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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폭등, 더 멀어진 ‘내 집 마련’
[집중기획] 집주택담보대출의 덫 ① 독버섯처럼 퍼지는 좌절감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10년 이상 이어진 최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대출받아 집을 산 평범한 직장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직 자기 집이 없는 무주택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보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 반면 부자들은 수도권 주택을 쓸어 담고,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제 도시 노동자들은 어디서 살아야 할까. 주택문제가 자본주의국가들의 안정성을 뒤흔들 뇌관이 될 것인가. _편집자

지몬 부크 Simon Book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슈피겔> 기자

   
▲ 독일 베를린 미테지구의 아파트. 2021년 독일 집값은 평균 11% 올랐다. REUTERS

때로는 인생 계획의 끝이 이렇게 될 수도 있다. 독일 베를린 링슈트라세 거리의 행정관청빌딩2에 위치한 쇠네베르크 지방법원 1층 110호. 고급 빌라촌에 자리잡은 21세기 초의 기념비적인 건물에 법원이 있다. 최근 강제경매로 쏟아져 들어오는 건물 가운데 이 법원 건물처럼 역사적인 곳도 적지 않다.
고급 주거지 베를린 달렘의 클레이알레에 소재한 140㎡ 크기의 2가구 주택도 그중 하나다. 이 집에는 차고 외에도 추가 주차장이 있다. 주택 대지의 총면적은 722㎡에 이른다. 주택감정사는 도로와 인접해 “교통소음 심함”이라고 기록했다. 하지만 ‘토지가치분류’에 따르면 해당 주택은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2020년 감정 시점에 해당 주택의 감정평가액은 약 180만유로(약 23억원)였다.
이전 소유주들은 해당 주택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었다. 채권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과도하게 걸린 이 주택을 팔아 돈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채권자들은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법정 110호 목제 의자에 앉아 있는 은행가,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변호사는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는 독수리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모두 과열된 베를린 부동산시장에서 나온 급매물, 즉 쉽게 가로챌 수 있는 먹잇감을 하이에나처럼 노리는 ‘위기의 승자’다. 잡아먹거나 잡혀먹히기. 안타깝지만 세상사가 그렇다.

   
▲ 2021년 9월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아파트 임대료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독일을 몰수하다’라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REUTERS

고금리와 강제경매의 인과관계
슈나이더 판사는 오전 10시45분에 입찰을 시작했다. 최소 경매 금액은 120만유로였다. 판사는 ‘최소 30분’ 동안 입찰받을 예정이다.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떼는 고개를 양옆으로 분주히 돌리면서 다른 입찰자들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옆사람과 속삭이며 대화하는 입찰자도 있다. 아직 경매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는 없다.
오전 11시10분, 나이 지긋한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그는 ‘거위 박사’처럼 포즈를 취하면서 최소 경매 금액보다 13만5천유로를 더 제시했다. 14만, 오른쪽에 앉은 신사가 금액을 불렀다. 14만2천, 왼쪽 뒤편에서 소리가 울려퍼진다. 다시 오른쪽에서 14만3천, 왼쪽에서 14만4천, 오른쪽에서 14만5천. 1천유로씩 경매 금액이 오른다. 단 1유로도 더 낼 수 없다는 듯 매번 정확히 금액을 외친다.
한참 뒤 참석자들이 외치는 경매 금액의 간극은 점점 벌어졌지만, 경매는 아직 진행 중이다. 84만, 86만, 88만, 89만유로까지 나왔다. 한 시간 이상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 결국 200만유로 이상 올라갔다. 이 금액이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채권자들은 결국 강제경매 신청을 철회한다. 채권자들은 6주 뒤 새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어쩌면 채권자들은 아직 여유가 있을지 모른다.
경매가 이뤄지는 법정은 차갑고 기계적이다. 하지만 법정에 경매로 나온 매물은 정원 축제, 아이의 생일잔치, 크리스마스 만찬 등이 열렸던 이야기와 감정이 깃든, 영혼이 담긴 집이다.
최근 조사 결과와 지표에 따르면, 법정 110호 풍경은 향후 몇 달 동안 독일 전국에서 자주 목격될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의 내 집 마련 꿈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내 집 마련 비용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예외 없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래서 건설자재, 인건비, 주택담보대출 및 전환대출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게 오른다
그 결과 강제경매가 늘었다. 경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정확한 데이터는 몇 달 뒤 집계될 것이다. 독일 전국 강제경매 통계치를 집계하는 기업인 아르게트라(Argetra)의 발터 뤼슈 상무이사는 향후 강제경매의 추이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 내다본다. 그는 고금리 기조와 강제경매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부동산시장의 활황세는 확실히 꺾였다. 독일의 부동산중개 대형 포털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거의 3분의 1이 계약 서명 직전에 결렬되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은행들이 대출 희망자에게 자기자본비율을 늘릴 것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 구매 희망자가 주 단위로 오르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마지막 순간에 주택 거래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경우가 최근 무려 두 배 정도 늘었다”고 함부르크의 공증인 얀 후프카는 말한다.
지금 상황은 마치 테이블보 사방의 끝을 동시에 끌어당기는 형국이다. 테이블보의 한쪽 끝은 집값이다. 부동산시장이 10년 넘게 활황세를 띠면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코로나19 대유행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반대로 감염병 유행에 따른 봉쇄 경험으로 적잖은 사람이 정원이 있는 자가주택 보유를 더욱 강하게 열망했다. 2021년 독일 집값은 평균 11% 올랐다.
독일 은행 포스트방크(Postbank) 내부의 부동산 지도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2035년까지 독일 지자체의 절반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독일 남부 지역, 함부르크, 베를린, 니더작센주의 베저엠스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예나, 라이프치히, 에르푸르트, 포츠담 등에선 높은 집값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등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테이블보의 두 번째 끝은 건설자재 가격이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자재 가격은 2021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급격하게 올랐다. 구조용 목재 가격은 77%, 철근 53%, 구리 27%, 역청(아스팔트) 36%, 페인트나 광택제로 사용하는 에폭시수지 가격은 29% 올랐다.
2021년 집 한 채 공사 비용은 전년 대비 9% 올라갔다. 독일 토목건축중앙연맹의 라인하르트 크바스트 회장은 건축주들이 건설자재비가 내릴 때까지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물가 상승 등은 건설 비용 인상을 부채질한다. 또한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더 나은 건설자재 사용이 권장되면서 신축공사와 리모델링 비용이 동시에 늘어났다.

   
▲ 독일 뮌헨에 있는 포스트방크(Postbank) 간판. 집값이 치솟자 은행들은 대출 희망자에게 자기자본비율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REUTERS

노동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은 환상
테이블보의 세 번째 끝은 2020년대 말까지 독일의 1050만여 개에 달하는 가스 및 기름 보일러 대부분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2033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 효율성을 ‘레벨 E’로 올리려면 최소 1750억유로(약 23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추정한다.
테이블보 네 번째 끝은 현재 반생산적인 대출이자 폭등이다. 10년 넘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뒤 시장은 빠른 속도로 고금리로 돌아서고 있다. 2022년 초 이후 대출금리는 약 3배 폭등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폭등 수준의 금리 인상은 연방통계청이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상의 가파른 속도에 경험 많은 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 독일 모기지업체 인터힙(Interhyp)에서 개인고객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미르얌 모어 이사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들과 금융시장은 중앙은행들이 지난 수년간의 초완화적 통화정책과 결별하기를 오래전부터 기대했다. 연방채권과 같은 속도로 대출금리도 치솟았다. 모어 이사는 “대출금리 급등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시장에 반영될지 우리는 미처 내다보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저금리 대출 덕택에 고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시대는 일단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최근 부동산 구매자들과 조만간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 모두 이자의 덫에 빠져 있다. 이는 경제와 사회에 직접적인 치명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자가 소유는 고연봉층에도 점점 사치품이 돼가고 있다. 독일에서 부동산 매입 희망자의 65%는 현재 부동산 매매가를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구매 희망자의 대략 절반은 구매를 희망하는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이 재정적으로 ‘거의’ 혹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약 3분의 1은 주택 매입을 연기하거나 미뤘으며, 7%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완전히 포기했다.
부동산 분석업체 ‘콘베르지오 바레 베르테’(Conversio Wahre Werte)의 옌스 라우텐베르크 대표이사는 일상적인 노동소득만으로는 적잖은 도시에서 더 이상 내 집 마련을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 집 마련은 고액 연봉자이거나 아니면 상속받아야만 가능하다. 그 외 나머지 사람에게 내 집 마련은 “영원히 환상”에 불과하다.
테이블보는 네 군데 끝에서 잡아당기는 힘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찢어졌다. 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정치권이 진지하게 앞장서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끌어내야 할까? 독일 쾰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의 옌스 베케르트 연구소장은 시장의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한 바 있다.
베케르트 소장은 “주거는 쉽사리 시장에 넘길 수 없는 분야라는 사실”을 국가는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거는 생존에 필요한 재화로 자가용이나 휴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내 집 마련에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기여한 부에 정당한 몫을 보상받지 못해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 사이에 ‘좌절감’이 독버섯처럼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 같은 사회적 시장경제국가는 이를 “그냥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25호
Wird der Eigenheimkredit zur Fall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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