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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이 이끄는 세계화 시대 끝났다
[INTERVIEW] 국제전망정보연구소 부소장 이자벨 방시두 인터뷰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공급망이 위험하다. 코로나19 감염병이 보건의료업계 공급망을 가장 먼저 위협했다. 이어진 봉쇄령은 세계 방방곡곡 걸쳐 있는 생산망의 약점을 하나둘 건드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위협을 다시 반복했다. 세계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새 국면이 시작된 것은 확실하다고 국제전망정보연구소(CEPII)의 이코노미스트 이자벨 방시두(Isabelle Bensidoun)는 말한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더 복잡하고 더 공격적이고 더 정치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 비용도 따를 것이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경제 영상매체 <제르피 카날>에 출연해 ‘세계화의 역사’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이자벨 방시두. 제르피 카날 트위터 계정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외 의존성의 위험을 드러냈다. 이들 위기로 세계화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가.
세계화의 끝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가 서로 깊게 얽혀 그 관계를 하루아침에 없던 것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경제적 지표, 즉 비용 절감으로만 세계화를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 세계경제는 더 정치화할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는 항상 정치적이었다. 지금의 세계경제는 1980년대 마거릿 대처의 유명한 구호 “대안은 없다!”를 시작으로 완성됐다. 그는 무역과 금융거래의 완전한 자유화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역으로 몇 년 전부터 정책 기조는 세계화를 규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공장 화재나 자연재해 등으로 공급망이 단절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그렇게 크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공급처가 한곳에 집중되고 도급망이 불투명할수록 공급체계가 취약해진다는 점을 코로나19 이후에야 알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깨달은 점은 이렇다. 특정 나라와의 거래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그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시장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치체제와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느냐?’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022년 4월13일 연설에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라는 새 개념을 언급했다. 이 개념에서 세계 각국은 여러 블록으로 갈려 서로 대립한다. 기후변화, 다국적기업에 법인세 부과, 보건의료, 생물다양성 보호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달라진 환경
-국지적 세계화를 뜻하는가.
무역거래가 국지화하는 경향은 그전부터 뚜렷했다. 북미 나라에서 대외무역의 50%는 그 지역 안에서 이뤄진다. 유럽에선 그 비중이 거의 70%에 이른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세계무역의 국지화 현상이 조금 둔화했다(반면 아시아에선 중국이 이를 더 강화했다). 그래도 접경국과의 거래가 더 수월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세계무역의 국지화 추세를 수치로 확인하기는 아직 이르다. 공급체계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시설을 국내로 재이전(리쇼어링)하거나 프랑스와 가까운 지역에서 몇몇 산업을 발전시키면 무역의 국지화가 앞으로 몇 년간 더 심해질 수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시각이 발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1990년대 대안 세계화 운동가들이 촉발했다. 그들은 다자무역체제 확대를 막았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하던 다자간투자협정(MAI)이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 협정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을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제안한 도하개발어젠다 역시 자유무역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사례로 잘 알려졌다.
세계화에 회의적인 시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세계무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각국 정부의 확신이 너무 견고했다. 다자간 협약이 줄어든 대신 국지적 협약이 늘어난 것이다.
2007~2009년 금융위기는 ‘초세계화’ 시대의 끝을 알린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후 2000년대 말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느린 세계화)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무역과 금융거래의 역동성이 변화했다.
당시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를 기술 진보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산 수입이 늘어나는 등 세계화에도 그 책임이 있음을 알았다. 예전엔 빈곤 문제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던 불평등 문제 역시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무역이 소득재분배에 역행한다는 담론이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 어느 국제기구도 논의하지 않던 사안이다.
몇 년 전부터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포퓰리즘을 지지하거나 영국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식으로 사람들은 반발심을 드러냈다.

   
▲ 2022년 7월12일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주민들이 포탄에 맞아 부서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화가 시험대에 올랐다. REUTERS

공급망 투명성
-새로운 현실에 각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리라 전망하는가.
알기 어렵다. 자유무역이 어떤 대안보다 우선한다는 믿음에 지난 수십 년간 빠져 있었다. 공급망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그 작업에 착수했다. 불투명한 측면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기업은 대체로 직접 거래하는 하청업체만 안다. 하청의 하청업체까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각국 정부는 재고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프랑스 정부와 지자체는 벌써 몇몇 산업계에 비상 재고를 넉넉히 두도록 지시했다. 제약업계는 중대 질환 치료용 의약품의 재고를 최소 2개월치 확보해야 했다. 전략산업이 아니면 정부는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기업에서 적기(Just In Time) 생산 방식이 불안정한 정세에 적합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미국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외국 것보다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관련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기관이 조달하는 제품은 미국산이 일정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유럽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한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 공동관심 분야 주요 프로젝트’(IPCEI)에 따라 수소산업 등에 정부투자를 늘린다. 그러나 유럽은 산업정책 시행에 미국보다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정책이 보호정책으로 해석되는 것을 몇몇 북유럽 나라가 우려해서다. 유럽연합의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Open Strategic Autonomy) 역시 그런 복잡한 변화를 보여준다.
-유럽은 중국(의약품 원료)과 러시아(천연가스), 우크라이나(곡물)에 크게 의존한다. 그에 따른 취약성이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다. 세계 다른 지역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도 불안정한 공급망을 크게 우려한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자마자 미국 공급망 안정화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생산체계가 효율성과 비용 절감만 앞세우고 공급망의 안정성, 지속성, 회복력을 희생시켰다는 내용이다. 그런 생산체계가 현재의 공급망 위기와 천연자원 고갈에 책임이 있다.
중국의 ‘쌍순환’(Dual Circulation) 전략도 다르지 않다.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외 의존도를 축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전략은 가장 최근의 중국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중국은 쌍순환 전략에 따라 섬유 등 저가 수출품이 아니라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집중할 것이다. 동시에 고가 제품을 수입하는 대신 자국에서 생산하려 할 것이다.

인플레 해법
-그렇게 세계경제가 재편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지 않나.
지금 물가가 오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세계경제 재편, 에너지 가격 상승, 물류시스템 장애로 인한 생산 역량 제한 등과 같은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기 어렵다. 중국에서 몇 년 전부터 인건비가 오르면서 자연히 물가가 인상됐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서 자유무역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도입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보면 세계경제 재편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확실히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적극적인 자유무역주의자는 공급처 다변화가 해법이라고 본다. 공급처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개방경제 기조를 유지하고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올린 것을 해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거래처를 늘리는데 돈이 별로 들지 않으면 모든 기업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세계경제 재편에 돈이 드는가?’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그것은 공급망에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치러야 할 불가피한 비용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7월호(제425호)
La mondialisation Ne peat plus être guidée par la réduction Des coût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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