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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함 제거, 품격은 유지...명품 브랜드, 젊은층 공략
[TREND] 블링블링 MZ세대- ② 구애 전략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슈피겔> 기자

   
▲ 생전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2020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성복 패션위크에 참석했다. REUTERS

중년의 위기를 맞은 이들을 위한 사치스러운 장난감인 람보르기니조차 더 젊어지려 노력 중이다. 이 사업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인근 산타가타볼로녜세 공장에서 추가 교대근무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람보르기니는 매진 상태다. 이 꿈의 자동차를 사기 위해 과거에는 몇 달 정도 기다려야 했다면, 이제는 족히 1년은 기다려야 한다. 구매자가 색상과 차량 내부 소재를 정할 수 있고, 3차원(3D) 프린터로 공기 흡입구에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200만유로(약 26억원)짜리 맞춤형 한정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022년에 이 한정판 슈퍼카는 112대 제작될 것이다. 10년 전에 비슷한 시리즈는 30대 정도 제작하면 충분했다.

거만함을 걷어내다
최근 몇 년 동안 명품 산업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사람, 모두가 닮고 싶어 하던 이는 바로 버질 아블로였다. 그는 건축가이자 엔지니어, DJ, 디자이너였으며 친구인 카녜이 웨스트의 랩 앨범 아트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루이뷔통이 그를 영입했을 때 그는 패션 레이블 오프화이트(Off-White)를 설립한 참이었다. 2018년부터 커리어를 바꿔 명품 브랜드 남성복을 책임졌고 패션계 슈퍼스타가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100인’에 선정했다. 2021년 11월 그는 41살 나이에 암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루이뷔통이란 이름이 오늘날 대중적인 문화현상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블로 덕분이다. 아블로는 이 브랜드에서 샹젤리제의 거만함을 제거했다. 그는 21새비지(Savage) 같은 래퍼를 모델로 기용해 스트리트웨어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면서도 브랜드의 아우라를 잃지 않았다. 각 컬렉션은 젊은 사람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였다. 루이뷔통은 한정된 수의 고객만을 입장시켜 매장 앞에 줄을 서게 한다. 2022년 2월 아블로가 나이키와 함께 출시한 운동화 200켤레가 경매에 올라왔는데 총판매액이 2500만달러(약 320억원)였다.
잘나가는 브랜드에도 협업이 얼마나 유용한지 아블로만큼 잘 아는 이는 없었다. 그가 한 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스케이트보더를 위한 레이블인 슈프림(Supreme)과의 협업이었다. 사실 2000년 루이뷔통은 슈프림을 고소한 적이 있다. 이 회사가 사전 협의 없이 루이뷔통의 상징인 ‘LV’를 스케이트보드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블로는 둘 사이의 분쟁을 끝내고 이 프랑스 회사와 미국 회사의 합작 에디션을 제작했다. 이는 양쪽에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루이뷔통 백팩 ‘크리스토퍼’는 일반 제품이 300유로에 팔리는데 슈프림 로고가 붙어 있으면 1만1천유로 넘는 가격에 팔린다.
아블로는 스케이터들 밖에서도 슈프림 팬층이 두껍다는 것을 알아챘다. 슈프림은 한정판을 이용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희소성이었다.
슈프림은 엄격하게 제한된 수량으로만 컬렉션을 출시했고, 때로는 판매 기간을 일주일로 한정했기에 중고제품 가격이 치솟았다. 2021년 여름 이탈리아 밀라노 매장 개장을 위해 만든 사각형이 인쇄된 셔츠는 매장에서 44유로에 팔렸지만, 중고품은 이제 300유로 이상이 됐다. 중고 후드티는 약 700유로다. 젊은 팬 커뮤니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옷뿐 아니라 어떤 것이라도 그렇다. 몇 년 전 슈프림은 벽돌에 로고를 새겨 넣고 30유로에 팔았다. 오늘날 이 벽돌은 7배나 비싸게 거래된다.
그동안 구찌, 장폴고티에, 최근 버버리까지도 슈프림과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다. 패션기업이 아닌 명품 브랜드도 협업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가구회사 비트라(Vitra)의 클래식인 판톤 안락의자는 슈프림 로고가 있는 경우 300유로가 아니라 그보다 8배나 비싼 가격에 팔린다.

   
▲ 2022년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시민이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 쇼핑백을 들고 있다. REUTERS

모두에 이익이 되는 문화 충돌
이는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되는 문화의 충돌이다. 전통 기업들은 그들의 명성을 통해 슈프림을 고상하게 만들고, 반대로 슈프림은 명품에 격식 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음악계에서 오페라 디바인 몽세라 카바예가 로커인 프레디 머큐리와 듀엣으로 녹음하는 것, 혹은 나이 지긋한 토니 베넷이 60살이나 어린 레이디 가가와 녹음하는 것과 비슷하다. 두 세계의 영웅들이 만날 뿐 아니라 이들의 타깃 그룹도 만난다.
하이스노비티(Highsnobiety)는 독일에서 가장 많은 협업을 주선하는 에이전시다. 설립자 다비트 피셔(39)는 “어떤 고급 브랜드이든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야기(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스노비티는 2005년 피셔가 스트리트웨어와 스니커즈에 대한 글을 쓰던 블로그에서 시작했다. 오늘날 그는 브랜드들이 젊어지도록 돕고 있다.
이제 그의 팀에는 200명이 일하고 그중 50명은 미국 뉴욕에 있다. 대부분은 독일 베를린에 있지만, 여기서도 영어로 소통한다. “안녕, 여러분!” 피셔가 사람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피셔는 럼버잭 셔츠와 전자제품업체인 브라운(Braun)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키가 192㎝인 그는 대화하는 동안 서 있어도 되냐고 물었다. 디스크 때문이었다.
2021년 언론에서 구찌를 많이 다뤘는데, 이는 구찌 역사를 다룬 알 파치노의 영화 덕분이 아니었다. 피셔 덕분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를 손잡게 했고, 함께 부츠와 다운재킷을 탄생시켰다. 피셔는 “고급스러움과 모험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에 등장한 스타는 프란시스 부르주아였다. 프란시스 부르주아는 트레인스포터(지나가는 열차를 관찰하고 번호를 적는 취미를 가진 사람)로 틱톡에서 유명해졌다. 피셔는 이 청년에게 역사 속의 기차 차장 제복을 입히고 증기기관차에서 표를 검사하게 했다. “해리포터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피셔는 말했다.
피셔는 그의 타깃 그룹이 대도시에 사는 젊은 층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또래보다 돈을 더 많이 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더 많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에 대해 즐겨 이야기한다. 피셔는 이들을 “문화 개척자”라고 부른다. “이것은 틈새시장일 수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거대한 틈새시장이다.” 피셔는 브랜드들의 협업에 대해 매일 다섯 번 정도 문의를 받는다고 했다.
협업은 산업 전반에서 일어난다. 2022년 4월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르셰와 리모와(Rimowa)가 함께 여행가방을 출시했고,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명품 브랜드 발망과 함께 가죽재킷을 만들기를 원했다. 어떤 짝짓기도 무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중에는 너무 인기 있어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스와치(MoonSwatch)가 매장에 출시된 3월 말이 그랬다.
이른 아침, 수백 명이 베를린의 쿠르퓌르스텐담에 있는 스와치숍 앞에 서 있었다. 많은 사람이 거기서 밤을 새웠다. 모두 시계 하나 때문이었다. 오메가와 스와치라는 두 자매 회사가 공동 제작한 시계였다. 하나는 명품 브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트렌디한 브랜드다. 협업으로 탄생한 모델은 1969년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달 착륙 때 착용한 오메가 시계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기존 쿼츠 무브먼트(전지로 움직이는 시계)와 바이오세라믹 케이스로 제작됐기에 250유로로 가격이 책정됐다. 수천유로가 아니었다. 오메가가 이렇게 싸게 팔린 적이 없었다. 이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문스와치는 경매 사이트에서 1400유로에 거래됐다. 두 브랜드 모두에 최고의 광고가 됐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 시계 업계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명품 시계 산업에서 비싸고 한정판인 제품을 놓고 싸우는 것은 바로 고객들이다. 많은 사람이 한정판 시계를 손에 넣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지만 허탕 치기 일쑤다. 롤렉스나 파테크필리프같이 사람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는 한정된 수량만 생산해서 기념물 같은 지위를 유지한다.
이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사람들은 시계 판매상이다. 시계 판매상은 고객을 세 범주로 나눈다. 가장 밑에는 1년에 10만유로를 쓰는 고객, 그 위로 최대 25만유로까지 쓰는 고객, 가장 위에는 그 이상 얼마라도 낼 고객이 있다. 첫 번째 범주의 고객은 주로 빈손으로 돌아가고, 두 번째 고객은 1년에 한 번 정도 시계를 주문한다. 세 번째 고객은 더 많이 주문한다. 시계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계 가치와 맞먹는 팁을 시계 판매상에 쥐여주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판매점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데 1760년에 문을 열었다. 르네 바이어는 8대째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시계를 팔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왜 특정 시계를 꼭 원하는지 “합당한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면” 시계를 판다.
최근 한 단골손님이 16살 아들을 데려와 좋은 고객이 될 것이라며 바이어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바이어는 부유한 가정 출신의 또래 소녀는 고객으로 받기를 거부했다. 소녀는 10만스위스프랑 정도의 시계를 사고 싶어 했지만, 바이어는 이 소녀가 “아직은 시계에 대해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19호
Generation Bling-Bling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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