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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시대 예상보다 길어질 듯
[FINANCE] ‘기이한’ 미국 경기침체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2년 7월27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강건한 노동시장을 내세워 경기침체 가능성을 반박했다. REUTERS

미국 상무부는 2022년 7월28일(현지시각)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했다. 전기 대비 연율 0.9% 줄어 1분기(1.6%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했다.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기술적 침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침체 여부를 가려 공식화한다. 다만 공식적인 침체 여부는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연구소 소속 경제학자들의 주관적 판단을 통해 나중에 판단한다. 기술적 침체가 ‘공식적 침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와 중앙은행은 ‘침체’를 싫어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경제가 마이너스성장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침체를 부정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7월24일 <엔비시>(NBC) 방송에서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하더라도 NBER가 경기침체로 판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NBER가 경기침체를 선언하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역시 비슷하다. 2022년 2분기 성장률 발표 하루 전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지 않다”며 “노동시장이 강건한데 경기침체에 진입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요 인사들이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침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성장률 감소가 두드러진다면, 무엇보다 대량 해고로 실업률이 급등한다면 침체를 부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기술적 침체는 기묘하다. GDP 감소가 크지 않다.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낮고 일자리가 여전히 많다. 공항은 휴가객으로 붐빈다. 겉으로는 침체의 징후를 읽어낼 수 없다. 기술적 침체라기보다 ‘기이한 침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일까? 미국 경제는 정말 연착륙할 수 있을까?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기침체는 보통 붐이 폭발하면서 생긴다. 이번 기술적 침체는 다르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 40년 만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이란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연준은 총수요를 낮추려 강한(?) 긴축을 하는 듯 보인다. 이론적으로 중앙은행은 침체를 촉발하지 않고도 이것을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연착륙은 교과서에서나 존재한다. 단기적으로 수요를 약간 줄여 경기둔화를 이끌어낼 수는 있지만 수요 파괴를 낳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 물가를 목표치로 단기간에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는 말해준다. 연착륙을 의미하는 기이한 침체가 아닌 진짜 침체를 통해서만 물가는 잡혔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착륙이 불가피하다.
과거 양상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강한 긴축에 더해 고용시장이 파괴될 때 침체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용시장이 파괴되는 일이 생기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통화정책만으로 수요를 빠르게 줄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연준의 강한 긴축에도 6월 개인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 4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4월과 5월 소폭 둔화됐던 게 다시 크게 상승한 것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개인소비지출도 4.8% 늘었다. 개인소비지출은 가계와 비영리기관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지급한 모든 비용을 합친 것을 말한다. 미국인들은 씀씀이를 줄이지 않았다. 이에 기업들은 여전히 강한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연준의 긴축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모든 지표는 흘러간 과거의 수치에 불과하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유가는 7월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했고, 곡물 등 원자재 가격도 7월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미국의 물가는 적어도 6월에 정점을 찍었을 개연성이 높다. 물가는 잡혔을까? 아니다. 정점을 확인했을 뿐 급락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단기간에 물가가 2%대에 안착할 수는 없다.
연준이 긴축한다지만 풀린 돈이 너무 많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이었던 2019년 12월 약 4조달러였던 연준의 자산은 7월25일 현재 약 9조달러에 이른다. 2배 이상 폭증한 유동성을 몇 번의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으로 거둬들이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 파괴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의 긴축만으로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란 얘기다.
정말 강한 긴축이라면 고용시장에 충격을 줘야 한다. 그래야 물가가 잡힌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 소비 기반이 무너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건하다. 최근 들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약간 늘고 실업률이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7월 3.5%로 여전히 역사적 저점이다. 진짜가 아닌 기이한 침체라고 하는 이유다.

   
▲ 2022년 7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미국 뉴욕 맨해튼 주민들. 연준의 강한 긴축에도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은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REUTERS

식지 않는 인플레이션
연착륙이란 성장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물가를 2%대로 낮춘다는 것을 뜻한다. 연준은 가능하다고 한다. 핵심은 물가다. 물가는 그들 말대로 6월에 정점을 찍었을 수 있다. 그것이 물가가 잡혔음을 뜻하지 않는다. 2%대로 낮추는 것은 기나긴 여정이다. 이제 물가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해 브레이크에 발을 얹어놓았을 뿐이다. 물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공행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과 가계의 인식이다. 물가 정점을 하락의 시작으로 인식한다.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누그러뜨리거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이른 시일 안에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은 벌써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세계 주식시장은 랠리를 이어간다. 앞에서 언급했듯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 역시 6월 말까지 계속 증가세다. 재화 소비는 약간 줄었지만 서비스 지출이 늘고 있다.
7월 이후 바뀔 수는 있지만 유가나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계속된다면 총지출은 외려 늘어날 수 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튼튼해 소비자의 주머니가 든든하기 때문이다. 상품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 완화 요인이기도 하지만 소비를 촉발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도 있다. 상당 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돌아가보자. 직전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생겨 연준은 긴축을 단행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2004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높아졌다. 닷컴 거품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의 영향이 본격화한 것이다. 3%를 넘는 달이 많아져 연평균 2.7%였다. 2005년엔 4%를 넘는 달들이 생겼고 연평균 3.4%에 이르렀다.
연준은 2004년 중반부터 서서히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물가는 2006년 둔화하기는 했지만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연평균 3.2%였다. 연준으로선 대안이 없었다. 2006년 내내 금리를 올려 마침내 기준금리가 5%를 넘었다. 효과는 있었다. 2007년 물가상승률이 2.8%로 하락했다. 연준은 환호했다. 드디어 인플레이션을 잡았다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2008년 9월까지 4~5% 이상 유지됐다. 2008년 11월 들어서야 비로소 1.1%로 급락했다.

불가피한 경착륙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당시 주식시장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준이 2004년부터 금리를 조금씩 올렸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2007년 10월에 정점에 이르렀다. 이후 내려간 주가는 2008년 3월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5월까지 랠리를 이어갔다. 다시 하락하지만 급락한 것은 9월 말이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시작된 시점이다.
역사적 사례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연준이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약 3년 동안 금리를 올렸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물가가 잡힌 것은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자산시장이 급락하고 기업과 가계의 도산이 확산하면 물가는 급락한다. 다시 말해,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가 연착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착륙을 통해서만 물가가 잡힌다. 경제에 강한 충격을 주는 강력한 긴축 또는 외생 변수에 의한 경기급락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연준의 긴축은 정말 강한 것일까?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그야말로 수사에 불과하다. 경제에 강력한 충격을 주지 않는 긴축을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연준 인사들은 연일 강도 높은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과 경제에 충격을 주려 한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이와 다르다. 여전히 연착륙을 부르짖으며 침체 가능성을 일축한다. 어떻게든 침체를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침체를 피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 결론은 분명하다. 물가를 목표치로 끌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린 생각보다 긴 기간 고물가, 고금리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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