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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주무르는 막후 실력자
[SPECIAL REPORT] 기후보호 설계자 할 하비- ① 그는 누구인가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클라스 타체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기후위기를 고발하는 영화를 만들 때 할 하비는 기후위기를 끝장내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가 없었다면 폴크스바겐의 반환경적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폭로한 ‘디젤 스캔들’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유럽의회를 통과한 자동차 화석연료 사용 금지 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으로 정부정책을 입안하는 여러 기관에 수천억원을 지원하며, 독일 정부 최고위직을 잇달아 배출하는 그는 누구인가. _편집자

클라스 타체 Claas Tatje <차이트> 기자

   
▲ 기후보호의 막후 설계자이자 실력자인 할 하비가 지식 공유 콘퍼런스 테드(TED)에서 기후보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가까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왜소하고 덜 강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할 하비는 후자의 경우다. 그의 이름이 들어가는 단체를 찾아볼수록, 그가 작성한 글이나 저술한 책을 읽을수록 그는 점점 더 위대해 보인다. 분명한 점은, 일반인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61살의 미국인 할 하비가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로비스트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막강한 로비스트라면 대개는 석유 혹은 자동차산업의 이해를 대변하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하비가 대변하는 쪽은 바로 그들의 반대자다. 그는 경유나 휘발유를 태워 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에 반대해서 투쟁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그는 시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토크쇼에 손님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그는 그늘진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엄청난 돈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말이다.

   
▲ 폴크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을 상징하는 인형들이 2019년 3월4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로젠몬타크’(장미의 월요일) 축제에서 행진하고 있다. REUTERS

‘디젤 스캔들’ 폭로
할 하비가 설립한 단체들이 없었다면 2015년 폴크스바겐의 ‘디젤 스캔들’(폴크스바겐이 환경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2015년 9월 시인한 사건)은 결코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비가 없었다면 오늘날 독일 도로에서만 8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달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 이후에 화석연료를 쓰는 엔진을 허가하지 않기로 유럽의회에서 결의했다. 이 역시 하비와 관련이 있다.
많은 로비스트는 어두운 권력의 조종실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관철하는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하비는 그러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수십 년간 어떻게 캠페인을 지휘했으며, 어떻게 재단을 설립했고, 그가 신임하는 사람을 어떻게 적절한 자리(독일 연방경제부 최고위직을 포함해)에 앉힐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준다. 이제 그의 사람들이 정부에 들어가 그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전환한다.
하비의 접근 방법은 미국의 싱크탱크 전통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자신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정부 부처로 들어갈 전문가 집단이 있다. 즉, 정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문가 집단이 야당 시절에는 정부를 위임받을 미래에 대비해 싱크탱크에서 구상안을 만들면서 ‘겨울’을 보낸다. 물론 하비는 어느 정당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에게 중요한 건 정치 강령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이루려는 건 기후변화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자동차 대기업,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수치 문제에서 사기를 쳤음이 밝혀진 뒤, 이 디젤 스캔들은 독일 경제사의 일부로 편입됐다.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하비가 일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지난 세기말과 이번 세기초 쯤, 하비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각국 정부가 제대로 준비돼 있지도 않고 서로의 네트워크도 충분히 결성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세계적인 석유산업과 자동차산업의 로비스트 수십 명이 배기가스 규정을 고안하는 공직자 한 사람을 집중 공략했다.
하비는 이 사실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부서에서 일했던 마이클 월시에게 전해 들었다. 그러자 하비는 월시를 도와 전세계 규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를 2001년 설립하도록 한다. 바로 이 위원회가 2015년 폴크스바겐이 경유차의 배기가스 문제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건은 독일의 자동차 대기업 폴크스바겐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렸다. 이 과정에서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 마르틴 빈터코른이 퇴임했고 그의 경력은 완전히 끝나버렸다.
월시는 “할 하비가 아니었다면 ICCT는 절대 존재할 수 없었다”며 “그렇게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광범위하게 기후보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술회한다. 당시 ICCT 설립에 참여한 독일인 악셀 프리드리히는 하비가 일하는 방식,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형식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우리에게는 아이디어가, 하비에게는 돈이 있었다.” 오직 폴크스바겐만이 자사의 디젤 스캔들을 밝혀낸 이 위원회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폴크스바겐의 브랜드 최고경영자(CEO)인 랄프 브란트슈테터도, 수석로비스트인 토마스 슈테크도 할 하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할 하비는 도대체 누구인가?

   
▲ 록펠러재단은 할 하비의 기후보호 활동에 처음 돈을 댄 재단 중 하나다.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앞에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이 전시돼 있다. REUTERS

1992년 배터리차 직접 개조
하비는 미국의 장크트모리츠(스위스의 유명 휴양지)로 불릴 만한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농부이자 스키 강사였다. 부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섯 자녀를 슬로프로 보냈다. “부모님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다뤘어요.” 하비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침 8시 베를린 만다라스위트호텔 로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로비스트, 학자, 정치가를 만나며 자신의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기후변화를 생생하게 설명하기 위해 하비가 로키산맥의 빙하가 녹는 상황을 알려줄 만도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 그에게 각성의 체험을 하게 해준 일, 즉 그의 병역 판정 검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1980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는 병역의무(등록제)를 다시 도입했다. 하비가 징병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을 때, 그는 군대를 파견해야 하는 모든 갈등 위협 지역이 석유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석유로부터) 아주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비는 징집되지 않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에너지 기술, 물리학, 정치학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이미 “화석연료에서 탈피하는 것이 에너지 안전과 대기오염, 기후변화, 국가안보 등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고 하비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졸업 뒤 그는 핵무기 통제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많은 재단을 알게 됐다. 그중에는 록펠러재단(‘미국의 석유왕’이라고 부르는 존 록펠러가 1913년 뉴욕에 설립한 재단)이나 퓨자선기금(Pew Charitable Trust·1996년 미국 석유기업 선오일의 회장 하워드 퓨가 설립한 재단)과 같이 영향력이 큰 곳도 있었다. 재단의 기금은 박애주의자로서 세상을 그들의 기준에서 개선해보려는, 그러면서 세금도 절약할 수 있는, 수십억달러를 지닌 가족의 유산에서 왔다. 박애주의적 기부자들은 훨씬 더 쉽게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1980년대 말 퓨자선기금과 록펠러재단은 공동으로 하비를 고용한다. 미국이 지닌 에너지 욕구를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재단, 에너지재단을 설립하라는 과제를 준다. “그것은 기후보호 문제를 다루는 첫 번째 박애주의적 기부 재단이었다”고 하비는 회상한다.
하비는 자신이 쓰던 자동차 포드 에스코트를 1992년 분해해 엔진, 브레이크, 현가장치(차체의 무게를 받쳐주는 장치)와 변속기를 빼내고, 배터리 케이스에 연결했다. 케이스 안에는 배터리 18개를 집어넣었다. ‘전기자동차’가 완성된 것이다. “그 차를 타고 5년간 출퇴근했다. 최대속도는 시속 100㎞였다.” 충전은 차 지붕에 설치한 태양전지로 했다. “나는 배기가스 배출이 제로인 자동차를 가졌다.”
이런 식의 실용주의로 하비는 재단들의 세계에서 곧 유명해졌다. “하비는 엔지니어처럼 철두철미하게 어떻게 해야 나의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윌리엄 앤드 플로라 휼렛재단’(William and Flora Hewlett Foundation)에서 오랫동안 회장을 맡았던 폴 브레스트의 말이다. 정보기술(IT) 거대 기업 휼렛패커드의 창설자와 그의 아내 플로라의 이름을 딴 이 재단은 “더 나은 세계를 후원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촉진하고, 기관을 후원한다”고 스스로 소개한다. 2020년 기준으로 130억달러(약 17조원)를 웃도는 자산이 있다.
브레스트는 휼렛재단을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이끌었다. 초기에 그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휼렛재단 환경 프로그램의 중점을 기후보호에 맞추도록 편성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을 구했고, 하비가 바로 적임자”였다고 <차이트>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브레스트는 밝혔다. 2002년 하비는 재단 환경 프로그램의 운영자가 됐다. 이후 하비의 모든 프로젝트와 사업계획에서 휼렛재단은 기반이 된다.

   
▲ 할 하비가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기후사업재단의 사무실. 에너지효율과 탄소감축을 극대화했다. 건축설계회사 LMSA 누리집 갈무리

앨 고어가 경고할 때 하비는 행동
하비는 지치지 않고 여러 재단, 싱크탱크 등 다른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1999년 하비는 벌써 그가 시작한 에너지재단(Energy Foundation)의 중국 지부를 설립했다. 이제 그는 유럽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하비는 박애주의적 기부재단의 돈이 자신에게 막강한 우위를 점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망한 전략을 다루는 2007년 연구보고서 ‘승리를 위한 설계’(Design to Win)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정치가들은 다음 선거에, 기업가들은 다음 분기 숫자에 연연해한다. 이에 비해 박애주의적 기부자들은 아주 다른 시간적 지평에서 사유하고, 더 큰 위험도 감수한다.” 하비는 그러한 스폰서에 속한다.
또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박애주의적 기부자들이 정치가들보다 훨씬 쉽게 경계를 넘을 수 있고 여러 부문을 포괄해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앞의 연구서는 밝힌다. 저자들은 어떻게 박애주의적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사회 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청사진을 그린다. 그들은 미국·유럽연합·중국·인도 네 지역과 에너지, 산업, 부동산, 교통, 임업 다섯 개 분야를 가려냈다. 따라서 바로 여기에 로비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앨 고어(전 미국 부통령)의 영화 <불편한 진실>이 두 개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받을 때(2006년)였다. 하비는 기후변화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저지하고자 했다. 2008년 그는 기후사업재단(ClimateWorks Foundation)을 설립한다. 재원은 먼저 휼렛재단이 담당했다. 재단은 기후보호를 위해 5억달러를 제공했다. 또한 하비는 2008년에 유럽기후재단을 네덜란드에 설립하고, 2021년에는 새로 설립한 기후명령재단(Climate Imperative Foundation)의 이사장이 된다. 이 재단은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며, 연간 예산은 1억8천만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

ⓒ Die Zeit 2022년 제25호
Hal Harvey: Der Mächtigste Grüne der Welt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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