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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대체품 확보 유연성 필요
[집중기획] 적기생산방식의 명암 ② 대응책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안리민 安麗敏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차량 외부 색상을 바꿀 수 있는 베엠베(BMW) iX 플로가 전시돼 있다. 베엠베는 공급망 관리에 민감해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REUTERS

이보다 더 비싼 수업료는 없었다. 합자 자동차 제조사 전직 임원은 “린 생산방식은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며 “고작 몇 또는 몇십 위안을 절약하려다 이만큼 큰 손실을 입었다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자동차업계 기업들은 ‘흉작에 대비해 서둘러 곡식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배터리 분야에서 원재료 비축은 기업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2021년 신에너지차 판매가 최고 기록을 세우자 자동차용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치솟았다. 연초 톤(t)당 5만위안이던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이 연말 30만위안, 2022년 1분기 50만위안으로 치솟았다.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선두기업인 CATL(寧德時代)의 실적보고서를 보면 2021년 말에 배터리 재고가 40GWh에 이르렀다. 업계 종사자는 2021년 말과 2022년 3월 말에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가 가격 폭등에 대비해 배터리와 원재료를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반전
반도체 분야에서도 과감하게 제품을 매입해 쌓아둔 기업이 승자였다. ‘재고가 왕’인 시대가 됐다. 2021년 고급차 브랜드 가운데 베엠베(BMW)는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BMW는 공급망 관리에 가장 민감하다. 업계에서 반도체 공급난의 싹이 보였을 때 1차 공급업체를 건너뛰고 반년 동안 쓸 수 있는 반도체를 직접 확보했다.
비야디(比亞迪, BYD)는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 외에 화웨이와 샤오미의 휴대전화 위탁 생산도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자동차 제조사보다 반도체 공급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영기업의 유연성과 결단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왕촨푸 비야디 회장이 과감하게 거액의 자금을 융통해 반도체를 대량 매입했다”며 부러워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배터리와 반도체 외에 다른 부품의 재고도 전반적으로 늘렸다. 샤오융 광저우자동차아이온(廣汽埃安, GAC AION) 부총경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기업 차원에서 업무를 적극적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14일 이상 쓸 수 있는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몇 배로 늘어난 것이다. 아이온은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자동차 자회사다.
린 생산방식을 창시한 도요타도 이번 ‘재고 대전’의 승자였다. 2021년에는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자동차 1049만 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11년 타이 홍수와 일본 대지진 이후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재고 전략을 조정했다. 과거 일본계 업체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도요타가 업무의 연속성 계획을 추진했다”며 “공급 리스크가 매우 큰 부품들을 추린 뒤 해당 부품의 재고를 늘리거나 대체품을 찾았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공급업체에 2~6개월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를 비축하도록 요구했다. 도요타 산하의 부품업체 덴소(DENSO)는 주요 자동차 반도체 제조사다. 도요타는 일본 시스템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RENESAS)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분도 적게나마 갖고 있다. 일본 작가 노지 쓰네요시는 저서 <도요타 이야기>에서 도요타 생산방식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특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오노 다이이치가 자발적으로 재고를 늘리도록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일본계 업체에 근무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도요타의 이런 방식은 일본의 특수한 기업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기업들은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한쪽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나머지 기업들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돕는 문화가 있다. 이런 방식은 고도의 신뢰 관계가 바탕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렵다. 도요타는 업무 연속성 계획에서 공급업체에 해마다 부과하던 비용 절감 의무를 면제해줬다. 공급업체가 재고를 준비하기 위해 부담한 비용을 보상한 셈이다.

   
▲ 2020년 2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자동차 인테리어시스템 회사 옌펑의 생산공장에서 직원이 차량 시트 철제 프레임을 옮기고 있다. 상하이와 주변 지역에 밀집한 부품 공장들의 가동 재개가 지연돼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REUTERS

업계의 반성
먀오웨이 전국정협경제위원회 부주임은 2022년 3월에 열린 포럼에서 “과거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반도체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1차 공급업체에 일임했다”며 “외국 기업은 투자로 물량을 확보했는데 중국 기업은 호통만 쳤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도 도요타의 방식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4월13일 창안자동차(長安汽車)는 협력업체 회의에서 최대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독려했다. 창안자동차의 계획에 따라 물자를 준비한 공급업체에서 재고가 쌓이면 남는 물량을 창안자동차가 책임지고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제조사 넥스페리아의 장커 부사장은 “반도체 제조사도 자동차 기업·부품 공급업체와 리스크를 분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과거 반도체 공급 계약은 대부분 유동적이었지만, 지금은 물량 확정을 선호한다. 반도체 제조사가 서둘러 생산시설을 늘렸다가 주문이 줄어 설비를 방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배터리 제조사는 지분투자로 더욱 긴밀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예를 들어 CATL은 원료 공급업체 몇십 곳에 투자했다. 리튬인산철 양극재 분야에서 CATL은 다이나노닉(德方納米, Dynanonic)과 합자로 취징시에 인철(麟鉄)과학기술유한공사를 설립했다. CATL은 배터리설비업체 리드인텔리전트(先導智能, Lead Intelligent)의 지분 약 7.15%를 확보했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생산라인의 일부를 독점 계약하거나 보증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매입할 배터리 물량의 확정을 요구했다. 1차 공급업체 임원은 “절대적인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하는 추세가 명확하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구체적인 제품과 핵심 부품에 대한 제2, 제3의 공급업체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대부분이 대체재를 마련하고 있다.”
비야디는 자동차산업 진출 초기에 원가를 낮추기 위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했다. 부품 제조 자회사가 제품을 생산하면 모회사인 비야디가 모두 구매했다. 그러자 이들 부품 제조사의 품질개선과 원가절감을 추동하는 힘이 떨어졌다. 비야디는 2017년부터 공급망을 점차 외부에 개방했다. 배터리 또한 자사 제품만 매입하던 데서 경쟁 구매로 바꿨다.
지금 같은 특수한 여건에서는 공급망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2022년 1분기 비야디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8만6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2.97% 늘었다. 4월에만 10만 대 넘게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136.5% 늘어난 수치이며, 직전 기간보다 약간 늘었다.
이런 비야디의 역습에서 공급망 통제 능력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린 생산방식은 이제 쓸모없을까? 장젠 부사장은 “상황이 변해 자동차 제조사와 공급업체가 재고를 늘렸지만 린 생산방식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고는 여전히 비용이다. 과도한 재고는 기업경영에 부담을 준다. 국제분업이 도전에 직면했을 수는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형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폐쇄적 체계는 결국 기업이 시장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상황이 호전되면 업계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원될 것이다.”

   
▲ 2019년 4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공장에서 직원들이 연료전지를 자동차에 장착하고 있다. 타이 홍수와 일본 대지진 이후 도요타는 재고전략을 조정해 최근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REUTERS

테슬라의 임기응변
테슬라의 반도체 공급난 대응은 약간 달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테슬라 상하이공장은 2020년 2월부터 생산을 재개했다. 하루빨리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테슬라는 일부 중국산 모델3 자동차에 낮은 사양의 차량 제어기를 설치했다. 테슬라는 차주가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인 FSD(Full 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부품 사양을 낮춰도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 승차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공급망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고사양 신제품으로 무료 교체해주기로 약속했다. 테슬라는 임시방편으로 빠르게 대응했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매우 드문 일로 법률적 위험도 있다. 차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근 포르쉐처럼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2021년에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그해 7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2분기 실적 발표(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특히 마이크로컨트롤러칩이 공급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다”며 “이런 상황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은 지속되고 심각해질 것이다. 2021년 남은 기간에 우리의 성장은 공급망에서 가장 느린 부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테슬라는 대체 반도체를 사용했다. 머스크는 “다른 칩으로 교체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아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발표한 2021년 성적표를 보면 모두 93만 대를 인도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경쟁사들은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없어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테슬라가 어떤 반도체칩으로 대체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며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테슬라가 범용 반도체칩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량에 장착한 반도체칩이 차량용 제품 인증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설립 초기부터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를 양산한 선구자이지만 초기 출시 차종의 일부 부품은 자동차용이 아니라 가전 또는 다른 산업용 제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품을 장기간 사용하면 파손 확률이 높다. 하지만 테슬라가 교체해줄 것이다. 중국의 신생 자동차 제조사도 테슬라의 방법대로 차량용 부품 인증을 통과하지 않은 거리 측정 센서 라이다(Lidar)를 사용했다.”
이런 방법은 자동차 제조사가 자랑스러워하는 엄격한 인증 체계를 흔들었다. 한편 안전기능과 관련 없는 일부 분야는 자동차 표준을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하면 공급망에 융통성이 생기고 대체품을 찾기 수월해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도 기술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아닌 다른 제품을 사용했다”며 “논의할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반도체를 15년까지 사용할 수는 없어도 4년 정도는 큰 문제 없을 것이다. 4년 안에 미리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다른 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도 차량용 부품 인증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 차량통신기술 분야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와 일할 때는 뭐든 안 된다고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통신 분야에서 기술지표가 훌륭한 제품도 자동차 제조사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자동차용 부품의 시험 통과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소비자가 원치 않을 수 있다. 대다수 사람은 평생 그런 고온이나 저온, 열악한 환경에 놓이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기능과 안전보장을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 신에너지차연구소에 주차된 시험용 차량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차량용 부품 성능 시험을 가혹한 환경에서 진행해 인증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REUTERS

사고의 전환
자동차의 지능화와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규칙에 대한 신규 진입 공급업체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2022년 4월20일 머스크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내에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FSD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2024년 자율주행 택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1차 공급업체 임원은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 이론적으로 자동차 충돌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자동차가 충돌할 때 승차자와 행인을 보호하는 기술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부품 체계도 다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이런 내용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 직원에게 안전은 여전히 타협할 수 없는 분야다. 자동차 제조사 기술책임자는 “기업이 과거 자동차업계의 ‘금과옥조’에 손발이 묶였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이 지능형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코로나19가 이런 과정을 재촉했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가 기존 생각을 바꿔야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의 완성차와 부품 제조사는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에서 강점이 별로 없다. 추이옌 화시증권(華西證券) 자동차분야 수석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브랜드와 제품력 차이는 주로 동력전달장치로 결정된다. 중국 기업은 오랫동안 선진 업체의 기술을 따라가는 형편이었고, 부품 제조사는 비핵심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기차의 동력전달장치는 엔진과 변속기가 아니라 배터리, 전기모터, 전자제어장치로 구성된다. 기업은 자율주행과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을 둘러싸고 경쟁할 것이다. 추이옌 애널리스트는 “이들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앞서 있다”며 “지능화는 기술 세대교체와 소비자 경험이 중요하므로 중국 기업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처음부터 제조업에 속했고, 기업의 승부는 규모와 효율로 결정된다. 린 생산방식이 업계의 인정을 받고 널리 응용된 것은 소비 수요에서 출발해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오노 다이이치가 강조한 것처럼 모든 생산방식은 전제 조건이 있고 개선에는 한계가 없다.
성숙한 공급망과 분업, 협력체계를 갖춘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새로운 분야다. 지금 기존 체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전환이 항상 순조로울 수는 없고 그 과정에서 격렬한 변동이 생길 수 있다. 규칙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은 전통의 장점을 계승해야 하지만, 새로운 탐색이 더 중요하다. 천빈보 민스그룹(敏實集團) 사장은 “중국 기업이 옛 둥지를 떠나 새로운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과 함께 기술 진보, 업계의 구도 전환이 자동차산업 전체를 자극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자동차업계는 온전히 과거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다. 위기 때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석유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각국 기업은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에 주목했고, 일본계 자동차가 미국에서 성장했다. 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발생한 새로운 위기는 무엇을 가져올까? 기회는 변화의 길에 올라선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18호
汽車精益生產迎戰新冠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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