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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들고 수도권 주택 싹쓸이
[집중기획] 집주택담보대출의 덫 ② 부유층의 부동산 사재기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부크 Simon Book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슈피겔> 기자

   
▲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서 바라본 프랑크푸르트 시내 스카이라인. REUTERS

부동산 포털 이모벨트(Immowelt)가 제시한 수치는 금리인상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독일 뮌헨에서 76만6천유로(약 10억원)의 80㎡ 주택을 대출로 매입해 매년 매매가의 2%를 상환한다면, 지난 1월에 원리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약 2050유로(약 270만원)였다. 당시 10년 만기 대출상품의 금리는 1.38%에 불과했다.
현재 해당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05%에 이른다. 매달 원리금 상환액은 연초 대비 1천유로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함부르크나 프랑크푸르트에 집을 산 사람들의 매달 평균 추가 부담이 700유로 정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 만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총원리금도 함께 늘어난다. 이렇게 추가 부담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미 수많은 대출자가 재정 여력의 한도 내에서 최대치로 원리금을 상환 중이라 재정적 여유는 조금도 없다.
마누엘 다비트(34)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의 재정 상황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나을 바가 거의 없다. 소비자보호센터에서 일하고 연봉은 괜찮은 편이다. 그의 아내는 초등학교 수습교사다. 다만 다비트는 운이 좋아 부모로부터 뒤셀도르프의 땅을 미리 상속받았다.
2022년 5월 햇살이 화사한 어느 날, 다비트는 부모에게 상속받은 뒤셀도르프 남서부의 땅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아내와 자신의 ‘드림하우스’를 <슈피겔>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길고 좁은 120㎡ 크기의 부지에 2가구 주택은 충분히 지을 수 있어 보인다. 뒤쪽에 부모님의 닭장과 화단을 옮겨놓을 자리까지 나올 것 같다.
“더 좋은 곳을 찾기란 힘들다.” 다비트는 테이블 위에 완성된 설계도를 펼쳐 보였다. 목제 주택 공사비로 약 50만유로가 들 예정이다. 젊은 부부는 대출받아 공사비를 충당했다.
1월만 해도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얼마 되지 않았다. 부부는 매달 원리금 1579유로를 상환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부모님의 테라스는 철거했고 땅 일부는 평평하게 다졌다. 부부는 설계 비용으로 약 2만유로를 냈다. 하지만 아직도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매달 금리인상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두 자녀를 둔 부부가 이제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2천유로를 훌쩍 넘는다.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는 어렵다.”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느라 미래를 대비한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다비트는 늘어나는 이자 부담으로 집 짓는 것이 “재정적으로 더는 감당할 수 없을 상황”까지 갈까봐 우려한다. 부부는 부모에게 부지를 상속받았는데도 그 땅에 여전히 자기 집을 올리지 못한다. “한마디로 미칠 노릇”이다.
내 집 마련이 다비트 부부에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상속받을 부지조차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 옛 동독 지역인 베를린 빌헴슈트라세의 한 아파트. 금리가 오르면서 빚내어 집을 구매한 사람이 갚아야 하는 총원리금도 함께 늘었다. REUTERS

새로운 고객층
빌크 므로스는 공무원이며, 지자체 포츠담미텔마르크의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화가 복받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군 행정 건물 9층의 한 사무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중이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포츠담미텔마르크에서 이뤄진 전체 주택 및 부동산 매매거래를 정리한 부동산시장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남서부에 있는 포츠담미텔마르크군(郡)은 북동쪽으로 베를린시와 바트벨치히에 인접해 있다. 면적 2600㎢에 인구는 21만8천 명이다. 포츠담미텔마르크군은 독일 군 단위에서 면적이 제일 넓고 전입인구도 늘어나는 곳 중 하나다. “부동산시장은 모든 분야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1년 10억유로 이상 주택과 부동산 거래량이 무려 40% 이상 늘어났다.” 부동산 거래량과 거래액, 그리고 거래면적 모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기뻐해야 할 대목은 전혀 없다. ‘비싼’ 몸이던 포츠담미텔마르크군은 어느새 ‘아주 비싼’ 몸이 됐다. 2021년 브란덴부르크주 팜파, 베르더, 슈빌로브제, 미헨도르프 혹은 슈탄스도르프의 단독주택 평균 매매가는 100만유로(약 13억원)에 육박했다.
베를린 주민이 베를린 주변 지역 이외에도 ‘수도권 지역’을 앞다퉈 차지하고 있다. 빌크 므로스는 현재 포츠담미텔마르크군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지역주민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탐욕자본주의 말이다. 므로스는 어느 순간 “포츠담미텔마르크군에는 내 집 마련에 100만유로를 조달할 수 있는 사람만 남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는 생각보다 더 빨리 현실로 닥칠 수 있다. 하노버 인근 모델하우스 상담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주 전 어느 일요일, 화창한 날씨에도 모델하우스를 찾은 이는 78명에 불과했다. 예전에 방문객 수는 두 배 수준이었다. 상담사들은 방문객 없이 파리만 날리는 모델하우스 사무실에서 지루한 듯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한 상담사에 따르면 연초 이후 모델하우스 비즈니스는 상당히 위축돼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상담사는 금리인상의 여파가 “피부로 와닿는다”고 호소했다. “여기 모델하우스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죽은 것 같다.”
인근에서 슈바벤하우스 건설사의 모델하우스도 파리를 날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슈바벤하우스의 에르하르트 퀴네 영업이사는 앞의 상담사처럼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다. 중산층은 현재 부동산 거래를 자제할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신 새로운 고객층이 생겨날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네 번째로 집 매매를 계획하는 중장년층이 새로운 부동산시장 고객층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실거주용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집을 사려 한다. “대출을 끼지 않고 100% 현찰로 집을 매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 써야 할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이 넘쳐난다”고 했다.
퀴네는 까다로운 고객층에게 ‘실렉션(Selection) 245’라는 조립식 건축물을 선사하려 한다. 슈바벤하우스가 선보이는 조립식 건축물에는 전용면적 245㎡에 친환경 루프톱(옥상), 운동공간, 최첨단 사무공간, 최신 스마트홈 기술이 집약돼 있다. 간이 차고와 아웃도어 주방도 당연히 포함됐다. 전체 설비를 포함한 집값은 100만유로는 족히 된다.
슈바벤하우스 건설사는 슈바르츠발트 지역에 최근 투명한 유리 통창으로 된 엘리베이터를 탑재한 단독주택을 지었다. 과거엔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런 단독주택이 요즘에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퀴네는 말했다. 다만 이런 단독주택의 주고객층은 과거처럼 젊은층이 아니라 부유한 고령층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부유한 고령층이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비즈니스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퀴네는 말했다. 2021년 한 해에만 슈바벤하우스의 매출은 47% 늘었다고 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전경. 금리인상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REUTERS

‘사회적 폭발물’이 된 주택문제
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의 옌스 베케르트 연구소장은 이 흐름을 ‘정치적 돌출점’(Political Salience)이라는 사회학적 개념으로 설명한다. ‘정치적 돌출점’은 논쟁이 되는 주제가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문제는 이제 ‘사회적 폭발물’이 되어 상위 중산층도 더는 예외가 아니다.
공정성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제기된다. 근면성실하게 일해도 자기 집을 장만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부유층과 초부유층이 최근 더 부유해진 것은 대체 왜일까? 그리고 상속 외에 부유해질 통로를 찾지 못하는 젊은층에게는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럼에도 열심히 일해서 자기 집을 마련하라고 해야 할까? 하하하!

ⓒ Der Spiegel 2022년 제25호
Wird der Eigenheimkredit zur Fall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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