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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높은 게임 복제 경쟁력 지속 하락
[CULTURE & BIZ] 한국 게임업계 진단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문동열 rabaike0412@gmail.com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2022년 1월27일 서울 구로구 지타워에서 열린 넷마블 비전·신작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 뒤 대부분 게임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지긋지긋하던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며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많은 것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반대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수혜 분야로 불리던 업종은 그동안의 빠른 성장세 때문에 역성장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넷플릭스가 가입자 감소로 주가 폭락 사태를 겪거나 2021년 최고가를 경신하던 게임주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게임업체들의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4월 말 대부분 게임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부 업체는 최고가에서 반토막 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는 ‘파티는 끝났다’며 게임주를 포함한 코로나19 수혜주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게임 관련 주식들의 고전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전쟁 같은 국외 정세나 코로나19 종식 탓으로만 보면 지금의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관측이 맞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게임은 미래 핵심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는 듯하다.
많은 걸림돌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이 중심인 주력 수익모델의 문제점을 가장 심각하게 거론한다. 한때 한국 게임산업의 효자로 불리던 확률형 아이템은 이미 오래 곪은 구조적인 문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위협 요소다.

성장의 견인차, 확률형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뽑기 아이템)은 역설적이지만 분명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에서 급성장한 게임산업의 성공 요인은 혁신이었다. 이전의 아케이드(오락실 같은 영업장) 게임이나 리테일(소프트웨어 패키지 형태) 게임 모델의 약점인 유통·배급 같은 오프라인 인프라를 과감히 배제했다. 온라인으로 게임을 서비스해 본연의 콘텐츠에만 주력하면 되는 모델을 만들었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보급과 맞물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한국 게임산업의 이런 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이었다. 이후 한국은 세계 게임업계의 변방에서 주류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게임들은 잇달아 세계로 수출되며 한국 콘텐츠산업의 효자 종목으로 부상했다. 지금 한국 게임을 이끄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시기다.
이때 온라인게임의 주요 수익모델은 정액제였다.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구독료 개념이었다. 이후 캐주얼 게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게임이 등장하면서 과금 방식이 바뀐다. 게임 내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장시간 하기 힘든 캐주얼 게임은 정액제 모델에 취약해 부분 유료화를 채택했다. 이것이 지금의 ‘인앱결제’(소프트웨어 자체는 무료이지만 추가 기능을 원할 때 유료 아이템을 사는 방식)의 시초가 됐다. 결국 부분 유료화 모델이 한국 게임시장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게임 자체가 무료여서 진입장벽이 낮았다. 무료로 즐기다가 재미있으면 아이템을 구매해 더 편하게 즐기는 방식이어서 게임 인구가 급증했다. 게임업체들로선 게임 출시 주기가 짧아지는 효과를 얻었다. 우선 기본 요소만 구현해 게임을 내놓고 패치 형태로 콘텐츠를 추가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콘텐츠를 완벽하게 갖춰 출시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이르면 1~2년 안에 게임을 내놓고 곧바로 부분 유료화로 자금유동성을 확보한다. 이 자금을 활용해 콘텐츠를 더 개발해 장기 서비스를 바라볼 수 있다. 부분 유료화라는 획기적 수익모델로 한국 게임산업은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 2021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1’을 찾은 관람객이 모바일게임 최신작을 체험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게임산업의 빛과 그늘
부분 유료화 초기의 핵심 아이템은 꾸미기나 펫 등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들이었다.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때 게임업체들이 눈을 돌린 게 확률형 아이템이다. 한국 업체들은 일본에 게임을 수출하면서 일본식 확률형 아이템인 ‘가챠’(동그란 캡슐에 물건을 무작위로 넣어 파는 일본 완구) 방식의 매출 효과를 이미 체험했다.
업체들의 도입 의지가 강하고 시도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 뒤 몇몇 대형 게임사가 뽑기 아이템 형태로 이 방식을 도입했다. 게임업체들은 사용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사행성을 높였다. 로또 복권처럼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결정돼 사행성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매출은 급상승했다.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로 당시 게임산업협회가 자율규제안을 내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확률형 아이템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 업체들은 자숙하기는커녕 더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꼼수를 써가며 콘텐츠 보강보다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됐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된 이후에도 인앱결제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확률형 아이템이 핵심 수익모델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게이머들이 점점 익숙해지자 확률은 낮지만 당첨만 되면 일확천금을 챙기는 도박 같은 모습을 띠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게임사가 잇달아 주식시장에 상장해 게임업체들의 매출 극대화 욕구가 커져만 갔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체들의 든든한 자금줄로 주가 상승에 큰 공헌을 했으나 게이머들이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행성 문제를 빼더라도 확률형 아이템이 장기적으로 한국 게임 콘텐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 되리라는 지적이 많다. 확률형 아이템의 매출 효과가 너무 좋은 나머지 게임업체들이 다른 게임 장르 개발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인기 순위 상위에 오른 게임 대부분의 주요 수익모델이 확률형 아이템이다. 대형 게임사도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게임의 ‘자기복제형’만 내놓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장르 편중이 벌써 10여 년 이어져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게임시장에는 모바일게임 외에 콘솔게임이나 다른 장르 게임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콘솔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최근 대형 게임사들이 콘솔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자기복제형 게임에 치중해온 게임사들이 과연 콘솔게임의 완성도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 대부분은 고개를 젓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 게임시장에는 일종의 갈라파고스 현상이 생겼다. 한국의 게임 순위에 몇 년째 같은 게임만 올라오는 것은 다양화에 실패한 한국 게임의 갈라파고스화를 상징한다. 한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게임들이 국외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콘솔게임처럼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 장르에서 한국은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
반면 중국산 게임들은 한국 시장을 포함해 세계 시장을 열심히 공략하고 있다. 수준 이하의 양산형 게임도 많지만 중국 게임 개발사들은 다양성을 앞세워 한국의 틈새시장을 노린다. 몇 년 전부터 상위 순위에서 중국 게임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2021년부터 국회가 확률형 아이템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뼈대로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도입되면 핵심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게임산업이 사기도박 같은 확률형 아이템에 집착하지 않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한국 게임산업에 큰 복이었지만, 이제는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 가치인 게임에서 마치 찍어내듯이 이름만 바꿔 내는 콘텐츠만 가득하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한국이 더는 글로벌 게임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강국 위치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게임산업은 앞으로 메타버스 등 미래를 선도할 서비스에서 중요한 콘텐츠 자원이다. 이런 자원의 보고가 서서히 썩어가게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게임업체들도 규제라고 비판할 때가 아니라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반성하고 자문할 필요가 있다. 법제 보완을 서두르고 게임산업 스스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할 때다. 다시 말하지만 2000년대 초반 한국 게임산업의 성공 요인은 혁신이었다. 게임산업은 어떤 분야보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곳이다. 지금이야말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혁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 문동열 칼럼니스트는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콘텐츠산업 전문가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과 금융이 전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원을 졸업하고 LG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 등에서 방송·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금융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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