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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도 곧 정치… 인플레이션 속 숨은 의미 찾다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박영서 bookoming@econbook.com

박영서 이콘 편집자

   
 

2008년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복잡한 수학모델에 근거했을 때, 화폐가 경제·금융 현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로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화폐 연구 권위자인 제프리 잉햄은 화폐를 중립적 존재로 간주하는 이 시대착오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주장한다.
화폐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머니>는 고대 그리스부터 화폐의 본질을 둘러싼 두 이론(상품화폐이론 대 신용화폐이론)이 거쳐온 유구한 논쟁의 역사로 세계 경제사를 재정립하면서 화폐에 숨겨진 의미와 힘을 발견하게 한다.
주류 경제학은 화폐를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상품화폐이론을 대변해왔다. 화폐는 그저 물물교환 수단으로서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기술적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반면 저자는 화폐를 신용이라고 보는 신용화폐이론의 편에 선다. 화폐가 사람들 사이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신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화폐와 인플레이션
이 이론에서 화폐는 더 독립적이고 능동적으로 변모한다.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 현상에서도 이러한 화폐의 ‘사회적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플레이션은 가격의 추가 상승이 기대될 때 가속되는데, 이는 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손실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지출을 확대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화폐의 실질가치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표면적으로 물가 상승을 의미하지만 ‘너무 많은 화폐가 너무 적은 재화를 좇는 상태’라고 풀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케인스를 비롯한 신용화폐이론 지지자들은 국가가 “총수요를 생산 자극에 필요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스스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통 화폐론자(상품화폐이론 지지자가 이에 해당한다)는 이러한 정부지출이 단기적으로 유효할지 몰라도 결국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초기 신용화폐이론의 뒤를 이은 현대통화이론의 지지자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고용 증대와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결국 더 많은 세금을 환수하면서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화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세상 모든 건 정치적이다.” 최근 전세계가 겪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은 세계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이렇게 유입된 화폐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자본시장과 자산가치에 거품을 일으키고 최악의 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양적완화 넘어 긴축의 시대로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류난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행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세계 각국에 전가되는 이른바 ‘근린빈곤화 정책’이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화폐 공급의 급격한 증가,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지출의 급격한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으로 변하는 건 십중팔구 정당성이 결여된 정치적 포퓰리즘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화폐의 창출과 지출이 사회에 필요한 유효수요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화폐 공급 과정은 국가, 은행, 채무자 그리고 채권자 등 화폐가 어떻게, 얼마만큼 생산되는지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경쟁적이고 상충하는 의견을 조정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화폐를 어떻게, 얼마만큼 생산할 것이냐는 경제·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넷제로 에너지 전쟁
정철균·최중혁·정혜원 지음 | 한스미디어 | 1만8천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석유·천연가스 부족 사태에 직면하자 세계 도처에서 석탄 등 전통 화석연료로의 회귀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 기업과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저자들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대전환은 필수 불가결한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넷제로(탄소중립)는 시대적 과업이라며 현실적인 실행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R의 공포가 온다
김효신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만원
민간기업을 거쳐 금융위원회 과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실무를 하며 경험하고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 경제가 겪은 8번의 경제위기와 7번의 금융위기를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약 10년 주기로 8번의 경제위기를 경험했으며, 마지막 위기는 진행형이다. 저자는 현재 위기가 ‘심각한 경제위기로 전이’되거나 ‘경기침체 상황의 지속’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정희선 지음 | 미래의창 | 1만7천원
코로나19는 재택근무, 격리 등 급격한 ‘공간’의 변화를 불러왔다. 공간 변화는 소비 흐름을 바꾸고 이는 인테리어와 부동산 시장, 리테일, 여행 등 산업 지형에도 큰 변혁을 가져온다. 일본 경영데이터 플랫폼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새롭게 바뀌는 공간 활용 방식을 읽어낸다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작은 옷가게, 목표는 플랫폼입니다
이승훈 지음 | 한스미디어 | 1만7천원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인 저자가 플랫폼을 강의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현장 경험을 위해 옷가게를 열고 이를 토대로 옷가게 플랫폼까지 기획한 과정을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쇼핑몰 기획부터 사이트 제작, 결제 수단 설치, 상품 구매와 검수, 배송, 고객 응대까지 모든 실무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플랫폼산업의 명암, 앞으로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소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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