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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갈림길 선 미국 여론
[이용인의 글로벌 안테나]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이용인 yyi@hani.co.kr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11일 미국 일리노이주 캥커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 공급망 영향과 농민 지원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교착 조짐을 보이면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동맹을 규합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는 미국의 행보는 러시아의 전략과 의도, 유럽의 대응, 우크라이나의 역량 등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향후 전쟁의 양상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 내부의 여론과 정치 지형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황 때문에 대다수의 관심권에서 멀어졌지만, 2022년 11월8일 미 의회 상·하원 중간선거는 올해 가장 중요한 미국의 정치 일정이다.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 결과 하원은 민주당이 221석, 공화당이 208석을 차지했다. 아슬아슬하게 집권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는 셈이다. 상원은 양당이 각각 50명씩 의석을 양분하지만,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어 사실상 민주당 우위라고 볼 수 있다.

닻 오른 중간선거
하원의원 전원(435석)과 상원의원 35명을 새로 선출하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이후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동력이 뚝 떨어진다. 미국은 의회 권한이 워낙 강력해 상·하원의 도움 없이 행정부는 굵직한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거의 모든 이슈에서 민주당 행정부와 각을 세울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출마를 벼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경선을 치르거나 완료하면서 5월 현재 물밑에선 선거 레이스가 후끈 달아올랐다.
전통적으로 정권심판론이 강한 중간선거,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 등 선거 분위기는 민주당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3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2%는 ‘형편없는 정부 리더십’이 미국이 직면한 최우선 이슈라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17%는 ‘높은 생활물가와 인플레이션’, 11%는 ‘경제일반’을 가장 우려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응답자의 9%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미국 내 여론은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가 4월24~28일까지 미국인 1004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 호감도는 꾸준한 편이다. ‘지지한다’는 응답이 42%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실시한 두 달 전 여론조사 결과(33%)보다 9%포인트 올랐다. 초기에 비관적이었던 우크라이나 전황이 호전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할 수 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7%)은 ‘지지한다’ 응답보다 낮았지만 두 달 전과 같았다. 전체적으로 여론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에 미국 여론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미국인의 66%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미국의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에서도 81%가 ‘매우 또는 다소 우려한다’고 답했다. 미군이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에 80%가 ‘매우 또는 다소 우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전쟁 확대나 미군 전쟁 참여 우려는 공화당 유권자나 민주당 유권자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대다수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인 상당수가 유럽인의 자손인데다, 러시아의 공격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재도 천정부지인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거나 전쟁이 확대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전황과 국내 경제 상황, 정치적 쟁점화 여부에 따라 민심이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여론조사회사 ‘모닝컨설트’가 5월14~16일 미국인 2천 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초당적 지지’ 여론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27%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3월14~16일 조사 당시(13%)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에 미국이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유권자의 비율도 36%에서 25%로 10주 전보다 떨어졌다.
미 상원이 5월19일(현지시각) 400억달러(약 51조12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법안을 가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반대 여론을 조성한 것이 일정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11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돼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켰다. 매파적 대외정책의 산실이자 보수적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헤리티지재단이 법안에 반대한 것도 일종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이슈를 더욱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이 “멋지고 영리”하며 “천재”라고 언급했다. 게다가 외신들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손을 들어준 후보들이 상당수 승리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전했다.

분유 대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최근 아이들에게 먹일 분유 부족 사태(분유 대란)로 바이든 대통령이 홍역을 치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로 인한 돌출 사태는 언제든 미국 여론을 뒤흔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전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로 바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시급히 외교의 시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의 역동성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창작과비평사)의 공저자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주변의 경계를 살피는 야경꾼 역할을 소망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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