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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지급·가격 규제에 에너지기업 특별과세도
[FOCUS] 유럽의 인플레이션 대응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4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독일 함부르크 항구의 컨테이너터미널을 방문해 물류회사 HHLA의 앙겔라 티츠라트 이사회 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ECB는 최근 7월과 9월 금리인상 방침을 밝혔다. REUTERS

유류세 인하, 보조금 지급, 가격 규제. 끝없이 오르는 물가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이제 유럽연합(EU) 안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최근 1년간 유럽연합 역내 물가상승률은 평균 8.1%를 기록했다. 몇몇 나라의 상황은 특히 더 심각하다. 네덜란드는 물가상승률이 거의 12%에 이르고, 그리스와 벨기에는 9%를 웃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물가상승률은 유로존 평균에 가깝고, 프랑스(5.4%)와 핀란드(5.8%)는 그보다 조금 낮았다.
프랑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가계 구매력을 지키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펼쳤다. 가스 가격을 동결하고 전력 가격 인상률을 4%로 제한하는 ‘요금 방패’를 시행했다. 세후 월소득이 2천유로(약 270만원) 미만인 국민에게 인플레이션 피해보상금으로 100유로를 지급했다. 이에 더해 저소득 가구에게 100유로 상당의 에너지(가스·전기료) 바우처를 추가 지원했다. 2022년 4월1일부터는 원유 1ℓ당 15센트를 공제해준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3대 대응책
픽텟(Pictet)에셋매니지먼트의 이코노미스트 나디아 가르비는 말했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대응책도 제각각이다. 크게는 생활보조금 지급, 일시적 감세 또는 원유 가격 인하, 가격 규제, 이렇게 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조처는 2021년 가을 시작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강화됐다.”
유럽 국가별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조사한 브뤼겔(Bruegel)연구소에 따르면, 불가리아와 헝가리를 제외한 유럽의 모든 나라가 물가인상에 취약한 계층에 지원을 집중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벨기에는 저소득 가구에 80유로짜리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했다. 체코는 두 종류의 사회보장급여를 10% 인상했다. 그리스는 연금소득이 많지 않은 퇴직자에게 생활보조금으로 200유로를 지원했다. 리투아니아는 2022년 말까지 15만 가구에 매달 15~20유로를 지급한다. 보조금 지급과 다른 수단이 함께 동원되기도 한다. 포르투갈 정부는 소득수준이 최하위인 가구에 두 종류의 전기세를 면제해줬다. 키프로스는 저소득 가구에 2021년 11월부터 6개월간 전력 사용요금에 붙는 부가가치세(VAT)를 5~19% 내렸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감세 정책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소득이 높은 사람도 혜택을 받게 했다. 전기나 원유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세금을 감면해준다. 나디아 가르비는 “감세는 소비자가 그 효과를 곧장 피부로 느끼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보조금 지급은 세금 감면처럼 물가를 낮추는 효과는 없어도 취약계층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대응책은 가격 규제다. 프랑스는 요금 방패(상한제)로 가격 규제에 나섰다. 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 역시 각각 1월과 3월 전기와 가스 요금을 동결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한발 더 나아가 시장에서 전기 가격이 결정되지 않도록 했다. 시장은 가격을 띄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력망은 유럽 대륙의 다른 지역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지 않다. 그래서 두 나라는 2022년 4월 말 유럽 전기 가격 체계에서 빠질 수 있도록 유럽연합의 허가를 받았다. 유럽연합 체계에서 전기 가격은 가장 최근 전력망에 공급된 전력의 생산비용에 따라 매겨진다. 전력 사용이 최고치에 이르는 시간대에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소비량을 따라갈 수 없으면 가스로도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스요금이 2021년 여름 이후 5배 폭등했다. 그 탓에 스페인에서 전기요금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크레디아그리콜 은행의 스페인·포르투갈 전문 이코노미스트인 티시아노 브뤼넬로는 말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메가와트시당 가스 가격을 40유로로 제한하는 정책을 몇 주간 시행하고, 이후 상한선을 50유로로 올릴 계획이다. 브뤼넬로는 “가스요금 상한제로 메가와트시당 전기요금이 일평균 130~140유로(약 17만~19만원) 수준에 머물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의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인 283유로보다 훨씬 싸다.

특별과세
특수한 상황에선 특수한 조치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법인세 인상 논의도 나온다. 더 정확히는 에너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기업들의 2022년 초과이익이 세계적으로 2천억유로(약 270조원)를 넘으리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의 특별이익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각국 정부에 권고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와 루마니아가 유일하게 결단을 내렸다. 이탈리아는 2022년 3월 특별이익에 대한 10% 특별법인세를 신설했고, 5월엔 그 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조세명령을 발표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0월 루마니아 정부는 전력생산업체가 1메가와트시당 전력을 91유로보다 비싸게 팔아 남긴 소득에 80% 세율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 프랑스 마르세유 서쪽 라베라항에 있는 석유화학회사 이네오스(Ineos)의 정유시설과 저장탱크. 유럽 인플레이션 대응책의 초점은 에너지 가격에 맞춰져 있다. REUTERS

금리인상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 국가는 유럽중앙은행(ECB)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자국 중앙은행이 국가 차원에서 추가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쓸 수 있다. 바로 금리인상이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그 나라에서 영업하는 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드는 비용을 결정한다. 그 비용에 따라 은행이 가계와 기업에서 받을 대출금리를 정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간접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비용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거나 낮추면서 경제활동을 누그러뜨리거나 부추길 수 있다.
ECB는 이제 금리를 올리려 한다. 그러나 폴란드를 비롯한 몇몇 유로존 미가입국들은 이미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변동금리형 부동산대출이 많은 폴란드에서는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헝가리와 스웨덴, 체코 역시 최근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리인상이 물가 안정에 효과가 있을까? 확실하지 않다. 경제연구소 제르피의 올리비에 파세 연구부장은 “지금 겪는 인플레이션은 통화 차원의 문제가 아니어서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보다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본다.
몇 가지 예로 단열공사 지원, 자동차와 공장 전기화, 저탄소 에너지 생산 확대, (반도체·희소광물 등) 전략 상품 공급망 안정화 등이 있다. 이런 변화에 정부가 돈을 아낌없이 쓸 수 있도록 중앙은행은 금리를 외려 낮게 유지하는 게 좋을지 모른다. 그렇게 정부가 일부 산업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면 그에 따른 물가인상까지 막을 수 있다.

새로운 대응책
유럽 국가들은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늘릴 계획이다. 브뤼겔연구소의 몇몇 연구원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 유럽이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략적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유럽 차원에서 천연가스를 구매하자는 것이다. 헝가리와 체코 같은 나라는 탄소시장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는 유럽 전기요금 체계를 개정하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대응책의 초점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데 맞춰졌다.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이제 새로운 대응책이 필요해졌다. 가장 시급한 분야가 농축산업이다. 스페인 정부는 사재기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유통업체가 한 사람이 사는 상품 수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그리스 정부는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비료에 붙이는 부가가치세를 6~13% 낮췄다.
인플레이션 충격은 천천히 다른 산업에까지 미칠 것이다. 나디아 가르비는 “에너지 가격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기업의 생산비용, 즉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른 모든 상품에도 세금 감면이나 가격 규제와 같은 조처를 내리면 될까? 그것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없다. 병의 뿌리를 치료하는 처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기간 불안정해질 수 있는 지정학적 맥락에서 비롯한 병이다. 이 병은 국가를 상호의존하게 하는 세계화와 엮여 있다. 화석연료 포기를 비롯해 기후변화에 따라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 달라져야 하는 우리 경제의 당위와도 연결돼 있다. 현재의 모순을 조나탕 마리, 비르지니 몽부아쟁 두 경제학자가 이렇게 꼬집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심각한 기능장애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인플레이션 잡기가 돼선 안 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5월호(제423호)
Contre l’inflation, nos voisins européens font-ils mieux?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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