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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의 사익 추구 폭로한 신자유주의자
[이재성의 노벨경제학상 다시 읽기] 제임스 뷰캐넌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이재성 san@hani.co.kr
   
▲ 제임스 M. 뷰캐넌. 한겨레 자료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작은 정부론’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가운데 가장 파렴치한데도 여론의 주목을 덜 받는 이슈가 공공기관 자산 매각이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익숙한 클리셰로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는 척하면서 ‘자산을 팔아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역시 많이 들어본 명령을 내렸는데 최근 MBC 보도로 그 흉악한 속내의 일부가 드러났다.
한국석유공사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1월 코람코자산신탁이라는 회사에 울산 본사 사옥을 2200억여원에 팔았다. 알고 보니 코람코는 재무부 장관을 두 번이나 지낸 이규성이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지낸 회사였다. 이규성 이후의 회장도 모두 재무부 출신으로 사실상 ‘모피아’주식회사였다. 석유공사는 자기 소유였던 건물에서 세를 살면서 지난 5년 동안 임대료만 480억원을 냈고, 코람코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모피아들의 석유공사 사옥 매입은 너무나 직접적이고 뻔뻔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노태우 정권은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에너지)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SK그룹에 넘기면서 자녀들의 혼사로 혈연동맹을 맺어버렸는데, 민도가 낮았던 1980년대에나 가능했던 얘기다. 요즘엔 훨씬 지능적이고 간접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현직 시절 특정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 은혜를 베푼 뒤, 퇴직해서 사외이사 등의 형태로 해당 기업에 취업하거나 자녀 취업으로 간접적 혜택을 누린다. 시차가 존재하고 수혜자를 달리하는 사후 취업 방식은 뇌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도 어렵다. 코람코처럼 퇴직 관료가 정부와 거래하는 전관예우(전관‘비리’) 역시 합법적 외양을 갖춘 경우가 많아 처벌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포획이론과 합리적 무시 이론
제임스 M. 뷰캐넌(1919~2013)은 코람코의 경우처럼 관료와 정치인이 공공이익에 복무하는 게 아니라 이기적인 목적과 이유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는 ‘공공선택(Public Choice)이론’으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경제 및 정치적 의사결정 이론에 대한 계약 및 헌법적 기반 개발’(development of the contractual and constitutional bases for the theory of economic and political decision-making)이다. 세금을 비롯한 공공재화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관료와 정치인의 의사결정이 사익에 기반한 지대추구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 기관과 그들의 의사결정을 헌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낸 점을 평가한 것이다.
공공선택이론과 함께 공공적 의사결정 과정의 비밀을 밝힌 이론이 198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1911~1991)의 ‘포획이론’이다.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이익단체의 정보와 논리에 포획돼 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직접적 뇌물이 아니더라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이익단체의 영향력이 공무원과 정치인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투표를 통한 심판이라는 민주주의제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정치인이 이익단체에 포획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공선택이론에서는 ‘합리적 무시 이론’으로 설명한다. 어떤 이익단체가 특정 법안을 통과시켰을 경우 얻는 이익이 1천억원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개개인이 입을 피해는 사실상 미미하므로, 국민은 이 비용을 ‘합리적으로’ 무시하게 된다는 논리다. 이는 거꾸로 공무원과 정치인이 거리낌 없이 이익단체의 편을 드는 동인이 된다.
공공선택이론의 사상적 기반은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본질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동물임을 부인하는 현대 이념은 거의 없다. 인간이 이기적 존재이므로 국가의 공공 기능을 강화해 경쟁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사회복지국가론(또는 사회민주주의)이라면, 인간은 이기적 존재여서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이기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를 축소해야 한다는 게 신자유주의다.
뷰캐넌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본산인 시카고학파 일원이어서, 공공선택이론의 종착지가 결국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와 작은 정부론으로 향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뷰캐넌이 지적한 공복들의 이기적 선택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가 신자유주의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같은 공공자산 매각이라는 점은 고약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신자유주의 정부의 사익 추구 경향은 신자유주의의 본산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칠레 등 신자유주의 정부를 경험했거나 경험하는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엘리트관료 연합정권의 운명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관료 사랑은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며 경제는 전문가에게 맡길 생각이라는 그의 말은 국무총리 한덕수부터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대기 등 경제관료 대거 등용으로 현실이 됐다. 전두환 정권이 ‘군인+모피아 정권’이었다면, 윤석열 정권은 ‘검사+모피아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워낙 빨리 변해 관료들은 시장을 따라잡기도 버거운 시대에, 계획경제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했던 40년 전의 ‘관료 타령’을 따라 부르고 있으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검사와 모피아는 고시 출신 엘리트 관료로 각자의 영역에서 ‘슈퍼 갑’으로 군림하며 권력을 휘둘러온 ‘영감님’들의 집단이라는 점 말고도 더욱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퇴직 이후 더 많은 돈을 버는 전관예우가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는 개혁 방안에 검찰이 이성을 잃고 반대하는 이유 역시 검찰의 밥그릇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피아 못지않게 관료의 이기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집단이 한국의 검찰이다.
요컨대 윤석열 정권은 엘리트 관료 연합정권이자 과두정의 완성이다. 엘리트 관료는 윗사람이 원하는 말을 찾아내는 데는 유능하지만 평범한 서민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갈등 조절에 무능하고 변수 대처에 서툴다. 정치와는 맞지 않는 집단이다. 취임 100일 만에 역대 최저치 지지율에 허덕이는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 노벨경제학상은 뒤늦게 따로 태어난 사생아 같은 노벨상이지만 현대 자본주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 같은 존재다.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업적과 관련 논쟁을 통해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본다. 너무 전문적이지 않은 상식의 수준을 지향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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