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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위기 직격탄 ‘속수무책’
[집중기획] 적기생산방식의 명암 ① 그림자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창시한 적기생산방식(JIT)은 도요타를 업계 선두로 끌어올린 최대 동력이다. 이 방식은 세계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제조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재고를 최소화함으로써 낭비되는 생산요소를 없애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부품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훨씬 커졌다. 중국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JIT 방식의 빛과 그늘을 살펴본다. _편집자

안리민 安麗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1월 미국 워싱턴 오토쇼 행사장에 전시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롬버스 전기 콘셉트카.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도요타가 창시한 ‘린 생산방식’을 도입해 부품 재고를 최소화했다. REUTERS

적기생산방식(JIT·Just In Time)으로 불리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의 린(Lean) 생산방식은 그동안 세계 자동차업계를 휩쓸었다. 주문량에 따라 생산하고 재고를 줄이며 부품을 빠르게 조달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오래전에 도요타 린 생산방식 공장을 처음 견학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장젠 보쉬(BOSCH) 중국지역 부사장은 “우리가 공급하는 운전석 모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반돼 자동차에 장착되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테슬라도 도요타의 비법을 따랐다. 상하이공장은 최대한 부품 재고를 줄였다. 화물차가 공장에 진입하면 컨테이너에서 꺼낸 부품을 곧바로 생산라인으로 옮겼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이 방식은 큰 타격을 받았다. 2022년 이후 중국 여러 지역에서 오미크론이 전파됐고 자동차 생산지인 창춘시와 상하이시가 봉쇄됐다. 이치자동차그룹(一汽集團)과 상하이자동차그룹(上海汽車集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창춘은 3월11일 봉쇄돼 49일 만인 4월28일에 해제됐고, 상하이시는 최근 서서히 원상회복하고 있다.
이치자동차 공장은 여러 차례 조업 재개를 시도했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치자동차 창춘공장은 5월1일부터 생산을 재개했다. 상하이의 여러 완성차 제조공장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가동했다. 일부 업체는 부품 조달 상황에 따라 생산 가능한 차종을 선택했다. 1년 넘도록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이 부족한 상태였다. 갑자기 코로나19가 다시 번져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물류가 단절되자 업계는 손을 쓸 수 없었다.

   
▲ 중국 상하이에서 샤오펑자동차의 전기차 P7을 운전하는 시민. 2022년 4월 중국 신생 신에너지차 제조사들의 차량 인도 대수는 직전 기간 대비 40~60% 줄었다. REUTERS

코로나19 후폭풍
중국의 대표적인 신생 신에너지차 제조사인 웨이라이자동차(蔚來汽車)와 샤오펑자동차(小鵬汽車), 리샹자동차(理想汽車)의 4월 차량 인도 대수가 직전 기간 대비 40~60% 줄었다. 4월14일 허샤오펑 샤오펑자동차 회장은 “상하이와 주변 지역 기업이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면 5월에는 국내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샤오펑자동차의 전기모터 공급업체가 상하이에 있다. 리샹자동차의 하락폭은 62%에 이르렀다. 5월1일 선야난 리샹자동차 최고경영자는 “부품 공급업체의 80%가 창장삼각주 지역에 있고 대부분 상하이와 인근 장쑤성 쿤산에 모여 있어 정상적으로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다”며 “일부는 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말했다.
허샤오펑 회장의 경고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복잡한 기계제품인 자동차에는 수만 가지 부품이 들어간다. 수십 년 동안 린 생산방식과 세계화를 추진한 결과 자동차산업은 고도의 분업과 협업으로 효율성과 규모를 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오노 다이이치 전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은 저서 <도요타 생산방식>에서 “적시성과 자동화가 린 생산방식의 양대 기둥이고, 낭비를 근절하는 것이 목표”라고 썼다. 적시성은 ‘필요한 물품을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수량만큼 손에 넣는 것’이며, 부품 재고는 낭비였다.
합자 자동차 제조사 전직 임원은 “부품 재고는 기업의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던 회사는 평균 2~3일 분량의 부품을 재고로 유지했다.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비결은 공급망의 긴밀한 결합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완성차 생산과 판매가 멈췄던 상하이에서 대형자동차 제조사와 1차 공급업체부터 생산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리스크가 가장 집중된 분야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소형 협력업체였다. “수백 개 공급업체 가운데 100여 개가 지금 황색위험 상태, 그중 30~40개는 적색위험 상태다.” 장젠 부사장은 “적색위험 상태란 이들 업체가 생산을 멈추면 하루이틀 뒤 보쉬가 생산을 중단하고 완성차로 위험이 전달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급업체가 적색위험 상태에 빠진 원인은 다양하다. 회사 규모가 작아 생산 재개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거나 상하이시 주변 지역에 위치해 물류가 원활하지 않거나 원료 창고가 봉쇄돼 출고할 수 없는 회사도 있다. 장젠 부사장은 “1~2주 동안 표면처리업체의 상황이 가장 위태로웠다”며 “규모가 크지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업체”라고 말했다. 린 생산방식의 글로벌화 이후에 생긴 ‘아킬레스건’이 바로 이런 문제다. 자동차 공급망은 피라미드 구조다. 완성차 제조사가 꼭대기에 있고, 공급업체가 단계별로 포진한다. 충분한 경쟁을 거치면서 부품 수요가 특정 업체나 지역에 집중되기도 한다.
2011년 타이에서 홍수가 발생해 자동차 음향장치에 들어가는 고무패드의 생산기업이 피해를 당하자 세계의 많은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이렇게 작은 부품 때문에 완성차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세계에서 이 업체가 가장 규모가 크고 제품 품질도 좋았다.” 합자 자동차 제조사 전직 임원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이 회사의 이름도 몰랐다”며 “자동차 부품은 인증 체계가 복잡해 짧은 시간 안에 대체 방안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을 간과할 수 없다.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극단적인 시험을 거쳐 인증돼야 한다. 일부 주행 안전장치 관련 부품이 인증시험을 통과하려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공급망의 글로벌화와 높은 인증 기준은 자동차 생산의 특징을 만들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만 개 부품으로 구성된 이 복잡한 기계제품을 사서 최소 15년 동안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항상 리스크가 동반됐지만, 과거에는 업계의 융통성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큰 규모의 파괴적 요인이 장기간 지속됐다. 업계에서는 린 생산방식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 2021년 3월 중국 베이징의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전기차 SF5를 살펴보고 있다. 화웨이는 2021년 말 새 자동차 브랜드를 내놓았으나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량이계획을 크게 밑돌았다. REUTERS

위험한 줄타기
평소 거침없던 위청둥 화웨이 단말사업그룹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공급난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021년 12월 화웨이는 자동차 제조사 샤오캉그룹(小康集團)과 공동으로 새 자동차 브랜드를 내놓았다. 얼마 뒤 그는 회사 내부 회의에서 연간 판매량 30만 대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2022년 1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5천 대를 겨우 넘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위청둥 최고경영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난을 언급했다.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뒤 초기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10위안, 20위안이던 반도체칩 가격이 지금은 2500위안까지 급등했다. 자동차 한 대에 이런 반도체칩이 9개 필요하다. 판매량을 줄이더라도 이런 가격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래서 연간 판매 목표를 조정했다.”
자동차 제조사는 1년 넘도록 반도체 공급난을 겪고 있다. 2020년 말부터 업계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반도체 가격은 계속 뛰었고, 여전히 구할 수 없었다. 반도체 공급난은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포르쉐자동차는 중국 차주들의 집단 항의를 받았다. 반도체 부족으로 저사양 부품을 사용한 것이 발단이었다. 4월30일 포르쉐 중국 판매사는 “2021년 하반기에 차량을 제때 인도하기 위해 전동식 동력조향장치(power steering)를 수동식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반도체 공급이 원활해지면 최신 부품으로 무료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2년 1분기가 지나도록 문제 해결이 요원해 포르쉐는 교체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자 차주들이 항의했고, 양쪽은 새로운 보상 방안을 찾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제조사 넥스페리아(安世半導體, Nexperia)는 2019년 윙텍(聞泰科技, WINGTECH)에 인수됐다. 장커 넥스페리아 부사장은 “채찍효과가 역방향으로 전달되는 것과 같다”며 “대만 TSMC가 출렁이면 자동차 제조사에는 해일이 불어닥친다”고 말했다. 이런 공급망 리스크는 지난 10년 동안 잠복했다가 코로나19와 이후 예측할 수 없었던 각종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
공급망관리 이론에서 채찍효과란 최종 소비자의 수요 정보가 산업가치사슬 상단으로 올라가면서 큰 변동을 초래해 원재료 공급업체가 가장 큰 리스크를 부담하는 현상이다. 마치 채찍을 휘두를 때 손에서 채찍이 멀어질수록 파동이 커지는 것과 같다. 역방향 채찍효과란 원재료 공급업체의 파동이 하단으로 전달되면서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장커 부사장은 “자동차용 반도체는 신뢰성 기준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주행 안전장치에 사용하는 반도체칩은 동작 온도 범위가 -40~150℃에 이른다. 이 기준에 부합하려면 고온, 저온, 고습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등급별 시험이 끝나면 실제 자동차에 장착해 동작시험도 치른다.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반도체가 시험을 통과하려면 대략 1년이 걸리지만 일부 자동차용 반도체는 3~5년도 걸린다.
이런 반도체는 단가가 비싸지 않았고 자동차 제조사와 단계별 공급업체 모두 린 방식의 원칙대로 주문량만큼 생산하고 아무도 재고를 부담하지 않았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자동차 제조사는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생산과 판매계획을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늘어난 재택근무로 전자제품 소비가 급증하자 일부에선 차량용 반도체 생산설비를 다른 분야에 투입했다.
자동차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였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가격과 수요 면에서 가전제품 반도체에 밀려 생산시설 확보가 어려웠다. 게다가 반도체산업은 가치사슬이 길어 몇 개월 전에 주문해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주문을 늘려도 생산 속도는 따라오지 못했다.
위안청인 중국자동차반도체산업혁신전략연맹 사무국장은 “자동차 반도체는 종류가 많고 자동차산업이 지능화, 전동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필요한 반도체칩 수가 늘었다”며 “국산 반도체가 수입품을 대체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 반도체 공급난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동차 제조사는 작은 반도체칩이 휘두르는 채찍에 맞아야 했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오토 포캐스트 솔루션(Auto Forecast Solutions)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세계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1200만 대를 생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이와테현 해안의 리쿠젠타카타시. 일본 대지진과 타이 홍수 등 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부품 공급난으로 자동차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됐다. REUTERS

복합적 위기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중국 여러 지역에서 봉쇄와 통제를 강화했고, 자동차 공급망이 다시 충격받았다. 자동차 공급망 업체 관계자는 “2021년 말 시안시를 봉쇄하자 현지 공장이 제품 공급을 지속하기 위해 폐쇄 루프(closed loop) 방식으로 조업했다”고 말했다. 폐쇄 루프 방식은 노동자가 공장에서 숙식하며 가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시안의 방역 조치가 해제된 뒤 이 기업은 전국 공장에 이 경험을 소개했다.
상하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해당 기업은 시안에서 시도했던 방법을 복제했다. 하지만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창장삼각주 지역의 물류가 막혔고, 원재료가 바닥나 폐쇄 루프 방식도 ‘특효약’이 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한 도시를 막으면 억지로 버틸 수 있지만 한 지역을 장기간 봉쇄하면 방법이 없다”며 “상하이와 창장삼각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봉쇄 정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폐쇄 루프 방식은 조건이 엄격해 모든 기업과 노동자가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없었다. 특히 상하이는 중국 자동차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상하이자동차의 판매량이 전국 1위다. 테슬라 공장이 있고, 많은 부품 제조업체가 상하이와 그 주변에 흩어져 있다. A주에 상장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절반이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에 있을 정도다. 자동차 제조사의 신차 인도와 공급망 관리가 혼란에 빠지자 그 여파는 빠르게 확산됐다.
우한시에 있는 둥펑혼다(東風本田)의 부품 공급업체는 우한, 화남, 화동 지역에 3분의 1씩 각각 분산돼 있다. 이번 상하이시 봉쇄로 정상적인 생산 속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신생 자동차 제조사 임원은 “지금 상황에서 시장을 정확하게 전망하기 어렵고 공급망 관리는 말할 필요도 없다”며 “지금까지 전염병과 전쟁, 지정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역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자동차 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일부 지방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경제는 이후에 보완하면 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은 2020년 초와 비교할 수 없다.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정책을 선택한다면 허샤오펑 회장이 경고한 극단적인 상황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한번 멈추면 다시 일어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5월1일 천위둥 보쉬 중국담당 사장은 “폐쇄 루프 방식으로는 노동자와 생산량이 모두 부족하고 공급업체도 완전히 생산에 복귀할 수 없다”며 “명단에 포함된 기업만 생산을 재개하도록 하지 말고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노 다이이치가 도요타에서 린 생산방식을 연구할 때는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거의 모든 제조업 기업이 린 생산방식을 연구하고 배우리라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장젠 부사장은 “린 생산방식은 자동차업계가 계속 줄타기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의 홍수로 인한 생산 위기를 기억했다. 그곳에 있는 작은 자동차 도료 공급업체 때문에 세계의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출 뻔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부 지역에서 진도 9.0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자 현지 자동차 제조사가 타격을 받았고, 그 영향이 세계로 확산됐다. 그런데 2020년부터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가 잇달아 발생했다. 장젠 부사장은 “과거에 있었던 일은 새 발의 피 수준”이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2년 제18호
汽車精益生產迎戰新冠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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