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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수요 적은 미국 가계부채 하락세
[FINANCE] 한-미 주택시장 거품 비교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2년 6월14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중개인이 주가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증시에 이어 주택시장의 가격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REUTERS

어떤 붐(호황)이든 생길 때는 그 실체가 철저히 은폐된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활활 타오를 때 지나치게 높은 평가는 정당화된다. 본질적 가치는 각종 논리로 무시되기 일쑤다. 장밋빛 미래는 현실의 그림자를 지우는 가장 좋은 도구다. 자고 일어나면 불어나 있는 자산을 보며 대중은 뒤처지면 추락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거의 모든 사람이 매수자가 되기 마련이다. 능력은 나중 문제다. 무리해서라도 매수자가 돼야 한다. 가진 돈이 없으면 빌리면 된다. 은행은 부채질한다. 이들에게 거침없이 빌려준다. 모두가 행복한 파티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시장 거품 형성과 붕괴라는 ‘붐-버스트(boom-burst) 사이클’의 전형이었다. 2000년 초부터 몰아친 미국 주택시장 붐의 핵심은 무분별한 신용 남발이었다. 파티는 언젠간 끝난다는 명백한 진실, 그리고 신용 확대는 위험하다는 경고는 ‘흥겨움을 앗아간다’는 혹독한 비판에 가려졌다. 그 끝은 뻔했지만, 대부분 무시하거나 외면했다. 대가는 참혹했다.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가 깊은 침체를 장기간 경험했다. 인간은 과거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어떻게든 빨리 잊으려 한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경제도 같다. 붐은 언젠간 파괴된다는 진리가 쉽게 잊히고, 붐-버스트 사이클은 재개된다.
미국 주택시장 붐이 다시 일었다. 그것은 파괴될까? 파괴된다면 2008년 같은 위기를 낳을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2008년과는 다르다. 붐이 충분히 익었지만, 터진다 해도 거시경제적 이슈로 번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다행이다. 문제는 미국이 아니다. 2008년 위기를 교훈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나라도 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버블 2.0
2022년 1분기 말 기준, 미국 주택시장은 다시 역사적 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밀레니얼세대의 최초 주택 구입 열기, 임금 상승, 제한된 공급이 시장을 밀어 올렸다. 에스앤피(S&P) 케이스-실러 전미주택가격지수를 보면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 2년 폭등했다. 2020년 3월~2022년 3월 주택 가격은 34.3% 올랐다. 지난 1년 오름폭은 19.8%다. 이것이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역사적 평균과 비교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 1987년 이래 연평균 오름폭은 4.6%였다. 지난 1년 동안 평균치의 4배가 오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기 직전 12개월 오름폭이 14.7%에 불과했으니 지금 오름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미국 주택시장 ‘버블(거품) 2.0’은 명확해 보인다. 이런 우려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보고서에도 나타난다. 2022년 3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실시간 시장 모니터링 결과: 미국 주택시장 버블이 익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식 보고서에 ‘버블이 익어가고 있다’는 표현은 이례적이다. 거품의 근거로 주택가격이 경제 펀더멘털과 유리된 점을 들었다. 즉, 가계소득보다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연준은 이번 거품이 2008년 때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시장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위기 당시처럼 거시경제적 이슈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붐이 생겼지만 과도한 차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계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 버블 양상이 뚜렷한 곳들도 있지만 일부에 국한된다.”
이런 주장은 과장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개인가처분소득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들어가는 돈이 2021년 4분기 말 기준으로 3.8%에 불과하다. 2008년 7%를 웃돌던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08년 이래 계속 내림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도 2008년 이래 하락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간 오르긴 했지만, 2008년 거의 100%에 육박했던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기준 78.5%다.
비슷한 연구가 많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의 연구다. 이 역시 미국 주택시장의 붐을 강조한다. 미국 100개 대도시 모두에서 경제 펀더멘털을 뛰어넘는 집값 고평가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50% 이상 고평가된 도시가 13개, 30% 이상 고평가된 도시는 44개나 된다.
가장 고평가된 곳은 아이다호 주도 보이시(75%)이며, 텍사스 오스틴(66%), 유타(63%), 라스베이거스(60%), 애틀랜타(60%)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한적한 휴양지에 가깝다. 왜 이들 지역 집값이 급등한 걸까? 답은 미국의 중산층 이상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피해 이들 지역으로 이주한 데 있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중상류층의 이주 수요 때문이다. 거대도시인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집값도 오르긴 했지만, 오름폭은 미미하다. 뉴욕은 3%, 샌프란시스코는 13% 고평가에 그친다. 2007년에 62%나 고평가됐던 로스앤젤레스는 현재 10% 정도다.
버블 2.0에 대한 애틀랜틱대학의 결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의 지나친 고평가가 사실이지만 ‘버블’은 아니다. 버블이 되려면 주택가격의 지나친 고평가와 동시에 시장에 투기 현상이 발생해야 한다. 최소한 이번 주택가격 오름세는 2000년 초와 달리 투기에 따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
무디스의 미국 주택시장 보고서도 의미 있다. 무디스는 미국 주택시장 붕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앞으로 12개월 안에 지나치게 고평가된 주택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폭은 5~10%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긴축 영향으로 모기지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주택시장이 냉각되겠지만 그것이 붕괴로 이어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겉모습은 버블로 보인다. 그럼에도 버블이 붕괴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평가되는 것은 애틀랜틱대학의 결론처럼 ‘투기적 수요’가 견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가계는 실수요로 주택을 샀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빚을 냈다. 은행 역시 무분별한 대출 대신 신용을 고려해 대출했다.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가계와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없다는 것이다.

   
▲ 2022년 6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대단위 아파트단지들의 모습. 한국은 주택 관련 가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부동산 거품 붕괴의 우려가 크다. 연합뉴스

위태로운 한국
한국 주택시장 역시 붐이었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가 2020년 1월 103에서 2022년 3월 136.5로 올랐다. 서울은 같은 기간 122에서 162.2, 경기도는 102에서 152로 치솟았다. 2022년 3월 기준으로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전국적으로는 126에서 140(수도권 144.6에서 164.4, 지방 110.5에서 120)으로 올랐다. 지방보다 수도권이 많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미국 가계에서는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2008년 138% 정도에서 2019년 104.6%까지 떨어졌다. 반면 한국에서는 2008년 138.5%에서 계속 올라 2020년 200.7%에 이르렀다. 미국에선 가처분소득과 가계부채가 균형을 이루지만, 한국은 가계부채가 2배에 이른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세계 1위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이 전세와 준전세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2713조원에 이른다. GDP의 130%를 넘는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거의 주택 관련 부채이다. 이렇게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자명하다. 무분별한 신용 확대에 있다. 이것이 주택시장의 투기 바람을 낳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해 직격탄을 맞았던 나라들은 이후 가계부채를 크게 줄였다. 미국은 물론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딴 세상이었다. 유독 가계부채를 키웠다.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수준을 보통 GDP의 80% 정도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 수준을 한참 넘었다. 부동산시장 거품이 붕괴한다면 거시경제를 위협할 것임은 분명하다.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은 그나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은행은 40년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50년 주담대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만기가 늘면 매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소득 대비)이 줄어드니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얼핏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으로 보이지만, 주택 관련 신용을 늘려 가계대출 총량을 계속 늘리겠다는 것이다. 거품을 빼는 게 아니라 너무 고평가된 주택시장의 붐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꼼수다. 과연 그것이 통할까? 시장은 냉혹하다.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부동산 버블 2.0은 미국이 아닌 한국 이야기다. 그 폭발이 두려운 이유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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