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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교란 시스템 붕괴 비용 떠넘기는 대형마트
[FOCUS] 막 내린 저가 생필품 시대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지몬 부크 economyinsight@hani.co.kr

수십 년 동안 생산자와 유통업체의 치열한 협상으로 독일의 생필품 가격이 저렴하게 유지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공급망 충격이 이제 시스템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고통받는 것은 소비자다.

지몬 부크 Simon Book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Christina Gnirke
알렉산더 프레커 Alexander Preker
<슈피겔> 기자

   
▲ 2021년 3월5일 독일 에센의 식품할인점 알디(Aldi) 매장에서 직원이 상품을 나르고 있다. REUTERS

한스귄터 트로켈스(63)는 매일 달콤함에 취할 수 있다. 그의 회사 쿠헨마이스터(Kuchenmeister·‘케이크의 장인’이란 뜻)는 바움쿠엔(단면이 나이테처럼 생긴 케이크)과 슈톨렌(이스트 발효 빵)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매년 18만t의 버터비스킷, 웨이퍼, 머핀 혹은 케이크 베이스를 생산한다. 이 기업가는 독일 서부 죄스트에 있는 자신의 공장을 자동화했으며,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해 ‘더 많이, 더 저렴하게’ 해달라는 슈퍼마켓의 요구에 응하려 했다. 지금은 로봇이 오븐 용기에서 빵을 꺼내고, 동그란 케이크가 1m 높이의 금속 나선을 따라가고, 크루아상이 긴 줄로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간다.
오븐에서 시간당 3만3천 개의 빵을 구운다. 이런 대량생산이 트로켈스에게 기쁨만 주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공들여 생산하는 보람이 점점 더 작아진다. 달걀 가격이 두 배가 됐고 식용유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설탕과 밀가루도 가격 상승이 이에 못지않다. 트로켈스는 “재료 가격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트로켈스는 대형마트와의 협상에서 30%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 그는 극한 스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다. 급경사로 하강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기까지 한다. 순순히 양보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 (대형마트) 구매자가 그의 요구를 거절하자 그는 오래 생각할 것 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그가 생산하는 500가지 생산품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저항하지 않으면 곧 죽고 만다”.
한 대형마트의 고위 관리자는 그러한 (가격 인상) 요구가 전적으로 부당하다며 쿠헨마이스터 같은 제조업체를 비난한다. 제조업체는 공급 중단이라는 수단으로 협박하는데 이는 이기적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대다수 공급자가 에너지와 원료 비용이 상승하는 것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데, 마트에 이런 무능력자들의 문제를 떠안으라는 건 못하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과점 상태
오래전부터 제조업체와 식품업계 마트는 치열하게 싸웠다. 공급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면 자주 큰소리가 났다. 팬데믹 시기에는 문이 쾅 닫히는 대신 수화기가 쾅 하고 내려앉았다. 이렇게 서로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항상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득을 보았다.
요즘에는 신경이 잔뜩 곤두섰다. 양쪽 모두 몇 퍼센트 이윤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규모의 생필품 제조업자들은, 가격투쟁에서 종국에 망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에너지 가격은 하늘로 치솟고 운송 맡길 곳은 어느 때보다 더 적어졌다. 사료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투기꾼들은 밀·유채·대두 가격 기록을 경신하며 올린다. 마트 쪽을 보면 텡겔만(Tengelmann), 레알(Real)이 탈락한 뒤 이제 네 개 대형 체인만 남았다. 알디(Aldi), 레베(REWE), 에데카(EDEKA), 그리고 슈바르츠(Schwarz)그룹(리들과 카우플란트) 등 네 개 체인이 엄청난 시장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가격에 예민한 독일인, 할인점을 창안한 독일인들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에 직면했다. 독일인이 식료품, 음료, 담배 소비에 사용하는 금액은 매월 가처분소득의 15%뿐이었다. 어떤 유럽연합 국가보다 낮은 비율이다. 이런 낙원은 이제는 끝이다. 몇 주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생활비를 상승시키고 있다. 2022년 4월에만 생필품 가격이 8.6%나 올랐다.
생필품 부문 가격경쟁은 수십 년 동안 닭고기, 브뢰첸(아침 식사용 빵), 피자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기여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 규모의 생필품 회사를 부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치솟는 에너지와 운송 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조금씩 경쟁에서 밀려나 기업 집중 현상이 늘고, 이는 외트커나 네슬레 혹은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거대 기업은 어떤 부문에선 4분의 3 비중을 차지해 가격 인상을 관철할 수 있다. 이유식 매출의 74%는 서유럽에서 약 4개 거대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이 현상은 61%의 아침 식사용 시리얼, 56%의 수프 업계에도 해당한다.
이런 비참한 상황의 책임을 양쪽이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마트 쪽이 소비자가격을 폭넓게 올리면서 공급자에게는 저가 조건을 지속한다고 지적한다. 생산업체의 한 관리자는 “그들(마트)은 그렇게 주머니를 불린다”고 불평한다.
대형마트 체인들은 반박한다. 전통적으로 소매 유통의 이익은 많지 않으며, 생산자는 현재의 위기에 ‘무임승차’해 전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레베의 대표 리오넬 수크는 최근 자기 주머니에서 수억유로를 꺼내 “가격에 투자해야 했다”고 한다. 고객에게 매력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에데카 대표 마르쿠스 모자는 그로서는 드물게 솔직하게도, 생필품은 사치품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제조업자의 요구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 했다.

   
▲ 독일 슈퍼마켓 체인 레베(REWE) 로고가 박힌 쇼핑 카트. REUTERS

생필품 구매 비용 늘어날 것
이는 새로운 차원의 힘겨루기라고, 독일 본라인지크대학의 유통 전문가 토마스 뢰프는 말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독일인은 생필품 구매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조업체, 슈퍼마켓, 할인점은 현재 직면한 상황에서 이득을 보려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슈피겔>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가격 투쟁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간 규모의 제조업체와 수입업체는 벌금제도를 통해 점점 더 구석으로 몰린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업체는 도태된다. 몇 년간 이는 주로 이론적인 위협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젠 트럭 기사가 부족하거나 원료 부족으로 공급이 늦어지는 일이 점점 더 빈발해, 계약서 문구는 대형마트가 제조업체에 물리는 재갈이 됐다.
예를 들어 레베는 “한 주당 레베 매장에 공급해야 할 물량의 최소 98%”를 빠짐없이 날짜를 정확히 맞춰 공급해야 한다는 문서 조항을 고집한다. 이 조항을 못 지키면 공급업체는 계약 벌칙으로 주문 가격의 5%까지 물어내야 한다.
에데카도 중앙 창고에 ‘공급 서비스율’로 98%를 보장하도록 해놓았다. 약속된 일자 수에 확정된 양을 곱한 만큼의 98%가 정확하게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매니저는 그 주에 도착하지 않은 분량에 해당하는 주문 가격의 5%를 손해배상금으로 일괄 요구할 수 있다. 알디는 2019년 10월부터 냉장식료품이 늦게 도착하면 건당 250유로(약 33만원)를 물린다. 공급일자를 정확히 맞추는 비율이 98.5% 이하일 경우다.
특히 리들 할인점이 심해 보인다. 내부자에 따르면, 창고에 도착하는 시각까지 맞춰야 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늦게 도착하는 트럭 한 대당 5천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이렇게 제조업체에서 대형마트로 다시 흘러가는 돈이 수억유로일 거라고 내부자는 추정했다.
충실하게 공급되지 않았을 경우 계약상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점은 어느 대형마트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베는 공급망에서의 비용 상승을 계약상 벌칙으로 상쇄하려는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부인한다. 에데카는 계약상 벌칙이 “실제 아무런 구실도 못한다. 대형 공급업체들이 어차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에서 계약을 위반하는 일이 정상이 돼버렸다”고 문서로 답했다. 제조업체들의 공급 문제는 “스스로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대다수가 “숨 가쁠 정도의 이윤을 내기 위해” 스스로 갖고 있던 물류창고와 운송시스템을 폐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디는 “정당한 경우”엔 공급 지체를 용인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공급업체들과 동반자적 협력 관계임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격 투쟁’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리들은 계약상 벌칙 문제에 대한 <슈피겔>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 독일 베를린의 식료품 체인점 에데카(EDEKA)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REUTERS

운송 지연에 벌금 매겨
운송업체는 공동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전국 단위의 한 운송회사는 중기업 규모의 제조업체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98.5%라는 공급률이 “현재의 시장 상황으로 볼 때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전보다 더 자주 차량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창고 등에서 대기시간도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트 쪽이 요구하는 (공급) 이행률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합의 사항일 뿐 운송업자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도착 시간 지연 문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한 제조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냉장식품 수요가 급증했고 마트 쪽은 별생각 없이 5배의 양을 주문했다. 제조업체는 급하게 주문받아 2배의 양만 공급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자 마트 쪽은 공급이 안 됐다며 높은 벌금을 물었다.
한 유제품 회사 대표도 비슷한 상황으로 짜증이 난 듯했다. 여름에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젖소가 목초지에 자주 나가지 못하거나, 가축 사료 수요가 늘고 전기·운송 비용이 올랐으며, 동물복지·환경보호 등의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리들, 알디, 레베 혹은 에데카의 구매자들한테 돌아오는 건 “우리 가격을 수락할 수 없으면 협상이 어렵다”는 말뿐이다.
버터 가격을 보면 현재 위기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 잘 나타난다. “가격을 선도한다”는 매장인 알디에서 2022년 초 버터 250g 가격은 아직 1.65유로였다. 그러나 4월 초 알디 제조회사인 밀자니 제품에서 2유로 선이 무너졌다. 요즈음 한 개 가격이 2.29유로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가격이 35% 올랐다. 그럼에도 유제품 제조업자와 농부는 기껏해야 20% 더 받을 뿐이라고 유제품 회사 매니저가 불평한다. 심지어 재래식으로 운영하는 우유 생산자도 현재 우유 리터(ℓ)당 44센트 이상 받는다. 이 가격이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지만, 이것으로도 상승하는 비용을 다 감당하기는 어렵다.
마트 쪽은 공급업체를 가혹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을 훨씬 더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소비자의 구매가 몇 주 전부터 감소하고 있다. 2022년 1분기 매출액이 레베 6%, 에데카 5%, 페니 3%, 알디 6%, 리들 2% 각기 줄었다. 한 체인 마트 관계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비싸진다는 소식을 매일 보고 듣고 읽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는다.”

   
▲ 스위스 코놀핑겐에 있는 네슬레 공장. REUTERS

대기업엔 뺨 맞고…
실제 대형마트들도 다국적 식료품 기업의 권력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 에데카만 해도 2021년부터 현재까지 유명 브랜드 회사로부터 10억유로 이상의 가격 인상 요구에 직면했다고 한다. 대다수 브랜드 회사의 “실질적인 비용 상승”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한 미국의 시리얼 회사는 자사 제품에 대해 프랑스 동료에게는 8% 인상만을 요구했는데 자신에겐 20%를 요구했다고 한다. “주머니를 불리는 건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스위스 대기업 네슬레의 경우 2022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1분기보다 약 5% 늘었다. 순이익률은 신기록이라 할 정도인 17%다. 슈퍼마켓이 가장 잘 팔리는 네스카페, 누텔라, 코카콜라를 판매목록에서 뺄 수는 없다. 그것은 고객을 내쫓는 일이므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거대 기업과의 거래에서 잃는 이윤을 마트들은 중소 규모의 공급업체에서 보완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제조업체를 “항상 정당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대형마트 체인의 최고위급 매니저는 시인했다. 제조업체의 가격 인상 요구는 자주 거의 “반사적으로” 거부된다. 그 거부가 공급업체에는 경제적 파산을 뜻할지라도.
아헨 근처 슈톨베르크에 있는 달리그룹(Dalli-Gruppe)은 이를 고통스럽게 겪고 있다. 이 가족기업은 1845년부터 세탁용 세제와 설거지용 세제를 생산했다. 알디와 리들은 이들 세제를 탄딜(Tandil) 혹은 W5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에너지 등 여러 비용의 상승과 줄어들지 않는 할인점의 가격 압박으로 달리는 최근 심각한 조처를 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세정 부문을 완전히 팔아넘겼다. 공장 세 곳이 문을 닫았고, 직원 2천 명 가운데 3분의 1을 해고했다. 2021년 달성한 8억유로(약 1조원) 매출에서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예는 시작일 뿐이라고 유통 전문가 토마스 뢰프는 여긴다. 단기적으로는 ‘공격적 협상’이 마트에 이윤을 보장해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적절한 제조업체’를 시장에서 축출하고 점점 더 소수의 대규모 생산업체만 남아 자사에 유리하도록 가격을 조정할 것이다. 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
카우플란트그룹은 아직 이런 얘기를 접하지 못한 것 같다. 고객에게 비용 및 가격 상승에 대해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바로 며칠 전 7천 가지 상품을 계속 할인가에 제공하고 300가지 상품은 특별할인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의 모토는 “지금이야말로 바로”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20호
Bis auf den letzten Cent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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