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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요트 인수하려 교량 철거
[COVER STORY] 사악한 슈퍼리치- ① 뻔뻔한 사치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팀 바르츠 Tim Bartz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마르크 피츠케 Marc Pitzke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오른쪽)가 로렌 산체스와 함께 2022년 5월27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졸업식에 참석했다. REUTERS

로테르담 항구의 데헤프(코닝스하벤) 교량은 네덜란드의 국보급 철교로, 과거 수많은 선박 사고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로부터는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부자 3위인 베이조스는 로테르담의 한 조선소에서 코드명 ‘Y721’의 127m 길이 초대형 세일링 요트를 인수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의 초대형 요트가 역사적 교량 데헤프를 통과하기에는 너무 커서, 여름에 교량을 일시적으로 철거했다가 원상복구할 예정이다. 베이조스는 교량 임시 철거와 원상복구에 비용이 얼마나 들든 신경 쓰지 않는다. 호화로운 요트가 첫 항해를 하는 날, 로테르담 시민 수천 명이 요트에 달걀 세례를 퍼붓길 원하는 것도 베이조스는 신경 쓰지 않는다.
베이조스보다 조금 더 부유한 일론 머스크는 직업적으로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SpaceX)로 충분히 바쁜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트위터 인수에 440억달러(약 55조원)를 제시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스팸봇 등 가짜 계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고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트위터의 인수계약 파기 가능성도 내비쳤다.
머스크 같은 슈퍼리치에게 집값 상승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 충칭시 출신 부동산 재벌이자 억만장자 장쑹차오는 영국 런던을 방문할 때마다 호텔 대신 묵기 위해 런던에 방만 45개인 대저택 구매에 2억파운드(약 3천억원) 이상을 선뜻 지불했다.
인도 사업가 무케시 암바니는 이에 우습다는 표정을 지을 만한 인물이다. 무케시 암바니의 애스턴마틴부터 벤틀리에 이르기까지 희귀 자동차 168대를 주차한 6층짜리 주차장 건물은 장쑹차오가 천문학적 금액을 주고 매입한 대저택만큼이나 크다. 암바니가 소유한 자동차들의 대당 가격 100만유로(약 13억원)는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슈퍼리치 2000년 이후 급증
슈퍼리치들의 극단적인 사치스러움이 대중에 공개되는 일은 드물다. 이름만큼 얼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전세계 슈퍼리치 수만 명은 외부와 단절된 배타적인 사교클럽에서 마음껏 사치를 누린다. 이들은 그래야 하는 이유를 잘 안다. 슈퍼리치들이 세상의 부를 점점 더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글로벌 슈퍼리치들의 자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독일 인구의 자산 순위 상위 1%가 독일 전체 부의 35%를 차지한다.
전세계 억만장자 2668명은 총 12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모든 백만장자를 합치면, 억만장자와 백만장자가 보유한 자산은 약 165조유로에 이른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50배에 달하는 액수다. 한 줌에 불과한 슈퍼리치들이 부의 이익을 점점 더 노골적으로 독점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한번 차지한 자산을 절대 내놓지 않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2021년 미국 억만장자들의 세금 납부 내역 자료가 언론사에 유출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들은 수많은 조세회피 수단을 동원해 실제로 세금을 단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2014~2018년 3.3% 세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했다. 베이조스는 심지어 세율이 0.9%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베이조스는 부의 재분배에 관한 거라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최근 베이조스는 학교 교육과 기후변화에 대한 신규 프로그램 재정 지원을 위해 다국적기업들과 부유층의 세금을 올리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계획이 실패했다며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베이조스는 국가재정의 추가 지출은 인플레이션만 부채질할 것이라며,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차라리 실패하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백악관도 평소와 달리 “세계 최대 부호로 손꼽히는 사람이 슈퍼리치들의 공정한 납세를 통해서만 재정지원이 가능한 중산층 대상 경제 프로그램을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를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면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독일은 미국처럼 상황이 아주 극단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조세를 회피할 수단은 차고 넘친다. 독일에서도 최상위 부유층은 평균 소득자들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글로벌 부의 분배는 항상 부유층은 더 부유하고, 빈곤층은 더 빈곤하게 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였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기존 시스템의 붕괴 위험이 상존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에 투입된 엄청난 액수의 구제금융과 거대한 규모의 내수 진작 프로그램 등으로 일반 납세자에게 큰 부담이 됐다. 이제 인류는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의 삼중 파고를 맞고 있다. 한 가지 위기만으로도 이미 인류의 부와 경제가 위협받을 만큼 극적이다. 위기 극복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 위기가 모두 모이면 ‘퍼펙트 스톰’(둘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 될 수 있다. 세계화와 글로벌 무역은 정체되고, 물가는 급격하게 상승하며, 중국 경제는 폭락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경제는 격랑에 휩싸일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지금도 난방비를 내지 못하고 식료품조차 넉넉하게 사지 못하는 가구가 적지 않다. 대출금리가 갑작스레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며 세계경제가 흔들리면, 상위 중산층조차 미래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0.01%가 세계 자산의 11% 차지
동시에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수급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계를 기후중립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또한 팬데믹으로 발생한 비용은 글로벌 차원에서 치러야 한다. 향후 몇 년간 국가와 납세자들에게 수천억유로의 추가 비용이 생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줌도 되지 않는 세계 인구 최상위층 0.01%의 슈퍼리치가 전세계 자산의 11%를 차지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가? 슈퍼리치들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주문 폭주로 신규 람보르기니 모델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정도일 것이다. 이들이 유일하게 짜증 낼만 한 일은 쇼핑, 별장 혹은 저녁 식사 약속 장소로 향하는 슈퍼리치를 태운 헬리콥터로 대도시 상공이 붐비는 것이다. 러시아 자국에서 빼돌린 상상을 초월하는 자산 덕택에 개인 비행기로 런던과 스위스의 크슈타트를 오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들은 논외로 치자.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은 푸틴의 독재와 서구의 경제제재로 자국민이 고통받아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산층이 부동산과 기름의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는다면, 슈퍼리치가 고통받는 것은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Marina) 부족이다. 모나코에서 프랑스 칸까지 마리나 시설은 아무리 많이 지어도 항상 부족하다. 화려한 초대형 요트 대수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두 배나 늘었다.
미국 할리우드힐스에 거주하는 카일리 제너 등 최상위 유명인들은 4천만달러를 주고 저택 여러 채를 동시에 살 정도로 씀씀이가 크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노숙자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4살 카일리 제너가 가장 최근 매입한 저택에는 욕실만 무려 14개가 있다. 그의 고민은 대저택 주차장에 세워둔 부가티,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가운데 무엇을 타고 외출할지다. 하지만 제너는 자신의 돈을 선뜻 기부하거나 후원하는 성향은 아니다. 한 친구가 수술비가 없어 난처한 상황에 처하자, 제너는 소셜미디어 팔로어에게 기부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제너가 친구에게 수술비로 쓰라고 내놓은 돈은 5천달러(약 640만원)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와 정치인은 이 현상을 놓고 ‘신봉건주의화’(Neo-feudalism)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서구 선진국과 아시아의 신흥국에 훨씬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계급사회가 귀환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극소수에 불과한 억만장자가 이제 신귀족으로 부상했다.

   
▲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역사적 철교 데헤프. 제프 베이조스의 새 요트 통과를 위해 다리의 일부를 철거했다가 복원할 예정이다. REUTERS

부자일수록 세금 덜 내
신귀족 아래에는 다수의 평균소득자가 있다. 평균소득자의 소득 정체, 세금 부담, 가격 인상 등에 대한 분노는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국민의 4분의 3이 현 조세제도를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독일 사회가 대표 사례다.
이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 아시아, 미 대륙의 부유한 선진국 정부들은 수십 년 동안 법인세를 내리고 부유세를 철폐했으며, 갖가지 절세 방안으로 국외 슈퍼리치들의 자국 유치 경쟁을 벌였다. 변호사·은행·회계사로 이뤄진 다층적 구조의 컨설팅 산업은 슈퍼리치들의 절세를 도우며 날로 번창해갔다. 컨설팅 업계는 부유층 고객에게 국세청 없는 삶을 약속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에서 2000년 이후 법인 수익 세율은 20% 이상 낮아졌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세개혁 덕택에 슈퍼리치 400명의 세율은 절반가량 줄었다. 미국 상위 1%는 하위 50%보다 자산을 16배나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해당 수치는 4배에 불과했다.
자산 집중은 이미 위험한 한계치에 봉착했다. 불평등과 극단주의는 항상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감지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의 부상, 그리고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거의 당선될 뻔했다.
다행히 적잖은 곳에서 경제와 기업의 숨통을 죄지 않고 자산 집중을 막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3월 말 ‘억만장자세’(Billionaire Minimum Income Tax)를 발의했다. 억만장자세는 미국의 부자 증세 방안으로, 1억달러 이상 자산가가 소유한 금융과 기업가치의 연간 상승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독일에서는 보수 성향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 대표가 상속세 인상에 찬성한다.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가의 부 증가분이 즉각적으로 더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21호
Reich, reicher, obszön reich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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