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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남성’ 모형으로 측정, 여성노인 부상 반영엔 한계
[LIFE] ‘할머니 인형’으로 충돌시험 활발한 까닭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율리아 코흐 economyinsight@hani.co.kr

교통사고가 나면 여성과 아동, 노인이 피해를 많이 입는다. 이유는 자동차의 안전장치 기술이 젊은 남성 대상 시험을 토대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섰다. 현대화된 더미(Dummy·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충돌시험을 할 때 사용하는 인체모형), 그리고 실제 상황과 거의 유사한 시뮬레이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율리아 코흐 Julia Koch <슈피겔> 기자

   
▲ 2019년 8월22일 스위스 뒤벤도르프에서 실시된 보험사 AXA의 충돌시험에서 미쓰비시 전기자동차가 여성노인 모형과 충돌하는 장면. REUTERS

여성노인의 자동차 사고에 관해서는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비디오 녹화 자료까지 있다. 2021년 여름,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노이뮌스터에서 시속 50㎞로 달리던 ‘오펠 인시그니아’(중형 세단)가 장애물과 충돌했다. 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에어백은 터졌으나,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성은 앞쪽으로 휙 밀렸다가 안전벨트와 에어백의 힘으로 다시 뒤로 끌어당겨졌다. 그 결과 여성은 양쪽 어깨뼈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 2017년 5월24일 일본 도쿄 북부 오타에 있는 공장에서 스바루 자동차로 인체모형 충돌시험을 하고 있다. REUTERS

3D 프린터로 뼈 인쇄해 독일로
이 사고가 난 뒤, 미국 미시간주 파밍턴힐스에 사는 마이크 비브는 자신의 3차원(3D) 프린터로 부상 부위를 대신할 수 있는 뼈를 제작해 특송 유피에스(UPS)를 통해 독일로 발송했다.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사고 피해자는 사람이 아니라 인체모형이기 때문이다. 인체모형 생산업체 휴머네틱스(Humanetics)의 기술이사인 비브는 오하이오 주립대학 학자들과 협력해 이 모형을 개발한 뒤 검증회사 데크라(Dekra)에 검증을 맡겼다.
‘노인 더미’(Elderly Dummy)가 처음 제작됐고, 충격시험용 노인 더미 가운데 가장 최근에 개발된 모형이 바로 ‘여성노인 더미’다. 이 ‘할머니 인형’은 몸무게 73㎏, 키 161㎝다. 70살 정도인 사람의 평균체형에 맞춰 제작됐다. 이런 인체모형이 도로교통시험에 사용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미국에선 전체 자동차 운전자 가운데 5분의 1이 65살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독일에서도 노인 운전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교통사고에 희생되는 노인도 많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운전사고 사망자 중 노인 비율이 2010년 22%에서 2017년 27%로 상승했다.
반면 운전사고 총사망자 수는 감소세를 보인다. 독일의 경우 2021년에는 60여 년 전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위험 감소율이 모든 연령층에 똑같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1970년대부터 자동차가 지속해서 더욱 안전하게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좀더 나은 안전벨트, 에어백, 아동용 카시트, 저항력이 강화된 차체 등을 비롯해 자동차 생산자는 늘 안전을 염두에 두고 일했다. 다만 그들이 시험과 시뮬레이션에 사용한 보호 대상은 대부분 남성 모형이었다. 남성은 사고 상황에서 여성보다 안전상 유리한데도 말이다.
나이 들면서 골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노인은 남녀 모두 흉곽에 상처 입는 일이 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 여성은 추돌 사고 때 남성보다 훨씬 빈번하게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교통사고로 목등뼈 부위를 다침)을 입는다. 미국의 사고 데이터는 자동차 사고 때 여성 운전자가 중상을 입을 위험이 남성보다 73%나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비만한 사람에게도 현재 시판되는 차량의 안전보조 시스템은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없다. 충돌이 일어나면 과체중인 탑승자는 안전벨트가 인체를 잡아주기 전까지 자동차 앞쪽으로 죽 밀려나가면서 다리뼈를 다치는 일이 왕왕 생긴다. 반면 아동의 안전은 몸에 맞는 아동용 좌석의 개발과 정확한 사용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노인 운전자는 남녀를 막론하고 젊은 사람보다 시력이 떨어지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로 인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연구와 운전면허 취득 절차에 이런 다양한 양상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크라의 틸로 바켄로더 충돌시험센터 소장은 “현재 사용하는 인체모형은 1980년대 평균신장을 기준으로 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니 지금 우리 생활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설사 평균체중의 남자라 할지라도 표준 더미를 보면 자기와 관계없는 모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누구든 마흔만 넘으면 안전장치가 자기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노인 모형은 자동차 연구와 산업 분야에서 요즘 활발히 연구되는 핵심 개발 사항이다. 데크라의 시험으로 노인의 자동차 사고에서 문제되는 신체 부위가 흉곽만은 아님이 밝혀졌다. 데크라팀이 처음 보고한 오펠 자동차의 충돌시험은 충돌할 때 운전자 모형에 가해지는 충격이 다른 동승자들과는 아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자동차 안에는 수십 년 전에 개발된 최초의 시험 인체모형인 ‘50% 남성’(평균 50%대에 속하는 신장 175㎝, 체중 68㎏에 맞춰 제작)과 ‘5% 여성’(신장 152㎝, 체중 54㎏로 제작된 하위 5% 성인 여성 모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모형들은 물리적 특징을 인간과 흡사하게 만든 계측기였다.
정상 체중의 젊은이는 충돌사고 때 주머니칼처럼 상체가 앞쪽으로 꺾이면서 고꾸라진다. 데크라 충돌시험센터의 남성 모형과 여성 모형처럼 말이다. 그런데 노인 모형은 같은 사고를 당하면 앉은 자세 그대로 상체를 거의 수직으로 유지하면서 자동차 정면 유리 쪽으로 떠밀려간다. 이 과정에서 하체가 좌석 안쪽으로 밀려 골반 쪽 안전벨트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렇게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움직임을 사고 연구자들은 ‘잠수’라고 부른다. 잠수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노인의 신체 무게중심이 대개 젊은 사람보다 아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게중심 이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데크라의 사고 연구자 안드레아스 쇼이블레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렇게 몸이 아래로 가라앉으면 골반 위에 있던 안전벨트가 복부로 미끄러져 올라오면서 비장과 간 같은 장기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상체가 접히지 못하는 현상은 조수석에 앉은 여성의 척추가 표준 더미와는 다른 부위에 충격받는 사태로 이어지는데, 이 또한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
충격시험에선 어깨뼈도 손상됐지만, 진짜 사람이라면 그의 어깨뼈는 부러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체모형이 이 부위에 상처를 입은 것은 아직 개발 단계 모형이라 센서를 비롯해 내부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 기인한다. 이 분야의 개발이 완료되기까지 앞으로 최대 10년이 걸릴 것이고, 수백만유로의 비용이 들 것이다. 초기 충격시험에선 쇼윈도의 마네킹이나 동물, 심지어 주검에 안전벨트를 매어 시험했다. 이제는 많이 발전해 현재 사용하는 인체모형은 가속도, 저항, 동력, 경사각을 측정하는 센서 수백 개가 장착된 하이테크 모델이다.

   
▲ 영국 헌팅던에 있는 ENCOCAM 본사 직원이 어린이 크기의 충돌시험 모형을 들고 있다. REUTERS

관절 손상 등 부상 방지 시험 활발
초기 모델로 알아내려던 것은 주로 심한 충격 때 자동차 승객의 생명을 구하는 안전시스템에 관한 사항이었다. 휴머네틱스에 근무하는 공학자 토머스 킨스키는 요즘 그 목표가 달라졌다며 변화의 추이를 설명했다. “우리는 생명 보호는 물론,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남기는 부상 역시 방지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고 피해자가 평생 고통을 안고 살 수도 있는 관절 손상이 그런 사례다. 개발자들은 인체모형 내 개개의 장기도 더욱 정밀하게 만들고 있다. 자동차 사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뇌 부상이나 내장기관 손상 등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다.
신형 인체모형은 ‘신체 정확도’가 높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대응체인 인간의 특성을 정확히 모방한 뼈와 인대, 근육, 그리고 장기를 갖춘 인형이란 뜻이다. 새 인체모형의 구성 요소 중 많은 부분이 3D 프린터로 제작된다. 예를 들어 어깨뼈 같은 신체 부분을 그대로 모방해 대체나 조정을 이전보다 훨씬 빨리할 수 있다. 개발 담당자 비브는 이에 대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훨씬 정밀한 신체 부분을 생산할 수 있고, 지금까지 사용이 불가능했던 물질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더 발달한 인형은 더 안전한 자동차 운행으로 가는 여러 길 중 하나일 뿐이다. 스웨덴의 자동차회사 볼보에서 사고연구자로 재직하면서 예테보리의 샬메르스공과대학에서 생체역학을 강의하는 로타 야콥손은 요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그는 약 30년 전부터 자동차 사고의 피해, 그중에서도 여성과 아동이 입는 피해를 완화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여성과학자다.
야콥손은 “중요한 건 인체모형의 다량 확보가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사람이 처한 부상의 위험에 관한 데이터”라고 역설한다. 이 자료는 인체모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수집할 수 있다고 한다. 충격시험과 컴퓨터 계산을 바탕으로 야콥손과 그의 연구팀은 ‘편타 외상 방지 시스템’을 고안했다. 특별히 설계된 의자와 머리받침의 상보 작용으로 자동차 사고 때 발생하는 경추 부상을 완화할 수 있다.
야콥손의 대다수 연구는 ‘능동적 인체모형’ 실험에서 얻은 결과다. 인체의 물리적 특성을 살아 있는 사람과 똑같이 지닌 이 가상의 시승자는 수천 건의 실제 자동차 사고에서 수집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도출됐다. 실제 시행되는 자동차 충돌 시험과 달리 이 연구에선 자동차가 벽을 향해 돌진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사용하는 아바타는 충돌시험의 인체모형과 다르다. 인체모형은 굳은 표정의 인형으로 대개는 앉은 자세로 시험에 투입될 뿐이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아바타는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야콥손은 다음 질문을 실험 주제로 삼아봤다. 운전자가 똑바로 앉아 운전대를 잡는 게 아니라 반쯤 누운 상태로 차를 타고 있다면, 교통사고 때 상황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자율주행차의 경우 프로그램이 거리의 교통 상황에 맞춰 알아서 자동차를 운행하고, 차 주인은 독서하거나 심지어 자면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연구에서 나온 결과는 이렇다. 자동차 충돌 때 운전자가 재빨리 본래의 올바른 위치로 돌아가도록 하는 자동의자를 만들면 운전자의 불리한 위치로 발생하는 몇 가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운전자는 노인 모형과 비슷하게 골반 쪽 안전벨트 아래로 몸이 미끄러지게 된다.
그렇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동승자들이 대체로 위험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을 야콥손은 잘 알고 있었다. 그와 연구팀은 다리를 꼬는 자세, 상체를 옆으로 기울인 자세, 머리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린 자세를 포함해 모두 35가지의 자세를 시뮬레이션했다. 여기서 얻은 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은 전면 충돌 때 표준 자세로 앉은 사람보다 훨씬 심한 중상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개발센터에서 연령별 인체모형으로 전면 자동 충돌시험을 하고 있다. REUTERS

매기 번거로운 안전벨트가 단점
이 모든 데이터에서 도출된 결과는 무엇일까? 가슴 부위에서 엇갈리며 아래로 연결되는 이른바 4포인트 안전벨트로 충돌사고 때 받는 힘을 흉곽에 골고루 분배해 가슴뼈 골절을 막을 수 있다. 단점이라면 벨트를 매기가 무척 번거롭다. 전문가로서 야콥손은 안전벨트를 한 손으로도 쉽게 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 4포인트 안전벨트는 사용자 각자의 몸에 꼭 맞아야 한다는 사실도.
운전자가 현존하는 시스템을 정확히 이용하기만 해도 아주 기쁠 것이라고 야콥손은 말했다. 그는 2019년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맨 사진을 찍어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모두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는 건 아니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야콥손은 만약 사고가 났다면 10명 중 4명은 머리를 심하게 다쳤을 거라고 덧붙였다.

ⓒ Der Spiegel 2022년 제11호
Crashtest für Oma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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