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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도시는 대안도시… 주택·납골당도 지붕에
[FUTURE] 로테르담의 루프톱 건축 실험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하노 라우테르베르크 economyinsight@hani.co.kr

지붕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도시가 많다. 자유롭게 거주하는 대규모 공간이나 놀이터로, 심지어 묘지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는 도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옥상 건축물들을 취재했다.

하노 라우테르베르크 Hanno Rauterberg <차이트> 기자

   
▲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루프톱의 날’에 시민들이 지붕을 연결한 육교를 걷고 있다. MVRDV 언론자료

특이한 풍경의 이 장소를 소개하는 여행안내서나 도보여행용 지도 같은 건 없다. 여기는 그저 날실과 씨줄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현재의 한 지점이자,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어느 사각지대일 뿐이다. 그런데도 도시의 지붕인 이곳으로 어쩌다 발길이 닿은 사람이라면, 여기는 햇빛이 다르고 공기도 다르다는 걸 즉시 감지한다. 아래쪽에 자리잡은 세상은 크기가 작아지고, 하늘은 한없이 넓어진다.
도시가 있는 저 아래 세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 좁아지기만 한다. 끊임없이 주택이 들어서고 차도는 자동차와 킥보드, 자전거로 붐빈다. 혼잡함은 날로 가중되고 그와 함께 쓰레기, 소음,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삶의 질은 더욱 악화한다. 하지만 여기, 이 위쪽 세상은 조용하다. 어디 그뿐인가. 아래 세상에 없는 것이 여기에 전부 있다. 개개인이 보유하려는 공간, 대중이 모이고 싶어 하는 광장 같은 것 말이다. 정말 믿기 어렵지만 이 평평한 옥상은 주택난과 기후, 사회적 위기의 시대에 도시를 구해낼 수 있다는 엄청난 약속이다.

수십만 명 몰리는 ‘루프톱의 날’
주택과 공원, 어린이 놀이터가 필요한데 장소를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도시들은 이제 시선을 하늘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단연 선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심지어 비정부기구(NGO)도 있다. ‘우주탐험가’를 자처하는 이 단체 회원들은 로테르담 시민에게 자신들이 건설한 옥상으로 한번 올라오라고 권한다.
이 모임은 5년 전 어느 유명 백화점에 새로운 제안을 하면서 시작했다. 평소 비둘기만 지루하게 구구대는 이 초고층 건물 옥상에 예술 조각품을 전시하는 공원을 만들어보자고 백화점을 설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은 로테르담 전체를 철저히 파괴했는데, 전쟁 이후 길거리에 전시됐다가 창고로 모습을 감췄던 작품들이 이 옥상 공원에 대거 전시됐다. 조각품이 로테르담의 하늘 꼭대기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작품을 ‘새 시작의 징표’로 인식했다. 1950년대와 흡사한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이후 이런 프로젝트의 열망이 끊임없이 커졌고, 이 도시는 하늘 방향으로 몸집과 키를 불리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햇빛 밝은 낮에, 여기서 축제가 열린다. 고공 옥상에서 받는 느낌에 모두 함께 취해보자는 이 축제에 매년 수십만 명이 몰린다. ‘루프톱의 날’(Rooftop Days)에는 증권거래소와 호텔, 그리고 항구의 창고 등 36개의 옥상이 공개된다.
지난 몇 년간 그래왔듯이, 주최 쪽은 2022년(6월2~5일)에도 방문자에게 이 옥상을 단순히 한번 구경하는 것 외에 여러 부대 행사를 제공했다. MVRDV건축사무소는 로테르담 디자인건축센터 옥상에 요염한 자주색 플랫폼을 건축했다.
여기서는 여름내 토론하고 춤추고 식사할 수 있다. 멀리 항구의 크레인이 햇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게 보이는 이곳에서, 방문객이 미래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기를 MVRDV는 기대한다. 공중에 자리잡은 이곳은 과연 어떤 성격의 공간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할까? 이 도시의 지붕에서 새로운 공동체 정신, 나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를 건립할 수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특권층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들은 자신을 대중과 차별화하고 일반의 시선에서 숨으려 한다. 그래서 수십 년 전부터 엘리베이터와 수영장을 갖춘 그들만의 고급 옥상가옥을 지었다. 그런 현상도 앞으로 변할 것이라고 로테르담 시민들은 말한다. 이들은 고공 공간의 민주화를 계획하고 있다.
로테르담 시민이 특히 노력하는 분야는 주택인데, 그들은 호화 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시야가 탁 트인 공간을 가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도시 건물이 모두 옥상에 한두 개층씩 증축한다면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도 총 150만 채의 거주 공간을 새로 얻게 된다고 다름슈타트공과대학이 2019년에 계산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독일 시민 300만~400만 명이 이 고층 건물에 입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주택임대 시장도 마침내 한숨을 돌릴 것이다.
좀더 부연하자면, 이는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도 놀라울 만치 효과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해안지역을 찾아 새 주택지를 건설할 필요도, 차도를 더 만들 필요도 없고, 더는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어쩌면 모두가 그리던 단독주택 확보라는 꿈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꿈이 도시 바깥의 푸른 자연이 아니라 우리 머리 위 저 푸른 하늘, 학교나 사무실 건물의 옥상에서 실현된다는 차이만 빼놓으면 말이다. 그런 집은 과연 어떤 모양새일까, 대도시 한가운데서도 시골처럼 조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도, 로테르담에는 경탄할 만한 답이 될 사례가 여럿 있다.

   
▲ 루프톱워크 누리집

환경파괴 없이 주택 150만 채 생긴다
또 다른 이들은 옥상에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를 확보하려 한다. 로테르담 건축가들은 그 목적으로만 쓰기엔 옥상 공간이 너무 아깝다고 입을 모은다. 도심에 자리잡은 건물 옥상에선 이와는 다른 에너지가 창출돼야 한다. 바로 사회적 에너지다.
최근 네덜란드의 MVRDV그룹이 이 주제와 관련한 책을 한 권 펴냈다. 아름답고 동시에 삐딱한 아이디어를 마치 놀이 소개하듯 제안하는 책이다. 암스테르담에서 이들은 건물 상층에 모래언덕을 설치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최초로 포도원도 만들었다. 예술가의 작업실은? 캠프장은? 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페팅동물원은? 다 가능하다. 아니면 그저 잔디만 심은 널따란 풀밭은 어떤가? 여름 볕이 따가운 도시에서 잠시 몸을 누이고 선선함을 맛볼 수 있는 잔디밭 말이다. 옥상에서 채소를 키워 같은 건물 지하 슈퍼마켓에서 직판하는 옥상텃밭(Rooftop-farming)은 이미 상당수 도시에서 현실이 됐다.
그뿐이 아니다. MVRDV는 모나코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고층 옥상에 유골함 매장 터를 조성하는 작업이다. 고인을 가까운 곳에 두고 언제든 찾아가서 볼 수 있다는 점에 기뻐하는 유족이 많다고 MVRDV 건축가들은 전한다. 앞으로 산소에 간다는 건 언제나 하늘로, 초월적인 고공으로 올라가는 행위가 되고 그 광경은 보기 좋을 것이라고 그들은 기대한다.
현대건축의 역사에서 이상향을 구축하는 이런 시도는 자주 있었다. 제일 먼저 기치를 높이 든 건축가는 스위스 사람 르코르뷔지에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그는 건물의 다섯 번째 외벽인 지붕을 일광욕 장소나 유치원, 또는 수영장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축에서 효율성을 최고로 치는 건축주에게는 이 아이디어가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건물주와 공무원이 걸림돌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안전규칙, 홍수·화재 관련 규정으로 머리가 꽉 찬 공무원이 수많은 기발한 옥상 개조 계획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규정에 따라 조금이라도 위험을 내포한 계획, 건축학적 모험을 막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로테르담에서조차 비용 절감 말고 다른 것은 안중에 없는 많은 건축주와 모든 걸 법으로만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공무원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어쨌든 ‘루프톱의 날’ 인기가 올라갈수록, 그리고 대중의 관심이 늘어날수록 옥상파티 주최자는 애초 불가능했던 것이 삽시간에 기회를 얻는 변화를 더 자주 목격한다. 이제 건설 담당 공무원도 다음 프로젝트를 기대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MVRDV가 현재 구상하는 프로젝트 중 한 가지는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건축사무소의 건축가들은 고층 건물의 옥상 점령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여러 옥상을 하나로 묶겠다는 계획까지 갖고 있다. 이른바 ‘도시 위의 도시’다. 이 방대한 계획에서 적어도 육교 한 량은 2022년 여름에 설치돼 몇 주 동안 시민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아찔할 만큼 공중에 높이 솟은 이 하늘 도보길은 날씨가 좋을 때만 이용이 허가된다.
이 육교는 상가들이 모인 중앙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도록 설계돼 있다. 건설에 필요한 버팀 장치를 구축하는 데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야 했다. 그 모습을 쳐다보는 시민들은 설치자의 무모하리만치 대담한 구상에 그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용기를 내어 이 육교에 올라 한 지붕에서 다음 지붕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은 일종의 ‘흔들리는’ 현실로 들어선다.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간간이 귀에 들린다. 그곳의 기억은 아직도 마음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의 몸은 지금, 땅에서 한참 떨어진 여기, 공중에 있다. 이 꼭대기에서 도시는 모험 왕국이 된다. 옥상의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Die Zeit 2022년 제24호
Die Eroberung des Himmels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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