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화장실, 나체도 촬영”… ‘착한 척’ 애플의 두 얼굴
[ISSUE] 아이폰 얼굴인식 기술에 직원 생체정보 사용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파트리크 보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내부고발자 애슐리 예비크(Ashley Gjøvik)는 애플이 아이폰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은밀하게 찍힌 직원들의 사진을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제 그는 이를 바로잡기 원한다.

파트리크 보이트 Patrick Beuth
알렉산더 뎀링 Alexander Demling
<슈피겔> 기자

   
▲ 애슐리 예비크. 본인 트위터 계정 갈무리

페이스ID(Face ID, 아이폰X에 적용된 얼굴인식 방식의 생체인증) 연구총괄담당자가 애플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은 애슐리 예비크(36)가 보기에 이상했다. 5년 전 8월의 어느 날, 당시 애플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예비크는 ‘데이터 수집 사교의 시간’(Data Collection Social Hour)이라는 제목의 초대장을 받았다. 파티가 열리는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연상시키는 애플 본사의 맞은편이었다.
애플의 사용자연구팀이 발송한 초대장에는 파티에 음료가 제공되고 음악이 있을 것이며, 그 외에 “사교적 분위기에서 20분간의 데이터 수집”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초대장이 첨부된 전자우편에는 “조명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정규직 직원만 참가할 수 있다고 쓰였다. 초대장의 뉘앙스가 직원들에게 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예비크는 회상한다. 회사가 자신의 참석도 강하게 원하는 느낌을 받았기에 하는 수 없이 행사에 갔다. 팀플레이어가 되라는 상사들의 압박도 늘 있었다.
당시 예비크가 ‘파티’에서 당했던 경험은 2021년 여름 애플 제국 사상 최악의 데이터 스캔들을 야기했다. 예비크는 애플이 직원들 몰래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ID 알고리즘 개발에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렇게 애플 내부고발자가 됐고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개인정보보호 활동가들이 조만간 글로벌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인데, 이것도 예비크와 관련 있다.

   
▲ 아이폰X의 얼굴인식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애플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은밀하게 찍힌 직원들의 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REUTERS

주차장에서 파티 한다더니…
예비크는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의 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기서 쿠퍼티노 애플 본사는 몇 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는 이제 애플에서 일하지 않는다. 애플은 2021년 9월 페이스ID 개발 앱인 고블러(Gobbler)를 둘러싸고 상호 비방전을 거치면서 예비크를 해고했다. 애플은 예비크가 너무 많은 사내 기밀을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안에 대한 <슈피겔>의 문의에 애플은 답하지 않았다.
예비크는 당시 애플의 개인정보 수집 행태를 이렇게 회상한다. 행사 장소는 주차장이었고, 파티 장소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3m 높이의 검정 철조망이 이중으로 세워졌다. 주차장에는 안전요원이 대기했고 감시카메라도 작동 중이었다. 하와이 셔츠를 입은 남자 직원이 바에서 음료를 서빙했고, 다른 직원은 주차장에 막 도착한 예비크를 포함한 직원 다섯 명을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그들에게 셀카를 찍으라는 과제를 전달했다.
애플 직원들은 주차장에서 전달받은 디지털 동의서에 서명했는데, 해당 동의서 사본을 나중에라도 전해 받은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아직 발표되기 전인 아이폰 모델 X를 한 대씩 받았다. 해당 아이폰에는 그때까지도 앱 고블러가 설치돼 있었다. 고블러는 ‘걸귀’(乞鬼)라는 뜻이다. 나중에 애플은 좀 덜 과감한 이름인 ‘글리머’(Glimmer)로 바꾼다.
이날 애플 직원들은 무려 40℃의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주차장에서 셀카를 찍었다. 위, 양옆, 선글라스 혹은 찡그린 표정 등 카메라와 여러 센서가 찍은 생체 사진은 사용자의 이마가 번쩍거리고 눈이 부시는 햇살에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도록 3차원으로 측정됐다.
이날 파티의 목적은 애플이 직원들의 셀카 사진으로 페이스ID 기능을 테스트하고 알고리즘 훈련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얼굴인식을 통한 아이폰 잠금해제 기능은 그로부터 몇 달 뒤 차세대 아이폰 모델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오늘날 잠금해제 기능이 없는 아이폰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아이폰의 잠금해제 기술은 무언의 압박을 받은 예비크 등 애플 직원들의 생체정보 수집 프로그램 덕택에 개선을 거듭했다.

   
▲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그는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테크 기업들을 끊임없이 비난했다. REUTERS

직원 얼굴정보 수집 폭로
내부고발자 예비크는 2021년 8월 글리머 앱이 촬영한 영상 하나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애플의 불법 관행을 세상에 알렸다. 이 폭로는 애플에 단순히 수치스러운 사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만큼 개인정보보호의 기치를 적극적으로 내건 테크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정보를 무차별로 수집한 메타나 알파벳 등 테크 기업들을 끊임없이 비난하며 공격했고, 동시에 업계의 불미스러운 관행과는 선을 긋는 행보를 해왔다. 예컨대 2021년 4월 애플은 iOS에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했다. 애플은 개인정보보호의 일환으로 이용자가 허용할 때만 앱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이용자의 95% 이상이 개인정보 추적을 차단했다.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워지면서 메타의 이용자 맞춤형 광고도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메타는 2022년 10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당시 사명을 메타로 바꾸기 전이던 페이스북은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경이 자사의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 주가는 폭락했다.
팀 쿡 CEO는 항상 수익 이상의 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것처럼, 그리고 애플은 다른 테크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은 지속해서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면 행동 양식을 바꾼다”며 “그러면 사람들은 덜 행동하고 덜 숙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비크는 애플이 스스로 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현행법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세상에 알리려 한다. 최근 법학 학위를 취득한 그는 중국의 검열에 반대하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한다. 하지만 예비크와 애플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예비크는 애플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보호 당국과 접촉 중이다. 독일의 관련 당국도 해당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예비크는 독일연방 개인정보보호 담당관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애플이 내게 저지른 일을 독일 직원들(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저지를 수 있으며, 혹은 이미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독일연방 개인정보보호 담당관은 이 사안을 바이에른주 담당관에게 전달했다. 애플의 독일 본부는 바이에른주 뮌헨에 있다. 애플 독일 본부의 주요 연구 분야는 사진인식과 페이스ID 등의 앱이다.
노동법학자 아네그레트 발처는 촬영된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르거나 고용주와의 의존 관계 탓에 반강제적이었다면, 촬영 행위는 개인정보보호 위반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생체정보 수집을 인지하고 동의하지 않았다면 “해당 사진의 사용은 상상할 수도 없고 동시에 불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백만유로의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2천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 애플에 수백만유로의 벌금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애플은 오로지 경쟁업체에 손해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으로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설파한다는 의심까지 받는 지경이다.
미국 외의 지역에서 글리머 앱 사용이 얼마나 논란인지 애플은 충분히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연구책임자는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전자우편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후 그는 글리머 앱으로 셀카 찍기는 프랑스와 독일의 현지 법규정에 따르면 항상 강요로 해석된다고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올렸다.
예비크는 ‘주차장 파티’로부터 한 달이 지나 아이폰X를 받았다. 애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예비크는 해당 아이폰에서 “살다시피 해야” 했다. 애플이 가끔 생체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제품 테스트에 표면적으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했지만 예비크는 참여가 의무인 것처럼 압박을 느꼈다.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손에 쥘 때마다 부지불식간에 자동으로 촬영됐고, 이는 글리머 앱의 얼굴인식 기능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됐다. 페이스ID 연구총괄담당자는 “직원들 얼굴이 담긴 데이터는 모두 좋은 데이터”라고 참가한 애플 직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페이스ID 알고리즘은 “데이터에 굶주려 있으며”, 따라서 애플 직원들은 셀카 촬영을 게임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셀카 100장 혹은 매달 2천 장을 업로드하는 애플 직원은 가상 훈장을 받기도 했다.
페이스ID 연구총괄담당자는 2020년 말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애플은 페이스ID 출범을 위해 셀카 10억 장을 수집했다고 자랑했다. 예비크는 애플이 얼굴인식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외부 실험 대상자 모집 비용을 아까워할 정도로 탐욕스러웠고, 그래서 직원들의 셀카 사진을 무단 사용했다고 비판한다.
예비크는 자신의 아이폰에 설치된 글리머 앱이 지난 4년여 동안 가수면 상태나 화장실 이용 중, 혹은 벌거벗은 상태에서도 무차별로 자신을 촬영했다고 말한다. 그는 글리머 앱이 매일 찍어댄 셀카가 수백 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예비크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글리머 앱이 애플 직원들의 사생활을 얼마나 무차별로 촬영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머리 절반만 찍힌 사진도 있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때로는 거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글리머 앱이 친구들, 형제자매 혹은 완전히 낯선 이들까지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하는 걸 막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예비크는 털어놓았다.
예비크는 페이스ID 연구 대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자신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용기를 차마 내지 못했다. “애플의 비밀주의는 구성원들의 의식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직원들은 회사의 명명백백한 잘못된 관행을 관계 당국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REUTERS

뿌리 깊은 애플의 비밀주의
예비크는 논란이 된 글리머 앱 사진들을 공개한 뒤에야 애플이 얼마나 결사적으로 글리머 앱을 기밀로 유지하려 했는지 알았다. 글리머 앱 사진을 폭로한 시점에서 몇 주 지나, 그는 애플 쪽 변호사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해당 공문에는 트윗을 삭제하라는 애플의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애플은 6년 반 일한 예비크를 2021년 9월 해고했다. <슈피겔>은 애플 변호사들이 2022년 3월 미국 노동부 내부고발자 보호프로그램에 제출한 애플의 의견문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예비크는 글리머 앱 사진 공개로 애플과의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렸다고 한다. 예비크의 변호사는 애플이 예비크의 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반박한다.
예비크는 연방기구인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 앞에서 애플의 해고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슈피겔>의 정보에 따르면, 증권감독위원회(SEC) 역시 애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애플이 예비크의 해고를 유지하든 철회하든 후속 조처를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애플이 아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오로지 직원을 해고할 때뿐이다. 예비크는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 Der Spiegel 2022년 제26호
iPhone is watching you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