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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예술가가 아니다...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INTERVIEW] 영국 스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② 건축가의 사회적 책무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브리타 잔트베르크 economyinsight@hani.co.kr

브리타 잔트베르크 Britta Sandberg <슈피겔> 기자

   
▲ 데이비드 치퍼칠드가 설계한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이모레 제공

-후회했던, 지금이라면 하지 않았을 건축 프로젝트가 있나.
그런 표현보다는, 지금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을 건축 프로젝트가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는 건축 프로젝트를 어떻게 현실화할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사례 하나를 들겠다. 한국에서 건축 프로젝트(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수행한 적 있는데, 정말 즐겁게 일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우리는 한국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우리가 프로젝트를 위해 전세계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계산하고 나니 회의가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건물 짓고 나서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렸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제 베를린 미테지구에만 주택을 짓겠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건축은 지역에 매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인텔리전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해 파트너와의 협력을 숙고할 것이다. 해외 출장을 반드시 많이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수급난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건축업계의 수많은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현재의 위기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언제든지 막아낼 수 있다.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고 옥상을 녹지대로 만들며, 몰랑드 프로젝트에서처럼 건물 자체에 용수 처리 시설을 갖추는 등 이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나는 오히려 건축가로서 설계 콘셉트 작성에 얼마나 더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투자자에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더 많이 제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사전에 투자자와 건축 프로젝트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연락받을 때쯤이면 이미 많은 것이 결정돼 있다. 사무실 용도의 40층 고층빌딩을 짓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자. 40층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 오로지 사무실만 있어야 하는지, 도시의 특정 위치여야만 하는지 등 이미 결정된 사항에 물음표를 붙이기란 쉽지 않다.
-윤리적이지 못한 설계 의뢰나 건축물도 있었나.
우리는 운이 좋았다. 의뢰받은 대다수 건축 프로젝트는 윤리적 범주 내에 있었고, 우리가 특정 의뢰를 거부할 정도의 상황에 자주 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세계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사무소 네 곳 가운데 한 곳이 상하이에 있다. 우리가 중국에서 하려는 건축 설계가 윤리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까?
-어떤 결론을 내렸나.
중국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 직업의 흥미진진한 측면 중 하나는 프로젝트가 의뢰인과의 대화에서 탄생하고 이뤄진다는 것이다. 건축 프로젝트에는 몇 년씩 소요된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렇게 양쪽의 문화 교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나는 이를 항상 선물처럼 여겼다.

   
▲ 독일 베를린 신박물관(리모델링 전). REUTERS

우크라이나 도시 재건 논의 중
-당신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대형 건축 프로젝트 두 건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며칠 뒤, 두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러시아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사무소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오랜 논의를 거친 결정이었나.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결정하기까지의 과정도 복잡하지 않았다. 다행히 건축주들은 상황을 이해했고, 우리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다른 건축사무소들은 러시아 철수 결정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러시아에서 건축가로서 더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어떻게 그리 빠르게 분명해졌나.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상황이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몇 주간 러시아가 보인 태도는 우리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선악을 구분할 수 있는 전쟁은 오히려 드물다.
-당신이 모스크바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옛 체신부 건물 재건축이었다. 러시아에서 건축 프로젝트 의뢰 취소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사무소에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경제적으로 조금 압박받지만, 괜찮다.
-다시 러시아에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다. 현재 우리는 우크라이나, 더 정확히 말하면 키이우의 인프라 부처와 우크라이나 재건을 논의 중이다. 내가 깊은 인상을 받은 대목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가 재건을 벌써 계획한다는 점이다.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인프라 부처에 국가 재건 건축을 상담하고 있나.
내가 공식 컨설턴트라고 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주는 국제 건축가가 상당히 많다. 나는 우크라이나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도와주려는 수많은 건축가 중 한 명일 뿐이다.
-당신은 역사적 건물의 재탄생에 특히 관심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역사적 건물의 재탄생은 의미 있다. 나는 건축가로서 중요한 일을 하고 싶지,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단순 실행하는 테크노크라트가 되기는 싫다. 수많은 역사적 건축 프로젝트가 복잡다단하고 힘들지만, 역사적 건축물을 다루는 일이야말로 의미가 있다. 또한 우리는 ‘명품 사무실’(Boutique Office)이 되려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100% 취향에 맞는 프로젝트만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건축가의 필적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이른바 ‘시그니처 건축’에 관심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 이름을 어딘가에 새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참여다. 건축가는 예술가가 아니며, 우리는 삶이라고 불리는 혼돈의 한가운데에 있는 직업군이다. 자신은 혼돈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고 완벽한 조건에서만 건축물을 짓고 싶다고 말할 수는 있다. 산에 지은 개인 단독주택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이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형태와 소재 이상의 것이다. 건축가라면 이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축구선수는 비가 오지 않아야만 경기를 뛰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거듭 말하자면, 건축가는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있다.

건축이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가
-오래전부터 요구한 것처럼 기존 건물을 최대한 철거하지 않는 것도 사회적 책무에 속하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려는 건축주들에게 리모델링을 권하고, 또 제안한다. 우리는 비용, 재료 낭비를 계산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건축물의 재탄생 여부가 이데올로기화됐다. 기존 것을 유지할 수고가 있나? 토스터 수리를 맡긴 적 있나?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새 토스터를 사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더 쉽다.
-건축가로서 첫 10년간의 커리어는 유니폼을 착용한 철도 기관사 같은데 자신이 기차를 실제 조종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지금은 커리어의 어떤 단계에 와 있나.
나이 들어가는 건축가로서 일을 계속할지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나는 환경과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나의 재단 RIA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베를린이나 런던의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에서는 당장 신규 프로젝트가 최우선이다. 반면 재단은 더 장기적으로 일한다. 한 예로 재단은 건축이 삶의 질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재단은 스페인 갈리시아주, 당신의 대서양 해안 자택이 위치한 곳에 있다. 우연인가.
스페인 갈리시아 주지사가 6년 전 내게 조언을 구했다. 주지사는 갈리시아주의 아름다웠던 수많은 마을과 지역이 경제개발과 더불어 흉하게 변한 원인을 궁금해했다. 처음에 우리는 건축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지사와 많은 대화를 나눈 뒤, 지역의 미관을 해친 주범은 교통임을 인지했다. 많은 지역이 고속도로 건설로 서로 끊어진 것이다. 그때 일을 계기로 난개발을 방지하는 연구재단을 만들었다. 갈리시아주는 부유한 지역이 아니지만, 삶의 수준은 높다. 정치적 결정이 건축물 이상으로 인간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는 일은 흥미롭다. 나는 이제 해마다 반년은 스페인에서 보낸다. 그곳에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를 위한 새로운 과제를 발굴한다.

ⓒ Der Spiegel 2022년 제22호
“Wir sitzen mitten in diesem Chaos, das Leben heiß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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