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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은 식품기업 담합에서 시작됐다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신기철 gooner@munhak.com

신기철 문학동네 편집자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자크 페레티 지음 | 김현정 옮김 | 문학동네 | 1만7500원
우리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 또는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국가, 정부, 정치인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각국 정부의 영향력과 권력은 점점 비즈니스 세계로 이동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자크 페레티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주목했다.
페레티는 세상을 바꾸는 건 더 이상 정책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비즈니스 딜’이라고 말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대공황이 실은 에이즈 환자를 위한 대출상품에서 파생됐다거나, ‘아랍의 봄’이 밀을 공매도하기 시작한 식품업계의 담합에서 촉발됐다는 식이다.

공매도와 ‘아랍의 봄’
2010년 12월17일, 튀니지에서 과일노점상을 하는 스물여섯 살의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식료품 가격 인상에 절망한 나머지 주정부 청사 앞에서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분노한 튀니지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아랍의 봄’의 시작이었다. 아랍의 봄은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 리비아, 예멘까지 도미노처럼 북아프리카 각국 정부를 차례로 무너뜨렸다.
서구에선 아랍의 봄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랍의 봄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 이면에는 몇몇 대형 식품기업과 일반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금융기법이 숨어 있었다.
1970년대 초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라는 두 경제학자가 오늘날 ‘블랙-숄즈 방정식’이라고 불리는, 옵션 가격을 산출하는 방정식을 도출해낸다. 이 방정식은 미래에 상품 가치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월스트리트는 블랙-숄즈 방정식을 기반으로 증권화가 가능한 모든 상품에 옵션거래를 도입했다. ‘공매도’의 탄생이었다.
2010년 곡물 수확량 예측을 어려워하던 곡물기업들이 공매도를 적극 활용했다. 흔히 묶어 ABCD라고 부르는 세계 최대 곡물기업들,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 번지(Bunge), 카길(Cargill), 드레퓌스(Dreyfus)는 공매도로 밀 가격을 통제하려 했다. ABCD는 밀 가격 하락에 돈을 걸기 시작했다. 밀 수확량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헤지 전략이었다. ABCD가 밀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시작하자 밀의 가격 안정성이 사라졌고, 밀 가격은 수확량과 관계없이 계속 상승했다.
결국 밀 수입에 크게 의존하던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식량 시위에 그칠 수 있었던 아랍의 봄이 북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다. 난민을 태운 배가 지중해를 건너기 시작했고, 유럽 전역에서 반이민을 앞세운 정당들이 등장했다.
이 모든 일은 몇몇 곡물기업이 밀 가격을 놓고 공매도를 한 탓에 벌어졌다. ABCD는 위험을 가지고 말 그대로 위험한 게임을 벌였고, 패자는 자신이 게임에 참여하는 줄도 몰랐던 사람들, 즉 북아프리카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블랙과 숄즈가 무책임한 금융기법을 제시했다기보다는 모든 비즈니스에 내재한 변동성이라는 위험이 금융시스템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와 ABCD가 그 핵심을 교묘하게 활용한 셈이다. 페레티는 책에서 월스트리트가 공매도를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과 ABCD가 밀 가격을 놓고 공매도를 시작함으로써 벌어진 사건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의 본질을 보여준다.
책에서 다루는 조세회피 담합의 시작, 페이팔과 디지털화폐의 탄생 등 10개의 딜은 단순히 기업 사이의 거래가 아닌 정치·사회적으로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남긴 것들이다. 비즈니스의 숨은 역사를 읽으며 현대 경제의 흐름을 읽는 새로운 시선과 포스트 세계화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통찰을 얻기 바란다.

   
 

리스크 프레임
미셸 부커 지음 | 신현승 옮김 | 미래의창 | 1만9천원
우리는 매 순간 리스크를 판단하고 선택한다. 개인의 식사 메뉴 선정과 주식투자부터 기업경영, 국가정책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온통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다. 예측 가능한 위기란 뜻의 ‘회색 코뿔소’ 개념을 처음 발표한 저자는 사람과 기업, 사회마다 리스크를 다르게 정의하고 관리하며, 이런 ‘리스크 프레임’이 기업과 개인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AI 상식사전
한규동 지음 | 길벗 | 1만9천원
인공지능(AI)은 음성인식, 차량주행, 추천 알고리즘 등 일상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공부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책은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프로그래밍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인공신경망, 관련 기술의 개념, 기계번역에 활용하는 언어 모델, 이미지 처리의 원리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나의 첫 경제사 수업
조너선 콘린 엮음 |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1만8500원
애덤 스미스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경제학자 13명과 그들의 핵심 이론을 경제역사가들이 엮었다.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협동조합을 옹호한 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경제학을 공부했던 마셜, 미국을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한 케인스, ‘창조적 파괴’ 개념을 제시한 슘페터 등 이들의 이론 소개뿐 아니라 비판적 분석과 짧은 전기도 담았다.





 

   
 

권은중의 청소년 한국사 특강
권은중 지음 | 철수와영희 | 1만5천원
“쌀이 우리 밥상의 주인공이 된 시기는 삼국시대다. ‘밥심으로 산다’는 우리 민족의 특징은 단군 고조선에서 시작해 삼국시대에 정립된 것이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어떻게 정착했는지, 한반도에서 계급이 어떻게 분화했는지, 5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은 어떻게 생활했는지 등 한국사의 주요 내용을 쌀, 나물, 김치, 만두, 인삼, 고추, 국밥 등 21가지 음식을 주제로 풀어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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