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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상가임대 앞장… 건물주 설득·건물 보수도
[SPOT] 프랑스 소도시 골목상권 살리기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신바드 암마슈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두 시민단체가 활력을 잃은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하지만 정치적·경제적 장애물로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신바드 암마슈 Sindbad Hammach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생테티엔 행정지구에 인접한 크레드록의 주택가. 과거 장식끈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있던 이 지역의 상가 공실률은 40%에 이른다. 생테티엔 트위터 계정

생테티엔 시민들은 텅 빈 거리에서 자꾸만 가던 길을 멈춰 선다. 구시가지에서 외곽까지 어떤 상점들이 있었는지 떠올리기 위해서다. 어떤 상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역사 지구에서 몇 걸음만 가면 고급의류 유통업체 베네통이, 길모퉁이를 돌면 아담한 동네 카페가 있었다. 저기는 영화관, 여기는 정육점이었다. 시민들의 ‘추억 놀이’는 생테티엔 출신 아티스트인 마리쉬잔 누르댕에게 영감이 됐다. 그는 도시의 빈 상점을 사진 찍고 그 사진들을 이어 붙여 한 장의 포스터로 만들었다. 2019년 그가 아름다우면서 울적한 이 작품을 작업할 때, 400곳 넘는 상가가 비어 있었다.

역대 최고 공실률
이 숫자의 의미는 크다. 프랑스 도시상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5만 명 넘는 도시로는 처음으로 생테티엔의 상가 공실률이 15%에 이르렀다. 산업붕괴 충격 이후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으면서 ‘소멸 위험 도시’로 지정됐다. 발레리 살라 팔라 생테티엔대학 교수(정치학)는 “생테티엔에서 1970년대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68년(22만 명) 이후 지금까지 5만 명이 줄었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자 도시는 가난해졌다. 중산층은 포레즈 등 주변 지역으로 떠났다. 하지만 생테티엔의 높은 상가 공실률이 인구 유출, 빈곤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발레리 교수는 말한다. “공공정책 탓도 있다. 도심공동화 현상이 문제로 대두해 2007년 생테티엔개발공공기구(에파즈)가 탄생했다. 그런데 정작 이 기구가 진행한 사업은 도시 외곽에 상업지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사업이 도심공동화 현상을 부추겼다.” 2021년 생테티엔 외곽에 7만m² 규모의 복합상가 스틸이 문을 열면서 도심은 더 황량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생테티엔 주민들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생테티엔에는 일곱 개의 언덕을 감싸고 동네가 형성됐다. 가장 상징적인 동네는 행정지구에서 몇m 떨어진 크레드록이다. 과거 장식끈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있던 이곳은 상가 공실률이 40%에 이른다. 시민단체 ‘지속가능개발거리’(에르데데)에서 개발 책임을 진 토마 브누아는 이 동네가 “가난하지만 시민단체와 노조, 대안교육이 가장 발달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상가 채우기
에르데데는 크레드록에 자리잡았다. 그곳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목한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빈 상가가 동네의 인상을 나쁘게 한다는 점과, 지자체의 관심이 주거·공공장소·도로에 쏠려 골목상권을 외면한다는 점이었다.
이 단체는 텅 빈 상가를 채우는 방안으로 단기임대를 생각해냈다. 일반적으로 창업 공간이 필요한 임차인이 임대인을 찾아간다. 에르데데는 빈 상가의 주인을 직접 찾아나선다. 그리고 임대인 자격으로 임차인에게 상가를 빌려준다. 발로 뛰어 성사한 임대거래인 만큼 그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대신 리모델링 비용을 단체가 부담한다. 몇 년 동안 쓰지 않은 상가를 정비하는 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다음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공실의 임대료도 단체가 낸다.
크레드록에서 몇백m 떨어진 동네인 보브룬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진다. 라빌가 7번 건물에 들어선 마트 겸 카페 자벨의 창문에 ‘뤼 데 모디스트’(부인모자 거리)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다. 시민단체 ‘이시-비앙토’(여기-곧)의 사업 총괄자인 토마 프르모는 이 골목에 얽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추억을 떠올렸다. “2000년대 전까지 생테티엔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곳이었다. 모자와 옷의 거리, 비싼 것을 파는 거리였다.” 여기저기 벌어지는 공사에 도로가 바뀌고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자 거리는 몇 년 만에 활력을 잃었다.
이시-비앙토는 보브룬과 도시 중심가를 잇는 이 골목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6년부터 창업 희망자들을 지원한다. 빈 상가를 빌려 누구나 어떤 사업이든 시도해볼 수 있다. 토마 프르모는 말했다. “주민들과 카페를 열겠다고 한 디자이너들이 기억난다. 사실 커피를 내리는 것보다 공간을 다시 살리는 경험이 더 좋았다고 고백했다.”
보브룬에 사는 여성들이 만든 한 단체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경험을 했다. “여성들은 요리, 제과, 다과, 손님 접대를 할 줄 안다. 모두 평소에 평가절하받는 일이다.” 일단 시도해보고, 원하면 이시-비앙토가 창업을 돕는다.

   
▲ 노면전차와 버스, 공유자전거 등 대중교통 친화적인 프랑스 남동부 생테티엔 시내 모습. 생테티엔은 인구 15만 명이 넘는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상가 공실률이 15%를 넘었다. 위키피디아

부동산시장 논리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가 주인들 탓이 크다. “임차인이 떠나면 골목상권이 활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토마 브누아는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1차 이동제한령이 내린 뒤로 지금까지 약 60명에게 임대 문의가 들어왔다.” 크레드록의 사정도 비슷하다. 브누아는 “대부분의 공실 상가가 매물로 나와 있지 않다. 임대인이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부동산시장 논리에 따라 행동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상가건물을 통째로 소유한 임대인은 1층에 (음식점이나 바 같은) 가게가 들어오면 같은 건물의 다른 임대 물건의 가치가 떨어질까봐 임대를 꺼린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 임대할 수도 있다. 큰 소음을 내지 않는 전문 직종이면 환영할 만하다. 임대인은 1층 상가 자리를 임대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매할 생각도 없다. 건물의 공동소유주가 되기 싫어서다.
브누아는 “투기 논리도 있다”고 지적한다. “공실인 채로 상가를 두었다가 동네가 살아나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여러 도시에 부동산을 여러 채 소유한 임대인에게 공실로 인한 손실은 크지 않다. 그러나 “그런 시장 논리에 끼어 있는 일반 임대인들의 손해는 치명적이다.”
빈 상가를 다시 세놓도록 주인을 설득하려면 일단 상가 주인이 누군지 알아야 하는데, 그것부터 큰 장애물이다. 토마 프르모는 “임대인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 이전 임차인이 누군지 알면 그에게 연락하고, 토지대장도 열람한다. 시청 등에 가서 관련된 서류를 모두 찾아본다”고 말했다. 공실 상가를 관리하는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상가 방문을 받지 않거나 상가를 매물로 내놓지 않는 사례도 있다. 토마 브누아는 “중개업자가 상가를 일부러 비워뒀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임대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단 지자체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생테티엔 시청이 에르데데와 이시-비앙토에 도시 내 다른 동네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두 단체는 고개를 내젓는다. 프르모는 “여기서 우리가 하는 것을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지 많이들 묻는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못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역 활동이다. 지역 주체가 누군지 알아야 할 수 있다. 방법을 전해줄 수 있지만 여기서 하는 일을 똑같이 다른 데서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브누아의 생각도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에 다다랐다. 넉넉하지 않은 자원으로 임대인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지금까지 해왔다.”

공공정책 보조?
에르데데는 생테티엔개발공공기구와 협력해 도심 남부의 생로슈 구역에서 재생사업을 이끌고 있다. 시민단체가 한 발짝 더 나아가 공공정책에 참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발레리 교수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파즈가 시민단체를 이용해 사업이 아래로부터 짜였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 정책 기조는 크게 바꾸지 않고 말이다. 복합상가 스틸을 도시 외곽에 짓기로 한 것도 똑같은 에파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이 골목상권 살리기와 어울릴 수 있을까? “도시정책은 어떻게든 유입 인구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 거주하는 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발레리 교수는 지적했다. “두 시민단체의 활동 목표는 지역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에르데데의 토마 브누아는 지자체가 (늦게라도) 문제를 인식한 것을 조심스럽게 자축했다. 이제 에르데데의 활동을 모르고 지나칠 수 없다. “창업 희망자, 연구원, 학생, 기자들에게 매일 전화가 온다. 생테티엔에 좋은 카드가 있음을 보여준다. 연대하는 시민들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7월호(제425호)
Saint-Etienne, Le combat dispersé contre la désertification commercial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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