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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과두제로 변하고 있다
[COVER STORY] 사악한 슈퍼리치- ③ 세계화의 깨진 약속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팀 바르츠 Tim Bartz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마르크 피츠케 Marc Pitzke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일론 머스크가 2022년 5월2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린 패션행사에 참석했다. REUTERS

언론에 많이 인용되는 대부분의 억만장자는 폭로성 기사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비용도 세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조세회피 방식으로 버젓이 충당하려 한다. 머스크의 자산 2180억달러 대부분은 그의 회사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SpaceX) 주식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주가 상승을 통한 자산 증대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주식을 팔아야만 세금이 발생한다.
머스크 등 주식 억만장자들은 현금이 필요해도 주식을 팔지 않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대출은 액수에 상관없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더라도 과세 대상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출은 손실로 공제할 수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조세제도 때문에 서구 사회는 과두제(Oligarchy)로 변모하고 있다고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은 비판한다. 주크만은 토마 피케티 교수 아래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자산 집중에 대한 주크만의 연구결과는 경제전문가와 정치인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크만은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자산가들이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산이 거의 8조유로(약 1경원)에 이르며, 이로 인해 서구 선진국들의 연간 조세수입이 2천억유로 줄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주크만은 조세회피를 통한 부의 집중을 “세계화의 깨진 약속”이라고 지칭한다. 주크만에 따르면 무역, 금융시스템과 노동시장의 자유화는 사회를 전체적으로 더 부유하게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국가들이 자본과 최상위 소득에 대한 세율을 동시에 낮추는 바람에 자유화의 이익은 오로지 부유층에게만 돌아갔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글로벌 세금덤핑(Tax Dumping)으로 증발해버린 세수로 세계화의 혜택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국 정부는 부유층을 위한 세금 인하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평균소득자에게 세금 부담을 늘렸다.
주크만은 서구 선진국 중산층이 갖는 불만의 근원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권은 전세계적으로 세금덤핑을 중단하고 각국 정부는 자본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세계화를 구하려면 기존 조세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이다.
제시 아이신저 탐사보도팀의 보도 덕택에 실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퍼블리카>의 폭로 기사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저세금플랜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 사이의 세금덤핑 경쟁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와 법학자 200명 이상은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에서 신규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OECD, 최저세금플랜 발표
부유세가 도입된다면 서구 주요 국가인 미국에서 대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전세계 조세 공정성을 강화하는 시그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분열이 극심한 미국에서 부유세 도입을 위한 여론 조성은 어려울 것이다.
독일은 포괄적인 사회복지시스템이 심각한 빈곤 격차를 메워주는 모범적인 복지사회국가로 통한다. 따라서 미국처럼 깊은 분열 양상은 독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도 독일은 분열이 훨씬 덜한 사회일까?
스벤 보이믈은 그 답을 해줄 적임자다. 세무사이자 경제법학자인 보이믈은 라인강의 아름다운 잉겔하임에서 컨설팅회사 인포프(Infob)를 운영하고 있다. 인근 와이너리에선 리즐링, 샤르도네 및 고급 레드 품종 슈페트부르군더를 생산하고 있다. 보이믈의 사무실로 상큼한 와인 향이 한 번씩 넘어왔다. 보이믈은 가족기업인을 비롯한 기업고객에 컨설팅해준다.
컨설팅받는 독일 기업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법인세가 아니라고 보이믈은 말한다. “극단적인 절세 모델은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관심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IT 대기업들은 비즈니스를 대거 해외로 이전했고, 이 방식으로 조세 부담을 엄청나게 덜어냈다. “미국 IT 대기업들은 수익 극대화와 관련해 독일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독일의 전통적 가족기업인들은 “왕조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고 한다. 독일 가족기업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가족이 몇 세대째 일군 것을 어떻게 안전하게 절세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독일에서 중소기업을 수십 년 일군 기업인은 전쟁과 화폐개혁의 잔상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고 정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이믈은 설명했다. 지난 연방하원 선거에서 사회민주당·녹색당·좌파당이 부유세의 재도입을 주장하자, 보이믈의 고객 기업인들이 공황 상황에 빠졌던 것이 대표 사례다.

   
▲ 인기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로고. REUTERS

상속세 폐지 오스트리아, 꿈의 국가로
어쩌면 독일 기업인들은 이 상황에 대비해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대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과거에 부유한 독일인들의 이민을 적극 장려했다. 양국의 헌법재판소가 거의 동시에 자국의 상속세 및 양도세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을 내린 2007년 직후가 그랬다.
그 결과는 양국에서 극과 극으로 드러났다. 독일은 더욱 복잡다단한 신규 법안을 제정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해당 법안을 아무런 후속 대안 없이 폐기했다.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특정 양도 및 상속은 과세 대상이 아닌 기껏해야 신고 대상이다. 부유층에게 오스트리아는 꿈의 국가인 것이다.
당연히 독일 부유층도 자국에서 자산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을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다. 흔히 사용되는 출구전략은 유한책임회사(GmbH) 설립이다. 실제 유한책임회사 설립은 조세회피에 아주 효율적이다. 조세회피라는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유한책임회사에 부동산이나 주식을 넣어두면, 개인 소득세율 이하로 세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유한책임회사가 주식 매각으로 이익이 발생하거나 배당으로 수익이 생길 때만 과세한다. 이마저도 법인세법의 특수 규정 덕택에 수익의 95%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나머지 배당이익 5%에만 법인세 및 영업세(Business Tax) 30%가량 발생한다. 유명인이 대거 거주하는 뮌헨 교외의 고급 거주지 그륀발트의 세금요율은 다른 곳보다 더 낮다. 그래서 이곳에 유한책임회사 주소를 두면 더 많이 절세할 수 있다.
배당이익 5%에 대해 30%를 과세하면 ‘최종적인’ 총 세금 부담률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과세하지 않는 배당금 이익은 주식 등에 재투자할 수 있다. 주식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부담은 어차피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도 수익보다 훨씬 적다. 그리고 현금수입이 충분해 주식을 매각할 필요가 없다면, 배당금 지급을 포기하고 세금을 거의 0%에 수렴하도록 낮출 수 있다. 유한책임회사는 ‘수익 재투자의 완벽한 도구’로 기능하는 셈이다.
반면 평균 소득자는 자본수익에 대한 원천징수, 통일연대세, 상황에 따라서는 교회세 등으로 최대 28%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유한책임회사를 통한 절세 기법은 이외에 장점이 하나 더 있다. 부동산 추가 매입 등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할 의향만 있다면, 자신이 소유한 유한책임회사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기업은 자기자본의 10배가량 대출받을 수 있다. “자산가는 이런 방식으로 자본을 급격하게 불릴 수 있다”고 보이믈은 지적한다. 돈이 돈을 낳고 더 많은 돈을 낳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은 독일 가족회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합법적인 절세 기법이다. 중소기업 지원과 강화를 위해 정치권에서 적극 장려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국외에서 더 많은 절세가 가능하거나, 혹은 세무사가 권고한 묘수가 있어 이 정도의 감세 특권이 미흡하다고 여기는 기업인들도 있다.

   
▲ 틱톡을 창안한 바이트댄스 설립자 장이밍. REUTERS

억만장자들의 수도, 베이징
억만장자들의 글로벌 수도는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이 아니라 중국 베이징이다. 스모그와 교통체증, 인권침해가 일상적이며 겨울은 춥고 건조하고 여름이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쇼핑몰에서나 겨우 견딜 수 있는 불가마 베이징 말이다. 베이징에는 억만장자 144명이 살고 있다. 1999년부터 중국의 부를 측정하는 영국인 루퍼트 후지워프 후룬연구소 회장이 세어본 것이다.
후룬이라는 중국 이름을 가진 루퍼트 후지워프는 중국 상하이의 한 오피스빌딩 19층에서 상업등기를 분석하고 신문기사를 읽으며 사업보고서를 샅샅이 훑어보는 연구원들을 지휘한다. 그 결과물이 중국의 부자 순위인 ‘후룬 리포트’다. 후지워프는 “현재 중국에 억만장자가 1133명 있다”고 했다.
1999년 상하이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29살의 영국 출신 후지워프는 직업적 한계를 느끼던 중 도서관에서 대학생 2명과 함께 신문과 잡지, 상장기업 보고서를 뒤져 중국 부자 명단 50명을 작성했다. 그리고 자신의 중국 이름 후룬을 붙여 ‘후룬 리포트’라고 했다. 후룬 리포트는 중국 최초의 부자 순위였다. “1999년에는 중국에 억만장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날 중국에서 부가 형성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를 연상시킨다.”
실제 고삐 풀린 망아지를 연상시키는 타락한 억만장자 가운데 장이밍(39)이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장이밍은 베이징에 거주한다. 그는 인기 있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출시한 인터넷 대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 설립자다. 전세계 10대들이 매일 틱톡을 하며 몇 시간씩 보낸다. 후룬 리포트에 장이밍이 처음 언급된 것은 2016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장이밍은 “완전히 무명에다, 중국 내 부자 순위 1903위, 자산 3억달러에 불과했다”고 루퍼트 후지워프가 말했다. 장이밍의 현재 자산은 600억달러로 추정된다.
“부의 증식 마술은 기술과 마케팅의 결합에 있다.” 사업 구상이 엄청난 기업가치를 지닌 대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후지워프에 따르면 5~6년 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자산 1천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은? 중국에도 자산 1천억달러 이상의 슈퍼리치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 슈퍼리치들의 자산 규모는 서구의 슈퍼리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는 상위 1%가 부의 31%를 차지한다. 부는 거의 통제 불가능한 힘도 함께 가져다줬다.

ⓒ Der Spiegel 2022년 제21호
Reich, reicher, obszön reich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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