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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INTERVIEW] 영국 스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① 소셜믹싱의 건축철학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브리타 잔트베르크 economyinsight@hani.co.kr

영국의 스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는 전세계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 숙고하고 있다. 그리고 자원수급난, 사회적 불평등, 러시아 건축주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말한다.

브리타 잔트베르크 Britta Sandberg <슈피겔> 기자

   
▲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자신이 리모델링을 설계한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에서 사진을 찍었다. REUTERS

1953년생 영국 출신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킹스턴예술대학과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치퍼필드는 애플 매장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치퍼필드는 1985년 본인의 이름을 건 건축사무소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를 설립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는 현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그리고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있다. 치퍼필드는 영국 건축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리고 베를린 박물관섬(Museum Island)의 신박물관 개축으로 유럽연합에서 2년마다 수여하는 유럽 최대 건축상인 ‘미스 반데어로에 상’(Mies van der Rohe Award)과 독일 건축상을 받았다. 치퍼필드는 6년간의 공사를 거쳐 2021년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리모델링을 마쳤다. 최근에는 총면적 6만3500㎡의 파리 도시재생사업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Morland Mixité Capitale)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 독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REUTERS

임대주택과 고급 아파트가 한 곳에
-당신의 건축사무소가 담당해 개관을 앞둔 파리의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파리시가 소규모 공지, 도로 상부 등 이용도가 낮은 시 소유 유휴공간 20여 곳에 혁신적인 건축물을 조성하는 사업인 ‘리인벤터 파리’ 우승작)은 민주적인 건축의 모범 사례로 보인다.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 건물에는 사무실, 임대주택, 고급 아파트가 입주한다. 전통시장도 있고, 5성급 호텔 수영장에서 수요일마다 학생들이 수영할 수 있으며, 옥상에는 유기농 채소를 재배한다. 미래의 도심 라이프를 투영한 것인가.
이상적인 세계에서 새로운 건축 프로젝트의 방향은 이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은 무엇보다 민간투자자가 국가의 요구 기준을 어떻게 충족하고, 또 국가로부터 어떻게 관리감독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세계 도시들은 수년 전부터 민간투자자를 유치하고, 또 동시에 그들이 공공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보기 드문 민관 공동개발이라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할 수 있었다.
-파리시가 공개입찰 과정에서 지원을 희망하는 민간투자자들에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공이 컸다.
공개입찰 지원자들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줬으며, 이를 준수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만 공개입찰에 지원할 수 있었다. 자유시장 원칙이 신성시되는 영국이라면 이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선 국가가 민간부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불법 관여로 간주할 거다. 영국이라면 건설업자들이 처음에는 ‘당연히 해당 부지에 전통시장도 만들고 유스호스텔과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도 짓는다’고 공언하다가 막판에는 공사자금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파리의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 프로젝트에는 주택, 사무실, 유치원, 유스호스텔, 카페 및 레스토랑 등 11가지 주요 용도가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다.
-임대주택의 베란다도 1㎡당 1만6천유로(약 2100만원)에 달하는 고급주택의 베란다와 크기가 동일해야 한다. 과연 실현 가능할까.
안 될 이유는 뭔가? 도시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함께 살아가는 주거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 또한 파사드뷰(정면부 모습) 때문에 주택마다 베란다를 들쑥날쑥 다르게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사람들이 빈곤을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나? 당신은 빈곤한 사람과 사는 게 문제인가?
-나는 문제가 없지만, 빈곤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부유층도 일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유층은 끼리끼리 모여 산다.
물론 저소득층이 내 집 바로 옆에 거주한다면 집값이 내려갈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 프로젝트의 초점을 소셜믹스에 맞추었던 파리시의 계획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 프로젝트로 누구도 손해 보지 않았다. 민간투자자가 받아들이기 다소 불편한 콘셉트이기는 하지만, 민간투자자도 이 프로젝트로 수익을 올렸다. 이 프로젝트로 지은 주택들이 원활하게 팔리고, 집값이 내려가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1층에는 프라다 매장이 아닌 전통시장이 들어왔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임대주택도 있다. 솔직히 민간투자자에게 결정권이 있었다면 누구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방식은 취지대로 진행됐고 그 누구도 손해 보지 않았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도 중요
-미국 뉴욕의 화려한 고층빌딩 설계보다 이런 프로젝트를 맡는 것이 더 좋은가.
당연하다. 나이 들수록 건축가로서의 책임감에 더 많은 생각을 한다. 건축가라면 건축물의 사회적 요소 외에 지속가능한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몰랑드 믹시테 카피탈 부지에 옛 파리 경찰청 건물이 있었다. 과거 이 건물에서 벌금을 냈던 기억이 있어 이 건물은 파리 시민들에게 미움의 대상이었다. 더군다나 흉하게 생겼다. 그래도 우리는 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건축했다. 파사드를 새로 공사했고, 2개층을 증축했다. 솔직히 외관이 흉하다는 이유로 건물이 문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말을 글로벌 스타 건축가의 입에서 들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도시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시는 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고 부르는 것들로 이뤄진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술집을 보자. 외형과 시설의 하드웨어는 별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곳을 좋아한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별로지만, 공간과 건물의 영혼인 소프트웨어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디자인의 품질을 이야기할 때 건축가들이 하드웨어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제다. 결과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좋아야 한다.
-몰랑드 대로에 있는 옛 파리 경찰청 건물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조그마한 건물은 외관상 실패작이었다. 우리는 재건축을 거치면서 그 건물에 아름다움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건물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에 신경 썼다. 그렇게 재탄생한 건물은 파리의 일부분이 됐다.
-파리에 신축 건물을 짓는 것이 어려운가. 파리에는 놀라울 정도로 원형을 유지하는 18세기, 특히 19세기 건축물이 많아서 현대적인 건축물이 들어설 공간이 거의 없다.
건축가로서 눈에 보이는 결과와 외양만으로 평가를 원한다면, 파리는 어려운 곳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흰색 도화지처럼 무에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파리는 적합하지 않은 도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현존하는 문제를 건축물로 해결하는 것을 건축가의 과제로 본다면, 파리의 아름다움이 대체 왜 짐인지 모르겠다.
-파리에서 어떤 건물을 가장 좋아하나. 완벽한 건축물의 본보기가 될 만한 건물이 있는가.
이견 없이 리처드 로저스와 렌초 피아노의 퐁피두센터다. 퐁피두센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표현하고 있다. 퐁피두센터는 사회 한가운데에 문화를 배치하려는 시도다. 나는 리처드 로저스에게 건축을 배웠다. 로저스가 퐁피두센터 공사장을 돌면서 학생들을 안내했던 기억이 난다. 로저스는 형식주의적 건축이 아닌, 박물관이 기존 박물관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려 했다. 이후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모든 가능한 형태로 센세이셔널한 건물 외양을 설계했다. 하지만 퐁피두센터 정도의 극단적인 건축물 프로젝트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REUTERS

시민과 부동산업자의 싸움
-코로나19 대유행은 지난 2년 동안 노동 세계를 바꿔놓았다. 사무실만 있는 오피스건물을 설계하는 것이 여전히 의미 있을까. 사무실과 주거용 아파트가 한 건물에 있는 것이 활용 면에서나 다양한 사회환경을 고려한 현대적인 콘셉트 아닐까.
다양한 용도를 한 공간에 모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 원칙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이를 포기했다. 투자자들은 임상실험실 수준의 깨끗한 제품을 마케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는 깨끗하지 않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도시를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런던을 보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런던 도심에는 이제 오로지 유흥지구와 하이클래스 쇼핑센터만 남았고, 주거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런던 도심에 집을 마련할 만큼 여력이 있는 사람도 없다. 나는 팬데믹 동안 이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이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이며, 우리는 이 현실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파리에서처럼 정부 차원의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이런 논쟁이 이제 시작된 만큼 격렬하게 벌어지는 독일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내게 베를린은 여전히 일종의 히피 도시다. 베를린 시민들은 베를린이 수십 년 동안 평가절하한 것에 적응했다. 그래서 베를린 시민들은 민간투자자가 야기한 상상을 초월하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납득하기 어렵다. 민간 부동산업자와 시민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내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시 행정이 투자자를 거부하기란 무척 힘들다는 정도다.
-건축가의 원칙에 위배돼 받지 않은 건축 프로젝트가 있었나.
건축가로서 무척 불편한 질문이다.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지, 또 건축가들이 사회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건축가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에도 건축가들은 원칙을 어기는 오류를 범했다.
-무슨 말인가.
우리 건축가들은 전세계적으로 건설업과 건물에 공동책임을 지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예로 들어보자. 건축물 환경은 인간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확신한다.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해서 건축가 집단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 Der Spiegel 2022년 제22호
“Wir sitzen mitten in diesem Chaos, das Leben heiß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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