문은 이미 제기됐다. “그들이 내 돈을 망치는가?” 만일 그렇다면 왜? 그리고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마르쿠스 브루너마이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독일 바이에른 출신이지만 직업상 이유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고,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학 경제학 교수다. 돈부시와 마찬가지로 그는 대륙 사이를 건너다닐 뿐만 아니라 비슷한 전문 분야를 다룬다. 금융시장과 통화다.
브루너마이어는 “유로화는 현재 연화가 아니지만 연화로 가는 방향에 있다. 지금 조처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21일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이에 유로존 기준금리는 0.5%가 됐다. 브루너마이어는 “이는 순전히 상징적인 성격의 통화정책”이라면서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금리 인상은 중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늦출 것이다. 높은 금리는 결국 기업이 돈을 빌리는 데 더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기업이 새 공장이나 기계에 대한 지출을 줄이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억제된다. 대출 수요가 감소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물가가 내려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로화의 외부 가치도 그 결과 상승할 수 있다. 환율은 종종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환율이 확실히 반응하는 것은 금리 차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뒤 투자자가 더 많은 이자를 주는 통화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 2022년 7월21일 사임 의사를 밝힌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하원에서 연설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REUTERS

걱정되는 남유럽 국가 부채
응당히 통화 위기라고 부를 수 있는 위기에 ECB는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는가?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좋게 말하면 경로의존성(과거의 선택이 관성 때문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 현상)이다. 덜 공손하게 말하면 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이제 ECB 지도부는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경로를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 일을 해냈지만 ECB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이는 다른 두 이유와 관련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에는 또 다른 두 위기가 있다. 하나는 가스 위기다.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면 독일은 물론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같은 국가들의 실질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은 생산을 중단해야 하고, 사무실은 난방이 안 되고, 수영장은 폐쇄해야 한다. 심지어 겨울에 난방용 가스를 살 수 없어 추위에 떨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스 공급 중단은 경제에 충격을 주고, 이 경우 독일에선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ECB가 지금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경기침체가 악화할 수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본인 외에 누구도 그가 실제로 무엇을 할지 모른다. ECB는 지금 금리를 인상하고 상황이 바뀌면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 게다가 중앙은행은 가장 중요한 목표로 물가안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명확한 임무가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방지는 이미 유럽연합 조약상으로도 현시점에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가상의 경기침체를 완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또 하나의 위기는 과도한 부채를 진 유럽 국가들의 위기다. 이는 ECB의 더 핵심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들 국가의 국채 금리는 급격히 상승했다. 이탈리아는 10년 만기 국채에 3.3% 이자를 지급한다. 이는 1년 전보다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모든 것은 서로 관련돼 있기에,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과도 관련 있다. 급등하는 물가와의 싸움에서 미국 연준의 주도하에 값싼 자금 시대가 막 끝나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모든 사람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부채가 많은 국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그들에게는 (이자가) 금세 너무 비싸질 수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 더욱 걱정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로 위기에서 ECB 총재(2011~2019년)로서 단호한 행동으로 유명해졌던 사람이 조국의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이제 정치 무대를 떠나게 됐다.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드라기는 2022년 7월21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미국 중앙은행과 달리 ECB는 궁지에 몰려 있다. 금리를 너무 적게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다.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면 유럽 각국의 재정이 붕괴할까 걱정해야 한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ECB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10년 전에 마리오 드라기가 ECB는 유로를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 이에 대한 기대의 압박이 ECB를 짓누르고 있다. 당시 드라기는 이렇게 말했다. 개별 국가가 파산하면서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해 유로존을 떠나고, 그로써 유로화가 붕괴하면 통화동맹이 실패하고, 그와 함께 ECB도 실패한다. 그에겐 유로화 붕괴를 방지하는 것이 ECB 임무의 일부였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2년 7월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그럼에도 거꾸로 가는 독일
당시 드라기의 상황은 후임자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현재 상황보다 덜 위험했다. 드라기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울 필요가 없었다. 유로화 위기의 최고 정점이던 2012년에 물가상승률은 2.5%에 불과했다. 그래서 드라기는 항상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스토리를 말할 수 있었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로부터 약간의 돈을 상속받은 15살 소년 마리오 드라기의 이야기다. 드라기의 후견인은 이 돈을 주로 이탈리아 국채에 투자했다. 드라기가 나중에 그것을 처분하려 했을 때 이탈리아에 만연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그의 자산은 거의 가치가 없어졌다.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고 인플레이션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제 ‘통화연합의 분절화’, 즉 분열에 대항할 수단을 제시하려 한다. 그 뒤에 숨겨진 아이디어는 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는 회원국의 국채를 ECB가 매입해 국가 간 국채 금리, 예를 들어 그리스 국채와 독일 국채의 금리 간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부채 위기국에 대한 투기를 방지한다.
과거에도, 예를 들어 드라기의 전임자인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시절에도 비슷한 조처(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가 있었다. 당시에도 이 정책은 안정지향적인 독일인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중앙은행이 유럽 개별 국가의 채권을 사면 해당 국가의 예산을 간접적으로 조달해주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ECB에 금지됐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중요한 우려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이 정책은 여전히 치열한 논쟁 주제다. 심지어 독일연방은행 수뇌부도 (과도한 부채를 진) 유로존 회원국의 파산을 놓고 벌이는 투기를 방지하는 수단에 찬성한다. 하지만 온갖 곳에서 빠르게 ‘투기’가 벌어지리라는 두려움이 크다. 누구도 이 나라들에 자금을 빌려주고 싶어 하지 않아 이들이 높은 (국채) 이율을 치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자 브루너마이어는 유로화 위기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또 다른 제안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일의 임금인상률을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같은 국가보다 약간 더 높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국가 그룹은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더 많이 수출할 수 있으며 경제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 긴축재정을 할 필요 없이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불행히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브루너마이어는 말했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방식이지만, 독일에서는 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는 대신 노동조합이 일단 일회성 지급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려 한다.

ⓒ Die Zeit 2022년 제30호
Er jetzt auch noch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