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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 폭등하자 규제 목소리
[집중기획] 집장막 뒤 원자재 거래업자들 ② 감독 사각지대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팀 바르츠 Tim Bartz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시장 전문가들은 도매기업들이 일찍이 유럽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보고한다. 우크라이나는 보리, 밀, 옥수수, 귀리, 감자의 세계 10대 생산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국제 곡물 공급망에서) 빠지면 제네바 호숫가의 신사들(원자재 거래기업)에게 기회가 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첫날부터 거래업자들은 남미 곡물 구매량을 늘렸고, 선물거래소에서 가격 상승에 대비해 헤지를 했다고 비판자들은 보고했다. 따라서 저장한 곡물을 비싸게 팔기 위해 인위적으로 공급을 줄임으로써 그들이 곡물 가격 폭등에 한몫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옥스팸의 글로벌 농업 문제 담당자인 마리타 위거탈레는 “기본 데이터, 즉 사용 가능한 밀, 옥수수, 기타 농산물의 수량만으로는 현재의 가격변동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연방정부 감독의 사각지대
그렇다면 원자재 거래업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에서 이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변동성을 증폭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긴다. 예전에 규모가 큰 농산물 회사에서 일했던 경영인도 “그들(원자재 거래회사)이 전세계에 조직이 있는 한, (가격이 요동치는) 파도를 타고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트라피구라의 최고재무책임자 크리스토프 살몬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원자재 거래 부분에서 추가적인 합병이 있을 것이다.” 진입장벽은 점점 더 높아진다. 쉽게 말해 큰 놈은 더 커지고, 신참이 들어올 문은 계속 닫혀 있다.
이는 비판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스위스 취리히의 비정부기구(NGO) 퍼블릭아이(Public Eye)는 수년째 스위스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4.5%를 차지하는 이 강력한 산업에 감독 권한조차 없다고 한탄한다. “스위스 정치인들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푸틴 같은 독재정권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퍼블릭아이 쪽은 말한다.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매우 가깝다.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그리고 다른 기업들은 침략자(러시아)의 항구에서 원유를 수송한다. 두 기업은 중기적으로 연간 최대 1억t의 석유를 채굴하는 거대한 북극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는 푸틴이 개인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게다가 글렌코어는 러시아의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의 대주주다. 오랫동안 글렌코어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이반 글라센버그는 로스네프트에 참여한 뒤 푸틴에게 러시아연방 우호 훈장까지 받았다.

‘파우스트적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을까
그러나 러시아가 ‘왕따’ 국가가 된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스위스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은 원자재 규제기관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수십 년 전에 스위스연방이 원자재 거래업자와 체결한 ‘파우스트적 계약’(파우스트가 욕망을 좇아 악마와 체결한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가 원자재 거래의 본거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낮은 세율이나 느슨한 규정, 거대한 개인 자산을 관리하면서 엄격하게 고객 비밀을 유지하는 은행 때문만은 아니다. 1970년대 초 단기 투기로 엄청난 이익을 낼 기회를 처음 발견한 현란한 투기꾼 마크 리치의 역할이 컸다. 그때까지 생산자들은 장기 선물 계약으로 안전판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했다.
리치는 시스템을 폭파했다. 5개국 여권이 있고 전직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을 보안고문으로 두었던 이 남성은, 자신의 베팅을 위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고 쿠바·이란·니카라과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로부터 석유를 매입했다. 일찍이 그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옛소련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 체제 당시 리치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밀리에 석유를 공급했다.
1994년 그는 마크리치(Marc Rich & Co. AG)의 트레이딩 부문을 회사 경영진에 매각했다. 이 회사가 오늘날 글렌코어그룹의 핵심이 됐다. 다른 마크리치 출신 경영인은 라이벌 회사인 트라피구라를 창설해 거물(마크 리치)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오랫동안 ‘리치 보이들’(Rich Boys)은 대형 트레이딩 회사 이사회에 앉아 많은 돈을 벌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으로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볼까? 남반구 국가들이다. 주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국가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방글라데시, 수단, 이집트 같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농산물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국가다. 이들 나라는 이제 가뜩이나 부족한 보유 외환의 더 높은 비율을 식량 공급에 써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부채 부담은 계속 늘고 더 많은 사람이 빈곤선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게다가 식량 부족의 두려움으로 패닉 상태가 돼 곡물을 사들이는 중국 같은 신흥국가의 구매자들과 부족한 상품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이것이 제네바 호수의 원자재 거래업자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할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과거 취리히의 한 여성 정치인이 글렌코어는 세금을 얼마나 냈느냐고 질문하자, 당시 최고경영자는 간결하게 “지난 2년 동안 0스위스프랑”이라고 대답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14호
Die Profiteure vom Genfer Se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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