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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치열한 경쟁 속 한국에도 기회
[세계는 지금] 신중남미 시대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유재욱 jw_yoo@kotra.or.kr

유재욱 KOTRA 산토도밍고무역관장 

   
▲ 아르헨티나 살타의 염전에서 리튬을 추출하기 위한 전 단계로 소금을 채취하고 있다. 중남미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요소인 리튬의 세계 매장량 85%를 차지하는 등 각종 자원의 보고다. REUTERS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2년, 우리나라는 글로벌화에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수출진흥법’을 최초로 수립하고 매년 수출목표를 책정함으로써 온 나라가 목표 달성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해 6월에는 무역 진흥을 전담하는 대한무역진흥공사(지금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를 만들고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15개국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8개국과 수교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화 도약과 함께 시작한 중남미 교류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기업 진출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58개국과 18건의 FTA를 체결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육박하는 경제영토를 누리고 있다. 그 시작은 중남미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는 1999년 협상을 개시해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다. 이후 자원 확보와 새 시장 개척을 위해 페루(2011년 발효), 콜롬비아(2016년 발효), 중미 5개국(2021년 발효)으로 FTA를 확대했다. 남미 최대 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가 참여하는 남미공동시장)와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2022년 3월에는 중미 최대 국가인 멕시코와 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중남미 수출은 1990년 처음 2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021년 12배 증가한 258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을 237%포인트나 상회했다. 같은 기간 교역량은 14배 늘어 전체 교역액 증가율보다 483%포인트 웃돌며 우리나라의 무역 1조달러 시대를 견인했다.
우리 중소·중견 섬유기업들은 미국 섬유 쿼터 활용을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도미니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투자 진출을 본격화했다. 섬유 쿼터 폐지 이후에도 북미 시장 접근성, 중남미 각국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등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중남미 면적은 약 2천만㎢로 지표의 약 15%를 차지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다음으로 넓다. 이 광활한 영토 아래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15%, 구리의 50%, 은의 40% 이상이 매장돼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요소인 리튬의 경우 전세계 매장량의 85%에 이른다. 중남미가 세계 1위 매장량을 보유한 천연자원은 니오븀, 레늄, 몰리브덴 등이 있다.
중남미 인구는 2021년 기준 약 6억6천만 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8.4%를 차지한다. 이 중 생산가능인구(15~64살) 비중은 66%로 아시아(68%) 다음으로 높고, 15살 이하 인구 비중은 26%로 아프리카(97%) 다음으로 높다. 이는 중남미가 산업발전을 위한 풍부한 노동력 제공은 물론 미래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이 많음을 보여준다.

   
▲ 한국의 민관 컨소시엄이 수주해서 공사 중인 페루 친체로 신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 코트라 제공

시진핑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주지사
과거 정치적 대립으로 혼란을 겪었던 중남미 여러 국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남미 주요 싱크탱크인 라티노바로메트로(LatinoBarometro)의 2021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발전 등 국가의 당면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민주주의 여부와 상관없이 지지한다”는 응답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49%에서 2021년 51%로 높아졌다. 이에 중남미 각국은 경제개발 중심의 실용주의를 강화하고, 에너지·교통·통신망 등 인프라 재건 계획과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중남미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약해졌던 중남미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 미국과 중남미의 교역 규모는 2021년 기준 2956억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9.3% 늘었고, 2020년을 제외한 트럼프 행정부 기간 연평균 교역액과 견주면 10.9% 증가했다.
브라질·멕시코·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주요 9개국의 지난 10년간 국가별 외국인직접투자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투자 비중은 연평균 23%였으나 2020년 들어 37%로 높아졌다. 반면 유럽의 직접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53%에서 38%로 줄었고, 일본은 4%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중남미 교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에 특화한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중남미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전략에 중남미를 포함하며 중남미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중남미협력포럼(CELAC)을 신설하고 천연자원 등 6개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5천억달러의 무역과 2500억달러의 투자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200억달러 차관과 50억달러 협력기금 지원 등을 약속했다. 2022년 2월 아르헨티나가 신규로 참여하면서 중남미 21개국이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지원으로 아르헨티나 후후이주에 건설된 중남미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를 소개하면서 “후후이는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주이지만, 그 주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현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의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중남미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반 3%에도 못 미쳤으나 지난 20년간 비약적으로 늘어 2020년 기준 15%, 2035년은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신카리브 시대 한국의 전략
중남미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 활용을 확대하고 코로나19 이후 펼쳐지는 신카리브 시대, 신중남미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우리 기업에 특화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중남미를 거점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공급망 구축, 그린·디지털 뉴딜에 부합하는 인프라 프로젝트 진출, 우리 문화 파급을 활용한 소비시장 진출을 고민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GVC)의 위험요소 부각, 기술 발달에 따른 소비자 수요와 생산의 동기화 등으로 중남미 지역의 지정학적 접근성과 천연자원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중미자유무역협정(DR-CAFTA) 회원 6개국은 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2021년 3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중미 및 카리브해 국가로 이전하도록 공식 촉구했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의 도미니카공화국 직접투자는 현지 생산과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2021년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2.8% 늘어 같은 기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도 진출 분야를 과거 섬유·봉제 산업 중심에서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수출 품목 중심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중남미 지역의 천연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관리하는 자원 확보형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의 중남미 지역 자금 지원 확대와 인프라 분야 민관 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수주 여건이 크게 나아졌다. 우리 정부는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에 6억3천만달러를 출자해 역외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9%의 지분을 보유하고 2021년 4월 영구이사국으로 선임됐다. 5천만달러 규모의 신탁기금을 운영하고 2억달러 이상의 대외경제협력기금도 지원해 한국 기업의 중미 지역 프로젝트 수주에 큰 힘이 되고 있다.
2019년에는 우리 민관 컨소시엄이 페루의 공항 신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인프라 분야 최초의 정부 간 계약사업(G2G)을 성공시켰다. 이후 기술력과 납기 준수 등을 바탕으로 중남미 여러 지역에서 수주 성공 사례를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남미 각국이 성장동력으로 중장기적 인프라 개발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 기업의 수주 기회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디지털 및 통신 기술의 발달과 한국 문화의 글로벌 마케팅 확대로 중남미 소비자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한류 관련 동호회 회원 수 등을 바탕으로 집계하는 지구촌 한류팬 통계는 지난 10년 동안 17배 늘어 2021년 기준 1억5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가장 가파른 성장을 보인 곳은 미주 지역으로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102% 늘어난 2888만 명으로 집계됐다.

소비재 기업 적극 진출 필요
이는 소비재 수출로도 연결돼 한국의 중남미 소비재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2021년 65.5%, 2022년 3월 현재 22% 늘어 주요 대륙권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지속적인 소비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한국 소비재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기술 발달과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 강화로 이제 우리에게 ‘먼 나라’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중남미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주요국들의 진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도 특화된 전략을 강화해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질서 속 기회 창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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