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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이익단체 회장, 의정·업계대변 구분 모호
[ISSUE] 로비스트가 된 연방의회 의원들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크리스티안 푹스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안 푹스 Christian Fuchs
프리츠 치머만 Fritz Zimmermann
<차이트> 기자

   
▲ 슈테판 치르케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캠핑산업협회 회장으로 사실상 업계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슈테판 치르케 웹사이트 갈무리

2022년 4월1일 독일 연방의회의 관광위원회에 수상한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독일 캠핑산업협회였고, 3쪽에 걸쳐 업계의 요구 사항을 적어놓았다. 캠핑장에서의 코로나19 예방 대책, 업체 지원, 인력 부족에 관련한 것이었다. 편지를 보낸 캠핑산업협회는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일은 베를린의 정치 현장에서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편지의 말단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협회의 세금 번호와 은행 계좌 정보 옆에 적힌 협회 회장 이름이 슈테판 치르케였다.
치르케는 한 달 전 캠핑산업협회장에 선출됐다. 독일 내 캠핑장 운영자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며, 이들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치르케는 2013년부터 독일 사회민주당(SPD·사민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으로 일한다. 의회에서 사민당의 관광정책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관광위원회에도 속해 있다.

로비 대가로 돈 받는 의원들
독일 의회가 연초에 작성하는 로비스트 등록 명단을 보면,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것과 의원의 권한이 겹치는 일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등록 명부에는 연방의회 의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로비단체와 협회의 이름이 담겼다. 또한 로비단체와 협회의 대표자 이름도 적혔는데 4800명에 이른다. <차이트>는 시민단체(abgeordnetenwatch.de)와 함께 로비스트로 등록된 이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련), 기독교사회연합(CSU·기사련), 자유민주당(FDP·자민당), 사민당, 녹색당 소속 의원 28명이 협회장이나 회장, 혹은 다른 이름으로 특정 협회나 이익집단을 대표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은 독일 의회 의원을 “전 국민을 대표하는 이”로 규정한다. 그들은 어떤 지시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로비스트 등록 명부를 보면, 의원 28명은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자라고 쓰여 있지 않고 “대표하는 권한이 있는 자”로 돼 있다. 그러나 이 중 많은 경우, 의회에서의 업무와 협회에 대한 헌신을 분리하기 어렵다. 이 의원들은 로비 행사에 동료를 초대하고, 의원으로서 협회의 이익을 대변하며, 소속 협회에 영향을 주는 법률을 다루기도 한다. 그들은 연방기술지원단(THW·국내외에서 일어난 재해·재난에 기술 지원과 연방정부의 지원 아래 인도적인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 중심 조직)이나 상공회의소의 이익을 대변하고, 방위산업이나 캠핑산업 로비그룹에서 일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로비활동으로 의원직 급여 외의 돈을 번다. 반면 자신의 활동이 돈을 전혀 받지 않는 명예직이라고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이들의 공통점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이익집단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의회 관광위원회 소속인 치르케는 캠핑산업협회장으로 선출되고 며칠 뒤 독일 일간 <디벨트>와 한 인터뷰에서 캠핑산업협회의 견해를 대놓고 밝혔다. “제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와일드캠핑(인위적으로 만든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의 캠핑)입니다. (…) 게다가 임대한 캠핑 차량으로 와일드캠핑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연방의회 의원인 그가 캠핑장에 세워지지 않은 임대 캠핑카가 문제라고 지목한 것이다. 치르케는 자신의 명예직 활동을 모든 위원회에 투명하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경우에도 이해충돌은 없었다.” 그리고 캠핑산업협회가 관광위원회에 보낸 편지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치르케가 해명한 대로 그는 자신의 로비활동 대가로 아무런 돈도 받지 않았다. 캠핑산업협회장으로서 직책은 의심할 만한 사항이 없는 활동이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그가 의원으로서 발언하는지, 로비스트로서 발언하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구분은 의원이 이익 대변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더욱 모호해진다.

   
▲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이 2022년 6월3일 독일 베를린 하원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의원이냐 로비스트냐
페터 람자우어가 그런 예다. 기사련 소속 정치인인 그는 2009~2013년 연방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아직도 독일 연방의회 의원직을 맡는데, 8년 전부터는 ‘고르파(Ghorfa) 독일-아랍상공회의소’ 회장으로도 일한다. 독일 정부는 이 협회가 아랍 기업들의 길을 터주는 구실을 한다고 여긴다.
공식적으로 람자우어는 고르파에서 명예직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최근까지 한 달에 3500~7천유로(약 93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았다. 이는 람자우어가 부업과 관련해 의무적으로 고시해야 하는 정보에 나타나 있다. 그는 지난 선거 기간에도 명예직의 대가로 15만4천~33만6천유로(약 4억4천만원)를 받았다.
람자우어에게 어떻게 이렇게 돈을 잘 버는 자리에 앉게 됐냐고 묻자, 그는 “이 자리와 관련한 서류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가 고르파 회장으로 선출되기 3년 전, 고르파 상공회의소 대표단이 연방교통부를 방문했다. 그는 “의회에서 고르파의 이익을 대변한 적은 절대 없다”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람자우어 외에 로비스트 등록 명부에 있는 다른 의원들도 이익집단을 대표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마티아스 미델베르크(기민련)와 카르스텐 트레거(사민당)는 독일 환경재단에서 감사위원으로 일하며 7천~1만5천유로를 받았다. 아르투어 아우에른하머(기사련)는 독일 바이오에너지협회(BBE)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연간 ‘활동수당’으로 3천유로를 받는다.
아우에른하머는 7년 전부터 협회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독일 의회에서 기사련의 농업정책 대변인도 맡고 있다. 그는 연방의회 농업위원회에 소속됐고 거기서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창출에 관여하고 있다. 이는 그가 속한 바이오에너지협회가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아우에른하머는 2021년 협회에서 “독일 바이오에너지협회를 결정권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의원으로서의 일과 협회 대표로서의 일은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이익을 대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우에른하머는 지난 5년간 연방의회 의원을 초대한 최소 21개의 행사에서 로비단체를 대표했다. 이는 그가 <차이트>에 밝힌 사실이다. 이런 행사는 주로 베를린 연방의회 근처에서 열렸다. 행사는 “의회 저녁 식사나 의회 점심 혹은 아침 식사”로 불렸다. 독일 바이오에너지협회는 아우에른하머와 함께하는 이런 행사를 향후 몇 달간 적어도 두 번은 더 계획했다.
법적으로 보면 이러한 의원들은 ‘회색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뒤셀도르프 하인리히하이네대학 공법학 교수인 소피 쇤베르거는 지적했다. 의원들은 의원직을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개인적 입장을 옹호할 수도 있다. 자유위임 원칙에 따라 연방의회 의원은 법적인 의미에서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쇤베르거 교수는 “돈이 흘러 들어가는 곳은 어디에서라도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의원 관련법에는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돈을 받고 제삼자를 위해 이익을 대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됐다.
페터 람자우어처럼 협회에서 돈을 받고 일한 의원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가? 쇤베르거 교수는 이 법이 2021년에야 발효됐다며 이것이 “아직 법적 관행이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연방의회 행정부서는 “명예직으로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은 자유위임 원칙에 보장된다”며 “의원 월급의 최대 10%에 달하는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위반 징후가 있는 경우 연방의회 행정부서가 이를 조사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의원들의 로비스트 활동은 돈을 받을 때만 문제가 되는가?
헤닝 오테는 기민기사연합의 국방정책 대변인이자 연방의회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또한 독일 군수산업협회에서 ‘정치 담당 부회장’으로 활동한다. 이 협회에는 연방의원, 군사 및 무기 회사가 소속됐다. 193개 회원사 중에는 에어버스, 보잉, 헤클러운트코흐(Heckler&Koch)도 찾아볼 수 있다. 오테 외에 방위산업체인 ‘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Krauss-Maffei Wegmann)의 사장이 군수산업협회의 ‘산업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 누리집에 따르면, 이들의 공통 목표는 “군대에 최고의 장비를 제공하기 위한 효율적인 국가적 산업 기반”이다.

   
▲ 독일 정치가 페터 람자우어가 아내와 함께 ‘바그너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REUTERS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뻔뻔함
독일 연방군을 위한 1천억유로 특별기금에 대한 토론에서 오테는 군대에 충분한 돈이 배당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 연방군의 처지에서 “긴급하게 군대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오랫동안 오테는 연방군이 무장 드론을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군의 새로운 무인항공기인 유로드론(Eurodrone)은 해당 이익집단에 속한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Airbus Defence and Space)가 제작한다. 도대체 오테는 연방의회에서 어떤 역할로 발언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하자, 그는 의원으로서만 발언했다고 말했다. “나는 독일 의회에서 군수산업협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다른 사례도 있다. 연방의회 의원들이 아동보호협회나 추방자협회, 독일맥주연구소의 최고직에 있는 경우다. 이런 조직 대부분은 의심스러운 점이 없다. 그리고 일부는 진실로 사회적 대의를 위해 헌신한다. 연방의회 의원이 돈을 받고 개별 기업이나 협회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협회에서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그러나 정치판의 변두리에서 이득을 찾는 경우도 있다. 마르틴 게르슈터의 사례가 그러하다.
게르슈터는 2005년부터 사민당 소속 독일 의원이다. 그는 예산위원회에서 조사위원으로 일하며, 내무부의 예산을 책임진다. 이와 더불어 2021년 가을부터 연방기술지원단(THW)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방기술지원단 연방협회’의 회장이 됐다. 연방기술지원단은 내무부 산하 연방기관이기도 하다. 가장 큰 집권당 소속 내무부 예산 담당자로서, 게르슈터는 연방기술지원단의 재정을 결정하는 데 관여했고, 연방협회 회장으로서 가능한 한 많은 기부금이 연방기술지원단에 가도록 했다. 2018년 게르슈터가 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연방기술지원단의 예산은 약 5억4400만유로(약 7180억원)로 2배가 됐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이 맡은 직책들이 “인력과 공간 측면에서 명확하게 분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연방의회가 연방기술지원단이 사용할 4개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결정했을 때, 게르슈터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독일 남부 물류센터가 비베라흐에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몇 주에 걸쳐 당시 내무장관이던 호르스트 제호퍼를 개인적으로 만나 이런 결정을 내리도록 힘썼다고 적었다. 비베라흐는 게르슈터의 지역구에 속한 곳이다.
<차이트>의 질문에 게르슈터는 물류센터 위치를 정하는 데 그가 한 역할이 크지 않다면서, 결국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울름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2022년 2월 그가 울름의 ‘임시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 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물류센터는 나중에 ‘영구적으로’ 비베라흐로 이전할 것이라 한다. 바로 그의 지역구에 말이다.

ⓒ Die Zeit 2022년 제28호
Nicht nur dem Volk verpflichtet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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