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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거품 붕괴 연상, 전망 어두워 투자자 신중
[PROSPECT] 첨단기술주 시장 어디로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토마 레스타벨 economyinsight@hani.co.kr

토마 레스타벨 Thomas Lestave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6월 프랑스 파리의 엑스포 드 포르테 베르사유에서 열린 스타트업 관련 유럽 최대 행사 비바테크(VivaTech)를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관람객과 인사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3년 동안 정보기술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적극 펼쳤다. REUTERS

첨단기술기업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벌써 몇 년째 프랑스 스타트업(초기기술기업)에 돈을 쏟아붓는다. 2022년 1월엔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 정책인 ‘라 프렌치 테크’가 25번째 유니콘기업을 탄생시켰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신생기업을 말한다.
2019년 프랑스 정부가 2025년까지 유니콘기업 25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애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 디지털산업에 순풍이 불고 있다. 2021년 프랑스 벤처기업이 받은 투자액은 모두 116억유로(약 15조원)에 이른다. 2020년 투자액보다 2배 이상, 2019년(코로나19 이전 ‘정상’이었던 해)보다 39% 늘어난 수치다. 영국과 독일의 첨단기술산업 ‘생태계’ 역시 2021년 각각 155%, 209% 더 많은 투자를 얻어냈다.

미국 증시 영향
유럽 디지털산업 인기의 발원지는 미국이다. 미국 첨단기술기업에 세계 투자자들이 전례 없는 식탐을 부린다. 미국 증시 스타는 단연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이 다섯 기업 ‘가팜’(GAFAM)의 뒤를 넷플릭스,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잇는다.
첨단기술주 중심으로 이루어진 나스닥100은 2010년부터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다우지수나 칵40(파리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상위 40곳의 주가지수)이 견줄 수 없을 만큼 상승폭이 크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경제 모든 영역에 뻗어 있다. 대표적으로 가팜은 의료, 금융, 자동차 산업을 넘본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상은 더 빠르게 디지털화했다. 원격으로 일하고, 인터넷에서 장을 보고, 콘서트는 컴퓨터 화면으로 즐긴다.
놀라고 걱정해야 할 대목은 주가가 오르는 속도다. 프랑스 IAE 리옹 경영대학원의 폴올리비에 클랭 교수(경영학)는 말했다. “지난 2년간 주가가 뛴 건 패러다임이 변해서라고들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요즘 메타버스가 유행이다. 미래의 인터넷이라고 소개되는 이 기술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열광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 첨단주 상승세가 갑자기 뒤집힐 것을 우려한다.

고위험 자산
덴마크 올보르대학 경제학 조교수인 티보 로랑주아예는 “데이터 기술을 무조건 좋게 보는 인지편향으로 몇몇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며 “지금 상황이 2000년 인터넷주 거품이 터졌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당시 패닉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이 인터넷주 매도 폭탄을 날리면서 관련 업종 회사들이 줄도산했다.
어떤 금융자산의 가격이 경제 현실과 동떨어져 오를 때 거품이라고 한다. 거품이 낀 금융계는 경제계와 연결된 고리를 잃어버린다. 가격은 왜곡돼 자산의 ‘진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이런 거품 현상을 연구해 과열된 금융시장이 특정 자산 쏠림을 조정하는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역시 미국에서 부동산 대출과 연계된 금융상품의 거품이 터지면서 생긴 것이다. 폴올리비에 클랭 교수는 “나스닥지수는 이런 과열 현상을 여러 차례 겪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첨단기술주 폭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거시경제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2007년 시작된 세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금융시장에도 현금이 쏟아졌다. 그 결과 2007~2020년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는 평균 7배 늘었다. 게다가 최근 2년간 코로나19 대응책까지 아낌없이 내줬다. 프랑스통계청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 자산총액은 2020년 3월~2021년 4월 2조8천억유로 늘었다. 증가율이 60%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역시 1년이 조금 넘는 이 기간에 자산총액이 90%나 늘었다.
인터넷주 전문 펀드를 관리하는 티보 로랑주아예는 “중앙은행 자산의 75~80%는 국채로 구성된다”며 “최근 국채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 국채금리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주식처럼 위험이 큰 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국채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 첨단기술주를 비롯한 위험자산에 투자심리가 커진다.”
국제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서 혁신·웹3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는 쥘리앵 말도나토는 “기술기업 주가가 미술시장과 닮아간다. 그림 가격은 논리적 기준에 따라 평가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그림을 산다”고 말했다.

합리적 잣대 실종
주식시장 분석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표로는 첨단기술주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주가수익비율(PER)이 얼마인지 책정할 근거 자체가 없다. 문제는 그런 디지털 스타트업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주가수익비율 대신 사용자 수로 몸값을 매기는데, 이 경우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잡힌다. 한 예로 프랑스 인터넷은행 콩토(Qonto)는 2022년 1월 투자금 4억8600만유로를 모았다. 이후 이 은행의 몸값은 44억유로에 매겨졌다. 평가 당시 콩토 이용자는 20만 명이었다.
같은 날 다른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시가총액(몸값)은 240억유로를 기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61개 나라에서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은행이다. 신생 은행의 이용자는 가치가 2만2천유로나 되고, 세계적인 은행 이용자는 800유로밖에 안 된다. 평가 잣대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 2022년 3월27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오른쪽 둘째)가 넷플릭스 제작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2년 초 넷플릭스와 메타(옛 페이스북)의 주가는 30% 이상 하락했다. REUTERS

어두운 2022년
첨단기술기업 주가 상승은 상장되지 않은 스타트업에도 영향을 끼친다. 프랑스 말고도 세계 곳곳에서 유니콘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이유다. 성장잠재력이 큰 신생기업의 덕을 보려는 투자자들이 시장조사는 대충 해치우고 투자를 서두른다. 쥘리앵 말도나토는 “펀드회사나 대기업이 자체 시장분석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투자 컨설팅 서비스를 찾는다”며 “이런 현상이 파리 부동산시장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매수 가격을 얼른 제시하지 않으면 아파트 매입 시기를 놓친다.”
이 거품이 언제 꺼질까? 2022년 상반기는 디지털 거인기업들에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돈줄을 죄면서 주가 하락세가 시작될 수 있어서다. 연준은 지금의 물가상승세가 금방 꺾이지 않으리라 보고 올해 금리를 여러 차례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다시 관심을 보이면서 첨단기술주 같은 위험자산의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넷플릭스 실적 부진, 페이스북 직전 분기 가입자 수 감소 같은 나쁜 소식까지 겹쳤다. 페이스북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이 회사가 생긴 뒤 처음 있는 일이다. 2022년 초 두 회사의 주가는 30% 이상 떨어졌다. 주식시장에 불안심리가 퍼진다. 줌(화상회의 플랫폼)과 텔라독(원격의료 서비스)을 비롯해 유망했던 기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다. 이들 신생기업의 주식 비중이 높은 ‘ARK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는 1년 사이 50%를 손해 봤다. 사이버보안 회사인 다크트레이스(Darktrace)를 비롯한 첨단기술기업에 공매도(주가 하락에 돈을 거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락세 시동?
어느 분석가의 냉정한 전망대로 첨단기술주 강세는 끝난 것일까? 거품 경고등이 켜졌지만 아직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신중한 편이다.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AXA Investment Managers)의 주식투자 전문가 스테판 라고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원래 여러 번 부침을 겪는다. 2016년 1월과 2018년 4분기 때 첨단기술산업이 그랬다. 그래도 산업 기반은 튼튼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악사그룹뿐 아니라 프랑스 퇴직연금과 여러 글로벌 은행의 자산을 관리한다.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증시에 조정 바람이 더 세게 불 것”이라고 티보 로랑주아예는 경고한다. 닷컴(영업활동이 인터넷에 집중된 기업) 붕괴의 재현을 우려해야 할까? 다행히도 2000년 위기에 견줘 전망이 나쁘지 않다. 첨단기술의 용도는 인터넷 사이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로봇 기술까지 더해졌다. 또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신생기업이 많지만, 디지털 거인들은 튼튼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은 현금을 산처럼 쌓아놓았고, 이들의 주식은 모두 안전자산으로 봐도 좋을 만큼 영업수익률이 크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몇몇 디지털 대기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게 문제다. 첨단기술주 거품이 터지는 순간 금융체제가 받을 타격은 2000년 때보다 훨씬 클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4월호(제422호)
La bulle de la tech explosera-t-elle cette anné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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