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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담론 조성, 정치로 실현
[SPECIAL REPORT] 기후보호 설계자 할 하비- ② 그가 일하는 방식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클라스 타체 economyinsight@hani.co.kr

클라스 타체 Claas Tatje <차이트> 기자

   
▲ 할 하비와 함께 ‘환경운동의 정치화’에 힘써온 베른하르트 로렌츠가 메르카토르재단에서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독일에서도 할 하비는 바쁘다. 싱크탱크 아고라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 에너지전환)는 2012년부터, 아고라페르케르스벤데(Agora Verkehrswende, 교통전환)는 2016년부터 아주 비슷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 즉 하비와 베른하르트 로렌츠가 가진 자본을 결합한 것이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도시 한가운데 있는 집회 장소를 일컫는다. 그런 논쟁의 장소가 현대 독일에도 생겨야 한다. 아고라에네르기벤데의 자기소개를 보면 “싱크탱크이며 정책실험실로서 우리는 정치, 경제, 학문 그리고 시민사회 분야의 활동가들과 지식을 공유하며 동시에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적혀 있다.
독일에서 이런 일을 실행하는 데 로렌츠는 적임자였다. 그는 베를린 정치계에서 팔방미인으로 꼽히며 상대방과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말을 놓는 사람이다. 로렌츠는 하비와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2008년부터 그가 운영해온 메르카토르재단(Mercator Foundation)을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춰 재편했다. 메르카토르재단은 메트로유통그룹의 상속인이 설립한 재단으로, 로렌츠가 일하기 전까지는 다민족 간의 이해, 교육정의 분야의 연구와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 독일 경제기후부 차관 파트리크 그라이헨은 정부에 참여하기 직전까지 아고라에네르기벤데 사무총장이었다. 아고라에네르기벤데 웹사이트 갈무리

기후중립재단 로비 예산 BMW의 1.4배
로렌츠는 대표직을 맡은 뒤 캘리포니아를 방문한다. 할 하비와 폴 브레스트(당시 윌리엄 앤드 플로라 휼렛재단의 회장)를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로렌츠는 전략적 박애주의(기부사업) 기술을 배운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식 말이다.
로렌츠에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기후보호였다. 이렇게 해서 하비와 로렌츠는 아고라 싱크탱크를 구상하고 그들의 재단에서 재정을 조달했다. 로렌츠의 구상은 재단에서 경험적 연구를 통해 담론을 준비하고 그것을 정치를 통해 번역, 즉 실현하는 것이라고 <차이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싱크탱크 연구원들이 직접 정부 부서에서 일할 때 일은 가장 잘된다.
이 계획은 곧 실행됐다. 연방환경부의 한 부서장은 <차이트> 인터뷰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환경부는 아고라의 전문가 없이는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실토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장관이 이끄는 경제기후부(이하 경제부)의 차관으로 새로 임명된 파트리크 그라이헨은 임명되기 바로 직전까지 아고라에네르기벤데의 사무총장이었다.
반대로 아고라에네르기벤데는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 2021년에는 환경부에서 약 130만유로(약 17억원)를, 경제부에서 약 90만유로를 받았다. 하비와 그 친구들의 싱크탱크에서는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는다. 메르카토르재단에서 300만유로, 기후명령재단에서 240만유로, 유럽기후재단에서 170만유로를 받았다.
하비의 ‘정치적 영구운동기관(Perpetuum Mobile)’은 미국의 재단과 싱크탱크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디젤 스캔들’의 폭로로 유명해진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만 해도 2007년 이래 휼렛재단에서 2천만달러 이상 지원받았다.
2년 전 하비와 로렌츠는 기후중립재단을 설립했다. 이번에도 로렌츠에겐 아이디어가, 하비에겐 돈이 있었다. 독일 연방의회의 로비 등록부에 제시된 직접적 로비 예산만 해도 2021년의 경우 250만유로(약 33억4천만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전적으로 기후명령재단이 냈다. 비교하자면, 1천억유로 이상의 매출액과 12만 명을 고용한 자동차기업 베엠베(BMW)의 로비 예산은 약 180만유로에 지나지 않는다.
기후중립재단의 대표인 라이너 바케는 베를린에서 ‘미스터 에너지전환’으로 알려졌다. 위르겐 트리틴 환경부 장관 밑에서 1998~2005년 차관을 했고, 그 뒤 독일환경행동기구(Deutsche Umwelthilfe)로 옮겼다가 아고라에네르기벤데의 첫 번째 소장직을 맡았다. 거기서 다시 연방정부 경제부로 옮겼고 마침내 기후중립재단의 중책을 맡았다.
로렌츠도 재단에서 민간기업으로 기꺼이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rnst&Young, 지금도 이 회사 건물에 기후중립재단이 있다)으로, 2022년 2월에는 그 경쟁사인 딜로이트(Deloitte)로 옮겼다. 그의 과제는 기후전략부문의 사업 운영이다.

   
▲ 기후중립재단 대표인 라이너 바케(왼쪽 둘째)는 독일 연방정부 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REUTERS

독일 정부 정책에 즉각 반영
재단과의 연계 활동은 결실을 본다. 하비 등과 함께 기후중립재단의 자문위원을 맡은 로렌츠는 자랑스럽게 재단의 구상을 정부가 얼마나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이야기한다. 이는 찾아서 읽어볼 수 있다. 연방의회 선거 때 기후중립재단은 아고라에네르기벤데, 아고라페르케르스벤데와의 공동문서에서 다음 사항을 권장한다. “독일에 풍력발전기를 확장하기 위해 모든 주에 평균적으로 면적의 2%를 확보한다. (…) 허가 절차는 주의 풍력발전법에 따라 새로 규정한다.” 2022년 1월 연방정부 경제부는 기후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조처로 풍력발전법을 고지한다. 경제부 누리집에는 “풍력발전법을 통해 우리는 주 면적의 2%를 풍력발전을 위해 예비해두고자 한다”고 나와 있다.
기후중립재단과 아고라에네르기벤데, 아고라페르케르스벤데는 2021년 여름 “전기자동차를 2030년까지 최소 1400만 대까지 늘리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2022년 5월 정부는 누리집에 이렇게 공지한다. “독일이 전기차의 선두 시장이 되고, 자율주행을 위한 혁신의 장이 되도록 연방정부는 전환을 후원한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적으로 전기만 사용하는 자동차를 최소 1500만 대로 늘리는 것이다.”
할 하비의 ‘위성 단체’들은 연방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에게 지속해서 새로운 수치와 연구, 새 브로슈어를 퍼붓고 있다. 옌스 기제케(51)도 그런 일을 ‘당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독일 엠슬란트 출신인 그는 2014년부터 보수적인 유럽국민당(European People’s Party)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이다. 2021년 9월15일 그는 유럽국민당이 제안한 ‘승용차의 차종별 이산화탄소 배출 한계치 수정을 위한 법률안’의 대표보고 의원으로 임명됐다. 이 기술적 표현은,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가 2035년 이후에도 도로를 주행해도 되는지에 관한 매우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기제케는 배터리 사용 외에 (이퓨얼(e-Fuel) 같은) 합성연료도 선택사항으로 고려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중기적으로 볼 때 전기차보다 합성연료가 기후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즉시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연구가 나왔다.” 2021년 말께 유럽의 환경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European Federation for Transport and Environment)은 “합성연료가 휘발유만큼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이 비정부기구는 브뤼셀에서 직원 80여 명을 고용하고 2020년에만 하비의 유럽기후재단에서 170만유로를 지원받았다. 기후명령재단도 운송·환경연합에 기부하겠다고 고지했다.
카를스루에기술연구원(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산하 피스톤기계연구소의 토마스 코흐 소장도 2022년 6월 초 동료들과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는 300명 이상의 학자가 서명했다. 이 서한에서 학자들은 전기차 운송이 미화되는 것을 경고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염도가 높은 석탄으로 생산된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으면서 모든 자동차를 전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할 하비의 저서 <기후해법 설계하기> 표지.

싱크탱크 직원, 정부 고위직으로
물론 하비도 일찍이 해결책을 한 가지로 좁게 고정하는 것을 경고했다. 2018년 출판한 책 <기후해법 설계하기>(Designing Climate Solutions)에서 그는 말했다. “(해법을) 하나의 특정한 엔진 제조로 고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혁신을 위한 여지를 크게 남겨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현재의 하비는 훨씬 더 단호해진 것으로 보인다. “입법자들이 전기차로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것이 탈탄소화 방향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단순한 길이다. 풍력발전기가 하나 더 늘 때마다, 태양광발전기가 하나 더 늘 때마다 전기차는 조금씩 더 깨끗해질 것이다.”
그런데 하비가 현재 개인적으로 타고 다니는 차는 하필이면 BMW i3다. BMW는 (하비의 현재 생각과 달리) 전기차만을 전적으로 고집하지 않고 고객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표방하는 유일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다. 어떤 엔진으로 기후중립성을 향해 달릴 것인지는 고객이 결정해야 한다는 식이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전기차를 법률로 명령한다면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고 봤다. 집세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총체적인 토론이 부족하다”며 이것이 새로운 경로의존성(과거의 선택이 관성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는 현상)을 불러올 거라고 <차이트>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현재 중국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의 상당 부분을 가졌다며, 유럽이 전기차 생산에 결정적인 원자재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비롯해 핵심적 문제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집세는 할 하비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BMW 회장인 그는 하비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곧 알게 될 것이다.
2022년 6월 유럽의회 의원 기제케는 스트라스부르 의회에 있는 자기 테이블의 단추를 눌렀다. 그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2035년부터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그는 자기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의원 612명 중 다수인 339명이 그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표결이 끝나고 몇 분 뒤, 비정부기구 유럽운송·환경연합은 보도자료를 내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구매할 수 있는 실제 마지막 날짜를 확인해달라”고 유럽연합 환경부 장관에게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하비에게도 표결 결과에 대해 전자우편으로 알렸다. 하비는 그때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있었다고 한다.

마술에 견줄 만한 일
개별 정부가 화석연료 사용 엔진 금지에 동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비는 유럽의회에서의 표결 순간을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차이트> 취재진이 2022년 4월 말 베를린에서 만났을 때 하비는 어떻게 말했던가? “지구적 위협에 대한 대처를 이제 구체적 해법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한다면 마술에 견줄 만한 일이 될 것이다.”

ⓒ Die Zeit 2022년 제25호
Hal Harvey: Der Mächtigste Grüne der Welt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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